2011년 1월 21일 금요일
아이폰 겨울나기
하지만 글을 쓸 시간은 좀체로 나지 않아 글감들이 몇개 밀려있기만 합니다. 특히 이번 1월은 왜이리 바쁜 건지. 요새 일 아니면 술로 살고 있습니다.
오늘 밤 잠시 짬을 내어 가벼운 소재로 간단하게 글 하나 후딱 쓴 후 잠자리에 들까 합니다. 그 가벼운 소재란 또 아이폰입니다.
직장 게시판에 먼저 올리고 이 블로그에도 올린 "아이폰 활용사례 두번째 이야기" 글에서 이제 아이폰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건 직장 게시판에 해당하는 얘기이고 이 블로그에는 아이폰에 대해 얘깃거리가 생기면 생기는대로 계속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황홀한 물건 아이폰에 대해 어찌 입을 닫고 살 수 있겠는지요.
지난 주말인 1월 16일 일요일에 직장 행사로 태백산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하필이면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날에 그 먼데까지 가서 평소 안하던 등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룻동안 정말 오랜만에 세찬 강추위를 맛보면서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아이폰은 추위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날 서울 기온이 영하 십몇도였으니, 강원도 산골 태백산은 영하 20도 정도는 되었을 듯하고, 칼바람까지 부는 날이었기에 영하 20도보다 더 낮았을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으로 그날의 기온을 검색해보면 금방 나올 얘기지만, 밤늦은 시각에 굳이 인터넷 검색하기 귀찮아 그냥 넘어갑니다.
아무튼, 그날 저는 겨울 등산복이 별도로 없는 관계로 방한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옷인 스키복 윗도리를 입고 산에 올랐더랬습니다. 아이폰은 스키복 윗도리 양옆에 달려있는 주머니 한쪽에 넣어두었구요.
장갑도 스키장갑을 끼고 갔었는데, 역시 스키복과 스키장갑은 제 기대에 부응하여 저를 추위로부터 잘 보호해 주었습니다. 그날 장갑을 잠시라도 벗고 있기 힘들 정도로 날씨 정말 죽여주게 매웠습니다. 산에 있는 동안 단지 두어번 정도 장갑을 벗고 잠깐 아이폰을 들여다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두어번 동안 홈버튼을 눌렀는데도 아이폰이 계속 깜깜하기만 한 겁니다. 저는 날이 워낙 추워 터치스크린이 제 손가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제가 제대로 스크린을 터치하지 못해서 그러는가보다 하고 별 생각없이 넘어갔는데, 거의 다 하산하였을 무렵 산 밑에 준비 중인 눈꽃축제 작품들을 한번 아이폰 카메라에 담아볼까 하고 아이폰을 켰는데......
아이폰 카메라가 작동되고 촬영할 대상물을 겨누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폰이 꺼져버리는 겁니다. 그리고는 아무리 홈버튼을 눌러도 아이폰은 감감무소식. 이거 사단이 벌어진 게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산 후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하였는데, 식당에 갈 때까지 아이폰은 계속 시커멓기만 하였습니다. 식당에서 만난 아이폰 유저인 다른 동료에게 얘기했더니, 아이폰이 얼어서 그런 거라고 하더군요. 자기 것도 얼어서 작동을 하지 않는다며.
나중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어느 분이 그에 대해 써놓은 글이 있더군요. 아이폰은 영하 20도부터 영상 60도 사이에서 정상 작동하고 그 이외의 영역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구요. 태백산에서의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였을 것이므로, 저분 말씀대로 바로 그 때문에 아이폰이 얼어버렸던 모양입니다.
아이폰이 습기에 대단히 약하다고 하기에 평소 나름대로 아이폰에 물기가 닿지 않도록 매우 조심하는 편인데, 이렇게 추위에도 약한 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추운 때가 많지 않긴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요.
그리고, 그날 식당에서 얼어있는 아이폰을 녹이기 위해 아이폰을 스키복 주머니에 그대로 놓아둔채 한참 있었는데, 나중에 아이폰 상태를 보기 위해 주머니에서 꺼내보았을 때 저는 완전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폰 표면에 달라붙어 있었을 추위가 실내 공기에 녹아 액정과 뒷판에 물기가 잘잘 맺혀 있었기 때문이지요.
제가 평소 아이폰에 물기가 닿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데, 거의 분무기로 아이폰에 물을 흠씬 뿌려놓은 것처럼 아이폰이 흥건히 젖어있었으니 기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물기들 때문에 아이폰이 침수피해를 입어 나도 리퍼폰 신세를 지게 되는가보다 했는데, 다행히 정상작동하고 있어 큰 시름을 놓고 지금도 잘 쓰고 있습니다.
결국 아이폰을 강추위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추위 먹은 아이폰은 몸을 녹이게 할 때에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오늘의 제 얘기였습니다. 좀 허접한 얘기이긴 했지만, 그날 아이폰의 이상반응 때문에 제가 거듭 놀랐던 것을 떠올리면, 조심에 또 조심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그날 얼어버린 아이폰 탓에 태백산 사진은 단 한장도 찍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하여튼 그날 얼어버린 아이폰 탓에 태백산 사진은 단 한장도 찍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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