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프랑스 사법관의 직무상 과오에 대한 책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프랑스도 사법관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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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7일자 Vie-Publique 사이트의 "사법관의 책임(La responsabilité des magistrats)" 글에 따르면, '1958년 12월 22일자 사법관의 지위에 관한 법률명령'은 사법관의 과오 책임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법관은 개인적인 과오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
즉,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공통원칙에 따라, 사법관의 과오가 직무수행과 관련없는 경우 그는 보통법의 조건 하에 책임이 있고, 반대로 사법관의 과오가 직무수행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 과오로 인한 피해자는 국가에 대해서만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민사책임의 경우에 그러하다는 것이고, 형사책임 영역에서는 어떠한 면제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국가 내부적으로 징계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2018년 9월 25일자 르몽드지의 기사 "사법관의 과오는 거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Les fautes des magistrats sont peu sanctionnées)"에서는 사법관의 잘못에 대해 이렇다할 처벌이 없는 현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2014년 리옹에서의 테러를 계획했던 지하디스트 테러범 Qualid B.가 2016년 8월부터 구속되어 수감 중이었는데, 구속기간 연장조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은 예심수사판사의 부주의로 2018년 4월 3일 석방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프랑스 주간지 'Le Canard enchaîné'의 보도로 처음 드러나, 8월 22일에서야 법무부장관이 이를 시인하기에 이릅니다.
테러범은 석방되자마자 사법통제(contrôle judiciaire) 상태에 있게 되었는데, 주거지에서의 이탈이 금지되고 매일 두 차례씩 경찰관의 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중대한 실수를 한 예심수사판사는 사직을 권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였고, 아직까지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이제 조만간 법무부장관의 지시로 사법감찰 절차(inspection générale de la justice)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이, 프랑스에서는 사법관에 대한 징계조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징계 사례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징계를 받은 사법관이 2014년 11명, 2015년 3명, 2016년 2명, 2017년 4명, 2018년은 현재까지 단 1명에 불과합니다.
각 법원의 기관장들이 징계조치보다는 단순 경고조치(avertissement)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고조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2013~2017) 고등법원장이나 고등검사장이 약 8,000명의 사법관 중 30명에 대해 경고조치를 한 데 비해, 그 10년 전에는 같은 5년간(2004~2008) 46명의 사법관에 대해 경고조치가 있었습니다.
참고 사이트 : http://boris-victor.blogspot.com/2018/09/les-fautes-des-magistrats-peu.html.
그리고 국가 내부적으로 징계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2018년 9월 25일자 르몽드지의 기사 "사법관의 과오는 거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Les fautes des magistrats sont peu sanctionnées)"에서는 사법관의 잘못에 대해 이렇다할 처벌이 없는 현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2014년 리옹에서의 테러를 계획했던 지하디스트 테러범 Qualid B.가 2016년 8월부터 구속되어 수감 중이었는데, 구속기간 연장조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은 예심수사판사의 부주의로 2018년 4월 3일 석방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프랑스 주간지 'Le Canard enchaîné'의 보도로 처음 드러나, 8월 22일에서야 법무부장관이 이를 시인하기에 이릅니다.
테러범은 석방되자마자 사법통제(contrôle judiciaire) 상태에 있게 되었는데, 주거지에서의 이탈이 금지되고 매일 두 차례씩 경찰관의 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중대한 실수를 한 예심수사판사는 사직을 권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였고, 아직까지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이제 조만간 법무부장관의 지시로 사법감찰 절차(inspection générale de la justice)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이, 프랑스에서는 사법관에 대한 징계조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징계 사례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징계를 받은 사법관이 2014년 11명, 2015년 3명, 2016년 2명, 2017년 4명, 2018년은 현재까지 단 1명에 불과합니다.
각 법원의 기관장들이 징계조치보다는 단순 경고조치(avertissement)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고조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2013~2017) 고등법원장이나 고등검사장이 약 8,000명의 사법관 중 30명에 대해 경고조치를 한 데 비해, 그 10년 전에는 같은 5년간(2004~2008) 46명의 사법관에 대해 경고조치가 있었습니다.
참고 사이트 : http://boris-victor.blogspot.com/2018/09/les-fautes-des-magistrats-peu.html.
2018년 10월 21일 일요일
프랑스 참심재판 제도의 현재와 미래
영국과 미국에서 시행하는 배심재판 제도,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에서 시행하는 참심재판 제도는 일반국민이 심판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른 점은, 배심재판 제도의 경우 유무죄 판단을 배심원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판사는 사실상 재판진행만 맡는 데 반해, 참심재판 제도의 경우 참심원과 판사가 함께 유무죄 판단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배심재판은 배심원과 판사의 역할이 따로따로 구분되어 있고, 참심재판은 참심원과 판사가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재판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좌석배치를 보더라도, 배심재판은 배심원(방청석에서 볼 때 법정의 왼쪽)과 판사(법정의 정중앙)가 아예 다른 위치의 좌석에 따로 앉는다면, 참심재판은 참심원과 판사가 법정 정중앙의 자리(이걸 흔히 '법대'라고 합니다)에 함께 일렬로 죽 앉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참심재판은 'Cour d'assises', '중죄재판부'라고 부르는 전담재판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범죄를 중죄, 경죄, 위경죄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 중 무기징역을 포함해서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중죄(crime) 사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중죄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됩니다. 보통의 사안은 9명의 참심원(juré)과 3명의 판사가 함께 재판에 참여하고, 테러범죄 사건이나 조직범죄 사건처럼 중대한 범죄의 재판은 더 많은 숫자의 참심원과 판사가 필요합니다.
2018년 10월 15일자 Le Parisien지에 프랑스 중죄재판부(Cour d'assises)에 대한 보도가 있기에, 정리해 봅니다.
기사 제목은 "참심원 없는 소송: 중죄재판부가 점점 덜 이용되고 있다(Procès sans jurés : des cours d’assises de moins en moins populaires)"입니다. 제목에 있는 단어 populaire는 영단어 popular와 같은 말이니, "인기가 없어지고 있다" 또는 "국민 참여적 성격이 없어지고 있다"나 "국민 참여가 줄고 있다", 이런 의미로 번역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의 부제는 "벨기에,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일반국민 참심원이 점점 더 형사절차에서 배제되고 있다"인데요,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죄재판부 절차의 병목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형사사법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선안은 징역 15년에서 20년으로 처벌할 중죄 사건(전체 중죄 사건의 약 57%에 해당)을 직업법관으로만 구성된 '지역 중죄법원(tribunal criminel départemental)'에서 재판하게 한다는 것인데, 10월 11일 상원에서 그 시범실시안에 대해 표결하였다 . '지역 중죄법원'은 5명의 직업법관으로 구성되고, 시범실시안이 10여 개 지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중죄재판부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국민주권 원칙의 구현으로 제도화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 역할은 점점더 제한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이번 개선안은 효율적인 진실발견과 예산 절감을 도모한 방안으로, 이웃한 두 나라의 사례가 참고되었다. 벨기에는 2016년 대부분의 중죄 사건을 경죄 사건 담당재판부로 이송하는 처분을 허용하였고, 스위스는 2011년 26개 주 중 25개 주에서 배심제를 폐지하였다. 스위스의 경우 배심제를 폐지하는 대신 '제한적 구두주의(oralité limiteé)'을 채택하였는데, 이는 '기록을 검토한 사법관이 증거로 확인한 모든 사실은 재판에서 재론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말한다.
앞으로 지역 중죄법원에서 중죄 사건을 담당하게 될 경우, 서면주의와 제한적 구두주의로의 회귀가 우려된다. 보다 신속한 사법절차는 오히려 현실과 유리될 우려도 있다.
기사 말미에 요약된 내용을 보면, 2017년의 경우 프랑스 경죄재판부에서 264,068건의 판결을 선고한 데 비해, 중죄재판부는 2,232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합니다.
배심재판이나 참심재판은 일반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함으로써 국민주권 원칙을 사법분야에도 관철할 수 있다는 명분상 장점은 있으나, 그 시행에 보다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어 재판절차의 신속을 저해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참심재판 제도를 시행해온 프랑스에서는 이미 이 제도의 효용성과 개선방안에 대해 많은 연구와 검토가 있었겠지요.
그래도 이런 제도를 건드리려면 적지 않은 반대가 있을 것 같네요. 이 기사에도 부정적인 댓글이 2개 달려있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이런 방안은 판사들을 더 방임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이다".
'지역 중죄법원'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별도의 법원을 신설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방법원에 중죄 사건만을 담당하는 전담재판부를 새로이 둔다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 종전의 중죄재판부는 보다 사안이 중한 사건, 상습범 사건, 중죄 항소 사건을 계속 담당하게 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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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점은, 배심재판 제도의 경우 유무죄 판단을 배심원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판사는 사실상 재판진행만 맡는 데 반해, 참심재판 제도의 경우 참심원과 판사가 함께 유무죄 판단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배심재판은 배심원과 판사의 역할이 따로따로 구분되어 있고, 참심재판은 참심원과 판사가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재판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좌석배치를 보더라도, 배심재판은 배심원(방청석에서 볼 때 법정의 왼쪽)과 판사(법정의 정중앙)가 아예 다른 위치의 좌석에 따로 앉는다면, 참심재판은 참심원과 판사가 법정 정중앙의 자리(이걸 흔히 '법대'라고 합니다)에 함께 일렬로 죽 앉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참심재판은 'Cour d'assises', '중죄재판부'라고 부르는 전담재판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범죄를 중죄, 경죄, 위경죄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 중 무기징역을 포함해서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중죄(crime) 사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중죄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됩니다. 보통의 사안은 9명의 참심원(juré)과 3명의 판사가 함께 재판에 참여하고, 테러범죄 사건이나 조직범죄 사건처럼 중대한 범죄의 재판은 더 많은 숫자의 참심원과 판사가 필요합니다.
2018년 10월 15일자 Le Parisien지에 프랑스 중죄재판부(Cour d'assises)에 대한 보도가 있기에, 정리해 봅니다.
기사 제목은 "참심원 없는 소송: 중죄재판부가 점점 덜 이용되고 있다(Procès sans jurés : des cours d’assises de moins en moins populaires)"입니다. 제목에 있는 단어 populaire는 영단어 popular와 같은 말이니, "인기가 없어지고 있다" 또는 "국민 참여적 성격이 없어지고 있다"나 "국민 참여가 줄고 있다", 이런 의미로 번역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의 부제는 "벨기에,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일반국민 참심원이 점점 더 형사절차에서 배제되고 있다"인데요,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죄재판부 절차의 병목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형사사법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선안은 징역 15년에서 20년으로 처벌할 중죄 사건(전체 중죄 사건의 약 57%에 해당)을 직업법관으로만 구성된 '지역 중죄법원(tribunal criminel départemental)'에서 재판하게 한다는 것인데, 10월 11일 상원에서 그 시범실시안에 대해 표결하였다 . '지역 중죄법원'은 5명의 직업법관으로 구성되고, 시범실시안이 10여 개 지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중죄재판부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국민주권 원칙의 구현으로 제도화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 역할은 점점더 제한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이번 개선안은 효율적인 진실발견과 예산 절감을 도모한 방안으로, 이웃한 두 나라의 사례가 참고되었다. 벨기에는 2016년 대부분의 중죄 사건을 경죄 사건 담당재판부로 이송하는 처분을 허용하였고, 스위스는 2011년 26개 주 중 25개 주에서 배심제를 폐지하였다. 스위스의 경우 배심제를 폐지하는 대신 '제한적 구두주의(oralité limiteé)'을 채택하였는데, 이는 '기록을 검토한 사법관이 증거로 확인한 모든 사실은 재판에서 재론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말한다.
앞으로 지역 중죄법원에서 중죄 사건을 담당하게 될 경우, 서면주의와 제한적 구두주의로의 회귀가 우려된다. 보다 신속한 사법절차는 오히려 현실과 유리될 우려도 있다.
기사 말미에 요약된 내용을 보면, 2017년의 경우 프랑스 경죄재판부에서 264,068건의 판결을 선고한 데 비해, 중죄재판부는 2,232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합니다.
배심재판이나 참심재판은 일반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함으로써 국민주권 원칙을 사법분야에도 관철할 수 있다는 명분상 장점은 있으나, 그 시행에 보다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어 재판절차의 신속을 저해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참심재판 제도를 시행해온 프랑스에서는 이미 이 제도의 효용성과 개선방안에 대해 많은 연구와 검토가 있었겠지요.
그래도 이런 제도를 건드리려면 적지 않은 반대가 있을 것 같네요. 이 기사에도 부정적인 댓글이 2개 달려있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이런 방안은 판사들을 더 방임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이다".
'지역 중죄법원'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별도의 법원을 신설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방법원에 중죄 사건만을 담당하는 전담재판부를 새로이 둔다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 종전의 중죄재판부는 보다 사안이 중한 사건, 상습범 사건, 중죄 항소 사건을 계속 담당하게 된다고 하네요.
선진국의 배심재판 제도와 참심재판 제도를 뒤늦게 들여와 독특한 모습의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사법제도 종주국들의 제도변화 추이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도 항상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변화에 대응하여야 하거든요.
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한양도성 순성길 가이드
걷는 게 유행인 세상, 아니 저한테만 유행인 걸까요. 요새 걷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제 생각엔 가까이에 걷기 좋은 길들이 많아져서이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저기 둘레길, 자락길, 철길 공원, 이런 게 흔해졌죠.
제가 사는 서울엔 산길과 동네길이 이어지며 풍경과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양도성 순성길'로, 서울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한양도성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길입니다. 도성 성곽이 남대문, 남산, 동대문, 낙산, 혜화문, 북악산, 인왕산을 오르락내리락 죽 연결하고 있는데, 전체 길이가 18.6km 정도라고 합니다. 성곽의 많은 부분이 일제시대에 헐렸지만, 그동안 상당 부분을 복원해 오면서 현재 13km 정도 길이의 성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부터 이 도성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순성놀이'라고 하며 즐겼다고 하기에, 저도 한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제가 하루에 한꺼번에 돌아보니 잠시 밥 먹고 쉬는 시간까지 합해 7시간 반 정도가 걸리더군요. 바로 어제 두 번째 만의 도전 끝에 하루 한 바퀴의 순성놀이에 성공하였는데요, 처음 순성놀이를 시도했을 때는 여러 실수를 거듭하는 바람에 이걸 제대로 마칠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에서 한양도성 순성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여러 경험담과 후기들을 통해서도 역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구요. 그런데도 까딱 잘못하면 순성을 아예 진행하지 못하거나 즐길거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순간의 실수로 이 좋은 여행에 펑크를 낼 분이 계실지 몰라, 제 실수담을 토대로 꼭 유의해야 할 내용만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유의사항 외에 위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에서 코스 전체의 정보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출발하기 전에 스마트폰에 서울시에서 만든 '한양도성' 앱을 설치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앱에는 여러 기능이 있지만, 무엇보다 지도 보기 기능이 매우 유용합니다. 길이 애매한 곳, 특히 성곽이 복원되지 않은 시내 구간의 경우 갈림길을 만나 어디로 가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 앱의 지도를 불러서 자신이 있는 위치와 본래의 진행로를 알 수 있습니다. 순성길 여기저기에 있는 볼거리를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도 있구요. 아, 증강현실 기능도 있던데, 이건 안 써 봤네요.
위 그림이 이 앱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간략한 지도인데, 이걸로 갈 길을 잘 모르겠다 싶으면 위 그림 왼쪽 아래에 있는 까맣고 둥근 버튼을 눌러 보세요. 아래 그림과 같이 네이버 지도에 그려진 더 자세한 순성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앱을 켜서 지도 보기가 귀찮으시면, 사방을 잘 둘러보시지요. 아래와 같은 표지판들이 여기저기 잘 설치되어 있답니다.
특히, 시내 구간의 바닥을 잘 보시면 아래 사진과 같은 표지가 보도블럭 사이사이에 박혀 있습니다. 이게 보이면 안심하고 그 길을 계속 가시면 됩니다.
인왕산에서 내려와 남대문을 향하는 길에 정동길을 통과하여야 하는데요, 지도를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곽이 남아있지 않은 구간이라 요기가 약간 길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왼쪽 아래에 있는 강북삼성병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서 경향신문사를 지나 정동극장 앞 사거리에 도착하시면 바로 우회전하신 후, 배재학당 방향으로 다시 우회전하시면 됩니다.
순성놀이 계획을 잡을 때 어디서 출발하고, 또 어느 방향으로 돌면 좋을까요.
물론 출발점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그리고 교통편이 편한 곳으로 잡으시면 될 텐데요, 그 외에 따져봐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북악산의 경우 청와대를 경비하는 구역이기 때문에 산 중턱에 있는 말바위 안내소에 오후 3시까지는 도착하여 신분증을 제시하고 통행표찰을 받으셔야 통과가 가능합니다.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이곳에 3시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도성 순성길은 기본적으로 북악산(342m), 인왕산(338m), 남산(262m), 낙산(125m) 등 네 군데의 산 정상을 넘나드는 코스인데, 이 중 북악산과 인왕산이 특히 급경사가 많아 등정이 만만찮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오르기 수월한 남산과 낙산을 먼저 오른 다음 나중에 북악산과 인왕산을 넘으려면 꽤나 힘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는 방향과 관련해서는, 저는 반시계 방향으로만 돌아봐서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창의문에서 북악산으로 오르는 길과 국립극장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길이 짧지만 경사가 매우 급한 편이고, 강북삼성병원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과 광희문에서 반얀트리 호텔까지의 길이 경사는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오르막이 길게 이어져 있어 힘도 들고 지루한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계 방향보다는 반시계 방향이 걷기에는 좀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왕산에서 남산을 바라보며 내려올 때 보이는 장쾌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도 이 방향이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월요일은 반드시 피하시기 바랍니다. 북악산과 인왕산은 매주 월요일에는 입산이 금지된답니다. 이 역시 경비구역인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처음에 멋모르고 모처럼 월요일에 휴가까지 내고 도성 순성을 시도했다가, 대참사를 겪고 말았습니다. 남산부터 시작해 낙산을 지나 북악산 중턱 말바위 안내소까지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굳게 닫힌 성곽 길을 확인하게 되었거든요. 휴가까지 내고 왔는데 여기서 그대로 포기할 순 없어 바로 삼청공원 쪽으로 하산해서 삼청동 길과 청와대 앞길을 통과해 북악산을 건너뛰고 인왕산 등정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인왕산 입구에 다다라, 역시 눈 앞에 가로막힌 등산로를 어찌할 수 없어 일정을 도중에 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꼭 미리 입산금지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북악산에 갈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사실도요.
대부분의 성곽길은 탐방로가 거의 한 길로 정해져 있지만, 외성길과 내성길이라는 표현으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구간도 있습니다. 외성길은 성곽 바깥으로 난 길을, 내성길은 성곽 안쪽으로 난 길을 말하는데요, 성곽 안쪽에서 그 바깥의 풍경을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저의 경우 높다란 성곽 자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외성길이 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동대문에서 낙산을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표지판인데요, 이 구간은 외성길보다는 내성길로 가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멋없는 축대를 사이에 두고 성곽이 외성길과는 약간 떨어져 있어 성곽을 감상하기가 그다지 편리하지 않고, 조금 올라가다 보면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마을이 성곽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이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서도 내성길이 보다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낙산 중턱에 있는 이화마을부터 정상부에 있는 낙산공원까지도 마찬가지로 내성길을 따라 그대로 올라간 후,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낙산공원의 암문을 통해 외성길로 빠져 나오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이 외성길을 따라 낙산 구간의 하이라이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인왕산에서 내성길을 따라 강북삼성병원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중간에 차도, 즉 인왕산 자락길을 만나게 되는데요, 여기서도 외성길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즉, 이 차도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아래 사진과 같이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나무계단을 볼 수 있고, 이 계단으로 내려가면 외성길을 따라 성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남산 구간에서도 멋진 외성길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남산타워가 있는 정상에서 국립극장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넓은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요, 여기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으로 난 샛길로 가보시지요. 아래 사진이 역광에서 찍은 거라 잘 안 보이실 텐데, 오른쪽 건물이 세븐일레븐이 있는 건물이고 그 왼쪽 옆에 밑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은 아름다운 외성길이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 길에서는 주로 태조 시대에 처음 도성을 쌓았을 때의 성곽을 만날 수 있는데요, 아래 사진과 같은 '각자석'도 볼 수 있습니다. 성곽 아랫 부분에 하나씩 끼워져 있는데, 이 구간 공사 감독자의 실명이 적힌 돌입니다.
짧지만 조용하고 걷기 좋은 길이 끝나면 관광버스들이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차도가 다시 나오면서 일단 성곽길이 끊깁니다. 이때 주의하셔야 하는 게, 차도를 따라 그냥 내려 가시거나 아래 사진과 같이 저 멀리 성곽 끝에 보이는 철탑 쪽으로 가시면 안 되구요, 더 아래 사진과 같이 다시 남산타워를 바라보고 위쪽으로 100미터 정도 올라가셔야 합니다. 그러면 오른쪽에 다시 순성길이 기다리고 있을 거구요.
마냥 걷는 데만 집중하느라, 순성길 중간중간에 있는 볼거리를 놓치시면 안 됩니다. 몇 가지 볼거리를 말씀드리지요.
광희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거쳐 동대문으로 가실 때, 반드시 디자인플라자 앞쪽이 아니라 뒷쪽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쪽이 아니라 동쪽으로 가시라는 얘기입니다. 서쪽으로 가면 동대문만 바라보고 가다 자칫 이간수문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간수문은 수십년 동안 동대문운동장 밑에 묻혀 있다가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면서 비로소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청계천 지류가 도성 성곽 밑을 통과하는 문입니다. 이간수문은 아치가 두 개 뿐이지만, 청계천 본류가 성곽을 통과하는 문은 아치가 다섯 개, 즉 오간수문이라고 하지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보시면 훨씬 더 웅장하고 우직스런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이간수문을 처음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었는데요, 마치 영화 '퍼시픽 림'에 나오는, 단순무식 돌쇠처럼 생겨서 오히려 매력적인 로봇 '체르노 알파'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혜화문을 내려오자마자 현재 명칭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인 옛 서울시장 공관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2층 단독주택이고, 한양도성 순성에 대한 역사도 잠시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건물이 도성 성곽을 축대 겸 담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곽 살짝 안쪽에 위치해 있는 셈이지요.
아래 사진은 혜화문에서 내려오자마자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이 축대 위에 옛 서울시장 공관이 얹어져 있습니다. 이 공관을 방문하려면 왼쪽으로 가시면 되고, 방문을 마치고 다시 북악산 방향으로 길을 가시려면 이곳으로 되돌아와 사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시면 됩니다.
또 인왕산에서 남대문 방향으로 내려오면, 아래 사진과 같이 홍난파 선생이 살던 집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말엔 이곳도 쉬네요. 밖에서만 봐도 이쁩니다.
이렇게 긴 도성을 한 바퀴 돌려면 도중에 식사도 한번쯤 하셔야겠죠. 가급적 시간 절약, 다리품 절약을 위해 순성길에서 가까운 곳이 좋겠구요.
제가 이용해 본 곳은, 창의문 바로 밑에 위치한 '자하손만두'(원래 유명한 곳이기도 했지만 미슐랭 가이드 빕구르망 편 선정으로 다시금 유명세를 떨쳤죠), 광희문 근처에 위치한 '장충동 평양면옥'(유명한 평양냉면 계열 중 장충동 계열을 대표하는 곳이죠)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결론은 "한양도성을 하루에 전부 다 도는 것은 무리이다"입니다.
몸도 많이 힘들지만, 마음도 많이 바쁜 일정입니다. 북악산, 인왕산, 남산 구간은 그냥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등산과 똑같기 때문에 평소 등산을 안 하시는 분들에겐 힘만 드는 일정일 수 있습니다.
등산이 그다지 썩 내키지 않는 분들을 위해 제가 적당한 코스를 추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반얀트리 호텔부터 시작해서 광희문과 동대문을 거쳐 낙산에 올랐다 혜화문을 지나 옛 서울시장 공관에서 마무리하는 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내리막이 많아 그다지 힘들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모양의 성곽이 남아있고 멀리 보이는 장대한 북한산 봉우리들과 조용한 주택가 풍경을 계속 볼 수 있는 명품 구간입니다. 한 마디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등산이라면 딱 질색을 하는 가족들과 조만간 꼭 다시 가볼까 합니다.
반얀트리 호텔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엔 좀 불편하니,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남산을 케이블카나 버스를 타고 올라간 다음 성곽길을 따라 걸어내려와 반얀트리 호텔을 만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습니다.
모쪼록 모두들 헛걸음하지 않고 즐거운 순성놀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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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서울엔 산길과 동네길이 이어지며 풍경과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양도성 순성길'로, 서울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한양도성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길입니다. 도성 성곽이 남대문, 남산, 동대문, 낙산, 혜화문, 북악산, 인왕산을 오르락내리락 죽 연결하고 있는데, 전체 길이가 18.6km 정도라고 합니다. 성곽의 많은 부분이 일제시대에 헐렸지만, 그동안 상당 부분을 복원해 오면서 현재 13km 정도 길이의 성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http://seoulcitywall.seoul.go.kr/front/kor/sub02/sub0205.do] |
조선시대부터 이 도성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순성놀이'라고 하며 즐겼다고 하기에, 저도 한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제가 하루에 한꺼번에 돌아보니 잠시 밥 먹고 쉬는 시간까지 합해 7시간 반 정도가 걸리더군요. 바로 어제 두 번째 만의 도전 끝에 하루 한 바퀴의 순성놀이에 성공하였는데요, 처음 순성놀이를 시도했을 때는 여러 실수를 거듭하는 바람에 이걸 제대로 마칠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에서 한양도성 순성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여러 경험담과 후기들을 통해서도 역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구요. 그런데도 까딱 잘못하면 순성을 아예 진행하지 못하거나 즐길거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순간의 실수로 이 좋은 여행에 펑크를 낼 분이 계실지 몰라, 제 실수담을 토대로 꼭 유의해야 할 내용만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유의사항 외에 위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에서 코스 전체의 정보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출발하기 전에 스마트폰에 서울시에서 만든 '한양도성' 앱을 설치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앱에는 여러 기능이 있지만, 무엇보다 지도 보기 기능이 매우 유용합니다. 길이 애매한 곳, 특히 성곽이 복원되지 않은 시내 구간의 경우 갈림길을 만나 어디로 가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 앱의 지도를 불러서 자신이 있는 위치와 본래의 진행로를 알 수 있습니다. 순성길 여기저기에 있는 볼거리를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도 있구요. 아, 증강현실 기능도 있던데, 이건 안 써 봤네요.
위 그림이 이 앱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간략한 지도인데, 이걸로 갈 길을 잘 모르겠다 싶으면 위 그림 왼쪽 아래에 있는 까맣고 둥근 버튼을 눌러 보세요. 아래 그림과 같이 네이버 지도에 그려진 더 자세한 순성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앱을 켜서 지도 보기가 귀찮으시면, 사방을 잘 둘러보시지요. 아래와 같은 표지판들이 여기저기 잘 설치되어 있답니다.
특히, 시내 구간의 바닥을 잘 보시면 아래 사진과 같은 표지가 보도블럭 사이사이에 박혀 있습니다. 이게 보이면 안심하고 그 길을 계속 가시면 됩니다.
인왕산에서 내려와 남대문을 향하는 길에 정동길을 통과하여야 하는데요, 지도를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곽이 남아있지 않은 구간이라 요기가 약간 길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왼쪽 아래에 있는 강북삼성병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서 경향신문사를 지나 정동극장 앞 사거리에 도착하시면 바로 우회전하신 후, 배재학당 방향으로 다시 우회전하시면 됩니다.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 방향으로 빨간 선을 따라가 보세요] |
순성놀이 계획을 잡을 때 어디서 출발하고, 또 어느 방향으로 돌면 좋을까요.
물론 출발점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그리고 교통편이 편한 곳으로 잡으시면 될 텐데요, 그 외에 따져봐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북악산의 경우 청와대를 경비하는 구역이기 때문에 산 중턱에 있는 말바위 안내소에 오후 3시까지는 도착하여 신분증을 제시하고 통행표찰을 받으셔야 통과가 가능합니다.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이곳에 3시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도성 순성길은 기본적으로 북악산(342m), 인왕산(338m), 남산(262m), 낙산(125m) 등 네 군데의 산 정상을 넘나드는 코스인데, 이 중 북악산과 인왕산이 특히 급경사가 많아 등정이 만만찮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오르기 수월한 남산과 낙산을 먼저 오른 다음 나중에 북악산과 인왕산을 넘으려면 꽤나 힘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는 방향과 관련해서는, 저는 반시계 방향으로만 돌아봐서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창의문에서 북악산으로 오르는 길과 국립극장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길이 짧지만 경사가 매우 급한 편이고, 강북삼성병원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과 광희문에서 반얀트리 호텔까지의 길이 경사는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오르막이 길게 이어져 있어 힘도 들고 지루한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계 방향보다는 반시계 방향이 걷기에는 좀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왕산에서 남산을 바라보며 내려올 때 보이는 장쾌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도 이 방향이 좋아 보입니다.
[남산을 바라보며 인왕산을 내려오는 길. 한양도성 순성길 최고의 장관입니다] |
그리고 월요일은 반드시 피하시기 바랍니다. 북악산과 인왕산은 매주 월요일에는 입산이 금지된답니다. 이 역시 경비구역인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처음에 멋모르고 모처럼 월요일에 휴가까지 내고 도성 순성을 시도했다가, 대참사를 겪고 말았습니다. 남산부터 시작해 낙산을 지나 북악산 중턱 말바위 안내소까지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굳게 닫힌 성곽 길을 확인하게 되었거든요. 휴가까지 내고 왔는데 여기서 그대로 포기할 순 없어 바로 삼청공원 쪽으로 하산해서 삼청동 길과 청와대 앞길을 통과해 북악산을 건너뛰고 인왕산 등정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인왕산 입구에 다다라, 역시 눈 앞에 가로막힌 등산로를 어찌할 수 없어 일정을 도중에 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꼭 미리 입산금지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북악산에 갈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사실도요.
대부분의 성곽길은 탐방로가 거의 한 길로 정해져 있지만, 외성길과 내성길이라는 표현으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구간도 있습니다. 외성길은 성곽 바깥으로 난 길을, 내성길은 성곽 안쪽으로 난 길을 말하는데요, 성곽 안쪽에서 그 바깥의 풍경을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저의 경우 높다란 성곽 자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외성길이 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동대문에서 낙산을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표지판인데요, 이 구간은 외성길보다는 내성길로 가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멋없는 축대를 사이에 두고 성곽이 외성길과는 약간 떨어져 있어 성곽을 감상하기가 그다지 편리하지 않고, 조금 올라가다 보면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마을이 성곽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이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서도 내성길이 보다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낙산 중턱에 있는 이화마을부터 정상부에 있는 낙산공원까지도 마찬가지로 내성길을 따라 그대로 올라간 후,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낙산공원의 암문을 통해 외성길로 빠져 나오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이 외성길을 따라 낙산 구간의 하이라이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인왕산에서 내성길을 따라 강북삼성병원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중간에 차도, 즉 인왕산 자락길을 만나게 되는데요, 여기서도 외성길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즉, 이 차도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아래 사진과 같이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나무계단을 볼 수 있고, 이 계단으로 내려가면 외성길을 따라 성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남산 구간에서도 멋진 외성길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남산타워가 있는 정상에서 국립극장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넓은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요, 여기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으로 난 샛길로 가보시지요. 아래 사진이 역광에서 찍은 거라 잘 안 보이실 텐데, 오른쪽 건물이 세븐일레븐이 있는 건물이고 그 왼쪽 옆에 밑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은 아름다운 외성길이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 길에서는 주로 태조 시대에 처음 도성을 쌓았을 때의 성곽을 만날 수 있는데요, 아래 사진과 같은 '각자석'도 볼 수 있습니다. 성곽 아랫 부분에 하나씩 끼워져 있는데, 이 구간 공사 감독자의 실명이 적힌 돌입니다.
짧지만 조용하고 걷기 좋은 길이 끝나면 관광버스들이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차도가 다시 나오면서 일단 성곽길이 끊깁니다. 이때 주의하셔야 하는 게, 차도를 따라 그냥 내려 가시거나 아래 사진과 같이 저 멀리 성곽 끝에 보이는 철탑 쪽으로 가시면 안 되구요, 더 아래 사진과 같이 다시 남산타워를 바라보고 위쪽으로 100미터 정도 올라가셔야 합니다. 그러면 오른쪽에 다시 순성길이 기다리고 있을 거구요.
마냥 걷는 데만 집중하느라, 순성길 중간중간에 있는 볼거리를 놓치시면 안 됩니다. 몇 가지 볼거리를 말씀드리지요.
광희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거쳐 동대문으로 가실 때, 반드시 디자인플라자 앞쪽이 아니라 뒷쪽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쪽이 아니라 동쪽으로 가시라는 얘기입니다. 서쪽으로 가면 동대문만 바라보고 가다 자칫 이간수문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간수문은 수십년 동안 동대문운동장 밑에 묻혀 있다가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면서 비로소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청계천 지류가 도성 성곽 밑을 통과하는 문입니다. 이간수문은 아치가 두 개 뿐이지만, 청계천 본류가 성곽을 통과하는 문은 아치가 다섯 개, 즉 오간수문이라고 하지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보시면 훨씬 더 웅장하고 우직스런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이간수문을 처음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었는데요, 마치 영화 '퍼시픽 림'에 나오는, 단순무식 돌쇠처럼 생겨서 오히려 매력적인 로봇 '체르노 알파'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혜화문을 내려오자마자 현재 명칭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인 옛 서울시장 공관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2층 단독주택이고, 한양도성 순성에 대한 역사도 잠시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건물이 도성 성곽을 축대 겸 담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곽 살짝 안쪽에 위치해 있는 셈이지요.
아래 사진은 혜화문에서 내려오자마자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이 축대 위에 옛 서울시장 공관이 얹어져 있습니다. 이 공관을 방문하려면 왼쪽으로 가시면 되고, 방문을 마치고 다시 북악산 방향으로 길을 가시려면 이곳으로 되돌아와 사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시면 됩니다.
또 인왕산에서 남대문 방향으로 내려오면, 아래 사진과 같이 홍난파 선생이 살던 집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말엔 이곳도 쉬네요. 밖에서만 봐도 이쁩니다.
이렇게 긴 도성을 한 바퀴 돌려면 도중에 식사도 한번쯤 하셔야겠죠. 가급적 시간 절약, 다리품 절약을 위해 순성길에서 가까운 곳이 좋겠구요.
제가 이용해 본 곳은, 창의문 바로 밑에 위치한 '자하손만두'(원래 유명한 곳이기도 했지만 미슐랭 가이드 빕구르망 편 선정으로 다시금 유명세를 떨쳤죠), 광희문 근처에 위치한 '장충동 평양면옥'(유명한 평양냉면 계열 중 장충동 계열을 대표하는 곳이죠)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결론은 "한양도성을 하루에 전부 다 도는 것은 무리이다"입니다.
몸도 많이 힘들지만, 마음도 많이 바쁜 일정입니다. 북악산, 인왕산, 남산 구간은 그냥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등산과 똑같기 때문에 평소 등산을 안 하시는 분들에겐 힘만 드는 일정일 수 있습니다.
등산이 그다지 썩 내키지 않는 분들을 위해 제가 적당한 코스를 추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반얀트리 호텔부터 시작해서 광희문과 동대문을 거쳐 낙산에 올랐다 혜화문을 지나 옛 서울시장 공관에서 마무리하는 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내리막이 많아 그다지 힘들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모양의 성곽이 남아있고 멀리 보이는 장대한 북한산 봉우리들과 조용한 주택가 풍경을 계속 볼 수 있는 명품 구간입니다. 한 마디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등산이라면 딱 질색을 하는 가족들과 조만간 꼭 다시 가볼까 합니다.
반얀트리 호텔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엔 좀 불편하니,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남산을 케이블카나 버스를 타고 올라간 다음 성곽길을 따라 걸어내려와 반얀트리 호텔을 만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습니다.
[오른쪽 파란색 선으로 표시한 길이 제 추천 코스입니다] |
모쪼록 모두들 헛걸음하지 않고 즐거운 순성놀이 되시기 바랍니다.
2018년 10월 9일 화요일
가짜 뉴스, fake news는 프랑스어로 뭐라고 부를까요?
언젠가부터 '가짜 뉴스'라는 말을 흔히 쓰고 있습니다. 'fake news'를 번역한 말인데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가짜 뉴스가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 많고, 하루가 멀다 하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할 수 있습니다.
2018년 10월 4일자 르몽드지의 기사 "« Fake news » se dira « infox » en français(« Fake news »는 프랑스어로 « infox »로 부르게 될 것이다)"를 한 번 보겠습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원래 프랑스에서도 그대로 'fake news'로 부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La commission d’enrichissement de la langue française', 직역하면 '프랑스 어휘 풍부화 위원회'? 적절한 번역말이 바로 떠오르진 않네요. 아무튼 이 위원회에서 이제부터는 'fake news'를 'information fallacieuse'(허위 정보 또는 거짓 정보)로 부르거나 아니면 아예 신조어인 'infox'로 부를 것을 모든 행정기관에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신조어 'infox'는 '정보'를 뜻하는 'information'과 '기만'을 뜻하는 'intoxication'을 합성한 말이구요.
'가짜 뉴스'라는 우리 용어와 관련해서, 나무위키 글을 찾아보니 '가짜 뉴스' 보다는 '사기성 뉴스'나 '기만성 뉴스'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상 한글날 기념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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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보도들을 보면 이런 현상은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프랑스에서는 'fake news'를 뭐라고 부를까요?
이 기사에 의하면 원래 프랑스에서도 그대로 'fake news'로 부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La commission d’enrichissement de la langue française', 직역하면 '프랑스 어휘 풍부화 위원회'? 적절한 번역말이 바로 떠오르진 않네요. 아무튼 이 위원회에서 이제부터는 'fake news'를 'information fallacieuse'(허위 정보 또는 거짓 정보)로 부르거나 아니면 아예 신조어인 'infox'로 부를 것을 모든 행정기관에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신조어 'infox'는 '정보'를 뜻하는 'information'과 '기만'을 뜻하는 'intoxication'을 합성한 말이구요.
'가짜 뉴스'라는 우리 용어와 관련해서, 나무위키 글을 찾아보니 '가짜 뉴스' 보다는 '사기성 뉴스'나 '기만성 뉴스'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상 한글날 기념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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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목사님이 설교 중에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성경에는 별의별 직업인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그 중엔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바로 사도 바울이 원래 검사였다는 겁니다. 바울이 검사라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말이라 의아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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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9. 어제 프랑스 법무부 사이트에 뜬 기사에 의하면 프랑스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금융전담 검찰을 창설하는 법안을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대형 금융범죄, 탈세, 수뢰범죄 등을 단속하기 위해 금융전담 검찰을 창설하고, 이는 파리지방검찰청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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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동네에 있는 흔한 파스타 집에서도 '식전빵'이란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에피타이저든 주요리든 뭔가가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발사믹을 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나오는 빵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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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0일에 " 프랑스 금융전담 검찰 창설 "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법무부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전국의 대형 금융사건을 전담수사하는 '금융전담 검찰'을 창설하는 법안을 제안하였다는 내용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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