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4일 일요일
프랑스 조서 관련 트윗 소개(Procès Verbal)
저는 트위터에서 몇몇 프랑스 법조인들을 팔로하고 있는데요. 평소 트위터를 자주 보지도 않고, 어쩌다 타임라인을 보더라도 그다지 남의 나라 말 해석하고 있긴 귀찮아 프랑스 말이나 미국 말로 쓰여있는 트윗은 그냥 건너뛰기 마련인데, 어느날 문득 프랑스 사람들 트윗에서 'PVstyle'이라는 태그가 눈에 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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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는 Procès Verbal의 준말이고 이는 프랑스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하면서 작성하는 조서를 말하는데, 대개 수사관의 질문과 그에 대한 피의자나 참고인의 대답을 문답 형태로 적고 있습니다. 주로 프랑스 변호사들이 자신들이 사건 때문에 접하게 된 조서의 내용 중 재미있는 내용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트윗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문답만 소개한 것도 있고, 아예 조서 사본 중 일부를 사진 찍어 보여주는 것도 있네요. 물론 당사자의 이름 같은 것은 가린 상태이지요.
그런 태그를 달고 있는 트윗이 꽤 많은데, 단지 재미삼아 이런 조서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아마도 그다지 스마트해 보이지 않는 질문을 하고 있거나 엉뚱한 내용을 조서에 적고 있는 수사관에 대한 야유, 또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피의자에 대한 조롱 삼아 이런 트윗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밀행성 원칙', 즉 수사보안이라는 측면, 그리고 변호사의 직무상 비밀 유지의무에 비추어 보았을 때,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의뢰인(국선이든 사선이든)에 대한 수사내용을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SNS 문화가 특히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분명히 문제될 소지가 다분하구요.
프랑스 사법제도의 소소한 단편들을 엿본다는 취지에서, 저도 재미삼아 최근에 뜬 몇 가지 트윗을 소개해 봅니다.
1. "Pour quelle raison avez vous conduit sans permis de conduire ?" - "Car je voulais conduire"
"무슨 이유로 면허도 없이 운전하였나요?" - "제가 운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3. "Pourquoi vous êtes-vous mis à fumer du cannabis?" -"Ch'sais pas… C'est comme pourquoi êtes-vous devenu policier?"
"당신은 왜 대마초를 피웠나요?" -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마치 당신이 왜 경찰관이 되었냐고 묻는 것과 같은 말이에요."
4. [이건 그냥 평범한 문답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조서에 어떤 문답이 기재되는지 보기 위해서]
'피의자에게 그가 갖고 있던 애플 아이폰5C를 제시하며'
"문 : 이 휴대폰은 어디서 난 것인가요?"
"답 : 제가 가게에서 120유로를 주고 산 것입니다."
"문 : 언제요?"
"답 : 10여 일 전에요, 금요일이었어요."
"문 : 확실한가요?"
"답 : 네, 확실합니다."
"문 :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 휴대폰이 도난신고되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겠어요?"
"답 : 저는 모르죠. 아마 그 휴대폰을 저에게 판 사람이 돈 때문에 곧바로 도난신고를 한 것 같아요."
"문 : 당신이 그 휴대폰을 훔친 거라고, 진실을 말하는 게 좋을 거에요."
"답 : 저는 그걸 훔치지 않았어요."
[프랑스 경찰도 이런 발뺌에 대해서는 자백하라는 말밖에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모양이네요. 프랑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 이런 종류의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자백하지 않고서는 재판에 보내 처벌을 받게 할 수 없습니다. 피의자가 도난신고된 휴대폰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가 이걸 훔쳤다는 사실까지 입증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5. "Comment expliquez-vous la présence de cette drogue dans votre intestin?" - "Moi aussi, j'aimerais comprendre!"
"당신의 위장에서 나온 이 약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 "저 역시,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어요."
6. 트윗 내용 : [Ça commence bien !(시작은 좋다!)]
[조서의 첫머리 부분인데, 원래 'Procès Verbal'이라고 써야 할 것을 'Procès Verbale'이라고 'e' 하나 더 붙인 걸 발견했다고 좋아서 트윗을 했네요.]
막상 글로 쓰려고 보니 별로 재밌는 내용이 없네요. 앞으로 재밌는 트윗이 보이면 종종 이런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2014년 5월 11일 일요일
[독서일기] 미친듯이 심플
2014. 4. 문학동네사에서 출간한 "미친듯이 심플(Insanely Simple)". 오랫동안 애플사의 광고를 만들었던 Ken Segall이라는 광고기획자가 스티브 잡스와 겪었던 사례들을 토대로 '단순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책입니다.
지은이가 만든 유명한 애플의 광고로는 'Think Different'가 있고, 잡스의 애플 복귀 후 첫 번째 히트작을 'iMac'으로 네이밍함으로써 이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i' 시리즈가 계속되게 한 장본인도 바로 지은이라고 합니다.
전체적인 주제는 크고 복잡함을 지양하고 모든 일을 작고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예전 제 상사 중 한 분이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 한번에 한가지 일만 하자고 해야 한다"고 했던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작년 여름 어느 저명인사가 휴가 때 들고 갔다고 해서 언론에 등장한 '스마트한 생각들'이라는 책이 있는데, 저도 그 분을 따라하느라 그 책을 사서 휴가를 보내 보았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한 생각이 무려 52가지나 된다고 하기에, 좀 읽다가 도저히 머리에 다 입력이 되지 않아 그만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혹시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지 않거나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 재미있기보단 오히려 지루한 내용의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책 분량이나 깊이가 책 제목을 따라가느라 그런 건지 다소 심플한 편이고, 저자의 글쓰기 솜씨가 그리 탁월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군데군데 공감가는 부분들이 있어 저는 순식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 내용 중 제가 하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특히 공감이 갔던 부분을 일부 나열해 봅니다.
1. "복잡함은 주로 손쉬운 탈출구를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참석자가 많은 회의에서는 말없이 앉아 있는 사람도 많고 로리 같은 사람(필자 주 : 굳이 참석할 필요 없는 사람)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또 우리 대부분은 예의 때문에라도 이런 자리에서 대놓고 누군가를 공격하길 꺼린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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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만든 유명한 애플의 광고로는 'Think Different'가 있고, 잡스의 애플 복귀 후 첫 번째 히트작을 'iMac'으로 네이밍함으로써 이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i' 시리즈가 계속되게 한 장본인도 바로 지은이라고 합니다.
전체적인 주제는 크고 복잡함을 지양하고 모든 일을 작고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예전 제 상사 중 한 분이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 한번에 한가지 일만 하자고 해야 한다"고 했던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작년 여름 어느 저명인사가 휴가 때 들고 갔다고 해서 언론에 등장한 '스마트한 생각들'이라는 책이 있는데, 저도 그 분을 따라하느라 그 책을 사서 휴가를 보내 보았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한 생각이 무려 52가지나 된다고 하기에, 좀 읽다가 도저히 머리에 다 입력이 되지 않아 그만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혹시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지 않거나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 재미있기보단 오히려 지루한 내용의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책 분량이나 깊이가 책 제목을 따라가느라 그런 건지 다소 심플한 편이고, 저자의 글쓰기 솜씨가 그리 탁월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군데군데 공감가는 부분들이 있어 저는 순식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 "복잡함은 주로 손쉬운 탈출구를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참석자가 많은 회의에서는 말없이 앉아 있는 사람도 많고 로리 같은 사람(필자 주 : 굳이 참석할 필요 없는 사람)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또 우리 대부분은 예의 때문에라도 이런 자리에서 대놓고 누군가를 공격하길 꺼린다." [60쪽]
- [제 생각] 대낮에 노상에서 누군가 봉변을 당하고 있는 장면을 본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니 굳이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나서서 저 상황을 해결하겠지 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러한 상황을 다수가 수수방관하게 된다고 하지요.
2. "회의는 협력적으로 성과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회의가 잦거나 참석 인원이 많다면 뛰어난 직원들이 지닌 창의적 에너지를 고갈시킬 수도 있다." [63쪽]
5. "세 마디면 끝날 일을 두고 20개의 슬라이드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잡스를 괴롭게 했다. 그 많은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보다 솔직한 이야기와 가공되지 않은 자료를 선호했다. 프레젠테이션이 화려하다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알맹이를 실제보다 부풀려 포장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기 때문이었다. 바꾸어 말해 아이디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그 아이디어를 포장하는 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223쪽]
6. "단순함은 시간을 끌지 않는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느라 공들인 시간들을 모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프레젠테이션 내용 중 상당수는 불필요한 것들이다. 말을 많이 할수록 자신이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 반대가 진실에 더 가깝다. 간결하게 소통하는 사람들이 더 똑똑해 보일 뿐 아니라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자들에게 인정받기도 쉽다." [230쪽]
2. "회의는 협력적으로 성과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회의가 잦거나 참석 인원이 많다면 뛰어난 직원들이 지닌 창의적 에너지를 고갈시킬 수도 있다." [63쪽]
- [제 생각]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혜안이 부족하거나 리더십이 부족한 리더일수록 불필요한 회의를 자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싶습니다.
3. "2010년 디지털 컨퍼런스에서 잡스는 애플 내부 구조의 한 단면을 소개했다. "애플에 위원회가 몇 개나 있는지 아십니까?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창업 회사처럼 조직되어 있습니다. 이 지구에서 가장 큰 창업 회사지요." 잡스가 단순함이라는 가치에 정성을 쏟은 것은, 거꾸로 말하면 복잡한 위계질서를 그만큼 싫어했다는 뜻이다." [67쪽]
- [제 생각] 위계질서 자체가 나쁜 건 아니겠지만, 너무 다단계인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실무자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결재단계를 축소하는 게 결국 앞으로의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4. "인텔과 일할 때는 프레젠테이션과 토론을 거듭하며 내용을 수정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따랐다. 애플과의 가장 큰 차이라면, 한번의 회의를 끝낸 것이 그저 다음 회의에서 윗사람들에게 보고할 자격을 얻은 것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윗사람이 이전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런 조직에서는 하급자들이 지나치게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경향이 있다." [87쪽]
- [제 생각] 결정권자가 실무자로부터 직접 들어봐야 판단이 가능한 리서치가 있는데, 이런 것마저도 결재단계가 있다는 이유로, 아니면 결정권자가 바쁘다는 이유로 직접 들어보려 하지 않고 꼭 중간간부들이 한번 거르고 요약한 것만 보고받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5. "세 마디면 끝날 일을 두고 20개의 슬라이드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잡스를 괴롭게 했다. 그 많은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보다 솔직한 이야기와 가공되지 않은 자료를 선호했다. 프레젠테이션이 화려하다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알맹이를 실제보다 부풀려 포장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기 때문이었다. 바꾸어 말해 아이디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그 아이디어를 포장하는 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223쪽]
- [제 생각] 우리 대부분은 정말 바쁘게 삽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저의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상급자, 동료, 하급자를 보면 정말 화가 납니다.
6. "단순함은 시간을 끌지 않는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느라 공들인 시간들을 모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프레젠테이션 내용 중 상당수는 불필요한 것들이다. 말을 많이 할수록 자신이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 반대가 진실에 더 가깝다. 간결하게 소통하는 사람들이 더 똑똑해 보일 뿐 아니라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자들에게 인정받기도 쉽다." [230쪽]
- [제 생각] TED,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공연히 시간을 끌고 들으나마나 한 얘기로 내용 대부분을 채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훈련이 된 사람들도 그럴진대, 프레젠테이션은 중요하지만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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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목사님이 설교 중에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성경에는 별의별 직업인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그 중엔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바로 사도 바울이 원래 검사였다는 겁니다. 바울이 검사라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말이라 의아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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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9. 어제 프랑스 법무부 사이트에 뜬 기사에 의하면 프랑스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금융전담 검찰을 창설하는 법안을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대형 금융범죄, 탈세, 수뢰범죄 등을 단속하기 위해 금융전담 검찰을 창설하고, 이는 파리지방검찰청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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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동네에 있는 흔한 파스타 집에서도 '식전빵'이란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에피타이저든 주요리든 뭔가가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발사믹을 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나오는 빵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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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0일에 " 프랑스 금융전담 검찰 창설 "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법무부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전국의 대형 금융사건을 전담수사하는 '금융전담 검찰'을 창설하는 법안을 제안하였다는 내용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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