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8일 일요일
강사가 피하면 좋을 말
살다 보면, 일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강의를 들을 때가 흔히 있습니다. 여러 다양한 강사 분들을 접하면서, 강사 분들이 강의 때 이런 말은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짧게 적어봅니다.1. "우리 때는(옛날에는) ~~~했다”, “그런데 지금은(요새는) ~~~한다”
과거를 긍정적으로, 현재를 부정적으로 그리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특히 강사가 수강생과 연배나 경력에 차이가 좀 많이 나는 경우에 이런 말을 하시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요, 이런 말 들으면 수강생들은 급격히 강의에 집중력을 잃게 됩니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 아니겠습니까. 세상이 얼마나 순식간에 확확 바뀌는데요. 지금 세상에 다시 예전처럼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2. "최고의 강사는 강의를 늦게 시작하고 일찍 마치는 강사이다"
머, 꼭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단 너무 구린 말이잖아요. 강사 열 명 중 서너 분은 꼭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너무 자주 들어서 이젠 너무 질리거든요.
그리고 사실 이거 틀린 말이에요. 요새 사람들은 옛날 분들처럼 시간만 적당히 때우려고 강의에 오는 게 아니에요. 강의에서 정말로 뭔가를 얻어가려고 작정하고 오는 거거든요. 그래서 강의의 퀄리티가 높아야 하고, 컨텐츠가 좋아야 해요. 이게 제일 중요한 거고, 이거 충족 안 되면 곤란해요. 즉, 최고의 강사는 "강의를 잘하는 강사이다"여야 하는 거에요.
3. "왜 질문 없어요?"
흔히 강의 말미에 Q&A 시간이 있곤 하죠. 그런데 질문하는 수강생은 좀처럼 흔치 않죠. 수강생 입장에서, 나는 질문할 거 없지만 강사 민망하지 않게 누군가 예의상 질문 하나 해주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한데, 역시 질문하는 사람 흔치 않죠. 그러고 있는데, 강사가 질문 안 하는 너네 문제다 라는 뉘앙스로 "왜 질문 없어요?"라고 하면 기분이 살짝 상하기도 해요. 이런 분들 중엔 강의 끝나고 강의 주최자 측에 수강생들의 소극성이나 무신경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훌륭한 강의를 듣고도 질문 하나 없는 게 물론 수강생들의 소극성이나 무신경에 따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 내용이 별로여서 질문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 것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강사 분의 개인적인 캐릭터가 수강생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여 그런 것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요. 쉽게 수강생들만의 문제로 돌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경우로, "이렇게 반응 없는 청중은 처음(또는 오랜만)입니다"라는 취지의 강사 멘트가 있습니다. 이 경우도 자기 잘못은 생각 안 하고 수강생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수강생을 기분 나쁘게 하는 멘트입니다.
비슷한 경우로, "이렇게 반응 없는 청중은 처음(또는 오랜만)입니다"라는 취지의 강사 멘트가 있습니다. 이 경우도 자기 잘못은 생각 안 하고 수강생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수강생을 기분 나쁘게 하는 멘트입니다.
얼마 전에 고위공무원을 지낸 60대 강사 분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강의 후 이례적으로 많은 질문이 쏟아졌고 질문하고 답변하는 분위기도 무척 훈훈했습니다. 강의 내용은 그럭저럭 평타 수준이었는데, 강사 분의 개인적인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수강생들의 공감도 쉽게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아무런 거부감이나 거리감 없이 자발적으로 질문 대열에 나섰던 것이었습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아, 사람들이 질문 안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였구나"라는 인사이트를 얻었더랬습니다.
항상 편하게 강의를 듣기만 하는 주제에, 강의하시는 분들의 애로사항은 배려하지 않은 채 주제넘은 말만 늘어놓아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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