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3일 화요일
[성경] 도피성(Cities of Refuge)
오늘은 성경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민수기에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 민수기 35장, 신명기 19장, 여호수아서 20장에는 '도피성'에 관한 유대인 사회의 규약이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의 도피성은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이 도피할 수 있는 마을, 영어로는 Cities of Refuge라고 합니다.
이 세 책이 저술된 시점은 기원전 1,400년경이라고 합니다. 성경에 있는 내용을 수천 년이 지난 지금의 기준과 관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도피성에 관한 내용을 보면 그때 이미 지금 기준에서 보더라도 매우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형태의 법의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책이 저술된 시점은 기원전 1,400년경이라고 합니다. 성경에 있는 내용을 수천 년이 지난 지금의 기준과 관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도피성에 관한 내용을 보면 그때 이미 지금 기준에서 보더라도 매우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형태의 법의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민수기 35장 9절부터 34절에 있는 도피성 규약을 보면서, 가벼운 코멘트를 달아보겠습니다. 여기 옮겨적은 성경 번역본은 두란노의 '우리말성경'입니다.
9절]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10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해 일러라. '너희가 요단 강을 건너 가나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11절] 성들 몇을 골라 도피성으로 삼으라. 그리고 실수로 사람을 죽인 사람이 그곳으로 피할 수 있도록 하라.
도피성에 들어갈 수 있는 범죄인은, 여러 죄 중에서도 실수로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이군요. 출애급기 21장 12절부터 14절까지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12절] 누구든 사람을 쳐 죽이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13절] 다만 의도적으로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그의 손에 넘겨주신 일이면 그는 내가 정해 놓은 곳으로 도망치게 해야 한다.
14절] 그러나 치밀한 계획 하에 죽인 것이면 그를 내 제단에서 끌어내어 죽여야 한다.
네,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달리 취급합니다.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사람은, 비록 지금 관점에서 볼 때 가혹하긴 하지만 자신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죽임을 당해야만 합니다. 생명을 내놓아야 하는 만큼 고의로 사람을 죽인 죄는 큰 죄라는 뜻이겠지요.
위 13절의 '내가 정해 놓은 곳'이 바로 도피성이고,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민수기 35장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고의로 그런 것이든 고의가 아니든, 가벼운 죄도 아니고 살인이라는 무겁디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굳이 도망갈 곳을 허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2절] 누구든 사람을 쳐 죽이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13절] 다만 의도적으로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그의 손에 넘겨주신 일이면 그는 내가 정해 놓은 곳으로 도망치게 해야 한다.
14절] 그러나 치밀한 계획 하에 죽인 것이면 그를 내 제단에서 끌어내어 죽여야 한다.
네,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달리 취급합니다.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사람은, 비록 지금 관점에서 볼 때 가혹하긴 하지만 자신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죽임을 당해야만 합니다. 생명을 내놓아야 하는 만큼 고의로 사람을 죽인 죄는 큰 죄라는 뜻이겠지요.
위 13절의 '내가 정해 놓은 곳'이 바로 도피성이고,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민수기 35장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고의로 그런 것이든 고의가 아니든, 가벼운 죄도 아니고 살인이라는 무겁디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굳이 도망갈 곳을 허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2절] 그곳은 복수하려는 사람에게서 도피할 곳이 될 것이다. 살인한 사람이 재판을 받기 위해 회중 앞에 서기 전까지 죽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아, 그렇군요. 아무리 살인을 한 죄인이라도 과실범의 경우에는 정식으로 회중(assembly) 앞에서 재판(trial)을 받고 합당한 처벌을 받기 전까지는 사사로운 복수의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군요. 현대의 법제도에서도 범죄인은 법에 정해진 공적 절차에 따라 국가에 의해 처벌을 받는 것이지 자력구제, 즉 피해자나 그 유족과 같은 일반 개인에 의해 임의로 벌을 받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13절] 너희가 줄 여섯 개의 성들은 너희를 위한 도피성이 될 것이다.
14절] 요단 강 이편에 세 개, 가나안 땅에 세 개의 성을 도피성으로 주라.
15절] 이 여섯 개의 성들은 이스라엘 자손들과 그 가운데 살고 있는 외국 사람들을 위한 도피성이 될 것이다. 누구든지 실수로 사람을 죽인 사람이 그곳으로 도피할 수 있게 하라.
도피성은 모든 살인자에게 허용된 제도가 아니라 '실수로 사람을 죽인 사람'이 그 대상입니다. 지금의 죄명으로 치면 '과실치사죄'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당시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살인범은 도피성 혜택을 받지 못하고 피해자의 유족 등에 의한 사적인 복수, 즉 자력구제가 허용되는 것일까요.
16절] 만약 어떤 사람이 철로 된 물건으로 사람을 쳤는데 그 사람이 죽게 됐다면 그는 살인자다. 그 살인자는 죽임을 당해야 한다.
철로 된 물건으로 사람을 쳤는데 그 사람이 죽게 됐다면, 이런 경우 무조건 살인죄가 성립하는 걸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범죄인에게 '살인의 고의'라는 것이 있는 상태에서 철로 된 물건으로 사람을 쳤어야만 합니다. 사람을 죽일 생각까지는 아니었고 단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아프게 하겠다는 정도의 생각만 갖고 철로 된 물건으로 친 것일 뿐인데 사람이 죽게 된 것이라면, 이는 상해나 폭행의 고의만 있는 상태에서 실수로 살인의 결과에 이르게 한 것이므로 살인죄가 아니라 폭행치사죄만 성립합니다.
그런데 실제의 상황에서는 과연 이 범죄인이 사람을 칠 때 살인의 고의로 한 것인지 아니면 상해나 폭행의 고의로 한 것인지, 제3자 입장에서는 판단하기 퍽 곤란합니다. 사람 마음 속이 어떠했는지를 어떻게 쉽게 알 수 있겠어요. 또한, 철로 된 물건은 그 재료의 성질상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힐 만한 위험한 물건인 점을 감안하여, 성경은 이런 물건으로 사람을 친 경우에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간주하는 것입니다. 설령 범죄인이 살인의 고의까지는 없었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런만큼 이런 물건으로는 사람을 치지 말라는 의미도 있는 것이겠지요.
17절] 만약 어떤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한 돌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그 돌로 사람을 쳐서 그 사람이 죽게 됐다면 그는 살인자다. 그 살인자는 죽임을 당해야 한다.
18절] 만약 어떤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한 나무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사람을 쳐서 그 사람이 죽게 됐다면 그는 살인자다. 그 살인자는 죽임을 당해야 한다.
19절] 그 피를 복수하는 사람이 그 살인자를 죽이도록 하라. 그가 그 살인자를 만나거든 죽이도록 하라.
돌이나 나무로 사람을 친 경우, 일반적인 돌이나 나무가 아니라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한' 위험한 돌이나 나무로 사람을 쳤다면 이 역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간주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한'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을 치는 경우라면, '어쩌면 이것에 맞아 이 사람이 죽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 사람이 죽어도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수한 채 그대로 그 행위를 진행한 것이므로 요샛말로 하면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역시 이런 위험한 물건으로는 사람을 치지 말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역시 이런 위험한 물건으로는 사람을 치지 말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 민수기 35장 19절을 보면, 이 당시에는 고의로 사람을 죽인 범죄인에 대해서는 공적인 재판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피해자의 유족과 같은 일반 개인이 사사로이 복수로써 징벌을 가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도피성으로 도망갈 수도 없고, 그냥 복수를 당할 운명에 놓이게 됩니다.
20절] 만약 어떤 사람이 미움으로 인해 어떤 사람을 밀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던져서 사람이 죽게 되거나
21절] 혹은 적개심을 갖고 손으로 때려서 사람이 죽게 되면 그 공격자는 죽임을 당해야 한다. 그는 살인자다. 그 피를 복수하는 사람이 그 살인자를 만나면 죽이도록 해야 한다.
사람을 밀거나 무엇인가를 던지거나 손으로 때렸는데 사람이 죽게 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행위 자체로 살인의 고의가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별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밀거나 무엇인가를 던지거나 손으로 때리는 정도의 행위만으로는 사람이 죽기 쉽지 않고, 따라서 범죄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당연히 있었을 거라고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22절] 그러나 만약 적개심이 없이 누군가를 갑자기 밀치거나 아무 의도가 없이 무언가를 던졌거나
23절] 혹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한 돌을 미처 보지 못하여 어떤 사람을 맞아 죽게 했다면 그는 원수도 아니고 해칠 생각도 없었으므로
24절] 회중은 그 살인자와 그 피를 복수하고자 하는 사람 사이에 이런 규례들을 따라 판단해 주어야 한다.
신명기 19장 5절에도 위 내용과 비슷한 의미의 구절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자기 이웃과 함께 나무를 베려고 숲에 들어갔는데 나무를 쓰러뜨리려고 도끼를 휘두르다가 도끼머리가 날아가 그 이웃을 쳐서 죽게 만들었다고 하자. 그런 사람은 그 성들 가운데 하나에 피신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자기 이웃과 함께 나무를 베려고 숲에 들어갔는데 나무를 쓰러뜨리려고 도끼를 휘두르다가 도끼머리가 날아가 그 이웃을 쳐서 죽게 만들었다고 하자. 그런 사람은 그 성들 가운데 하나에 피신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도끼로 사람을 직접 친 게 아니라 나무를 베다가 우연히 도끼머리가 날아가는 바람에 사람을 죽게 한 것이므로, 행위 자체로만 봐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고의가 없이 실수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즉 적개심이 없었고, 미처 보지 못하였고, 원수도 아니고 해칠 생각도 없었던 경우에는, 회중이 판단(judge)을 해주어야 합니다. 무슨 내용의 판단을 해주라는 걸까요?
25절] 회중은 그 피를 복수하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그 살인자를 보호해야 하며 그를 그가 피했던 도피성으로 돌려보내 주어야 한다. 그는 거룩한 기름으로 기름 부음 받은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거기 머물러 있어야 한다.
바로 고의에 의한 살인죄이냐 아니면 과실에 의한 살인죄이냐를 회중이 판단해주라는 것이겠죠. 전자에 대해서는 사사로운 복수가 허용되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사사로운 복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의이든 과실이든 살인을 당한 측에서는 가해자에 대해 적개심이 불타게 마련이므로, 경우를 가려 피의 복수가 만연하지 않도록 적절히 제어하자는 취지일 것입니다.
과실로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인을 피의 복수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게 도피성인 것이구요.
26절] 그러나 만약 그 살인자가 자기가 피신했던 도피성의 바깥으로 나왔는데
27절] 그 피를 복수하고자 하는 사람이 성 밖에서 그를 만나면 그 피를 복수하는 사람이 그 살인자를 죽일 수 있다. 그래도 그는 피 흘린 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28절] 살인자는 대제사장이 죽을 때까지 그 도피성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제사장이 죽은 후에는 그는 자기 소유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다.
29절] 이것은 너희가 거주하는 모든 곳에서 너희가 대대로 지켜야 할 판결의 율례다.
그러나 도피성에 도피하여 안전해진 살인범(과실범)이라 할지라도 도피성에 머물지 않고 그 밖으로 나왔다가 피해자 측을 만나 당한 복수에 대해서는 그 살인범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과실범이긴 하지만 죄를 저지른 사실은 인정되므로 대제사장이 죽을 때까지의 어쩌면 꽤 길 수도 있는 기간 도피성에 갇혀지내는 정도의 불이익은 기꺼이 감수하여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데 따른 불이익 역시 감수하라는 것이겠지요.
30절] 사람을 죽인 사람은 증인들의 증언이 있어야만 죽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증인만으로 사형을 시켜서는 안 된다.
31절] 죽을죄를 지은 살인자에게서 목숨을 대신할 몸값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는 반드시 죽임을 당해야만 한다.
32절] 도피성으로 피신한 사람에게서 목숨을 대신할 몸값을 받고 대제사장이 죽기 전에 그가 자기 땅으로 돌아가 살게 하지 말라.
33절] 너희가 있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피 흘리는 것은 땅을 더럽히는 것이다. 피 흘린 사람의 피 외에는 거기에 흘려진 피를 속죄할 것이 없다.
34절] 너희는 너희가 거하는 땅, 곧 내가 너희 가운데 있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 이는 나 여호와가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 거하기 때문이다.'"
살인죄에 대해서만 도피성 제도가 마련된 것은, 살인죄에 따른 처벌이 사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형이 있게 되는 경우를 최소화하고 억울한 사례가 생기지 않게 하려는 취지겠지요.
지금 우리 시대에도 '도피성'이 필요할까요. 우리 시대의 '도피성'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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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동네에 있는 흔한 파스타 집에서도 '식전빵'이란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에피타이저든 주요리든 뭔가가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발사믹을 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나오는 빵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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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5일자로 제가 이 블로그에 쓴 "아이폰과 아이패드 활용사례 소개"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http://imagistrat.blogspot.kr/2012/01/blog-post_15.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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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한동안 나태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블로그도 제 생활에서 멀어졌었는데, 이제 다시 글이라도 부지런히 쓰면서 마음을 다잡아 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니 가벼운 글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제가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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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국립사법관학교(É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는 사법관(판사, 검사)을 양성하는 연수기관입니다. 사법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 기관에서 총 31개월 간의 연수를 받아야 합니다. 2019년 4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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