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strat

2026년 7월 5일 일요일

희미해지는 프랑스 형사법의 흔적들

작성자: iMagistrat 시간: 7/05/2026 07:54:00 오후 라벨: 검찰 , 독립성 , 사법제도 , 조직범죄 , 프랑스 사법제도 , 형사소송 , 형사소송법
이 글은 2026년 5월 16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있었던 한불법학회, 국회사무처 법제실, 법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검찰프랑스법연구회가 공동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제가 발표한 글입니다. 이 학술대회의 대주제는 '한국-프랑스의 법제도 교류 140년 : 과거, 현재와 미래'였는데요, 저는 형사법 분야에서 프랑스가 140년 전 우리에게 미친 영향과 그 현재 모습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각주까지 자동으로 옮겨지지 않아서 이번에도 각주는 모두 생략합니다. 이 글은 올해 연말쯤 출간할 제 책에 다시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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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형사재판의 모습

우리나라는 1895년 갑오개혁 이후 일본을 통해 프랑스와 독일의 근대 사법 제도를 수입하였습니다. 해방 이후 법제 측면에서도 미국의 강한 영향권 안에 들어간 데다 프랑스와의 교류는 활발하지 않다 보니, 이제 우리 형사사법 제도에 프랑스풍의 흔적은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검사인만큼 형사재판에만 한정하여, 현재의 우리 법정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프랑스의 흔적들을 찾아보겠습니다.

먼저, 서울북부지방법원 2020. 4. 29. 선고 2019고합396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자신을 수술한 종합병원 의사 A의 의료과실로 후유증이 생겼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가 기각된 데 불만을 품고 ① 미리 준비한 과도를 휘둘러 A를 살해하려다 A에게 손가락 절단상 등만 가한 채 미수에 그치고(살인미수), ② 이를 말리던 병원 직원 B에게 과도를 휘둘러 B의 팔을 베고 옆구리를 찔러 상해를 가하였다는 것(특수상해)입니다.
피고인은, ① A에 대해서는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였고, ② B에 대해서는 A에게 상해를 가하는 과정에서 B가 이를 말리다 과도에 베이게 된 것이라며 상해의 고의를 부인하였습니다.
① A에 대한 살인미수 부분은 9명의 배심원 중 7명의 무죄 의견과 2명의 유죄 의견이 있었고 그 축소사실인 A에 대한 특수상해에 대해서만 만장일치로 유죄 의견이 있어, 결국 살인미수는 무죄이고 특수상해로만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② B에 대한 특수상해 부분은 배심원 7명이 유죄 의견, 2명이 무죄 의견으로, 결국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판결서에 기재된 유죄 부분의 증거 요지를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피해자 A와 B의 각 법정진술
1. 수사보고서(사건 당시 진료를 보고 있던 C 상대 수사보고), 수사보고서(목격자 및 신고자인 간호사 D 진술청취)
1. 수사보고서(발생장소 주소 정정), 수사보고서(112신고사건처리내역서 첨부), 각 112신고사건 처리내역서
1. 압수조서 및 압수목록
1. 수사보고서(환자 대기석 CCTV 분석), 수사보고서(재심청구 결과 송달받은 날짜 확인)
1. 각 현장감식결과보고서
1. 수사보고서(유전자 감정 의뢰), 유전자 감정서 회보
1. 압수품 사진, 피해자 사진, 수사보고서(현장 사진 등 첨부), 현장 약도, 각 현장 사진, 각 사진
1. 수사보고서(피해자 A 진단서 및 수술 당시 촬영한 사진 첨부 관련), 진단서, 소견서 및 진단서, 수사보고서(피해자 B 상처 사진 첨부), 피해자 B 상처 사진
1. 수사보고서(피의자의 의무기록 사본 첨부), 의무기록 사본 등, 수사보고서(판결문 사본 첨부), 각 판결문 사본


양형에 대해서는, 배심원들의 의견이 징역 3년 2명, 징역 4년 6월 2명, 징역 6년 9월 5명으로 엇갈린 끝에 징역 5년이 선택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피고인이 상소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고 상고심에서 확정되었습니다.

판결서 내용만으로 먼저 눈에 띄는 특이점은, 법정에 나온 증인은 피해자 A, B 둘 뿐이고 적지 않은 수의 서증이 증거로 채택되었다는 점입니다.
서증도 법정에서 증거조사가 이루어진다면 ‘형식적’ 직접심리주의 측면에선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직접 사실을 경험한 자를 법정에서 증인으로 조사하여 충분히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어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심증을 형성해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측면에서 본다면, 서증조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수사보고서나 감정서, 진단서, 사진과 같은 서류들은 단지 이 서류들만 법정에 나와 검사가 그 내용을 낭독하거나 영상을 보이는 방법으로 배심원에게 제시될 게 아니라, 그 작성자나 원진술자들을 불러 증인신문이라는 형식을 통해 배심원에게 제시되는 게 더 적절한 성격의 증거입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작성자나 원진술자들을 상대로 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필요하고, 그런 공방을 지켜보면서 배심원이 사건의 쟁점과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쉽게 심증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재판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구현하는 재판일 겁니다. 그럼에도 이 재판은 증인신문은 별로 없이 대부분 서증조사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서증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다수의 수사보고서들이 증거로 채택되었는데, 그중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C와 목격자 D로부터 청취한 진술은 ‘수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이라는 형식으로 법정에 등장하는 것보다는, 원진술자인 C와 D가 직접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배심원에게 자신들이 경험한 사실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피고인은 원진술자들을 상대로 반대신문을 함으로써 방어기회를 갖도록 하는 게 어땠을까 싶습니다.
다른 수사보고서들 중 ‘발생장소 주소 정정’, ‘환자 대기석 CCTV 분석’, ‘재심청구 결과 송달받은 날짜 확인’, 그리고 수사보고서들에 첨부된 서류인 112신고사건 처리내역서, 현장감식결과보고서, 압수품 사진, 피해자 사진, 현장 약도, 현장 사진, 사진 등은 수사보고서나 첨부서류 자체만 제출되어 검사가 배심원에게 이 서류를 보여주거나 그 내용을 낭독하는 정도로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이 서류를 작성하거나 수사를 진행한 사법경찰관들이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배심원에게 그 내용을 들려주고 피고인은 반대신문의 기회를 갖는 게 더 좋았을 법합니다. 일반재판에서는 수사를 담당한 사법경찰관이 증인으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만, 모름지기 국민참여재판이라면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와 수사과정이 어떠하였는지, 수사 결과 어떠한 이유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인지하게 되었는지 등을 설명하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반대신문의 기회에 수사과정의 부당성 또는 수사관의 선입견이나 불공정성 등을 주장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건 너무 미국영화식이라 이상한가요?
유전자 감정서 회보, 진단서, 소견서 및 진단서, 피해자 B 상처 사진, 의무기록 사본 등도 유전자를 감정한 감정인이나 피해자들을 진료한 의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진술하고 피고인에게는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는 게 국민참여재판에 어울리는 증거조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일반재판이라면 이런 전문가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는 모습은 중요사건이 아닌 한 흔히 볼 수 없는 일이긴 하나, 그래도 국민참여재판이라면 평소 부르기 어려운 증인이라도 마땅히 증인으로 나오게 하는 게 좋겠고, 증인으로 나오게 하지도 않을 거라면 굳이 배심재판을 열 필요까진 없을 겁니다. 사법경찰관의 수사과정을 직접 보지 않은, 그리고 의료나 감정 업무에 전문적 식견이 없는 검사가 사법경찰관의 수사과정에 대해 대신 설명하고 진단서나 감정서를 낭독하거나 그 내용을 설명하는 건, 배심원들의 쟁점 이해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에도 미흡합니다. 이런 식의 재판은 재미도 없고 배심원들을 졸게 만들기 딱 좋을 겁니다.

유무죄에 관한 배심원들의 평결이 끝나고 유죄가 확정되면, 배심원들은 심리에 관여한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해 토의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형사재판은 유무죄 인정을 위한 사실심리 중심으로 운영되고 양형에 관한 심리는 다소 소홀히 다루어지는 편입니다. 절차가 분리되어 있지도 않아서, 사실심리 절차와 양형심리 절차가 한데 합쳐서 진행됩니다. 이 재판과 같이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사건에서는, 피고인이든 검사든 모두 유무죄에 관한 주장만을 주로 할 뿐 유죄가 인정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양형에 관한 주장을 적극적으로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니 심리를 제대로 할 여지도 적은 것이죠.
이 재판의 경우, 양형과 관련된 증인은 없었습니다. 판결서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배심원이나 재판부가 이러한 양형 결정에 참고할 만한 자료로는, 아마도 유무죄 심리과정에서 확인된 이 사건 범행의 내용, 피고인의 법정진술에서 드러난 피고인의 태도, 피해자들의 법정증언에서 드러난 피해감정과 처벌의사, 과거의 판결서에 등장하는 피고인의 범죄전력, 정상관계에 관한 변호인과 검사의 최종의견 정도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실제의 양형심리가 이 정도였다면, 국민참여재판이라지만 일반재판과 그리 다를 바 없습니다. 양형기준에 대한 이해와 재판경험이 전혀 없는 배심원들이 이 정도의 양형심리를 통해 적절한 양형수준을 가늠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에서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은 징역 3년부터 징역 6년 9월까지 다양하게 엇갈렸는데,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한 사건만으로 속단하면 안 되겠지만 제가 찾아본 다른 사건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참여재판은 여전히 서증조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서면재판 또는 조서재판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일반재판에 비해 늘어난 재판시간만큼 증인신문과 서증조사 모두에 긴 시간을 할애하면서 훨씬 심도 있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국민참여재판이라고 해서 서증조사는 줄고 더 많은 수의 증인이 나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서증조사 위주 진행’이나 ‘서면재판 또는 조서재판식 진행’이라는 표현은, 증인신문과 서증조사가 각각 긴 시간을 들여 심도 있게 진행되기는 하지만 증인신문으로 증거조사를 할 법한 내용을 서증조사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전히 서증조사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공판중심주의를 제대로 한다면, 대부분 전문증거일 서면보다 증인 같은 본래증거가 더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등장하는 게 타당할 겁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면재판을 하는 걸까요? 그것도 공판중심주의나 실질적 직접심리주의가 더 제대로 구현되어야 할 국민참여재판에서 말이죠.

국민참여재판이 서증조사 위주로 진행되는 원인으로서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검사의 서증 신청입니다. 일반재판과 마찬가지로 국민참여재판도 검사가 증거서류를 증거로 신청하는 데서부터 증거조사 절차가 시작됩니다. 즉, 증인을 먼저 신청하는 게 아니라 서증을 먼저 신청합니다. 수사기록의 상당부분이 서증이어서 검사가 신청하는 서증의 양이 적지도 않습니다. 서증을 먼저 신청하여 피고인의 증거인부 결과에 따라 비로소 보완적으로 증인이 신청되고 채택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서증을 중심에 놓은 증거조사 절차가 되고 서증으로 증명이 되는 부분은 굳이 증인이 나올 필요가 없게 되니, 자연스레 상당수의 서증이 증거로 채택되고 증인신문보다는 서증조사 위주의 재판으로 진행되기 쉬운 겁니다.

다음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바로 ‘하루짜리 재판’입니다. 우리 국민참여재판의 대부분은 공판준비기일을 제외한 본 기일이 하루에 불과한 하루짜리 재판입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총 2,718건의 국민참여재판 사례 중 단 하루 만에 재판이 진행된 사례가 무려 90.5%에 달하는 2,460건입니다. 같은 자료에는 나머지 258건(9.5%)이 재판에 이틀 이상 걸린 사례라고만 표시되어 있는데, 아마도 이 대부분이 이틀짜리 재판이고 사흘 이상 진행된 사례는 매우 드물 것으로 추측됩니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내용이 간단하고 증거가 많지 않은 사안이라도, 아무래도 재판시간이 더 많이 소요됩니다. 배심원 선정절차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고, 배심원들이 절차의 진행방법과 증거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니 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배심원들을 감안하여 증인신문도 길어지고 서증조사도 자세히 하는 건 물론입니다. 당연히 재판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실무상 재판을 가급적 하루에 맞춰 끝내려다 보니, 가급적 저녁식사 전에 증인신문과 서증조사까지는 마쳐야 하고, 그러려다 보니 당연히 있는 증인, 없는 증인 전부를 법정에 부를 수는 없어 반드시 꼭 필요한 핵심증인만 부르고, 서증으로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증인을 부르지 않게 됩니다. 사건 자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증인 외에, 전문가 증인이나 조사자 증인, 양형 증인을 법정에 소환하는 데는 더더욱 소극적인 자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법정에 나올 수 있는 증인 수에 제한이 생기고, 그 공백은 다시 서증이 메우게 됩니다. 결국 여전히 종전의 일반재판과 그리 큰 차이도 없는 서면재판식의 재판 진행 모습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능한 증인이 모두 다 나오는 제대로 된 재판을 위해, 가급적 하루짜리 재판을 지양하고 여러 날이 걸리더라도 재판을 길게 가져가는 게 옳을까요? 그것도 사실 여의치 않습니다. 국민들이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단 하루 만에 치러지는 재판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재판시간이 길다고 불만입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실시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장기간의 재판으로 인한 불편’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힙니다(42.6%).
그래서 국민참여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줄일 수 있는 절차는 과감히 줄이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고, 공판중심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서증조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흔히 제기되곤 합니다. 물론 매우 적절한 지적입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서증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의 판결 사례 등을 보며 드는 생각은, 지금의 국민참여재판은 어찌 보면 서증이 불필요하게 중복하여 많이 나오는 게 문제라기보다는, 증인이 너무 안 나오는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증인이 별로 안 나오는데 신속한 재판을 하겠다고 서증까지 줄여버리면, ‘증명의 공백’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충실하게 구현하기 위해 시작한 재판 제도에서 필요한 증인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실태를 놔두고 서증을 줄여야 한다고만 대책을 내놓는 건, 정작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지 못하는 진단입니다.

저는 방금 국민참여재판이 일반재판과 다를 바 없이 서증조사 위주로, 서면재판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국민참여재판은 문제가 많은 재판이라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는 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서면재판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닙니다. 서면재판식의 재판은 배심원들이 사안과 쟁점을 쉽게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문제는 있으나, 개개 사안에 맞게 자백사건, 또는 공소사실이나 쟁점이 간단한 사건 같은 경우는 서면재판식으로 재판을 해도 그게 실체진실 발견에 지장이 없다면 이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식의 재판 진행인 것입니다.
특히, 앞에서 보았듯이 장시간의 재판에 대한 일반국민의 불만을 감안하면 국민참여재판을 마냥 길게 가져갈 수도 없기에, 결국 실체진실 발견에 지장이 없다면 현재와 같이 하루나 이틀 사이에 재판을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하루짜리 재판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하루짜리 재판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재판 진행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조건 공판중심주의식으로 진행돼야 하고 공판중심주의는 무조건 서면재판을 배척해야 한다는 도그마는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이고, 개개 사안에 따라 소송경제도 함께 감안하여 그에 맞는 방식으로 적절하게 제도를 운영하면 되는 것입니다.

국민참여재판은 흔히 보기 힘든 예외적 형태의 재판입니다. 배심재판 제도를 비롯해 미국법을 지향하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바이긴 하겠지만, 2008년 시행 후 20년이 다 돼가도록 여전히 배심원들의 판단에 구속력도 없고 시범실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냥 보여주기식 장식용 제도에 불과합니다. 그럼 재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재판은 어떨까요?
일반국민이 사법에 참여하는 ‘사법민주화’ 차원에서 재판 제도의 궁극적인 롤모델로 여겨지는 배심재판이나 참심재판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모든 재판을 이 방식으로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법자원의 제약상 모든 재판을 배심재판으로 진행할 순 없더라도, 배심재판을 롤모델로 설정해둔 상태에서 가급적 모든 재판이 배심재판의 정신과 취지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질 필요는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일반재판 제도 역시 전면적인 배심재판을 할 수는 없어 그 대체물로써 배심재판의 정신과 취지를 반영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공판중심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즉, 배심원이 직접 법정에 있으면서 배심원이 직접 사실인정을 할 여건은 안 되어서 직업법관에게 그 역할을 맡겨두고 있지만, 마치 ‘배심원들이 법정에 있으면서 직접 사실인정을 하는 것처럼’ 가정하여 재판을 한다는 것이 공판중심주의입니다.
공판중심주의의 3대 요소는 공개재판주의, 구두주의, 즉일심판주의인데, 이것이 바로 최대한 배심재판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겠다는 것이죠. 일반재판도 비록 배심원은 없더라도 그 대신 재판 방청인이라는 추상적 의미의 국민들이 참여하도록 공개재판을 하는 것이고(공개재판주의), 비록 배심원은 없지만 그 대신 추상적 의미의 국민들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판사만이 볼 수 있는 ‘글’보다는 방청인 모두 들을 수 있는 ‘말’로 재판을 하라는 것이며(구두주의), 비록 배심원은 없지만 그 대신 재판의 결론을 낼 때 판사가 혼자 판사실에 가서 혼자만 아는 정보로 결론 내지 말고 마치 배심원들이 있었다면 배심원들이 낼 법한 결론을 방청인 모두 보는 자리에서 재판 날 바로 내라는 것입니다(즉일심판주의).
결국 배심재판처럼 국민에게 오픈하여 국민도 알아듣고 국민이 할 법한 상식적인 결론을 도출하라는 게, 배심재판의 대체물인 공판중심주의의 실천적 의미입니다. 이렇게 일반재판도 공판중심주의에 의해 운영되어야겠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재판이 서면재판식으로 진행됩니다. 실제 사건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2. 11. 10. 선고 2022고합188 판결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피해자가 소주병으로 피고인의 머리를 내리치는 데 대항해 피해자의 배 부위를 깨진 병조각으로 1회 긁어 자상을 가했다는 사안입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과 그에 대한 재판부의 증거결정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피해자에 대한 사법경찰관 작성 진술조서 / 피해자의 법정진술 : X -/ ❍
- 조사 경찰관의 법정진술 : X
- 바디캠 영상과 그 녹취서 : X
- 현장출동 경찰관의 법정진술 : X
- 범행현장 사진 : ❍
- 피해자 상처부위 사진 : ❍


피고인이 수사과정부터 재판과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부동의하자, 검사는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였습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피해를 호소했던 피해자는 법정에 나오자 원진술을 번복합니다. 이미 피고인과 합의한 후였거든요. 피고인에게 맞지 않았다고 하니 피해자의 이 법정진술은 피고인의 범행을 증명할 직접증거로 쓸 수 없는, 알맹이 없는 증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으로 검사가 한 조치는, 피해자를 조사한 경찰관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었습니다. 조사 경찰관은 당초에는 검사가 계획하지 않은 증거였겠으나, 피고인이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부동의하고 피해자가 원진술을 번복하며 그 조서의 진정성립까지 부인하자 그 대안으로 뒤늦게 신청하였을 겁니다.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를 충실히 구현하는 재판을 하자면 검사가 조서를 증거로 신청하지 말고 처음부터 피해자는 물론 조사 경찰관까지 증거로 신청하는 게 맞겠으나, 많은 사건을 재판하는 우리나라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절차 진행을 위해 이 재판처럼 조사 경찰관은 피고인이나 중요 참고인이 재판과정에서 원진술을 번복한 일부 재판에서만 증인으로 등장합니다.

아무튼 직접증거인 피해자의 법정진술과 조서를 모두 증거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니, 검사로선 가만있을 수만은 없어 일단 피해자를 조사한 경찰관의 말이라도 들어보자 싶어 증인으로 신청하였을 것이고 다행히 재판부도 증인채택을 해줍니다. 이 조사 경찰관이 법정에 나와 말한 증언에 담겨 있는 원진술은 “조사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맞았다’고 진술하였다”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 조사 경찰관의 법정진술에 대해 원진술자가 진술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므로 제316조 제2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 규정에 따른 당연한 결론입니다. 다만, 어차피 애초부터 증거능력 없는 증거가 확실한데 검사는 왜 증거신청하고 재판부는 왜 증거채택한 거지? 라는 의문만 남깁니다.

검사가 신청한 또 다른 증거로는, 바디캠 영상과 그 영상 안에 등장하는 진술들을 녹취한 녹취서가 있었습니다. 이 바디캠 영상은, 일부분은 전문증거이고 다른 일부분은 본래증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영상 중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범행 직후의 그 현장 상황을 촬영한 부분은, 이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음을 추단케 하는 간접증거에 해당합니다. 이는 본래증거이므로 진정성이 증명되면 바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만, 범행 직후 혈흔이 낭자하고 피를 흘리는 피해자가 영상에 나타난다고 하여 이것만 갖고 바로 범행이 피고인의 소행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니 유죄의 증거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 재판부도 이 본래증거 부분이 유죄 증거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당연한 판단입니다.
다음으로, 현장출동 경찰관이 그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은 경위를 묻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맞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바디캠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피해자의 원진술이 담긴 전문증거이고,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직접증거입니다. 이 재판부는 바디캠 영상 중 이 전문증거 부분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는데,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① 이 전문증거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11조 이하의 전문법칙 예외에 해당하는 형태의 증거가 아니어서 증거능력이 없고, ② 설령 전문법칙 예외에 해당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작성한 영상녹화물은 독립적인 증거능력이 없으니 이 영상 역시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할 말 많은 판단이지만, 이 글에서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다음으로, 검사는 현장출동 경찰관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도 이를 채택해서 증인신문이 이루어졌습니다. 검사가 보기에 조서, 조사자 증언, 바디캠 영상 모두 증거능력이 부정될 것으로 보이고 결국 제대로 된 증거가 하나도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범행 직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말이라도 들어보기 위해 그를 증인으로 신청한 걸 겁니다. 이 현장출동 경찰관의 법정진술에 담긴 원진술은 “범행 직후 현장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맞았다’고 진술하였다”라는 것입니다. 이 현장출동 경찰관의 법정진술 역시 재판부는 제316조 제2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역시, 어차피 증거능력 없는 증거인데 검사는 왜 증거신청하고 재판부는 왜 증거채택한 거지? 라는 의문을 남깁니다.

검사는 현장출동 경찰관이 범행 직후 현장에 도착해서 촬영한 현장 사진들도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이는 본래증거이고 피고인의 범행이 있었음을 추단케 하는 데 쓰이는 간접증거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진에 대해, 증거능력은 있으나 유죄 인정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타당한 판단입니다.

마지막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피해자의 상처부위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피고인의 폭행범행을 증명하는 간접증거입니다. 재판부는 이 역시 증거능력은 있지만 유죄 인정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타당한 판단입니다.

이렇게 해서 앞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결국 쓸 만한 증거라곤 남아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경찰관 증인 2명과 바디캠 인터뷰 영상은 아예 증거능력이 없고, 피해자의 법정진술은 그 자체는 증거능력이 있으나 진술 번복으로 인해 공소사실을 바로 인정할 직접증거로서의 내용은 없으며, 범행현장 사진과 피해자의 상처부위 사진은 간접증거에 불과하고 유죄의 증거로는 턱없이 부족할 뿐입니다. 따라서 이는 무죄 선고만 가능한 증거결정 결과일 수밖에 없습니다.
증거능력 문턱을 넘은 증거도 별로 없고 유죄 인정에는 부족한 간접증거 몇 개만 증거로 남았는데, 이렇게 실체판단보다는 형식판단 위주로 이루어지는 심리가 과연 공판중심주의에 부합하는 재판인지는 의문입니다. 공판중심주의라는 원칙이 증거능력 없는 증거를 잘 골라내자는 취지라기보다는, 법정에 풍부한 증거를 갖다놓고 사안의 진상을 제대로 가려보자는 취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사례만 봐도 정작 테이블에 올라온 증거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우리는 이른바 ‘조서재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어, 재판에서 조서가 증인보다 먼저, 그것도 주된 증거로 전면에 등장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재판이라면 검사가 조서를 증거로 내지 않고 증거동의 제도도 없으니 당연히 증인신청이 먼저였겠죠. 우리도 공판중심주의나 직접심리주의를 제대로 하자면, 검사가 조서를 먼저 증거로 낼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피해자를 증인신청하는 게 맞을 겁니다. 다만, 우리 재판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절차 진행을 위해, 먼저 조서를 증거로 제출해본 후 피고인이 이를 증거부동의하는 경우에만 원진술자를 증인으로 나오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하거나 증거동의하면 굳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부를 필요 없이 재판은 제1회 기일에 변론종결하게 되니,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면 겨우 재판의 신속성과 효율성 따위를 위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라는 훨씬 상위의 가치를 소홀히 해도 되느냐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모든 재판에서 모든 증인을 다 나오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런 식으로는 재판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라면 피의자가 혐의를 자백하는 사건은 플리바게닝을 통해 미리 걸러지고 혐의를 부인하는 극소수의 사건만 재판으로 가지만, 우리는 자백사건까지 포함한 많은 사건이 재판에서 다루어지니 모든 재판의 증인들을 일일이 다 부르는 건 곤란합니다. 모든 재판에 모든 증인을 다 나오게 하려면 미국처럼 재판무대에 오르는 사건을 대폭 줄이는 조치가 먼저 필요하고, 그렇게 할 게 아니라면 우리 입장에선 수사절차와 조서의 활용을 통한 재판의 신속성과 효율성도 분명 중요한 가치라고 할 것입니다.


2. 수사기록과 서면재판의 역할

이제까지 서면재판식으로 진행되는 우리 법정의 풍경을 살펴봤습니다. 서면재판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기록이 검사의 증거신청에 의해 법정에 등장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공판중심주의를 주창하며 경멸해 마지않는 이런 풍경이, 사실은 프랑스법의 흔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프랑스 파리 법원의 실제 수사기록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예심사건의 수사기록으로, 피의자 3명 중 피의자 A와 B는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 피의자 C는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인 사건입니다. 사건 발생일은 2006. 1. 5., 검사가 예심개시를 청구한 날은 2006. 1. 13., 예심판사가 피의자들을 법정에 세우기로 결정하고 사건을 법원으로 보낸 날은 2년 가까이 지난 2007. 12. 20.입니다.

○ 이 사건의 수사기록은 여러 권의 서류철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Inventaire des pièce à conviction’(증거물 또는 압수물 목록)이라는 이름의 서류철을 시작으로, ‘Copies de pièce pénales’(변호인들에 대한 기록 복사 관련 서류들), ‘Cote A - Pièce de forme’(절차 관련 서류들), ‘Cote B - Renseignements et personnalité’(피의자별 인적사항, 개인적 특성, 정상관계 관련 서류들), ‘Cote C - Détention provisoire’(구속피의자별 신병 관련 서류들) 등 이름의 서류철들이 한데 묶여 있습니다.
○ 이어서, ‘Cote D - Pièce de fond’이라는 이름의 실체적 내용에 관한 서류철이 있고, 이는 크게 사법경찰의 현행범수사 내지 예비수사에 따른 수사서류,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른 수사서류, 예심판사의 예심서류 등 3가지 종류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서류철에 들어있는 각종 서류들을 요약해 옮겨보겠습니다.
- 2006. 1. 12.자 사법경찰이 작성한 송치서와 의견서
- 2006. 1. 5.자 수사보고서(중상을 입은 피해자가 발견되어 현행범수사를 개시한다는 내용)를 시작으로, 사법경찰은 이후 1. 12.까지 불과 8일간의 짧은 기간 내에 현장검증, 참고인 조사, 피의자 신문, 수사협조 의뢰, 피해자의 진료기록 입수, 통화내역 조회, DNA 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방대한 양(이 많은 걸 다 타이핑하느라 도대체 발로 뛰는 수사는 언제 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의 수사보고서들을 생산하며 수사를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수시로 수사지휘 당직검사와 통화하며 수사진행상황을 보고하고 수사방향에 대해 지휘를 받았습니다. 다만, 당직검사가 수시로 바뀌는 관계로 전화지휘하는 검사도 계속 다른 사람입니다.
- 2006. 1. 11. 피의자 3명에 대한 체포 개시(그 후 검사의 연장허가를 받아 한 차례 연장)
- 2006. 1. 12. 전화지휘 과정에서 검사가 사법경찰에게 ‘예심판사와 의논해 예심절차가 개시되게 하겠다’라고 말하였고, 잠시 후 다른 당직검사가 사건을 송치할 것을 지휘하였습니다. 아직 수사가 완료되지 않아 추가수사가 필요한 상황인데, 체포시한이 다 되어가고 있고 시한이 만료되면 사법경찰 단계에서는 더 이상의 강제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법경찰은 이날 총 634페이지 분량의 수사기록을 검사에게 송치하였습니다.
- 2006. 1. 13. 형사부 소속 검사가 예심개시 청구
- 2006. 1. 13.자 예심판사가 작성한 피의자 3명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3건
- 2006. 1. 14.자 예심판사의 수사지휘서
{Commission rogatoire, ‘수사지휘’ 대신 ‘위임수사’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이 예심판사는 수사기한을 2006. 3. 30.로 하여 구체적인 수사필요사항을 특정하지 않은 채 단지 ‘혐의 증명에 필요한 사항을 수사하라’는 식의 포괄적인 내용으로 지휘하였는데, 통상 예심판사의 제1회 수사지휘는 이처럼 포괄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집니다. 이후 4. 6. 수사기일이 연장(5. 15.까지)되었다가 4. 15. 일부 기록이 송치된 후, 5. 30. 나머지 기록이 모두 송치되었습니다. 사법경찰은 피의자 신문만 제외하고 나머지 다양한 방법의 수사를 진행하였습니다.}
- 2006. 2. 13.자 예심판사의 보완수사지휘서(수사기한은 2006. 2. 25.이고, 일부 특정한 사항에 대해 수사하라는 취지의 지휘입니다. 사법경찰은 2. 28. 다시 기록을 송치하였습니다.)
- 2006. 3. 31. ~ 6. 16. 예심판사가 작성한 피의자 A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2건, 피의자 B와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각 1건
- 2006. 6. 20.자 예심판사의 보완수사지휘서(수사기한은 2006. 7. 20.이고, 참고인 1명에 대한 조사와 금융자료 1건을 입수하라는 취지입니다. 기록은 7. 11. 다시 송치되었는데, 예심판사는 이렇게 간단한 사항도 사법경찰에게 지휘하여 수사하는 모양입니다.)
- 2006. 8. 17.자 예심판사가 작성한 음성감정 의뢰서
- 2006. 9. 19. ~ 10. 25. 예심판사가 작성한 피의자 A, B,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피의자들과 참고인들 사이의 대질조서, 사소당사자 진술조서, 참고인 진술조서 등 조서 총 14건
- 2007. 10. 26.자 예심판사가 작성하여 검사, 사소당사자, 피의자, 변호인 등에게 보낸 예심종결예정고지 및 의견요구서
- 2007. 11. 21.자 검사가 작성하여 예심판사에게 보낸 의견서
- 2007. 12. 20.자 예심판사가 작성한 중죄법원 이송결정서

우리 수사기록도 이런 프랑스 수사기록과 대략 비슷합니다. 다만, 위 사건의 수사기록만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프랑스가 우리보다 훨씬 짜임새 있고 꼼꼼한 수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방대한 분량으로 상세한 내용의 수사기록을 만드는 건, 이 수사기록의 쓰임새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쓸모가 많고 효용이 큰 서류이니 이렇게 정성들여 만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조서는 원진술자의 말 한 마디로 쓸모없어질 수 있는 서류이니, 아무래도 정성이 들어가기 힘든 것과는 반대로 말입니다.
이걸 이런 식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미법의 형사절차는 일반인인 배심원에 의한 재판을 전제로 한 제도이고, 대륙법의 형사절차는 관료인 직업법관에 의한 재판을 전제로 한 제도입니다. 그 영향 탓에 영미법은 수사기록 없는 재판이, 대륙법은 수사기록 위주의 재판이 이루어집니다. 재판 제도의 모습에 따라 수사기록의 쓸모와 효용이 퍽 다르다는 겁니다.

영미법에서는, 법을 모르는 배심원들에게 복잡하고 알아듣기 힘든 전문용어들이 잔뜩 쓰여 있는 수사기록을 재판하는 데 참고하라고 주는 건 의미 없는 일입니다. 간혹 글을 못 읽는 배심원이 있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재판에 수사기록이 나오지 않고, 증인들이 우르르 나옵니다. 수사기관이 수사기록을 안 만드는 건 아니고 수사기록 일부가 재판에 나오긴 합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지 수사 자체를 위한 목적으로, 즉 수사진행 상황을 그때그때 기록해 두는 게 주된 목적이지 재판에서 증거로 쓰려는 게 주된 목적은 아닙니다.
이렇게 영미법 재판에서는 수사기록이 없는 대신 증인들이 직접 법정에 나와 증언하고 배심원들은 이 말들을 듣고 재판을 합니다. 다만, 필요한 증인이 재판에 다 못 나오는 경우가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으니, 이때는 증인 대신 예외적으로 수사기록이 증거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 수사기록이 간혹 내용에 앞서 그 출처나 만들어진 경위 자체가 의심스러워 증거가치가 극히 적은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거를 배심원에게 바로 주면 법을 모르는 배심원들이 그 증거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속아서 엉뚱한 판단을 할 수 있기에, 이를 막고자 전문법칙 같은 증거법이론을 만들어 증거가치가 적은 수사기록들을 걸러내고 배심원들에겐 양질의 증거만 제공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배심재판에는 과도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되니 모든 사건의 재판을 배심재판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대다수의 형사사건이 플리바게닝 등 정식재판이 아닌 간이한 방법으로 종결되고, 극히 일부의 사건만 배심재판(jury trial)이나 직업법관의 재판(bench trial)으로 진행됩니다.

이에 비해 대륙법에서는, 일찌감치 예심절차 제도가 발달하였습니다. 법률전문가인 직업법관이 재판을 하지만, 직업법관이 아주 많지 않은 다음에야 모든 사건을 다 꼼꼼히 재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재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판절차 이전에 예심절차를 둡니다. 예심절차를 담당하는 예심판사 또는 검사(예심판사 제도가 없는 나라의 경우)가 재판에 준하는 심리를 미리 해보고 재판을 할 만한 사건만 골라서 재판에 보냅니다. 예심판사나 검사도 자신이 모든 사건의 심리를 다 할 여력은 안 되어 경찰에게 수사를 위임하는 방법으로 예심을 진행합니다. 예심은 재판을 준비하는 절차이니, 예심판사나 검사는 자신이 확인한 내용을 서류에 적고 기록으로 만들어(경찰의 수사기록도 포함) 재판에 보내서 재판에 참고하게 합니다.
이 예심기록이 바로 수사기록입니다. 이 기록은 예심과정에서 예심판사나 검사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심리를 하고 제대로 판단을 했는지를 재판법원 판사나 상급기관에게 보이고 심사를 받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비교적 꼼꼼한 내용과 방대한 분량으로 만들어집니다. 재판을 하는 판사는 이렇게 꼼꼼하고 방대하게 만들어진 수사기록이 있으니 정작 재판은 간이한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이미 같은 사법관인 예심판사나 검사가 열심히 사건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사실관계들을 확인하고 잘 기록해서 재판에 보낸 것이기에, 재판을 하는 판사가 필요한 증인을 죄다 다시 재판에 부를 필요가 없는 겁니다. 즉, 수사기록은 각 서류들을 증거와 증거 아닌 것으로 분류할 필요도 없이 기록 통째로 증거로 활용되고, 이런 구조에서는 미국의 전문법칙 같은 까다로운 증거법이론도 필요가 없습니다. 수사기록 일체가 증거로 사용되니 증인이 법정에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영미법보다는 많은 사건이 정식재판에서 처리될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국은 플리바게닝 제도를 이용해 정식재판으로 가는 사건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제도의 효율적 운용을 도모하고,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예심절차와 수사기록을 이용해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사기록은 어떨까요? 판사나 검사에 의한 사법적 통제를 받지 않고 독립적인 수사를 하는 경찰이 만드는 수사기록, 그리고 객관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늘 의심받는 검사가 만드는 수사기록을, 사법관이 직접 또는 사법관의 주재하에 사법경찰이 만드는 프랑스의 예심기록과 동급으로 놓을 수는 없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도 수사기록의 활용도는 매우 큽니다.
형사사건에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는 사건이 부인하는 사건보다 훨씬 많습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백사건에서는 조서를 비롯한 수사기록이 재판에 그대로 받아들여져 유죄의 증거로 잘 활용되고 있고 절차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용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부인사건 재판에서도, 물론 구두주의에 충실한 절차 진행이 바람직하겠으나 필요하다면 조서도 심리의 자료로 충분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사건이 반드시 재판으로 가는 게 아니고 재판으로 가는 사건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수사를 해본 결과 유죄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재판으로 가지 않고 불기소 처분되는 사건이 훨씬 더 많습니다. 불기소 처분되는 사건도 당사자의 이의제기나 상급기관의 관리감독을 대비하거나 미제사건인 경우 나중에 해결될 것을 기대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수사기록은 반드시 만들어놓아야 하고 그 중요성이 더 큽니다.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에 입각한 재판을 제대로 하자면, 조서가 등장하는 대신 그 원진술자가 재판에 나오는 게 바람직하듯이 수사기록이라는 서면 대신 이를 작성한 경찰관이 직접 증인으로 나와 그간의 수사과정과 피고인을 입건하게 된 경위 등을 구두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할 겁니다. 조서가 만들어지지 않고 police report를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 미국의 재판이라면 당연히 처음부터 경찰관이 증인으로 나올 것입니다. 미국은 플리바게닝으로 다수의 자백사건을 미리 걸러내고 적은 수의 부인사건만 재판을 하므로, 모든 재판에 경찰관이 증인으로 나오는 게 가능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반면, 프랑스의 재판이라면 수사기록 일체가 증거로 쓰이는 체제이니, 우리처럼 조서나 수사기록이 그대로 증거로 쓰이고 여기 적힌 내용이 특별히 다투어지지 않는다면 경찰관이 증인으로 나오는 일도 드물 것입니다. 우리는 자백사건을 포함해 많은 사건을 재판절차에서 다루는 체제이므로, 모든 재판에 경찰관을 증인으로 나오게 하는 게 곤란하여 프랑스처럼 수사기록이라는 서면이 먼저 증거로 등장합니다. 재판할 사건이 많은 우리 제도는 재판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일단 서면증거를 먼저 활용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증인을 나오게 함으로써, 우리 여건에 맞게 나름의 적절한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예심절차의 역할

저는 공판중심주의가 이미 확고한 원칙과 기준으로 선 이 시대에, 조서와 수사기록 위주의 서면재판이 중요하다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주장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 공판중심주의 대신 조서와 수사기록으로 서면재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서면재판이 그렇게 이상하고 부당한 재판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그 이유는 예심절차의 역할 때문입니다. 재판절차가 적정규모의 체구를 유지하며 온전하게 굴러가려면 예심절차의 존재가 필수적이고, 예심절차를 두려면 프랑스 제도처럼 조서와 수사기록 위주의 서면재판은 당연히 따라오게 되는 겁니다. 예심절차를 안 두려면 미국처럼 플리바게닝을 활용해서 아예 재판절차의 사이즈 자체를 줄여버리든가요.
우리는 플리바게닝이 없고 예심절차가 있는 나라입니다. 그럼 우리에게 예심절차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앞에 보신 프랑스의 수사기록에는, 우리와 좀 다른 부분도 눈에 띕니다. 프랑스는 재판 전 단계에서 예심판사(Juge d'instruction)가 주재하는 예심절차가 있고, 예심절차를 통해 예심판사가 수사과정에 관여합니다. 예심절차란 해당 사건이 재판절차에 보낼 만한 것인지, 유죄를 받을 만한 증거는 갖춰져 있는지 여부를 재판 전 단계에서 미리 심사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사건을 전부 다 재판에 보내면 재판이 마비될 것이니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니고, 재판을 할 만한 소수의 사건만 재판에 보냄으로써 재판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해 미리 사건을 검토하고 추리는 절차가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단지 현재 있는 자료만 갖고 그냥 심사만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 즉 수사와 같은 활동을 한다는 게 특이한 점입니다.
이 예심판사는 어떤 식으로 일을 할까요? 어떤 사건을 재판에 보낼지 여부를 판단해 보려면, 먼저 피의자 본인의 말을 들어볼 겁니다. 어떤 사건이든 그 행위주체인 피의자가 그 사건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테니, 먼저 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일 겁니다. 피의자 본인의 말을 들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니 그런 기회를 반드시 확보하기 위해, 말을 안 들려주려고 하는 피의자는 일단 체포하거나 구속해 두기도 합니다.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한다든지 해서 피의자의 말만으로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그 다음으로 피해자나 다른 목격자 등을 만나 더 이야기를 들어볼 거고,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압수수색을 해보기도 하고 계좌거래내역을 보기도 하고 통화내역을 보기도 하면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갈 겁니다. 이러는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들을 서류에 적어놓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자료들이 모이게 되고 이걸 다 기록으로 묶어놓으니 이게 곧 증거가 되고, 결국 이 과정이 바로 ‘수사’인 겁니다.
다시 말하면, 예심절차라는 건 피의자를 재판에 보낼지 여부를 판단(공소권 행사)하기 위해 이런저런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수사)하는 절차입니다. 이렇게 예심이 곧 수사이고 공소권 행사를 위한 판단과정이 수사이므로, 수사란 공소권 행사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절차가 아니라 공소권 행사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 바로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므로, 공소권 행사와 수사는 분리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심판사는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소규모의 기관으로서 이들이 모든 사건의 심리를 다 할 여력은 안 되니 사법경찰에게 수사를 위임하는 방법으로 예심을 진행하고, 예심은 재판을 준비하기 위한 절차이니 재판하는 판사가 보게 할 목적으로 예심절차에서 확인한 사실관계들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는데 이게 바로 수사기록입니다. 재판을 하는 판사는 이미 동일한 자격을 가진 사법관인 예심판사가 꼼꼼히 심리를 하여 그 결과를 자세히 기록해놓은 수사기록이 있으니, 정작 재판은 전문법칙 같은 복잡한 규칙 없이, 증인도 별로 없이 비교적 간이한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다만, 모든 사건의 예심절차를 예심판사가 다 담당하는 건 아닙니다. 예심판사가 담당하는 사건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의 사건은 검사가 예심절차를 담당합니다. 즉, 검사가 사법경찰을 지휘해 현행범수사나 예비수사라는 형식의 수사를 진행하여 재판에 보낼 사건을 검토하고 추리는 역할을 맡고 있고, 이 역시 그 성격은 예심절차에 해당합니다.
모든 형사사건을 전부 다 정식재판으로 바로 보내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재판 전 단계에서 상당수의 사건을 걸러내고 일부의 사건만 재판 단계로 들여보냅니다. 어느 나라나 사법자원은 예산과 인력상 무한하지 않으니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모든 형사사건을 정식재판인 배심재판이나 직업법관의 재판에서 다룰 수는 없으니 절대다수 사건을 그 전 단계에서 플리바게닝으로 종결시켜버리고 나머지 극소수의 사건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사법자원을 쏟아붓는 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형사사법 제도가 플리바게닝 제도를 이용해 상당수의 사건을 처리하고 소수의 중요사건에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처럼, 프랑스의 제도는 ① 예심판사와 검사가 사법경찰에 수사를 위임하면서 주재하는 재판 전 예심절차의 운영과 ② 재판에서 수사기록을 증거로써 활용하는 심리 방식을 통해, 상당수의 사건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 소수의 중요사건에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입니다.

프랑스법을 계수한 일본의 영향으로 우리도 일제시대에 예심판사 제도가 운영되었습니다. 예심판사 제도는 해방과 동시에 사라지고, 예심판사 제도가 폐지된 독일 등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 역할을 검사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나라 검사가 담당하는 수사절차가 바로 재판에 보낼 사건을 미리 검토하고 추리는 예심절차이고, 2020년까지는 검사가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바탕으로 이 예심절차를 운영하여 왔습니다.
그러다 2020년 이른바 ‘1차 검수완박법’에 따라, 현행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단서에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일부 범위로 제한한 데 이어, 같은 항 제2호에서는 일반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를 금지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예심판사와 검사는 각각 예심절차를 담당하기에 수사권을 갖고 수사를 할 수 있는데, 예심판사와 검사가 수사를 하는 방식에는 ‘직접수사의 방식’과 ‘수사지휘의 방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예심판사와 검사는 대개 직접수사의 방식보다는 수사지휘의 방식으로 수사를 합니다. 수사지휘의 방식으로 수사한다고 하여 예심판사와 검사의 수사가 아닌 게 아니고, 경찰이 직접 수사한다고 하여 경찰의 수사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수사권의 행사주체는 예심판사와 검사이므로 오직 ‘예심판사의 수사’나 검사의 수사’가 있을 뿐이고, ‘경찰의 수사’나 ‘경찰 수사권 독립’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경찰은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게 아니라 사법관인 예심판사와 검사로부터 사법권을 위임받아서 그 위임범위 내에서 사법기능 중 하나인 수사를 행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는 문자 그대로 ‘사법’경찰로서의 행위인 겁니다.
이러한 프랑스 제도와 비교할 때, 우리의 경우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를 제한하여 검사의 수사 중 ‘직접수사 방식’의 수사를 크게 제한한 데 이어, 일반사법경찰관리를 지휘할 수 없게 하여 ‘수사지휘 방식’의 수사도 금지시켰습니다. 즉, ‘검사의 수사’를 전면적으로 금지시킨 겁니다. ‘수사ㆍ기소 분리론’에 입각한 아이디어이고, 검사는 공소권 행사만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검사의 역할에서 수사를 빼고 공소권 행사로만 한정지어야 한다는 ‘수사ㆍ기소 분리론’의 주장에도 난점이 있습니다. 공소권 행사라는 기능이 모든 사건은 무조건 공소를 제기하여야 한다는 건 아니니 공소 제기 외에 당연히 불기소 처분도 그 내용으로 하는데, 2020년 ‘1차 검수완박법’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불송치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경찰이 할 수 있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던 종전의 ‘전건송치 제도’에서, 이제는 기소 의견이 아닌 사건은 송치하지 않음으로써 경찰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형사사건에는 기소되는 사건보다 불기소되는 사건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사의 본질적인 권한이라는 공소권 행사 기능마저 사실상 온전하지 않게 된 상황입니다.
결국 프랑스 검사와 비교할 때, 2020년 ‘1차 검수완박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2021년 1월 1일 이후 우리나라 검사는 검사 제도 본래의 역할인 직접수사 방식의 수사와 수사지휘 방식의 수사를 포함한 ‘검사의 수사’, 그리고 ‘공소권 행사’ 모두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었기에, 실질적으로 이젠 ‘검사’라고 부르기도 힘든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서면재판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면서, 재판 전 단계에 반드시 예심절차가 있어야 해서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사법관인 예심판사와 검사가 예심절차를 담당하고 있으니 사법적 영역 안에서 예심 기능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해방과 동시에 예심판사 제도가 폐지되면서 사법관도 아닌 준사법관인 검사가 오랫동안 예심을 담당해 오다 이제는 사법적 영역을 아예 벗어나 경찰이 예심을 맡게 되었습니다. 2026년 10월부터 경찰은 독립적인 수사를 행할 수 있고 불송치 결정까지 담당하게 됨으로써 사실상 공소권 행사 기관이 되었습니다. 사법적 영역 밖에서 사법관의 지휘도 받지 않으니 이제는 ‘사법경찰’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본래 예심절차 때문에 서면재판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예심절차의 성격과 담당기관이 크게 달라진 상황이 되었으니 사법적 영역 밖에서 만들어진 수사기록을 갖고도 지금처럼 서면재판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재판을 할 것이냐라는 선택의 문제가 남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4. 정치적 중립성 보장 대책

경찰이 예심절차를 담당하게 된 게 부당하니 다시 검사에게 예심절차를 돌려주자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 검찰 제도가 프랑스의 오리지날 제도처럼 해오지 않았으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역시 또 마찬가지일 겁니다. 검찰은 안 바뀔 겁니다. 다만, 재판 제도의 작동원리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우리나라의 제도가 비교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사실 되돌아보면, 우리나라 검사는 예심절차를 담당하면 안 되었습니다. 사법관도 아니고 그럴 자격이 없는데 예심절차를 맡았으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겁니다. 우리나라 검사가 가장 많은 비난을 들어온 지점은 정치적 중립성 이슈였습니다. ‘정치’는 국민 모두의 삶을 곧바로 통제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말 중요한 분야이므로, 정치와 관련된 일을 다루는 직업은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무사공평한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는커녕 정치와 한 몸인 기관이었으니 사실 예심을 담당하면 안 되었던 겁니다.

예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논의되기는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프랑스는 이런저런 노력을 해왔습니다.
일단 예심기관의 대표격인 예심판사는 정치적 중립성 면에서는 탁월한 기관입니다. 그 신분이 판사이니 재판독립 원칙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이 좀처럼 미치기 힘듭니다. 다만, 이 예심판사 제도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제도입니다. 프랑스가 1808년 처음 이 제도를 만들어 19세기 내내 전 세계에 수출하였지만, 차츰 이 제도를 포기하는 나라들이 등장하기 시작해서 독일은 1974년에, 이탈리아는 1989년에, 오스트리아는 2001년에 예심판사 제도를 폐지하였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예심판사 제도를 없애자는 논의가 줄곧 있어왔는데, 예심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검사에게 예심판사의 역할을 대신 맡기는 데는 전제조건이 하나 따라붙습니다. 예심판사는 그 역시 판사 신분이므로 재판독립 원칙에 따라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반면, 검사가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체제에서 예심을 맡는다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중립성이나 수사의 공정성 면에서 취약할 수 있으니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지금보다 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에서는 검찰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거리두기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프랑스 검찰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행정부에 소속되어 법무부장관을 정점으로 한 위계조직 속에 놓여 있는 관계로, 수시로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정치적 중립성 측면에서 미흡한 검사가 사법관임을 근거로 강제처분권을 행사하거나 판결의 성질을 갖는 처분을 행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종종 의문이 제기되고 유럽법원이나 국내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때 검찰을 법무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시키자는 내용의 법률안이 제안되기도 했고(1997년), 1999년 이후 오랜 논의 끝에 법무부장관이 개별 사건에 관하여 검찰을 지휘하는 것이 아예 금지되기에 이르렀습니다(2013년).
그뿐 아니라, 검사 인사와 징계에 관한 법무부장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검사에 대한 인사와 징계를 의결하는 ‘고등사법위원회(Conseil Supérieur de la Magistrature)’의 의장과 부의장 자리에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을 제외시키고 그 위원들의 구성을 다양화한 데 이어(2008년), 판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검사 인사와 징계에 관한 고등사법위원회의 의견에 구속력을 인정하는 방안이 전임 올랑드 정부에 이어 현 마크롱 정부에서도 계속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법기관이 정치인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자면 늘 각 진영에서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시비를 걸곤 하니,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일반 사법 제도와는 아예 다른 별개의 제도를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각합니다.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분쟁이 정치과정이 아닌 사법과정으로 해소되는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사법의 정치화’를 낳게 됩니다. 정치 문제가 사법부에서 해소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나 의회의 다수파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인사보다는 자기 진영 사람을 법원에 집어넣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이렇게 법원이 당파성을 띠게 되면 그 판결 또한 당파적으로 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정치인 사건이 일반사법절차로 오면 사법절차 자체를 오염시켜버리고 마니, 아예 정치인 사건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제도를 따로 마련함으로써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를 동시에 방지하는 방안을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법 앞에 평등’을 실천하거나 지킬 능력이 안 되는 우리의 현실을 쿨하게 인정하고, ‘법 앞에 평등’이라는 선비같은 말만 고상하게 되뇌고 있지 말고 그냥 정치인들은 특별대우를 해주자는 말입니다.

2018. 1. 16.자 프랑스 일간지 Le Figaro의 기사 “Urvoas 사건 : 국가사법재판소가 수사를 개시한다(Affaire Urvoas : la Cour de justice de la République ouvre une enquête)”를 소개합니다. 2016. 9.부터 파리 근교의 낭떼르 검찰이 하원의원 Thierry Solère에 대해 탈세 등 혐의로 예비수사를 진행하던 중, 2017. 6. 29. 그의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당시 올랑드 정부의 법무부장관 Jean-Jacques Urvoas가 Solère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이 수사 관련 정보를 제공한 정황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낭떼르 검찰 검사장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수준의 기밀누설 정황이 발견되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 의하면 이 Urvoas 장관의 공무상기밀 누설 사건은 일반 검찰청이나 법원에서 수사하거나 재판하지 않고, ‘Cour de Justice de la Republique’라는 기관에서 수사하고 재판한다고 합니다. 이 국가사법재판소는 1993년 헌법 개정으로 신설된 헌법기관으로, 정부 고위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저지른 범죄행위를 수사하고 재판하기 위한 특별사법기관입니다. 이러한 성격의 범죄는 정치적인 책임이나 고려가 필요한 특수성이 있어 일반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에서 일반사건과 동일한 절차나 방법으로 처리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특별한 관할을 가진 사법기관을 두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오래 전부터 ‘Haut Cour de Justice’(정치재판소 또는 최고정의재판소라고 번역)라는 기관을 두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공직자의 직무상 범죄를 다루게 하였는데, 1993년 새로이 국가사법재판소를 신설하면서 Haut Cour de Justice는 대통령의 직무상 범죄만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국가사법재판소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으로 인해 그동안 많은 비판이 있어왔습니다. 1993년 이후 겨우 7명의 정부 구성원들이 이 기관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그중 4명만이 가벼운 처벌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나마 이마저도 형이 면제되었다고 합니다. 국가사법재판소는 상하의원 각 6명씩과 대법원 판사 3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되는데, 정치인 사건을 같은 정치인이 다수인 기관에서 처리하니 팔이 안으로 굽는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비난과 효용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이 기관을 폐지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유독 정치인에게 관대한 건 프랑스나 우리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그런 걸 보면 ‘정치’는 정말 유니크한 영역입니다. 그러나 팔이 안으로 굽는 문제가 있더라도, ‘사법의 정치화’로 사법절차가 오염되는 걸 방지하는 게 더 득이 큰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가사법재판소는 검찰총장의 소추 또는 일반인의 고발에 따라 심사위원회(Commission des requêtes) 및 수사위원회(Commission d'instruction)를 거쳐 재판에 이르게 됩니다. 이번 법무부장관 사건은 검찰총장이 국가사법재판소의 수사위원회에 소추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2019. 9. 검찰총장의 ‘집행유예가 붙은 징역 1년’ 구형보다 가벼운 ‘집행유예가 붙은 징역 1월 및 벌금 5,000유로’의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우리나라 검사는 정치권으로부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극히 취약하고, 프랑스 검사처럼 판사와 동등한 지위의 사법관도 아니어서 직무수행의 객관성에 대해 늘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기관이 예심절차를 담당하면 안 됩니다. 프랑스는 예심절차의 공정성이 중요함을 인식하여 이를 담당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법의 정치화’ 방지에도 신경을 써왔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노력도 없이 정치권력과 검찰이 항상 밀착되어 있었으니 예심절차를 운영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새로운 공소권 행사 기관으로서 예심절차를 담당하게 된 경찰이 검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잘 갖추어 예심절차를 제대로 운영하게 할 대책에 대해 우리는 고민해야 할 시점이겠습니다.


5. 조직범죄 대책

예심절차를 예심판사가 담당하든, 검사가 담당하든, 경찰이 담당하든, 그건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형사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범죄자들을 제때 잘 적발하고 처벌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이게 형사사법의 목적인 거고, 재판을 어떻게 하든, 예심절차를 어느 기관이 맡든 따위는 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프랑스는 어떻게 하고 있고 우리는 뭘 하고 있는지 비교해 보겠습니다.

모성준 판사님의 『빨대사회』(2024년 박영사 刊)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강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정책을 설계하는 분들은 꼭 보셔야 하는 책인데,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지금 마약 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투자사기 범죄, 금융증권 범죄, 자금세탁 범죄 등의 ‘조직범죄’가 창궐하고 있습니다. 과거 조직폭력배에 의한 조직폭력 범죄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다수인이 결합하여 조직적, 지능적, 분업적으로 범죄를 행하는 문자 그대로 ‘조직적 재산범죄’ 말입니다. 이러한 범죄의 특징은, 핵심가담자들의 검거를 피하기 위해 여러 공모자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분담시키고 이를 하부에서 상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로 조직하며 그 각 단계 사이에는 서로 누가 누군지를 알지 못하게 설계함으로써 이 공모자들과 핵심가담자들 사이의 ‘공모’ 사실이 증명되기 매우 어렵게 한다는 점입니다. 핵심가담자들이 검거되기 힘들고 설령 검거되더라도 법망을 빠져나가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보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처럼, 맨 하부의 현금수거책들만 검거되고 제일 상부의 주범들은 좀처럼 검거되지 않는 경우 말입니다.
전통적인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법규정과 이론과 제도는 1명의 범죄자가 1개의 범죄를 저지르는 기본적인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인데, 다수인이 결합하여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다수의 범행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조직범죄 사건이 너무나 큰 피해를 끼치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대책이 아닌 별도의 특별한 대처방안이 시급합니다. 우리나라가 형사사법의 목적을 잊고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국인 작가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가 쓴 법정소설 중에 『파기환송(The Reversal)』(2016년 알에이치코리아 刊)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2011년에 국내 상영된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로 잘 알려진 미키 할러(Mickey Haller)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 미키 할러 변호사 시리즈에는 플리바게닝이 아주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형사절차의 시작은, 바로 플리바게닝을 할지 말지 여부에 대한 검사와 변호인의 머리싸움입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건에서 플리바게닝이 검토되고 있고 실제로도 미국에서는 이 절차를 통해 대다수의 형사사건이 정식재판 전에 종결된다고 하는데, 이처럼 플리바게닝은 미국 형사사법절차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이 『파기환송』에서는 할러 변호사가 총기상해 범죄 피의자를 위한 플리바게닝을 시도하였고, 다음 작품 『다섯 번째 증인(The Fifth Witness)』(2017년 알에이치코리아 刊)에서는 살인 범죄 피의자를 위한 플리바게닝을 시도합니다. 이런 범죄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강력범죄인데요, 우리나라라면 이런 류의 사건에서 플리바게닝을 시도한다는 건 검사 입장에선 매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범인임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가해자가 있고 중범죄자이니 대개 수사기관에 잡혀있기까지 한 상황일 텐데, 증거가 좀 부족하다고 해서, 무죄판결 가능성이 좀 있다고 해서 가벼운 죄로만 살짝 처벌하고 만다는 건 그 누구도 수긍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중범죄자를 봐준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검사는 어떻게 해서든 중범죄자일수록 법정에 세우려고 기를 쓰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이런 류의 강력범죄는, 수사가 아주 어렵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잘하면 범인을 잡아낼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왜냐하면 강력범죄는 눈에 보이는 범행현장이 있고, 피해를 당한 사람이 확실하게 있고, 세상이 좋아져서 지문이나 DNA 감정과 같은 과학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동네 여기저기에 설치되어 있는 CCTV나 주차차량에 있는 블랙박스에 범인의 단서가 포착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긴 세월 오리무중이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마저도 결국에는 범인이 잡히고야 말지 않습니까?

이런 류의 강력범죄 말고, 정작 플리바게닝이 필요하거나 적절한 범죄는 따로 있습니다.
우선은, 범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는 범죄가 좋겠습니다. 피해자의 피해감정을 해하면서까지 국가가 플리바게닝으로 범인에게 혜택을 부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론, 수사와 증명이 정말로 쉽지 않은 성격의 범죄입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조직범죄가 이에 해당합니다. 조직범죄를 흔히 길거리범죄라고도 부르는 단발성의 단독범행인 살인, 절도, 폭력 등의 범죄와 비교해 보면, 길거리범죄는 범죄 직후 현장에 흩뿌려진 증거들을 신속하게 수집하고 범인을 추적해서 단시간에 결론을 볼 수 있는 성격의 범죄인 데 반해, 조직범죄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증거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하부 조직원으로부터 상부 조직원에게로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됩니다. 물적 증거보다는 진술과 같은 인적 증거가 더 중요하고, 외부의 목격자보다는 내부가담자의 협조가 필요하고, 수사에 다수의 인력과 오랜 시일이 소요됩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조직범죄가 급증하고 그에 대한 국가적 대응태세가 더욱 긴요해지며, 조직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많은 나라가 서로 국경을 접하고 있고 그 국경 사이로 중대범죄가 쉽게 넘나드는 유럽의 예가 특히 더욱 그러한데, 각 나라마다 전문수사기관 신설, 특별수사기법과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국가의 범죄대응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 반대급부로, 사안 경미하고 증거 명백한 길거리범죄에 대해서는 신속처리절차 도입 등을 통해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애쓰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정말로 많은 노력을 들여 수사하여야 할 현대사회의 범죄는 바로 이렇게 다수인이 조직적으로 행하는 조직범죄입니다. 고전적인 범죄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범죄여서, 수사기관은 전문성이 필요하고 수사기법도 전문적이고 정교하여야 하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직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우리 수사기관이 갖고 있는 무기는 그리 신통치 못합니다. 수사기관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길거리범죄를 수사하는 데 동원하는 수사기법이나 조직범죄 수사에 쓰는 수사기법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특수한 수사기법과 제도에 관한 입법적 뒷받침이 부족하고, 비교법 연구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플리바게닝, 참고인 강제구인, 사법방해죄, 감청 등의 제도는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온갖 선전선동구호만 난무하는 우리 실정에서 요원하기만 합니다.

수년 전 우리나라 법무부와 검찰에서 플리바게닝 제도의 도입을 시도하였다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법무부나 검찰에서 플리바게닝 제도에 대해 얘기할 때 흔히 있을 수 있는 비판이, 수사의 효율성만을 강조하여 물증 확보에 노력하지 않고 피의자의 자백만 편하게 받아내려는 수사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입니다. 또, 모름지기 국가기관이란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무장하여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범죄자들을 잡고 범죄피해자들을 보듬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네, 맞습니다. 당연히 지당하고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현실은 바로 보려 하지 않고 애써 눈을 감은 채, 마치 공자님인 양 맹자님인 양 선비처럼 늘 점잖은 목소리로 지당하고 옳은 말만 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일본인 학자 오구라 기조가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2017년 모시는사람들 刊)라는 책에서, ‘한국은 도덕지향적인 나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한국인이 도덕적으로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도덕지향적인 것과 도덕적인 건 다른 것이다’라고 아프게 지적했듯이 말이죠.
저는 정치인들이 연루된 사건과, 그런 사건들을 놓고 각각의 진영에 따라 진영의식에만 사로잡혀 거친 목소리를 드높이곤 하는 소동들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바로, ‘이제 제발 위선 떨지 말자’라는 생각입니다. 사실은 진심도 아니면서 그저 남 듣기 좋으라고 아름답고 좋은 말만 늘어놓는 이중성과 위선, 우린 그걸 그동안 참 많이도 목격해왔습니다. 이젠 우리도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도덕지향적’으로 점잖게 지당하고 옳은 말만 하기에 앞서, 과연 그게 논리적인 논리이고 실현은 가능한 얘기인지, 과연 우리 앞에 놓인 실상과 문제점은 무언지를 똑바로 보고 제대로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 우리는 수사기관이 전지전능하지 않은 존재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수사기관은 어떤 진실이든 다 밝힐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이고 수사권을 갖고 있으면 밝히지 못할 의혹이 없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한참 전부터 대한민국은 형사법 만능주의 국가가 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회적 논쟁거리는 죄다 형사절차 안에 집합시켜 놓고 형사법에 따른 해결만을 기다립니다. 사회적 논쟁거리의 직접당사자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그 일의 당사자도 아니고 문외한에 불과한 판검사의 손에 해결을 맡겨버리고는 그 처분만 하염없이 기다리곤 합니다. 그러고도 정작 그 결과에는 승복하지 않고 각 진영별로 아전인수격 주장만 일삼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그렇게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고 수사권이라는 권한도 무슨 대단한 요술방망이가 아닙니다. “조사하면 다 나와”, 이걸 진실로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있던데요, 이런 말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조사한다고 속 시원하게 모두가 알고 싶은 게 다 나오는 게 아니죠. 저의 이런 변명 같은 주장에 대해서, 진실을 발견하겠다는 수사기관으로서의 의지나 능력이 모자람을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언제나 진실을 발견하는 게 가능함을 전제로 당연하다는 듯 수사기관의 역할과 임무를 얘기해서는 곤란합니다. 이는 세상의 모든 범죄를 빠짐없이 적발하겠다고 모든 장소에 CCTV를 설치하자거나 모든 사람들의 휴대전화와 모바일 메신저를 국가가 마음껏 보게 하자는 게 전혀 말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런 당연한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권한을 늘리고 힘을 키워주자는 주장이 결코 아닙니다. 수사기관의 권한을 늘리자는 해결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자칫 수사기관을 통제 불가능한 공룡으로 만들고 수사기관의 공명심과 과욕에 따른 부작용만 조장하는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수사기관이 모든 범죄를 제대로 잡아내고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설령 수사기관이 모든 범죄를 잡아내고 증명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지라도, 그 때문에 야기될 수 있는 인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을 예방한다는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서, 이제 수사기관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 현실과는 유리된 그저 ‘도덕지향적’이기만 한 말은 경계하자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이미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바로 플리바게닝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플리바게닝 제도의 취지는 수사기관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사기관의 수사를 줄이자는 것으로, 바로 수사기관의 증명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생기는 빈틈의 존재는 그 존재대로 인정하되 그 빈틈을 그냥 방치해두지만 말고 뭐라도 어떻게든 메워놓자는 게 그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플리바게닝 제도를 얘기하면 이를 수사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하는 비난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제도는 수사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맞습니다. 사회적으로 필요성이 있어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이루어진다면 수사편의주의적 발상도 가능한 것이고, 수사편의주의를 위해 플리바게닝을 한다는 것인데 이를 수사편의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동어반복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경우 미국의 제도를 참고하여 변형된 형태의 플리바게닝 제도를 2016년에 도입하였습니다. 그 도입 이유가 재미있는데, “종래에는 진술증거 수집의 수단이 한정되어 진술증거의 수집을 오로지 조사에 있어서의 조사관의 노력에 의존하고 있었고, 또한 허위의 자백조서가 오판의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을 받는 사태에 이르게 된 반성적인 입장에서, 또한 최근의 사회정세와 국민의식의 변화 등에 따라 증거수집이 곤란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조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을 개선하고 적정하고 다양한 절차를 통해 보다 용이하게 진술증거가 수집되고, 공판정에서도 현출되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라고 합니다. 이 역시 수사기관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을 수긍하는 데서 이끌어낸 솔직한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도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2004년부터 플리바게닝 제도를 수입해 나름대로의 변형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급증한 각종 중대범죄에 맞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형사사법의 효율화를 목표로, 경미범죄는 간이절차 등을 통해 신속히 처리하는 대신 중대범죄는 전문수사기관을 신설하는 등 수사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형사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또한, 오래 전부터 미국식 배심재판과는 다소 다른 형태의 참심재판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데요, 2019년부터는 종전의 참심재판 대상사건을 축소해서 시민참심원들의 참여범위를 점차 줄여가고 있습니다. 이는 참심재판으로 야기될 수 있는 절차의 지연을 방지하여 신속한 절차 진행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법개혁 방안의 하나로서, ‘시민의 사법참여’니 ‘사법의 민주화’ 같은 ‘도덕지향적’인 구호만 앞세워 자신들의 참심재판 제도를 신성불가침 대상으로 삼으려 하지 않고 위선 떨지 않으면서, 그리고 현실을 인정하면서 과감하게 문제점을 고쳐나가겠다는 프랑스 국민들의 실용적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정리하면, 우리나라에도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우리의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정의 구현이 최고이념인 형사사법절차에서 죄와 벌을 놓고 ‘협상’이니 ‘거래’니 하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 자체에 대한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존재합니다. 즉, 도덕지향적인 ‘국민정서법’상 용납되기 매우 힘든 제도입니다. 단언컨대, 100년 안에는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도입되는 일이 절대 없을 거라 예상합니다.
다만 주장하고 싶은 것은, 위선에서 벗어나 솔직한 논의를 하자는 것입니다. 모자라고 부족한 현실은 현실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비로소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실상은 외면한 채, 하나 마나 한, 그럴듯하기만 한, 그저 번드르르하기만 한 말만 해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마련할 수 없습니다. 왜 미국이 스스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자인하면서도 플리바게닝 제도를 그렇게 오랜 세월 운영하고 있는지, 왜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은 지극히 미국스러운 제도인 플리바게닝 제도를 굳이 자국에 도입한 것인지, 우리는 그 이유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면서 우리 자신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 다시 아까의 문제 제기로 돌아가서, 지금 시대의 가장 큰 현안인 조직범죄에 맞선 프랑스의 선행 대처방안들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이렇다 할 영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직범죄에 잘 대처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신경 써야 할 텐데, 우리는 이미 유행한 지 한참 된 보이스피싱 범죄를 아직까지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습니다. 영상녹화조사나 조사자 증언은 증거로 쓰지 못하니 사안이 경미한 길거리범죄 사건에서도 일일이 조서를 작성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고, 이마저도 걸핏하면 사건관계인들의 진술 번복으로 하나 마나 한 결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음주운전 사건 같이 매우 간단한 사안임에도 단지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정식재판절차에까지, 심지어는 국민참여재판에까지 나아갈 수 있게 하여 한정된 사법자원을 낭비하게 하기도 합니다.


6. 자취를 감추는 흔적들

이제까지 말씀드린 내용들을 요약하겠습니다.
프랑스 형사사법절차가 잘 굴러가게 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로 두 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① 사법관이 주재하는 예심절차의 운영(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사기록의 증거 활용), ② 길거리범죄와 조직범죄를 구분한 선택과 집중 전략입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프랑스와 꽤 거리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심절차는 이제 아예 사법의 영역 밖에서 이루어지게 됐으니, 재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 같고 서면재판의 대안이 필요합니다. 다만, 대법관 증원에 따라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이 새로 100명이나 더 필요하다는 상황에서, 일선 법원의 재판은 지금도 못하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를 누가 무슨 수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선택과 집중 전략 면에서도 갈 길이 멀어 보이는데요, 새로 생긴다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생기관으로서 그 정착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자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再版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K-Pop과 한류 등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전 세계적으로 치솟고 있는 지금, 우리는 앙시앙 레짐을 극복하며 탄생된 근대 사법 제도를 버리고 오히려 구체제를 향한 레트로와 반동을 시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리자는 거 아닙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국민 다수는 이 새로운 제도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잘만 굴러가면 그만이고, 결과가 중요한 거지 과정은 덜 중요합니다.
다만, 우리 제도가 프랑스와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고,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흔적마저 아예 자취를 감추려고 합니다. 한불법학회와 검찰프랑스법연구회가 함께 프랑스 형사법에 대해 이야기를 할 이유가 점점 더 줄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지만, 부디 새로운 한국형 제도가 잘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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