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1일 일요일
잘 나가는 조직과 구성원들의 소통
올해 초에 아주 재미있게 읽고서 여기저기 소개한 칼럼이 하나 있습니다. 2019년 1월 11일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님의 칼럼 '[분수대] 우리 쿨하게'입니다. 내용 전부를 소개하면 이러합니다.우리 ‘유사 가족’ 행세는 그만하기로 해요. 쿨한 관계로 지내자고요. 조직에 청춘을 바치던 시절은 끝났어요. 아버지 때에나 있던 얘기죠. 사실 그때에도 말만 그랬을 거 같아요. 궁금해하지 말고, 불필요한 질문도 삼갑시다. 같이 밥 안 먹어도 돼요. 전 ‘혼밥’ 잘하거든요.
하고 싶은 말은 이거에요. 우리 비즈니스 관계로 만났으면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계로 지내자고요. 쿨하게. 질척이지 말고. ㅇㅋ?
아마도 이걸 읽은 '미생'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후련해했을 듯 합니다. 직장에서 상급자들이 알고 있어야 할 하급자들의 정서가 모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조직과 상급자는 하급자들이 원하는대로 다 해주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러한 하급자들의 정서는 알고 있는 상태에서 뭔가를 하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죠. 하급자들은 속으로 경악하며 뜨아~ 하고 있는데 조직과 상급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소통을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전적으로 동의 안 되는 구절도 있긴 합니다. "프로답게 손익계산 따져서 받은 만큼 일할게요" 같은 부분이 그래요. 사람마다 각자 얼마치의 일을 하는지 정확히 계산하는 게 가능하긴 한가요, 얼마치의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데 과연 손익계산이 따져질까요. 정확하지도 않은 계산을 어설프게 하다 보면 자칫 선량한 주위 동료들이 그 덤터기를 뒤집어쓰는 일이 흔히 있는데요, 우린 이걸 '민폐'라고 부릅니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겁니다. 위 글에 나열된 이야기들 중, 가장 아프게 느껴진 구절은 "일을 열심히 하게 하는 방법요?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면 돼요. 돈을 많이 주고, 조직이 정말 잘 나가서 속한 것만으로 으쓱하게 하는 거"라는 부분입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긴 쉽지 않을 테니, 이 중에서도 굳이 한 가지만 선택하라면 저는 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늘 정말 잘 나가서 속한 것만으로 으쓱하게 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예전에는 그러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조직도 있고 그 반대의 조직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상급자들은 자신의 조직이 어떤 상태이고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으쓱해 하는지 아닌지를 잘 파악하여야 합니다. 예전에는 잘 나가는 조직이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전혀 아닌데도 아직까지 잘 나가는 조직인 줄 착각하고 있는 상급자들도 있지요. 하급자들은 전혀 으쓱해 하지 않는데, 상급자들이 아직도 잘 나가는 조직인 줄 알고 하급자들의 자긍심을 운운하며 충성심을 이끌어내려고 한다면 이 또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얼마 전에 종합병원 신세를 지면서 그 구성원들의 생활을 잠시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음울한 환경과 더럽고 힘들고 궂은 일들, 24시간 내내 이어지는 근무와 층층의 위계질서가 풍기는 팽팽한 긴장감, 일부 환자들의 고압적 갑질과 떼쓰기 등등, 종합병원에 계시는 분들 모두 정말 고생 많고 왠만한 사람들이 선뜻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고 계셨습니다. 돈도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의료계가 계속 잘 나가서 거기 속한 것만으로 으쓱해 할 수 있는 여건이 유지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일들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하고 누군가 계속 꾸준히 해주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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