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저녁 회식을 바라보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점 (2)
페이스북에도 인사이트 있는 대단한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 분 중 하나인 신상철님의 페이스북 글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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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자다가 전화를 받으면 불쾌할까? 보통 이런 상황은 기분 나쁘고 화나는 게 당연하지만, 만약 상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일 수 있다. 어떤 행위 자체보단 그걸 하는 주체가 더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설득도 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에토스라고 했다. 에토스는 그 사람의 인격이나 명예 같은 캐릭터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파토스로 이것은 감정을 뜻한다. 이성과 논리에 해당하는 로고스는 고작 10% 비중밖에 안 된다.
호감이 전부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은 불쾌한 일도 기분 좋게 할 수 있고 별거 아닌 말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존경하는 분이 해주는 칭찬은 그저 덕담일 뿐인데도 평생 간직하게 된다. 만약 상대를 의도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그건 어떤 논리나 조건이 부족해서라기보단 호감이 부족해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스타들의 시답지 않은 농담에도 따봉을 누르는 건 그 사람을 좋아해서다. 그 농담이 재밌어서가 아니라. 콘서트에 가는 건 노래를 듣기보단 그와 함께 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이고. 원하는 게 있다면 상대의 호감을 얻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게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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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 6월에 "저녁 회식을 바라보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점"이라는 글을 이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데요, 제 얘기의 요지는 대부분의 하급자는 상급자가 하자는 저녁 회식을 싫어하지만 그 상급자가 매력적인 사람이라면 문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상철님의 글도 같은 맥락 같네요.
저 글에서는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직장 회식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식을 주최하는 상급자가 누구인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회식 장소가 어딘가라는 점은 부차적이라고 홀대하고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회식 장소가 어디냐 하는 점도 그냥 무시할 요소는 아니죠. 먹고 마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며칠 후에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갖기로 오늘 약속을 정하였는데요, 저는 회식자리를 만들 때마다 항상 어디서 회식을 할까 하는 문제로 한참 동안 골머리를 앓곤 합니다. 꼭 여러 사람이 모이는 회식이 아니라 친한 사람과 단 둘이 만나는 가벼운 자리라도 제가 만드는 자리라면, 어디서 시간을 가질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회식이나 약속을 주최하는 저의 개인적인 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먹고 마시는 거 자체가 훌륭하면 저 자신에게 보다는 그리로 참석자들의 관심이 더 쏠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제가 거기에 묻어갈 수 있고 저의 부족한 면을 잘 메울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사실 회식을 주최하는 누구에게나 회식 장소는 참 중요한 문제입니다.
회식 장소를 고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음식 맛, 분위기, 접근성, 이런 건 너무 당연한 얘기겠죠.
이왕 하는 회식, 특이한 데 말고 평범한 데서 무난하게 치르려면 가급적 돈 생각 말고 괜찮은 데서 해야 합니다. 참석자들에게 특이한 경험도 못 주면서 돈만 아끼려고 하면, 오히려 돈은 돈대로 쓰고 욕만 얻어먹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회식을 안 하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구요.
상급자가 하급자들에게 "너네 좋아하는 데 가자. 너희끼리 정해봐"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요, 저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과연 그들이 정말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곳을 정해서 갖고 올까요. 상급자의 성향도 (상당히) 고려한, 그저그런, 무난한 곳이 당첨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취향을 몰라서 그런다구요?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평소에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을 알고 있어야지요. 모른다고 하면 말이 안 되고, 결국 "나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지요.
어쨋든 가급적 참석자들의 취향에 맞춘 회식 장소를 고르는 게 대개 무난한 방법이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주최자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자리는 어떨까요. "난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야. 혹시 처음이면 이번 기회에 한번 경험해봐." 어쩌다 한번 회식을 한다고 모든 동료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최소한 내 개성에 동조하는 한 두 명은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상급자가 하급자들에게 "너네 좋아하는 데 가자. 너희끼리 정해봐"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요, 저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과연 그들이 정말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곳을 정해서 갖고 올까요. 상급자의 성향도 (상당히) 고려한, 그저그런, 무난한 곳이 당첨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취향을 몰라서 그런다구요?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평소에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을 알고 있어야지요. 모른다고 하면 말이 안 되고, 결국 "나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지요.
어쨋든 가급적 참석자들의 취향에 맞춘 회식 장소를 고르는 게 대개 무난한 방법이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주최자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자리는 어떨까요. "난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야. 혹시 처음이면 이번 기회에 한번 경험해봐." 어쩌다 한번 회식을 한다고 모든 동료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최소한 내 개성에 동조하는 한 두 명은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흔한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도 식상할 수 있겠는데, 경우에 따라 참석자들이 하루 이틀 전에 다른 회식자리에 참석해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었는지도 따져보는 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며칠 후에 함께 회식을 하자고 한 동료들은 오늘 다른 팀과 고깃집에서 회식을 한다는데, 그 덕에 제 선택지가 크게 줄어버려 고민이 더 크네요.
그런데 결국 가 본 데 많지 않아도, 아는 데 별로 없어도, 시간을 충분히 갖고 부지런히 검색질을 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낼만한 회식 장소가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결국 오늘도 왜 회식을 하자고 했을까 후회하며 늦은 밤까지 열심히 손가락을 고생시키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9일 금요일
마크롱 대통령의 페탱 원수 발언 논란
며칠 전인 2018년 11월 7일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필리프 페탱(Philippe Pétain, 1856-1951)에 대해 위대한 군인이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페탱은 1차 세계대전 당시 Verdun 전투에서 독일군을 무찌르는 등 프랑스의 승전을 이끌어 프랑스의 원수(元帥, maréchal)라는 칭호를 받은 장군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 때는 위기상황에 놓인 프랑스의 총리로 복귀하여 나치 독일에 항복하고 비시(Vichy) 정부의 수반으로서 히틀러에 적극 부역하였다가 전후 사형선고를 받은 인물입니다.
생각해보면, 비록 1차 대전의 영웅으로 프랑스를 구원한 페탱이지만, 그래서 2차 대전 당시 프랑스가 위기에 처하게 되자 8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 영웅이 3공화국의 총리로 소환되어 프랑스를 이끌게까지 된 것이지만, 나치 독일에 대한 항복과 부역은 프랑스로서는 부인하고 숨기고만 싶은 수치스런 기억인 거죠.
반면, 런던에서 망명정부인 '자유 프랑스(La France Libre)'를 이끈 드골은 이 어두운 시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랑스럽게 장식하여야만 하는 프랑스의 단 하나의 기억이어야만 했던 거구요. 이러한 대립구도의 설정에는 혹여 역사의 과장이나 더 나아가 조작이 끼어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프랑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 같습니다. 이게 현재 프랑스 국민들의 국가적 자긍심의 원천이니까요.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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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이 했다는 발언은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페탱은 비록 2차 세계대전 당시 불행한 선택(des choix funestes)을 하긴 하였지만, 1차 세계대전의 위대한 장군(un grand soldat)이었습니다. 그가 위대한 장군이었다는 사실은 진실입니다. 인간으로서 정치적 삶은 사람들이 믿기 원하는 것보다는 때때로 더 복잡합니다. 저는 항상 우리나라의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봐 왔습니다."
2018년 11월 7일자 리베라시옹(Liberation)지의 체크뉴스(CheckNews.fr)에는 "마크롱 이전의 대통령들은 페탱에 대해 어떠한 발언을 하였는가?(Comment les présidents parlaient du maréchal Pétain avant Macron?)"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에 나온 전직 대통령들의 멘트를 소개해드리겠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전직 대통령들도 마크롱 대통령과 비슷한 정도의 수위로 발언하였고 마크롱 대통령도 이를 충실히 반영하여 발언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전후 프랑스의 재건기를 이끈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1959-1969 재임) 대통령은 1966년 베르덩 전투 50주년 기념식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불행히도 1차 대전 때와는 다른 시점에, 그의 인생에 있어 혹독한 겨울(l'extrême hiver de sa vie)에, 엄청난 일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령의 나이가 페탱을 비난할만한 실패로 이끌었다 할지라도, 그가 베르덩에서 거둔 영광, 그가 그(비시 정부 수립)보다 25년 전에 베르덩에서 거둔 영광, 그리고 그가 그 이후에 프랑스군을 승리로 이끌며 지킨 영광은 조국에 의해 다퉈지거나 부정될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40년 후 베르덩 전투 90주년 기념식에서는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1995-2007 재임)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하였습니다.
"승리를 위한 결정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베르덩의 승리자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사람은 바로 필리프 페탱입니다. 불행히도, 1940년 6월에 동일한 사람이 그 인생의 겨울(l'hiver de sa vie)에 이르러 그의 영광을 휴전이라는 불행한 선택(le choix funeste)과 부역이라는 불명예로 상쇄시켜버렸습니다."
시라크 대통령의 위 연설을 보면 그가 드골 대통령이 쓴 'l'hiver de sa vie'라는 표현을 모방하고, 마크롱 대통령은 시라크 대통령이 쓴 'le choix funeste'라는 표현을 그대로 갖다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라크 대통령의 직전 대통령인 프랑수와 미테랑(François Mitterrand, 1981-1995 재임) 대통령은, 페탱의 묘에 헌화하였다가 유대인 공동체로부터 격한 항의를 받은 후 가진 유대인계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페탱의 모순(contradiction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저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우리는 역사의 전형적인 모순 상황 앞에 있고, 역사의 모순은 우리를 다시 모순 상황 속에 놓아두며, 이는 정말로 우리를 견딜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는, 프랑스가 거둔 가장 위대한 전투를 빼버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사건들(비시 정부 수립)로부터 25년 전에 일어난 베르덩 전투에 누가 참여하고 누가 지휘했는지는 프랑스의 역사에서 뺄 수 없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것은 바로 치욕입니다. 베르덩의 영광은, 수많은 피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영광은 잊혀질 수 없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1942년의 치욕이 이 영광을 폄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본질적인 모순(une contradiction fondamentale)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에 대처해야 하고, 이에 대한 몰이해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비난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비록 1차 대전의 영웅으로 프랑스를 구원한 페탱이지만, 그래서 2차 대전 당시 프랑스가 위기에 처하게 되자 8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 영웅이 3공화국의 총리로 소환되어 프랑스를 이끌게까지 된 것이지만, 나치 독일에 대한 항복과 부역은 프랑스로서는 부인하고 숨기고만 싶은 수치스런 기억인 거죠.
반면, 런던에서 망명정부인 '자유 프랑스(La France Libre)'를 이끈 드골은 이 어두운 시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랑스럽게 장식하여야만 하는 프랑스의 단 하나의 기억이어야만 했던 거구요. 이러한 대립구도의 설정에는 혹여 역사의 과장이나 더 나아가 조작이 끼어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프랑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 같습니다. 이게 현재 프랑스 국민들의 국가적 자긍심의 원천이니까요.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2018년 11월 5일 월요일
자녀와 둘만의 짧은 파리 여행 후기
지난 주에 4박 5일간의 짧은 파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여행의 준비를 위해 몇 가지 느낀 점을 두서 없이 적어 볼까 합니다.
1. 이번 파리 여행은 중학교 1학년인 제 딸아이와의 단둘만의 여행이었습니다.
다른 가족들을 빼고 딸아이만 데리고 여행을 간 이유는, 큰아들과의 프랑스 여행이야기를 담은 이코노미스트 홍춘욱님의 아래 책이, 그리고 이 책을 소개하는 "왜 홍 박사님은 아들과 단둘이서 프랑스를 여행했을까"라는 글이 던져 준 아이디어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저 편하자고 한 측면이 많습니다.
2. 시간과 비용 면에서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장거리 여행일수록 아이의 수준을 더 신중하게 고려해봐야겠습니다.
제 딸아이는 중학교 1학년으로, 마침 학기 한 중간에 여행을 가도 큰 무리가 없을만한 1주일이 생겨 파리 여행을 질러본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공부 때문에 장기간 학교를 빠질 기회가 없을 거라고도 해서요.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면 이제 어느 정도 커서 유럽 여행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는 나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그런데 아직 그건 좀 이른 것이었더군요. 물론 아이들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제 아이는 아직 유럽 여행에 흥미가 없더군요. 미리 여행 공부를 하라고 책을 몇 권 줬는데, 전혀 보지 않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더군요. 제가 파리에 대해 뭔가 설명을 해줘도 귀담아 듣지 않구요. 아직 유럽에 관심이 생기지 않은 것이고, 아이에 대한 관찰이나 배려 없이 저 혼자 너무 쉽게만 제 위주로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거지요.
그런데도 관심도 없는 관광지와 거리를 아빠 따라 걸어 다니면서 허리 아프다, 다리 아프다 라는 말 외에는 다른 불만을 얘기하지 않고 줄곧 잘 따라다닌 제 아이에게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당초 4박 5일로 일정을 짤 때는 그래도 간만에 큰 돈 들여 파리를 가는 건데 너무 일정이 짧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나고보니 더 긴 일정을 잡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3. 아이와 여행하면서 두 가지에 신경을 쓰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첫째는, 아이를 제 가족이 아니라 마치 남인 것처럼 대하자.
제가 남한테는 친절하고 오히려 가족한테는 안 친절한 편인데요, 그래서 이번 여행 기간 중에는 아이를 가급적 남처럼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단둘만의 여행이니 서로 원만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고 남처럼 조심스레 대하고 예의를 지키고 대화도 성의 있게 하는 등 노력을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 아이가 꽤 컸기에 제가 아빠랍시고 그저 편하게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이 다짐은 나름 잘 지킨 것 같습니다. 배려, 존중, 머 이렇게 거창한 단어까지 갖다붙일 일은 아니지만, 평소와 달리 신경을 좀 썼습니다.
둘째, 아이 보는 데서 외국인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아이가 저를 닮아서 좀 숙맥기가 있습니다. 학원에선 영어를 곧잘 한다는데, 아마 저를 닮아서 정작 실전에서는 영어를 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천지인 파리에서 제가 제 본연의 모습과 달리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가 따라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다짐은 완전 실패였습니다. 제가 제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질 못하겠더군요. 외국인이 옆에 있는 상황이 생기면 스스로 온갖 핑계를 속으로 대면서 기회를 걷어차버리곤 하였습니다. 제가 본을 보이지 못한 것은 물론, 제 아이도 4박 5일간 영어를 한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으이그........
4.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기대한 것은 '오페라 갸르니에'에서 발레 공연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제 딸아이가 사실상 첫 파리 여행이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여행 일정을 준비하였고, 이 기본적인 일정은 모두 제가 이미 경험해본 것들이어서 제 입장에서는 이번 여행에서 새로운 걸 본다는 기대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새로운 볼거리가 바로 '오페라 갸르니에'에서의 발레 공연이었습니다. 한번도 오페라에서 제대로 공연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마침 여행기간 중 오페라의 발레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고, 기쁜 마음으로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나 잘 볼 수 있도록 높은 위치에 광활한 면적으로 스크린이 걸려있는 영화와는 달리, 연극, 오페라, 뮤지컬 같은 실사 공연은 객석의 위치에 따라 무대를 조망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달라지지요. 그래서 이런 공연들은 무조건 비싼 자리에서 봐야 한다는 쓸 만한 소신을 갖고 있음에도 막상 실천이 쉽질 않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정쩡한 가격대의 표를 구하다보니 사이드에 있는 발코니석, 그것도 두 번째 열에 있는 자리를 구했는데, 이게 시야가 아주 좋지 못해서 무대의 절반도 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은 방 안에서 공연 관람을 하는 발코니석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 사이드의 발코니석이 무대와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관람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제가 들어간 발코니석은 3열로 구성되어 한 열에 두 자리씩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맨 앞의 열만 시야가 확보되는 자리였고, 나머지 두 번째와 세 번째 자리는 발코니 사이사이를 가르는 벽으로 인해 무대와의 각도상 거의 관람이 불가능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아예 보이지도 않는 자리를 어떻게 돈 주고 파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같은 값이면 무대와의 거리가 좀 멀더라도 그나마 무대가 모두 보이는 중앙쪽의 자리를 고르고, 사이드의 자리들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5. 처음으로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경험했습니다.
파리에 적지 않은 기간 있어봤지만, 말로만 듣던 소매치기를 이번에 처음 당해보았습니다.
사건 발생 시각과 장소는 인파가 많은 오후 4시경 메트로 Invalid 역에서였습니다. 제 뒤를 따라 동유럽 계열로 보이는 청년 두 명이 혼잡한 열차 안에 올라타더니 한 명은 저를 밀치고 괜히 흐느적거리는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주의를 끌고, 그 사이 다른 한 명은 제 뒤에 붙어 제가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 위에 작은 사각 천을 덮어씌우고 그 사이로 가방 지퍼를 열어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저도 사태 파악을 못한 채 앞에 있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청년이 뭔가 싶어 거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제 몸을 다른 쪽으로 돌리자 비로소 뒤에 있던 청년이 저에게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가방을 살펴보니 지퍼가 열려 있었고, 이게 뭐지 하는 사이에 그 청년들은 유유히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다행히 여권과 지갑 등 귀중품은 모두 제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고 가방에는 귀중품이 전혀 없었기에, 미수에 그친 범행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피해 본 물건은 없었지만, 남의 손이 제 가방 속을 다녀갔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많이 나쁘더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담들을 듣고도 막상 소매치기를 알아채지 못하고 허술하게 당하고 말다니, 어이 없기도 합니다. 뒤에 다시 생각해보면, 충분히 소매치기임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수법이 좀 엉성하기도 했거든요.
에펠탑 부근에 가보니 'Can you speak english?'들은 왜 이렇게 많아졌는지요. 이 사람들도 관광객들에게 서명을 받는 채 하면서 주의를 끄는 사이에 다른 일당이 뒤에서 지갑을 턴다지요. 아무튼 모두들 파리 여행은 조심합시다.
6. 숙소는 파리 15구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습니다. 오래 전에 지어져 엘리베이터도 없는 파리의 전형적인 6층 아파트였는데, 층간소음을 조심해야겠더군요.
저희는 맨 꼭대기 6층에 있는, 거실 하나와 방 하나를 쓸 수 있는 속칭 '하녀방'에 묵었습니다. 에펠탑이 창밖으로 보이는 근사한 곳이었지요.
저희는 맨 꼭대기 층이어서 층간소음을 당할 입장은 아니었는데, 셋째 날 아침에 아래 층에서 사람이 올라오더군요. 신발 소리가 크게 들린다며 신발을 벗어달라구요. 실내에서 신을 슬리퍼를 따로 준비해오지 않아 신고 온 운동화를 실내에서도 계속 신고 있었는데, 이게 아래 층에는 큰 소음이었던 모양입니다.
뒤늦게 슬리퍼를 사기도 뭐해, 찝찝하지만 그냥 양말 신고 생활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땐 준비물에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7. 기타 소소한 팁 몇 가지
- 출국하는 날 집에서 가까운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을 이용할까 했습니다. 제 티켓은 대한항공으로 예약했지만, 항공기는 공동운항편인 에어프랑스였습니다. 이런 경우 에어프랑스 창구에서 출국수속을 해야 하는데, 오리지날 에어프랑스가 아닌 공동운항편의 경우는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수속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분들은 허탕치지 말고 인천공항으로 바로 가셔야겠습니다.
- 인천공항도 그렇고 샤를드골공항도 그렇고, 사람이 있는 출국수속대보다 셀프체크인 기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무인기기로 보딩패스를 출력하고 짐도 함께 부치는 시스템입니다. 처음 써보는 기기라 한번에 못하고 좀 당황하기도 했는데, 이제 대부분의 일을 기계를 이용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 샤를드골공항에 도착해서는 출국장에 있는 인포메이션에서 이틀 짜리 뮤지엄패스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으로 뮤지엄패스를 써봤는데, 미술관에서 티켓 사느라 긴 줄 설 필요 없어 정말 편리하더군요. 뮤지엄패스가 있으니 다른 때 같으면 잘 안 갔을 소소한 미술관도 고민 없이 방문하게 되구요.
이번 여행 기간은 외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은 비수기였지만 하필 만성절(Toussaint)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내국인들이 많아 미술관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에서 엄청난 줄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뮤지엄패스의 위력이 더더욱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그리고 18세 미만은 미술관 입장이 아예 무료이므로, 어른만 뮤지엄패스를 구입하면 되겠습니다.
- 샤를드골공항에 도착해서 파리 시내로 이동할 때는, 시간 절약을 위해 처음으로 '우버'를 이용해봤습니다. 낮 2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시내로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요금은 미리 정해진 금액인지, 딱 50유로를 받더군요.
- 미리 은행 가서 환전할 시간이 없어, 파리에 도착해서 거리 여기저기에 있는 현금인출기에서 신용카드로 수시로 조금씩만 유로를 인출해 사용했습니다. 파리는 신용카드를 그대로 쓰면 되니 어차피 현금을 쓸 일이 많지 않고, 얼마 안 되는 소액의 현금이라면 신용카드 대출 수수료가 그리 큰 부담이 된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 교통편을 위해 메트로 창구에서 교통카드인 Navigo를 만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줄 겸 해서요. 나중에 커서 친구들이랑 파리를 놀러왔을 때 이번에 아빠랑 만든 나비고로 파리를 누비고 다니라구요.
나비고를 만들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주일 내내 1구역, 2구역, 이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이 베르사유나 샤를드골공항까지 마음껏 다닐 수 있어 편리하기도 합니다. 카드에 붙일 작은 증명사진 한 장은 미리 준비해 가셔야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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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묵은 숙소 창밖 풍경] |
1. 이번 파리 여행은 중학교 1학년인 제 딸아이와의 단둘만의 여행이었습니다.
다른 가족들을 빼고 딸아이만 데리고 여행을 간 이유는, 큰아들과의 프랑스 여행이야기를 담은 이코노미스트 홍춘욱님의 아래 책이, 그리고 이 책을 소개하는 "왜 홍 박사님은 아들과 단둘이서 프랑스를 여행했을까"라는 글이 던져 준 아이디어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저 편하자고 한 측면이 많습니다.
저의 경우 온가족이라고 해봐야 네 명밖에 안 되지만, 모두 한꺼번에 움직이려면 비용은 많이 들고 시간 맞추기는 힘듭니다. 다른 세 명의 컨디션과 상태, 동선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합니다. 한 명이라도 컨디션이나 기분에 문제가 생기면 남은 여행 꽝 될 위험 있습니다. 네 명 짐 다 싸기 힘들고, 여행에서 돌아와 이 네 명의 짐 풀고 정리하는 건 더 힘듭니다. 물론 그 네 명분의 짐을 제가 혼자 거의 다 지고갈 큰 위험도 있지요. 호텔이야 네 명이 동시에 들어가는 객실 없어도 에어비앤비 이용하면 되니 문제 없으나, 유럽의 택시는 조수석을 비워둬야 하니 한 차로 이동 불가입니다. 관광지 입장료 내려면 어른 둘, 청소년 하나, 어린이 하나, 갈수록 머리 나빠지는데 계산 복잡합니다. 숙소 화장실 하나를 네 명이 쓰려면 이것도 꽤 불편하겠네요.
이렇게 이런저런 핑계들을 댔으나, 결국 한마디로 정리하면 저 편한 여행 하자는 심보였지요.
확실히 아이 하나와 단둘만 여행을 하니, 앞에 써놓은 핑계들 그대로 여행 자체가 편하긴 편했습니다. 그런데 함께하지 못한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여행 내내 들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즐거운 순간에는 더더욱 서울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고, 즐겁지 않은 순간에는 이거 벌을 받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함께한 아이와 과연 많은 대화와 의미있는 만남이, 가족 전부와 함께한 여행에 비해 탁월하게 특별하였는지도 의문이구요.
아이와 단둘이 만드는 추억여행이라고 너무 쉽게만 아름답게 제 위주로 포장하지 말고, 가까운 뒷산이라도 아이와 단둘이 가보고 난 다음 멀고 긴 여행을 준비해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시간과 비용 면에서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장거리 여행일수록 아이의 수준을 더 신중하게 고려해봐야겠습니다.
제 딸아이는 중학교 1학년으로, 마침 학기 한 중간에 여행을 가도 큰 무리가 없을만한 1주일이 생겨 파리 여행을 질러본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공부 때문에 장기간 학교를 빠질 기회가 없을 거라고도 해서요.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면 이제 어느 정도 커서 유럽 여행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는 나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그런데 아직 그건 좀 이른 것이었더군요. 물론 아이들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제 아이는 아직 유럽 여행에 흥미가 없더군요. 미리 여행 공부를 하라고 책을 몇 권 줬는데, 전혀 보지 않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더군요. 제가 파리에 대해 뭔가 설명을 해줘도 귀담아 듣지 않구요. 아직 유럽에 관심이 생기지 않은 것이고, 아이에 대한 관찰이나 배려 없이 저 혼자 너무 쉽게만 제 위주로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거지요.
그런데도 관심도 없는 관광지와 거리를 아빠 따라 걸어 다니면서 허리 아프다, 다리 아프다 라는 말 외에는 다른 불만을 얘기하지 않고 줄곧 잘 따라다닌 제 아이에게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당초 4박 5일로 일정을 짤 때는 그래도 간만에 큰 돈 들여 파리를 가는 건데 너무 일정이 짧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나고보니 더 긴 일정을 잡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3. 아이와 여행하면서 두 가지에 신경을 쓰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첫째는, 아이를 제 가족이 아니라 마치 남인 것처럼 대하자.
제가 남한테는 친절하고 오히려 가족한테는 안 친절한 편인데요, 그래서 이번 여행 기간 중에는 아이를 가급적 남처럼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단둘만의 여행이니 서로 원만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가족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고 남처럼 조심스레 대하고 예의를 지키고 대화도 성의 있게 하는 등 노력을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 아이가 꽤 컸기에 제가 아빠랍시고 그저 편하게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이 다짐은 나름 잘 지킨 것 같습니다. 배려, 존중, 머 이렇게 거창한 단어까지 갖다붙일 일은 아니지만, 평소와 달리 신경을 좀 썼습니다.
둘째, 아이 보는 데서 외국인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아이가 저를 닮아서 좀 숙맥기가 있습니다. 학원에선 영어를 곧잘 한다는데, 아마 저를 닮아서 정작 실전에서는 영어를 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천지인 파리에서 제가 제 본연의 모습과 달리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가 따라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다짐은 완전 실패였습니다. 제가 제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질 못하겠더군요. 외국인이 옆에 있는 상황이 생기면 스스로 온갖 핑계를 속으로 대면서 기회를 걷어차버리곤 하였습니다. 제가 본을 보이지 못한 것은 물론, 제 아이도 4박 5일간 영어를 한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으이그........
4.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기대한 것은 '오페라 갸르니에'에서 발레 공연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제 딸아이가 사실상 첫 파리 여행이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여행 일정을 준비하였고, 이 기본적인 일정은 모두 제가 이미 경험해본 것들이어서 제 입장에서는 이번 여행에서 새로운 걸 본다는 기대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새로운 볼거리가 바로 '오페라 갸르니에'에서의 발레 공연이었습니다. 한번도 오페라에서 제대로 공연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마침 여행기간 중 오페라의 발레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고, 기쁜 마음으로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나 잘 볼 수 있도록 높은 위치에 광활한 면적으로 스크린이 걸려있는 영화와는 달리, 연극, 오페라, 뮤지컬 같은 실사 공연은 객석의 위치에 따라 무대를 조망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달라지지요. 그래서 이런 공연들은 무조건 비싼 자리에서 봐야 한다는 쓸 만한 소신을 갖고 있음에도 막상 실천이 쉽질 않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정쩡한 가격대의 표를 구하다보니 사이드에 있는 발코니석, 그것도 두 번째 열에 있는 자리를 구했는데, 이게 시야가 아주 좋지 못해서 무대의 절반도 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은 방 안에서 공연 관람을 하는 발코니석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 사이드의 발코니석이 무대와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관람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제가 들어간 발코니석은 3열로 구성되어 한 열에 두 자리씩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맨 앞의 열만 시야가 확보되는 자리였고, 나머지 두 번째와 세 번째 자리는 발코니 사이사이를 가르는 벽으로 인해 무대와의 각도상 거의 관람이 불가능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아예 보이지도 않는 자리를 어떻게 돈 주고 파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같은 값이면 무대와의 거리가 좀 멀더라도 그나마 무대가 모두 보이는 중앙쪽의 자리를 고르고, 사이드의 자리들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5. 처음으로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경험했습니다.
파리에 적지 않은 기간 있어봤지만, 말로만 듣던 소매치기를 이번에 처음 당해보았습니다.
사건 발생 시각과 장소는 인파가 많은 오후 4시경 메트로 Invalid 역에서였습니다. 제 뒤를 따라 동유럽 계열로 보이는 청년 두 명이 혼잡한 열차 안에 올라타더니 한 명은 저를 밀치고 괜히 흐느적거리는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주의를 끌고, 그 사이 다른 한 명은 제 뒤에 붙어 제가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 위에 작은 사각 천을 덮어씌우고 그 사이로 가방 지퍼를 열어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저도 사태 파악을 못한 채 앞에 있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청년이 뭔가 싶어 거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제 몸을 다른 쪽으로 돌리자 비로소 뒤에 있던 청년이 저에게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가방을 살펴보니 지퍼가 열려 있었고, 이게 뭐지 하는 사이에 그 청년들은 유유히 열차에서 내렸습니다.
다행히 여권과 지갑 등 귀중품은 모두 제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고 가방에는 귀중품이 전혀 없었기에, 미수에 그친 범행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피해 본 물건은 없었지만, 남의 손이 제 가방 속을 다녀갔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많이 나쁘더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담들을 듣고도 막상 소매치기를 알아채지 못하고 허술하게 당하고 말다니, 어이 없기도 합니다. 뒤에 다시 생각해보면, 충분히 소매치기임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수법이 좀 엉성하기도 했거든요.
에펠탑 부근에 가보니 'Can you speak english?'들은 왜 이렇게 많아졌는지요. 이 사람들도 관광객들에게 서명을 받는 채 하면서 주의를 끄는 사이에 다른 일당이 뒤에서 지갑을 턴다지요. 아무튼 모두들 파리 여행은 조심합시다.
6. 숙소는 파리 15구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습니다. 오래 전에 지어져 엘리베이터도 없는 파리의 전형적인 6층 아파트였는데, 층간소음을 조심해야겠더군요.
저희는 맨 꼭대기 6층에 있는, 거실 하나와 방 하나를 쓸 수 있는 속칭 '하녀방'에 묵었습니다. 에펠탑이 창밖으로 보이는 근사한 곳이었지요.
저희는 맨 꼭대기 층이어서 층간소음을 당할 입장은 아니었는데, 셋째 날 아침에 아래 층에서 사람이 올라오더군요. 신발 소리가 크게 들린다며 신발을 벗어달라구요. 실내에서 신을 슬리퍼를 따로 준비해오지 않아 신고 온 운동화를 실내에서도 계속 신고 있었는데, 이게 아래 층에는 큰 소음이었던 모양입니다.
뒤늦게 슬리퍼를 사기도 뭐해, 찝찝하지만 그냥 양말 신고 생활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땐 준비물에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7. 기타 소소한 팁 몇 가지
- 출국하는 날 집에서 가까운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을 이용할까 했습니다. 제 티켓은 대한항공으로 예약했지만, 항공기는 공동운항편인 에어프랑스였습니다. 이런 경우 에어프랑스 창구에서 출국수속을 해야 하는데, 오리지날 에어프랑스가 아닌 공동운항편의 경우는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수속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분들은 허탕치지 말고 인천공항으로 바로 가셔야겠습니다.
- 인천공항도 그렇고 샤를드골공항도 그렇고, 사람이 있는 출국수속대보다 셀프체크인 기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무인기기로 보딩패스를 출력하고 짐도 함께 부치는 시스템입니다. 처음 써보는 기기라 한번에 못하고 좀 당황하기도 했는데, 이제 대부분의 일을 기계를 이용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 샤를드골공항에 도착해서는 출국장에 있는 인포메이션에서 이틀 짜리 뮤지엄패스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으로 뮤지엄패스를 써봤는데, 미술관에서 티켓 사느라 긴 줄 설 필요 없어 정말 편리하더군요. 뮤지엄패스가 있으니 다른 때 같으면 잘 안 갔을 소소한 미술관도 고민 없이 방문하게 되구요.
이번 여행 기간은 외국인 관광객은 많지 않은 비수기였지만 하필 만성절(Toussaint)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내국인들이 많아 미술관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에서 엄청난 줄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뮤지엄패스의 위력이 더더욱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그리고 18세 미만은 미술관 입장이 아예 무료이므로, 어른만 뮤지엄패스를 구입하면 되겠습니다.
- 샤를드골공항에 도착해서 파리 시내로 이동할 때는, 시간 절약을 위해 처음으로 '우버'를 이용해봤습니다. 낮 2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시내로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요금은 미리 정해진 금액인지, 딱 50유로를 받더군요.
- 미리 은행 가서 환전할 시간이 없어, 파리에 도착해서 거리 여기저기에 있는 현금인출기에서 신용카드로 수시로 조금씩만 유로를 인출해 사용했습니다. 파리는 신용카드를 그대로 쓰면 되니 어차피 현금을 쓸 일이 많지 않고, 얼마 안 되는 소액의 현금이라면 신용카드 대출 수수료가 그리 큰 부담이 된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 교통편을 위해 메트로 창구에서 교통카드인 Navigo를 만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줄 겸 해서요. 나중에 커서 친구들이랑 파리를 놀러왔을 때 이번에 아빠랑 만든 나비고로 파리를 누비고 다니라구요.
나비고를 만들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주일 내내 1구역, 2구역, 이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이 베르사유나 샤를드골공항까지 마음껏 다닐 수 있어 편리하기도 합니다. 카드에 붙일 작은 증명사진 한 장은 미리 준비해 가셔야 하구요.
- 제가 카카오톡을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에는 업무용으로만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폰에는 설치하지 않고 컴퓨터에만 깔아서 쓰고 있는데요, 외국여행을 하려니 카톡을 안 쓰기가 좀 힘드네요. 보통 외국여행 가면서 데이터로밍을 신청하게 되니, 카톡에 있는 보이스톡과 페이스톡 기능으로 가족들과 편리하게 연락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 여행에서 카톡 아주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프랑스 사법관의 직무상 과오에 대한 책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프랑스도 사법관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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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7일자 Vie-Publique 사이트의 "사법관의 책임(La responsabilité des magistrats)" 글에 따르면, '1958년 12월 22일자 사법관의 지위에 관한 법률명령'은 사법관의 과오 책임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법관은 개인적인 과오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
즉,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공통원칙에 따라, 사법관의 과오가 직무수행과 관련없는 경우 그는 보통법의 조건 하에 책임이 있고, 반대로 사법관의 과오가 직무수행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 과오로 인한 피해자는 국가에 대해서만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민사책임의 경우에 그러하다는 것이고, 형사책임 영역에서는 어떠한 면제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국가 내부적으로 징계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2018년 9월 25일자 르몽드지의 기사 "사법관의 과오는 거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Les fautes des magistrats sont peu sanctionnées)"에서는 사법관의 잘못에 대해 이렇다할 처벌이 없는 현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2014년 리옹에서의 테러를 계획했던 지하디스트 테러범 Qualid B.가 2016년 8월부터 구속되어 수감 중이었는데, 구속기간 연장조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은 예심수사판사의 부주의로 2018년 4월 3일 석방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프랑스 주간지 'Le Canard enchaîné'의 보도로 처음 드러나, 8월 22일에서야 법무부장관이 이를 시인하기에 이릅니다.
테러범은 석방되자마자 사법통제(contrôle judiciaire) 상태에 있게 되었는데, 주거지에서의 이탈이 금지되고 매일 두 차례씩 경찰관의 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중대한 실수를 한 예심수사판사는 사직을 권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였고, 아직까지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이제 조만간 법무부장관의 지시로 사법감찰 절차(inspection générale de la justice)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이, 프랑스에서는 사법관에 대한 징계조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징계 사례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징계를 받은 사법관이 2014년 11명, 2015년 3명, 2016년 2명, 2017년 4명, 2018년은 현재까지 단 1명에 불과합니다.
각 법원의 기관장들이 징계조치보다는 단순 경고조치(avertissement)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고조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2013~2017) 고등법원장이나 고등검사장이 약 8,000명의 사법관 중 30명에 대해 경고조치를 한 데 비해, 그 10년 전에는 같은 5년간(2004~2008) 46명의 사법관에 대해 경고조치가 있었습니다.
참고 사이트 : http://boris-victor.blogspot.com/2018/09/les-fautes-des-magistrats-peu.html.
그리고 국가 내부적으로 징계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2018년 9월 25일자 르몽드지의 기사 "사법관의 과오는 거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Les fautes des magistrats sont peu sanctionnées)"에서는 사법관의 잘못에 대해 이렇다할 처벌이 없는 현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2014년 리옹에서의 테러를 계획했던 지하디스트 테러범 Qualid B.가 2016년 8월부터 구속되어 수감 중이었는데, 구속기간 연장조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은 예심수사판사의 부주의로 2018년 4월 3일 석방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프랑스 주간지 'Le Canard enchaîné'의 보도로 처음 드러나, 8월 22일에서야 법무부장관이 이를 시인하기에 이릅니다.
테러범은 석방되자마자 사법통제(contrôle judiciaire) 상태에 있게 되었는데, 주거지에서의 이탈이 금지되고 매일 두 차례씩 경찰관의 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중대한 실수를 한 예심수사판사는 사직을 권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였고, 아직까지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이제 조만간 법무부장관의 지시로 사법감찰 절차(inspection générale de la justice)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이, 프랑스에서는 사법관에 대한 징계조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징계 사례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징계를 받은 사법관이 2014년 11명, 2015년 3명, 2016년 2명, 2017년 4명, 2018년은 현재까지 단 1명에 불과합니다.
각 법원의 기관장들이 징계조치보다는 단순 경고조치(avertissement)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고조치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2013~2017) 고등법원장이나 고등검사장이 약 8,000명의 사법관 중 30명에 대해 경고조치를 한 데 비해, 그 10년 전에는 같은 5년간(2004~2008) 46명의 사법관에 대해 경고조치가 있었습니다.
참고 사이트 : http://boris-victor.blogspot.com/2018/09/les-fautes-des-magistrats-peu.html.
2018년 10월 21일 일요일
프랑스 참심재판 제도의 현재와 미래
영국과 미국에서 시행하는 배심재판 제도,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에서 시행하는 참심재판 제도는 일반국민이 심판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른 점은, 배심재판 제도의 경우 유무죄 판단을 배심원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판사는 사실상 재판진행만 맡는 데 반해, 참심재판 제도의 경우 참심원과 판사가 함께 유무죄 판단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배심재판은 배심원과 판사의 역할이 따로따로 구분되어 있고, 참심재판은 참심원과 판사가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재판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좌석배치를 보더라도, 배심재판은 배심원(방청석에서 볼 때 법정의 왼쪽)과 판사(법정의 정중앙)가 아예 다른 위치의 좌석에 따로 앉는다면, 참심재판은 참심원과 판사가 법정 정중앙의 자리(이걸 흔히 '법대'라고 합니다)에 함께 일렬로 죽 앉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참심재판은 'Cour d'assises', '중죄재판부'라고 부르는 전담재판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범죄를 중죄, 경죄, 위경죄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 중 무기징역을 포함해서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중죄(crime) 사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중죄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됩니다. 보통의 사안은 9명의 참심원(juré)과 3명의 판사가 함께 재판에 참여하고, 테러범죄 사건이나 조직범죄 사건처럼 중대한 범죄의 재판은 더 많은 숫자의 참심원과 판사가 필요합니다.
2018년 10월 15일자 Le Parisien지에 프랑스 중죄재판부(Cour d'assises)에 대한 보도가 있기에, 정리해 봅니다.
기사 제목은 "참심원 없는 소송: 중죄재판부가 점점 덜 이용되고 있다(Procès sans jurés : des cours d’assises de moins en moins populaires)"입니다. 제목에 있는 단어 populaire는 영단어 popular와 같은 말이니, "인기가 없어지고 있다" 또는 "국민 참여적 성격이 없어지고 있다"나 "국민 참여가 줄고 있다", 이런 의미로 번역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의 부제는 "벨기에,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일반국민 참심원이 점점 더 형사절차에서 배제되고 있다"인데요,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죄재판부 절차의 병목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형사사법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선안은 징역 15년에서 20년으로 처벌할 중죄 사건(전체 중죄 사건의 약 57%에 해당)을 직업법관으로만 구성된 '지역 중죄법원(tribunal criminel départemental)'에서 재판하게 한다는 것인데, 10월 11일 상원에서 그 시범실시안에 대해 표결하였다 . '지역 중죄법원'은 5명의 직업법관으로 구성되고, 시범실시안이 10여 개 지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중죄재판부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국민주권 원칙의 구현으로 제도화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 역할은 점점더 제한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이번 개선안은 효율적인 진실발견과 예산 절감을 도모한 방안으로, 이웃한 두 나라의 사례가 참고되었다. 벨기에는 2016년 대부분의 중죄 사건을 경죄 사건 담당재판부로 이송하는 처분을 허용하였고, 스위스는 2011년 26개 주 중 25개 주에서 배심제를 폐지하였다. 스위스의 경우 배심제를 폐지하는 대신 '제한적 구두주의(oralité limiteé)'을 채택하였는데, 이는 '기록을 검토한 사법관이 증거로 확인한 모든 사실은 재판에서 재론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말한다.
앞으로 지역 중죄법원에서 중죄 사건을 담당하게 될 경우, 서면주의와 제한적 구두주의로의 회귀가 우려된다. 보다 신속한 사법절차는 오히려 현실과 유리될 우려도 있다.
기사 말미에 요약된 내용을 보면, 2017년의 경우 프랑스 경죄재판부에서 264,068건의 판결을 선고한 데 비해, 중죄재판부는 2,232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합니다.
배심재판이나 참심재판은 일반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함으로써 국민주권 원칙을 사법분야에도 관철할 수 있다는 명분상 장점은 있으나, 그 시행에 보다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어 재판절차의 신속을 저해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참심재판 제도를 시행해온 프랑스에서는 이미 이 제도의 효용성과 개선방안에 대해 많은 연구와 검토가 있었겠지요.
그래도 이런 제도를 건드리려면 적지 않은 반대가 있을 것 같네요. 이 기사에도 부정적인 댓글이 2개 달려있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이런 방안은 판사들을 더 방임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이다".
'지역 중죄법원'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별도의 법원을 신설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방법원에 중죄 사건만을 담당하는 전담재판부를 새로이 둔다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 종전의 중죄재판부는 보다 사안이 중한 사건, 상습범 사건, 중죄 항소 사건을 계속 담당하게 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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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점은, 배심재판 제도의 경우 유무죄 판단을 배심원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판사는 사실상 재판진행만 맡는 데 반해, 참심재판 제도의 경우 참심원과 판사가 함께 유무죄 판단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배심재판은 배심원과 판사의 역할이 따로따로 구분되어 있고, 참심재판은 참심원과 판사가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재판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좌석배치를 보더라도, 배심재판은 배심원(방청석에서 볼 때 법정의 왼쪽)과 판사(법정의 정중앙)가 아예 다른 위치의 좌석에 따로 앉는다면, 참심재판은 참심원과 판사가 법정 정중앙의 자리(이걸 흔히 '법대'라고 합니다)에 함께 일렬로 죽 앉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참심재판은 'Cour d'assises', '중죄재판부'라고 부르는 전담재판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범죄를 중죄, 경죄, 위경죄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 중 무기징역을 포함해서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중죄(crime) 사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중죄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됩니다. 보통의 사안은 9명의 참심원(juré)과 3명의 판사가 함께 재판에 참여하고, 테러범죄 사건이나 조직범죄 사건처럼 중대한 범죄의 재판은 더 많은 숫자의 참심원과 판사가 필요합니다.
2018년 10월 15일자 Le Parisien지에 프랑스 중죄재판부(Cour d'assises)에 대한 보도가 있기에, 정리해 봅니다.
기사 제목은 "참심원 없는 소송: 중죄재판부가 점점 덜 이용되고 있다(Procès sans jurés : des cours d’assises de moins en moins populaires)"입니다. 제목에 있는 단어 populaire는 영단어 popular와 같은 말이니, "인기가 없어지고 있다" 또는 "국민 참여적 성격이 없어지고 있다"나 "국민 참여가 줄고 있다", 이런 의미로 번역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의 부제는 "벨기에,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일반국민 참심원이 점점 더 형사절차에서 배제되고 있다"인데요,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죄재판부 절차의 병목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형사사법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선안은 징역 15년에서 20년으로 처벌할 중죄 사건(전체 중죄 사건의 약 57%에 해당)을 직업법관으로만 구성된 '지역 중죄법원(tribunal criminel départemental)'에서 재판하게 한다는 것인데, 10월 11일 상원에서 그 시범실시안에 대해 표결하였다 . '지역 중죄법원'은 5명의 직업법관으로 구성되고, 시범실시안이 10여 개 지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중죄재판부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국민주권 원칙의 구현으로 제도화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 역할은 점점더 제한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이번 개선안은 효율적인 진실발견과 예산 절감을 도모한 방안으로, 이웃한 두 나라의 사례가 참고되었다. 벨기에는 2016년 대부분의 중죄 사건을 경죄 사건 담당재판부로 이송하는 처분을 허용하였고, 스위스는 2011년 26개 주 중 25개 주에서 배심제를 폐지하였다. 스위스의 경우 배심제를 폐지하는 대신 '제한적 구두주의(oralité limiteé)'을 채택하였는데, 이는 '기록을 검토한 사법관이 증거로 확인한 모든 사실은 재판에서 재론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말한다.
앞으로 지역 중죄법원에서 중죄 사건을 담당하게 될 경우, 서면주의와 제한적 구두주의로의 회귀가 우려된다. 보다 신속한 사법절차는 오히려 현실과 유리될 우려도 있다.
기사 말미에 요약된 내용을 보면, 2017년의 경우 프랑스 경죄재판부에서 264,068건의 판결을 선고한 데 비해, 중죄재판부는 2,232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합니다.
배심재판이나 참심재판은 일반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함으로써 국민주권 원칙을 사법분야에도 관철할 수 있다는 명분상 장점은 있으나, 그 시행에 보다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어 재판절차의 신속을 저해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참심재판 제도를 시행해온 프랑스에서는 이미 이 제도의 효용성과 개선방안에 대해 많은 연구와 검토가 있었겠지요.
그래도 이런 제도를 건드리려면 적지 않은 반대가 있을 것 같네요. 이 기사에도 부정적인 댓글이 2개 달려있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이런 방안은 판사들을 더 방임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이다".
'지역 중죄법원'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별도의 법원을 신설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방법원에 중죄 사건만을 담당하는 전담재판부를 새로이 둔다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 종전의 중죄재판부는 보다 사안이 중한 사건, 상습범 사건, 중죄 항소 사건을 계속 담당하게 된다고 하네요.
선진국의 배심재판 제도와 참심재판 제도를 뒤늦게 들여와 독특한 모습의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사법제도 종주국들의 제도변화 추이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도 항상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변화에 대응하여야 하거든요.
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한양도성 순성길 가이드
걷는 게 유행인 세상, 아니 저한테만 유행인 걸까요. 요새 걷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제 생각엔 가까이에 걷기 좋은 길들이 많아져서이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저기 둘레길, 자락길, 철길 공원, 이런 게 흔해졌죠.
제가 사는 서울엔 산길과 동네길이 이어지며 풍경과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양도성 순성길'로, 서울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한양도성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길입니다. 도성 성곽이 남대문, 남산, 동대문, 낙산, 혜화문, 북악산, 인왕산을 오르락내리락 죽 연결하고 있는데, 전체 길이가 18.6km 정도라고 합니다. 성곽의 많은 부분이 일제시대에 헐렸지만, 그동안 상당 부분을 복원해 오면서 현재 13km 정도 길이의 성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부터 이 도성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순성놀이'라고 하며 즐겼다고 하기에, 저도 한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제가 하루에 한꺼번에 돌아보니 잠시 밥 먹고 쉬는 시간까지 합해 7시간 반 정도가 걸리더군요. 바로 어제 두 번째 만의 도전 끝에 하루 한 바퀴의 순성놀이에 성공하였는데요, 처음 순성놀이를 시도했을 때는 여러 실수를 거듭하는 바람에 이걸 제대로 마칠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에서 한양도성 순성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여러 경험담과 후기들을 통해서도 역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구요. 그런데도 까딱 잘못하면 순성을 아예 진행하지 못하거나 즐길거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순간의 실수로 이 좋은 여행에 펑크를 낼 분이 계실지 몰라, 제 실수담을 토대로 꼭 유의해야 할 내용만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유의사항 외에 위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에서 코스 전체의 정보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출발하기 전에 스마트폰에 서울시에서 만든 '한양도성' 앱을 설치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앱에는 여러 기능이 있지만, 무엇보다 지도 보기 기능이 매우 유용합니다. 길이 애매한 곳, 특히 성곽이 복원되지 않은 시내 구간의 경우 갈림길을 만나 어디로 가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 앱의 지도를 불러서 자신이 있는 위치와 본래의 진행로를 알 수 있습니다. 순성길 여기저기에 있는 볼거리를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도 있구요. 아, 증강현실 기능도 있던데, 이건 안 써 봤네요.
위 그림이 이 앱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간략한 지도인데, 이걸로 갈 길을 잘 모르겠다 싶으면 위 그림 왼쪽 아래에 있는 까맣고 둥근 버튼을 눌러 보세요. 아래 그림과 같이 네이버 지도에 그려진 더 자세한 순성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앱을 켜서 지도 보기가 귀찮으시면, 사방을 잘 둘러보시지요. 아래와 같은 표지판들이 여기저기 잘 설치되어 있답니다.
특히, 시내 구간의 바닥을 잘 보시면 아래 사진과 같은 표지가 보도블럭 사이사이에 박혀 있습니다. 이게 보이면 안심하고 그 길을 계속 가시면 됩니다.
인왕산에서 내려와 남대문을 향하는 길에 정동길을 통과하여야 하는데요, 지도를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곽이 남아있지 않은 구간이라 요기가 약간 길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왼쪽 아래에 있는 강북삼성병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서 경향신문사를 지나 정동극장 앞 사거리에 도착하시면 바로 우회전하신 후, 배재학당 방향으로 다시 우회전하시면 됩니다.
순성놀이 계획을 잡을 때 어디서 출발하고, 또 어느 방향으로 돌면 좋을까요.
물론 출발점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그리고 교통편이 편한 곳으로 잡으시면 될 텐데요, 그 외에 따져봐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북악산의 경우 청와대를 경비하는 구역이기 때문에 산 중턱에 있는 말바위 안내소에 오후 3시까지는 도착하여 신분증을 제시하고 통행표찰을 받으셔야 통과가 가능합니다.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이곳에 3시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도성 순성길은 기본적으로 북악산(342m), 인왕산(338m), 남산(262m), 낙산(125m) 등 네 군데의 산 정상을 넘나드는 코스인데, 이 중 북악산과 인왕산이 특히 급경사가 많아 등정이 만만찮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오르기 수월한 남산과 낙산을 먼저 오른 다음 나중에 북악산과 인왕산을 넘으려면 꽤나 힘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는 방향과 관련해서는, 저는 반시계 방향으로만 돌아봐서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창의문에서 북악산으로 오르는 길과 국립극장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길이 짧지만 경사가 매우 급한 편이고, 강북삼성병원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과 광희문에서 반얀트리 호텔까지의 길이 경사는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오르막이 길게 이어져 있어 힘도 들고 지루한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계 방향보다는 반시계 방향이 걷기에는 좀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왕산에서 남산을 바라보며 내려올 때 보이는 장쾌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도 이 방향이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월요일은 반드시 피하시기 바랍니다. 북악산과 인왕산은 매주 월요일에는 입산이 금지된답니다. 이 역시 경비구역인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처음에 멋모르고 모처럼 월요일에 휴가까지 내고 도성 순성을 시도했다가, 대참사를 겪고 말았습니다. 남산부터 시작해 낙산을 지나 북악산 중턱 말바위 안내소까지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굳게 닫힌 성곽 길을 확인하게 되었거든요. 휴가까지 내고 왔는데 여기서 그대로 포기할 순 없어 바로 삼청공원 쪽으로 하산해서 삼청동 길과 청와대 앞길을 통과해 북악산을 건너뛰고 인왕산 등정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인왕산 입구에 다다라, 역시 눈 앞에 가로막힌 등산로를 어찌할 수 없어 일정을 도중에 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꼭 미리 입산금지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북악산에 갈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사실도요.
대부분의 성곽길은 탐방로가 거의 한 길로 정해져 있지만, 외성길과 내성길이라는 표현으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구간도 있습니다. 외성길은 성곽 바깥으로 난 길을, 내성길은 성곽 안쪽으로 난 길을 말하는데요, 성곽 안쪽에서 그 바깥의 풍경을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저의 경우 높다란 성곽 자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외성길이 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동대문에서 낙산을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표지판인데요, 이 구간은 외성길보다는 내성길로 가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멋없는 축대를 사이에 두고 성곽이 외성길과는 약간 떨어져 있어 성곽을 감상하기가 그다지 편리하지 않고, 조금 올라가다 보면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마을이 성곽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이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서도 내성길이 보다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낙산 중턱에 있는 이화마을부터 정상부에 있는 낙산공원까지도 마찬가지로 내성길을 따라 그대로 올라간 후,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낙산공원의 암문을 통해 외성길로 빠져 나오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이 외성길을 따라 낙산 구간의 하이라이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인왕산에서 내성길을 따라 강북삼성병원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중간에 차도, 즉 인왕산 자락길을 만나게 되는데요, 여기서도 외성길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즉, 이 차도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아래 사진과 같이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나무계단을 볼 수 있고, 이 계단으로 내려가면 외성길을 따라 성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남산 구간에서도 멋진 외성길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남산타워가 있는 정상에서 국립극장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넓은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요, 여기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으로 난 샛길로 가보시지요. 아래 사진이 역광에서 찍은 거라 잘 안 보이실 텐데, 오른쪽 건물이 세븐일레븐이 있는 건물이고 그 왼쪽 옆에 밑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은 아름다운 외성길이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 길에서는 주로 태조 시대에 처음 도성을 쌓았을 때의 성곽을 만날 수 있는데요, 아래 사진과 같은 '각자석'도 볼 수 있습니다. 성곽 아랫 부분에 하나씩 끼워져 있는데, 이 구간 공사 감독자의 실명이 적힌 돌입니다.
짧지만 조용하고 걷기 좋은 길이 끝나면 관광버스들이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차도가 다시 나오면서 일단 성곽길이 끊깁니다. 이때 주의하셔야 하는 게, 차도를 따라 그냥 내려 가시거나 아래 사진과 같이 저 멀리 성곽 끝에 보이는 철탑 쪽으로 가시면 안 되구요, 더 아래 사진과 같이 다시 남산타워를 바라보고 위쪽으로 100미터 정도 올라가셔야 합니다. 그러면 오른쪽에 다시 순성길이 기다리고 있을 거구요.
마냥 걷는 데만 집중하느라, 순성길 중간중간에 있는 볼거리를 놓치시면 안 됩니다. 몇 가지 볼거리를 말씀드리지요.
광희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거쳐 동대문으로 가실 때, 반드시 디자인플라자 앞쪽이 아니라 뒷쪽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쪽이 아니라 동쪽으로 가시라는 얘기입니다. 서쪽으로 가면 동대문만 바라보고 가다 자칫 이간수문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간수문은 수십년 동안 동대문운동장 밑에 묻혀 있다가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면서 비로소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청계천 지류가 도성 성곽 밑을 통과하는 문입니다. 이간수문은 아치가 두 개 뿐이지만, 청계천 본류가 성곽을 통과하는 문은 아치가 다섯 개, 즉 오간수문이라고 하지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보시면 훨씬 더 웅장하고 우직스런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이간수문을 처음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었는데요, 마치 영화 '퍼시픽 림'에 나오는, 단순무식 돌쇠처럼 생겨서 오히려 매력적인 로봇 '체르노 알파'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혜화문을 내려오자마자 현재 명칭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인 옛 서울시장 공관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2층 단독주택이고, 한양도성 순성에 대한 역사도 잠시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건물이 도성 성곽을 축대 겸 담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곽 살짝 안쪽에 위치해 있는 셈이지요.
아래 사진은 혜화문에서 내려오자마자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이 축대 위에 옛 서울시장 공관이 얹어져 있습니다. 이 공관을 방문하려면 왼쪽으로 가시면 되고, 방문을 마치고 다시 북악산 방향으로 길을 가시려면 이곳으로 되돌아와 사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시면 됩니다.
또 인왕산에서 남대문 방향으로 내려오면, 아래 사진과 같이 홍난파 선생이 살던 집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말엔 이곳도 쉬네요. 밖에서만 봐도 이쁩니다.
이렇게 긴 도성을 한 바퀴 돌려면 도중에 식사도 한번쯤 하셔야겠죠. 가급적 시간 절약, 다리품 절약을 위해 순성길에서 가까운 곳이 좋겠구요.
제가 이용해 본 곳은, 창의문 바로 밑에 위치한 '자하손만두'(원래 유명한 곳이기도 했지만 미슐랭 가이드 빕구르망 편 선정으로 다시금 유명세를 떨쳤죠), 광희문 근처에 위치한 '장충동 평양면옥'(유명한 평양냉면 계열 중 장충동 계열을 대표하는 곳이죠)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결론은 "한양도성을 하루에 전부 다 도는 것은 무리이다"입니다.
몸도 많이 힘들지만, 마음도 많이 바쁜 일정입니다. 북악산, 인왕산, 남산 구간은 그냥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등산과 똑같기 때문에 평소 등산을 안 하시는 분들에겐 힘만 드는 일정일 수 있습니다.
등산이 그다지 썩 내키지 않는 분들을 위해 제가 적당한 코스를 추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반얀트리 호텔부터 시작해서 광희문과 동대문을 거쳐 낙산에 올랐다 혜화문을 지나 옛 서울시장 공관에서 마무리하는 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내리막이 많아 그다지 힘들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모양의 성곽이 남아있고 멀리 보이는 장대한 북한산 봉우리들과 조용한 주택가 풍경을 계속 볼 수 있는 명품 구간입니다. 한 마디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등산이라면 딱 질색을 하는 가족들과 조만간 꼭 다시 가볼까 합니다.
반얀트리 호텔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엔 좀 불편하니,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남산을 케이블카나 버스를 타고 올라간 다음 성곽길을 따라 걸어내려와 반얀트리 호텔을 만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습니다.
모쪼록 모두들 헛걸음하지 않고 즐거운 순성놀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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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서울엔 산길과 동네길이 이어지며 풍경과 역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양도성 순성길'로, 서울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한양도성 성곽을 한 바퀴 도는 길입니다. 도성 성곽이 남대문, 남산, 동대문, 낙산, 혜화문, 북악산, 인왕산을 오르락내리락 죽 연결하고 있는데, 전체 길이가 18.6km 정도라고 합니다. 성곽의 많은 부분이 일제시대에 헐렸지만, 그동안 상당 부분을 복원해 오면서 현재 13km 정도 길이의 성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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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eoulcitywall.seoul.go.kr/front/kor/sub02/sub0205.do] |
조선시대부터 이 도성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순성놀이'라고 하며 즐겼다고 하기에, 저도 한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제가 하루에 한꺼번에 돌아보니 잠시 밥 먹고 쉬는 시간까지 합해 7시간 반 정도가 걸리더군요. 바로 어제 두 번째 만의 도전 끝에 하루 한 바퀴의 순성놀이에 성공하였는데요, 처음 순성놀이를 시도했을 때는 여러 실수를 거듭하는 바람에 이걸 제대로 마칠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에서 한양도성 순성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여러 경험담과 후기들을 통해서도 역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구요. 그런데도 까딱 잘못하면 순성을 아예 진행하지 못하거나 즐길거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순간의 실수로 이 좋은 여행에 펑크를 낼 분이 계실지 몰라, 제 실수담을 토대로 꼭 유의해야 할 내용만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유의사항 외에 위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에서 코스 전체의 정보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출발하기 전에 스마트폰에 서울시에서 만든 '한양도성' 앱을 설치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앱에는 여러 기능이 있지만, 무엇보다 지도 보기 기능이 매우 유용합니다. 길이 애매한 곳, 특히 성곽이 복원되지 않은 시내 구간의 경우 갈림길을 만나 어디로 가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 앱의 지도를 불러서 자신이 있는 위치와 본래의 진행로를 알 수 있습니다. 순성길 여기저기에 있는 볼거리를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도 있구요. 아, 증강현실 기능도 있던데, 이건 안 써 봤네요.
위 그림이 이 앱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간략한 지도인데, 이걸로 갈 길을 잘 모르겠다 싶으면 위 그림 왼쪽 아래에 있는 까맣고 둥근 버튼을 눌러 보세요. 아래 그림과 같이 네이버 지도에 그려진 더 자세한 순성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앱을 켜서 지도 보기가 귀찮으시면, 사방을 잘 둘러보시지요. 아래와 같은 표지판들이 여기저기 잘 설치되어 있답니다.
특히, 시내 구간의 바닥을 잘 보시면 아래 사진과 같은 표지가 보도블럭 사이사이에 박혀 있습니다. 이게 보이면 안심하고 그 길을 계속 가시면 됩니다.
인왕산에서 내려와 남대문을 향하는 길에 정동길을 통과하여야 하는데요, 지도를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곽이 남아있지 않은 구간이라 요기가 약간 길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왼쪽 아래에 있는 강북삼성병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서 경향신문사를 지나 정동극장 앞 사거리에 도착하시면 바로 우회전하신 후, 배재학당 방향으로 다시 우회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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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 방향으로 빨간 선을 따라가 보세요] |
순성놀이 계획을 잡을 때 어디서 출발하고, 또 어느 방향으로 돌면 좋을까요.
물론 출발점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그리고 교통편이 편한 곳으로 잡으시면 될 텐데요, 그 외에 따져봐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북악산의 경우 청와대를 경비하는 구역이기 때문에 산 중턱에 있는 말바위 안내소에 오후 3시까지는 도착하여 신분증을 제시하고 통행표찰을 받으셔야 통과가 가능합니다.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이곳에 3시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도성 순성길은 기본적으로 북악산(342m), 인왕산(338m), 남산(262m), 낙산(125m) 등 네 군데의 산 정상을 넘나드는 코스인데, 이 중 북악산과 인왕산이 특히 급경사가 많아 등정이 만만찮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오르기 수월한 남산과 낙산을 먼저 오른 다음 나중에 북악산과 인왕산을 넘으려면 꽤나 힘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는 방향과 관련해서는, 저는 반시계 방향으로만 돌아봐서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창의문에서 북악산으로 오르는 길과 국립극장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길이 짧지만 경사가 매우 급한 편이고, 강북삼성병원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과 광희문에서 반얀트리 호텔까지의 길이 경사는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오르막이 길게 이어져 있어 힘도 들고 지루한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계 방향보다는 반시계 방향이 걷기에는 좀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왕산에서 남산을 바라보며 내려올 때 보이는 장쾌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서도 이 방향이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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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을 바라보며 인왕산을 내려오는 길. 한양도성 순성길 최고의 장관입니다] |
그리고 월요일은 반드시 피하시기 바랍니다. 북악산과 인왕산은 매주 월요일에는 입산이 금지된답니다. 이 역시 경비구역인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처음에 멋모르고 모처럼 월요일에 휴가까지 내고 도성 순성을 시도했다가, 대참사를 겪고 말았습니다. 남산부터 시작해 낙산을 지나 북악산 중턱 말바위 안내소까지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굳게 닫힌 성곽 길을 확인하게 되었거든요. 휴가까지 내고 왔는데 여기서 그대로 포기할 순 없어 바로 삼청공원 쪽으로 하산해서 삼청동 길과 청와대 앞길을 통과해 북악산을 건너뛰고 인왕산 등정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인왕산 입구에 다다라, 역시 눈 앞에 가로막힌 등산로를 어찌할 수 없어 일정을 도중에 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꼭 미리 입산금지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북악산에 갈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사실도요.
대부분의 성곽길은 탐방로가 거의 한 길로 정해져 있지만, 외성길과 내성길이라는 표현으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구간도 있습니다. 외성길은 성곽 바깥으로 난 길을, 내성길은 성곽 안쪽으로 난 길을 말하는데요, 성곽 안쪽에서 그 바깥의 풍경을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저의 경우 높다란 성곽 자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외성길이 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동대문에서 낙산을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표지판인데요, 이 구간은 외성길보다는 내성길로 가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멋없는 축대를 사이에 두고 성곽이 외성길과는 약간 떨어져 있어 성곽을 감상하기가 그다지 편리하지 않고, 조금 올라가다 보면 벽화마을로 유명한 이화마을이 성곽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이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서도 내성길이 보다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낙산 중턱에 있는 이화마을부터 정상부에 있는 낙산공원까지도 마찬가지로 내성길을 따라 그대로 올라간 후,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낙산공원의 암문을 통해 외성길로 빠져 나오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이 외성길을 따라 낙산 구간의 하이라이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인왕산에서 내성길을 따라 강북삼성병원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중간에 차도, 즉 인왕산 자락길을 만나게 되는데요, 여기서도 외성길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즉, 이 차도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아래 사진과 같이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나무계단을 볼 수 있고, 이 계단으로 내려가면 외성길을 따라 성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남산 구간에서도 멋진 외성길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남산타워가 있는 정상에서 국립극장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넓은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요, 여기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으로 난 샛길로 가보시지요. 아래 사진이 역광에서 찍은 거라 잘 안 보이실 텐데, 오른쪽 건물이 세븐일레븐이 있는 건물이고 그 왼쪽 옆에 밑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은 아름다운 외성길이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 길에서는 주로 태조 시대에 처음 도성을 쌓았을 때의 성곽을 만날 수 있는데요, 아래 사진과 같은 '각자석'도 볼 수 있습니다. 성곽 아랫 부분에 하나씩 끼워져 있는데, 이 구간 공사 감독자의 실명이 적힌 돌입니다.
짧지만 조용하고 걷기 좋은 길이 끝나면 관광버스들이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차도가 다시 나오면서 일단 성곽길이 끊깁니다. 이때 주의하셔야 하는 게, 차도를 따라 그냥 내려 가시거나 아래 사진과 같이 저 멀리 성곽 끝에 보이는 철탑 쪽으로 가시면 안 되구요, 더 아래 사진과 같이 다시 남산타워를 바라보고 위쪽으로 100미터 정도 올라가셔야 합니다. 그러면 오른쪽에 다시 순성길이 기다리고 있을 거구요.
마냥 걷는 데만 집중하느라, 순성길 중간중간에 있는 볼거리를 놓치시면 안 됩니다. 몇 가지 볼거리를 말씀드리지요.
광희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거쳐 동대문으로 가실 때, 반드시 디자인플라자 앞쪽이 아니라 뒷쪽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쪽이 아니라 동쪽으로 가시라는 얘기입니다. 서쪽으로 가면 동대문만 바라보고 가다 자칫 이간수문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간수문은 수십년 동안 동대문운동장 밑에 묻혀 있다가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면서 비로소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청계천 지류가 도성 성곽 밑을 통과하는 문입니다. 이간수문은 아치가 두 개 뿐이지만, 청계천 본류가 성곽을 통과하는 문은 아치가 다섯 개, 즉 오간수문이라고 하지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보시면 훨씬 더 웅장하고 우직스런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이간수문을 처음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었는데요, 마치 영화 '퍼시픽 림'에 나오는, 단순무식 돌쇠처럼 생겨서 오히려 매력적인 로봇 '체르노 알파'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혜화문을 내려오자마자 현재 명칭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인 옛 서울시장 공관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2층 단독주택이고, 한양도성 순성에 대한 역사도 잠시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건물이 도성 성곽을 축대 겸 담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곽 살짝 안쪽에 위치해 있는 셈이지요.
아래 사진은 혜화문에서 내려오자마자 볼 수 있는 모습인데요, 이 축대 위에 옛 서울시장 공관이 얹어져 있습니다. 이 공관을 방문하려면 왼쪽으로 가시면 되고, 방문을 마치고 다시 북악산 방향으로 길을 가시려면 이곳으로 되돌아와 사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시면 됩니다.
또 인왕산에서 남대문 방향으로 내려오면, 아래 사진과 같이 홍난파 선생이 살던 집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말엔 이곳도 쉬네요. 밖에서만 봐도 이쁩니다.
이렇게 긴 도성을 한 바퀴 돌려면 도중에 식사도 한번쯤 하셔야겠죠. 가급적 시간 절약, 다리품 절약을 위해 순성길에서 가까운 곳이 좋겠구요.
제가 이용해 본 곳은, 창의문 바로 밑에 위치한 '자하손만두'(원래 유명한 곳이기도 했지만 미슐랭 가이드 빕구르망 편 선정으로 다시금 유명세를 떨쳤죠), 광희문 근처에 위치한 '장충동 평양면옥'(유명한 평양냉면 계열 중 장충동 계열을 대표하는 곳이죠)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결론은 "한양도성을 하루에 전부 다 도는 것은 무리이다"입니다.
몸도 많이 힘들지만, 마음도 많이 바쁜 일정입니다. 북악산, 인왕산, 남산 구간은 그냥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등산과 똑같기 때문에 평소 등산을 안 하시는 분들에겐 힘만 드는 일정일 수 있습니다.
등산이 그다지 썩 내키지 않는 분들을 위해 제가 적당한 코스를 추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반얀트리 호텔부터 시작해서 광희문과 동대문을 거쳐 낙산에 올랐다 혜화문을 지나 옛 서울시장 공관에서 마무리하는 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내리막이 많아 그다지 힘들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모양의 성곽이 남아있고 멀리 보이는 장대한 북한산 봉우리들과 조용한 주택가 풍경을 계속 볼 수 있는 명품 구간입니다. 한 마디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등산이라면 딱 질색을 하는 가족들과 조만간 꼭 다시 가볼까 합니다.
반얀트리 호텔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엔 좀 불편하니,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남산을 케이블카나 버스를 타고 올라간 다음 성곽길을 따라 걸어내려와 반얀트리 호텔을 만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습니다.
| [오른쪽 파란색 선으로 표시한 길이 제 추천 코스입니다] |
모쪼록 모두들 헛걸음하지 않고 즐거운 순성놀이 되시기 바랍니다.
2018년 10월 9일 화요일
가짜 뉴스, fake news는 프랑스어로 뭐라고 부를까요?
언젠가부터 '가짜 뉴스'라는 말을 흔히 쓰고 있습니다. 'fake news'를 번역한 말인데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가짜 뉴스가 말썽을 일으키는 일이 많고, 하루가 멀다 하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할 수 있습니다.
2018년 10월 4일자 르몽드지의 기사 "« Fake news » se dira « infox » en français(« Fake news »는 프랑스어로 « infox »로 부르게 될 것이다)"를 한 번 보겠습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원래 프랑스에서도 그대로 'fake news'로 부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La commission d’enrichissement de la langue française', 직역하면 '프랑스 어휘 풍부화 위원회'? 적절한 번역말이 바로 떠오르진 않네요. 아무튼 이 위원회에서 이제부터는 'fake news'를 'information fallacieuse'(허위 정보 또는 거짓 정보)로 부르거나 아니면 아예 신조어인 'infox'로 부를 것을 모든 행정기관에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신조어 'infox'는 '정보'를 뜻하는 'information'과 '기만'을 뜻하는 'intoxication'을 합성한 말이구요.
'가짜 뉴스'라는 우리 용어와 관련해서, 나무위키 글을 찾아보니 '가짜 뉴스' 보다는 '사기성 뉴스'나 '기만성 뉴스'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상 한글날 기념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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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보도들을 보면 이런 현상은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프랑스에서는 'fake news'를 뭐라고 부를까요?
이 기사에 의하면 원래 프랑스에서도 그대로 'fake news'로 부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La commission d’enrichissement de la langue française', 직역하면 '프랑스 어휘 풍부화 위원회'? 적절한 번역말이 바로 떠오르진 않네요. 아무튼 이 위원회에서 이제부터는 'fake news'를 'information fallacieuse'(허위 정보 또는 거짓 정보)로 부르거나 아니면 아예 신조어인 'infox'로 부를 것을 모든 행정기관에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신조어 'infox'는 '정보'를 뜻하는 'information'과 '기만'을 뜻하는 'intoxication'을 합성한 말이구요.
'가짜 뉴스'라는 우리 용어와 관련해서, 나무위키 글을 찾아보니 '가짜 뉴스' 보다는 '사기성 뉴스'나 '기만성 뉴스'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상 한글날 기념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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