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4일 일요일
저녁 회식을 바라보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점
직장에서의 저녁 회식에 대해 한 번 얘기해 볼까 합니다.
작년 초에 화제가 되었던 건데, 문유석 부장판사님이 중앙일보에 쓰신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에서 이런 얘기를 하신 게 기억납니다.
“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 하지 마라. 자유로운 관계 아닌 거 서로 알잖나. 필요하면 구체적인 질문을 해라. 젊은 세대와 어울리고 싶다며 당신이 인사고과하는 이들과 친해지려 하지 마라. 당신을 동네 아저씨로 무심히 보는 문화센터나 인터넷 동호회의 젊은이를 찾아봐라. 뭘 자꾸 하려고만 하지 말고 힘을 가진 사람은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명심해라.”
'인터비즈' 사이트의 "상사가 말하는 '상사가 부하직원에 스트레스 주는 이유' 1위는?" 글에도 똑같은 대목이 나오네요.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물어봤더니, 상사와 하고 싶지 않은 활동 1위가 ‘회식, 함께 술 마시기’(33.4%)였고, 그 뒤를 ‘출퇴근 함께하기’(30%), ‘워크숍, 야유회 등 팀 단체활동’(29%). ‘하루 이상의 장기 출장’(28.4%) 순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응답자의 17.6%는 ‘상사와는 그 무엇도 함께하기 싫다’고 답했다고 합니다(중복응답).
저도 직장에서 '부장'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에 몇몇 ‘부장’님들과 잡담을 하다 한 분이 “사람들(여기서는 같은 직장의 하급자)에게 저녁 같이 하자고 하면 좋아할까요?”라고 운을 떼셨습니다. 당연히 “다들 안 좋아하겠죠”라는 대답을 예상하고 던진 말씀이었습니다. 다른 한 분이 “같은 부 소속인 사람들은 부장이 직속 상사라 어려워서 싫어하겠지만, 다른 부에 있는 사람들은 업무상 특별한 관계가 없으니 아마 좋아할 거다”라고 하셨고, 또다른 한 분은 “특이하거나 맛있는 거를 사주면 다 좋아할 거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듣기만 하고 그 대화에 끼진 않았지만, 일단 처음에 운을 떼신 분 말대로 다들 안 좋아할 거라는 게 가장 무난한 답인 것 같긴 합니다. 부장인 사람이 저녁을 산다고 하면 다른 부 사람들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도 부장이 되기 전에는 다른 부 부장님이 저녁 사주겠다고 하시는 게 늘 좋지만은 않았거든요. 그리고 특이하거나 맛있는 거…… 그런 게 있기는 한가요. 같은 음식이라도 상황에 따라 맛있기도 하고 맛없기도 한 거니까요.
그런데 그렇다고 상급자들이 하급자들과는 저녁 회식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출처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1297332369] |
저도 직장에서 '부장'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에 몇몇 ‘부장’님들과 잡담을 하다 한 분이 “사람들(여기서는 같은 직장의 하급자)에게 저녁 같이 하자고 하면 좋아할까요?”라고 운을 떼셨습니다. 당연히 “다들 안 좋아하겠죠”라는 대답을 예상하고 던진 말씀이었습니다. 다른 한 분이 “같은 부 소속인 사람들은 부장이 직속 상사라 어려워서 싫어하겠지만, 다른 부에 있는 사람들은 업무상 특별한 관계가 없으니 아마 좋아할 거다”라고 하셨고, 또다른 한 분은 “특이하거나 맛있는 거를 사주면 다 좋아할 거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듣기만 하고 그 대화에 끼진 않았지만, 일단 처음에 운을 떼신 분 말대로 다들 안 좋아할 거라는 게 가장 무난한 답인 것 같긴 합니다. 부장인 사람이 저녁을 산다고 하면 다른 부 사람들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도 부장이 되기 전에는 다른 부 부장님이 저녁 사주겠다고 하시는 게 늘 좋지만은 않았거든요. 그리고 특이하거나 맛있는 거…… 그런 게 있기는 한가요. 같은 음식이라도 상황에 따라 맛있기도 하고 맛없기도 한 거니까요.
그런데 그렇다고 상급자들이 하급자들과는 저녁 회식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관리자의 지위에 있는 상급자들은 하급자들이 싫어하더라도 조직관리에 필요하다면 회식이든 술 마시기든 뭔가 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조직관리에 필요한 경우라 함은 예를 들면 이런 거겠죠, 인사이동이 있어서 정든 동료를 떠나보낸다거나 새로운 동료를 맞이하게 되어 팀웤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 경우, 업무와 관련해서 함께 축하할 일이 있거나 반대로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야 할 일이 생긴 경우 등 말이지요.
서양 사람들처럼 개인주의 문화가 워낙 확고해서 저녁에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따로 어울리지 않고 곧바로 귀가하는 분위기라면 모를까, 우리는 저런 일이 생기면 하지 말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직장 동료든 친구이든 누군가와 한데 어울리면서 팀웤을 가다듬고 축하하고 슬퍼하고 위로하고들 하잖아요. 물론 서로서로 편한 사람들끼리의 자리이겠지만 어차피 다들 집에 안 가고 한데 모이는 자리가 있을 거라면, 상급자가 가끔 먼저 나서서 그런 자리를 만들고 주재하는 것도 리더십의 한 방법이고 관리자의 역할이기도 한 것이겠죠.
이런 경우들 말고, 비정규적으로, 수시로, 특별한 동기 없이 막연히 한 잔 땡기니 빨자는 식으로 벌어지는, 그런 사적인 모임 성격이 짙은 류의 회식은 상급자들이 낄 영역이 아닐 것이구요.
서양 사람들처럼 개인주의 문화가 워낙 확고해서 저녁에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따로 어울리지 않고 곧바로 귀가하는 분위기라면 모를까, 우리는 저런 일이 생기면 하지 말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직장 동료든 친구이든 누군가와 한데 어울리면서 팀웤을 가다듬고 축하하고 슬퍼하고 위로하고들 하잖아요. 물론 서로서로 편한 사람들끼리의 자리이겠지만 어차피 다들 집에 안 가고 한데 모이는 자리가 있을 거라면, 상급자가 가끔 먼저 나서서 그런 자리를 만들고 주재하는 것도 리더십의 한 방법이고 관리자의 역할이기도 한 것이겠죠.
이런 경우들 말고, 비정규적으로, 수시로, 특별한 동기 없이 막연히 한 잔 땡기니 빨자는 식으로 벌어지는, 그런 사적인 모임 성격이 짙은 류의 회식은 상급자들이 낄 영역이 아닐 것이구요.
그런데 업무상 조직관리에 필요한 경우라고 하여 저녁 회식이 당연히 괜찮다는 얘기를 드리려는 게 아닙니다. 뭔가 조건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의 다른 '부장'님들과의 잡담 속에서, 제가 속으로 생각한 답은 이거였습니다. “저녁 사주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이냐에 달린 문제야.”
여기서 ‘매력적’이라 함은, 그 사람과 만나는 자리가 유익하거나 재미있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뭐가 유익한 거고 뭐가 재미있는 거냐는, 각자 생각하는 바가 제각기 다를 수 있는, 열려있는 개념입니다. 특히 유익하다는 것은, 상급자로부터 값진 인생 경험이나 유용한 업무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공감능력 부족해서 이런 거 거부감 없이 전달 못하는 상급자들 의외로 많아요)는 식의 고상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저 라인에 서면 승진에 유리할 수 있다(상급자 입장에선 이렇게 계산당하는 게 서글픈 일일 수 있지만 세상 일은 이렇게 냉정한 거죠)는 식의 속물같은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매력적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물론 상급자 자신인데, 자신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하급자의 입장에 서서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또 이런 하급자들(예를 들어 먹고 마시는 거라면 무조건 오케이하는)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는 상급자가 저런 하급자들(예를 들어 먹고 마시는 거에만 관심을 갖지는 않는 보통의 평범한)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만나려는 하급자들의 성향과 상황도 고려해서 상급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매력적인지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매력적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물론 상급자 자신인데, 자신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하급자의 입장에 서서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또 이런 하급자들(예를 들어 먹고 마시는 거라면 무조건 오케이하는)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는 상급자가 저런 하급자들(예를 들어 먹고 마시는 거에만 관심을 갖지는 않는 보통의 평범한)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만나려는 하급자들의 성향과 상황도 고려해서 상급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매력적인지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이게 말은 쉬워 보입니다만, 하급자들은 다 싫어하는데 혼자만 다들 날 좋아할 거야 라고 자뻑하는 눈치 없는 상급자들이 꽤 있다는 게 문제인 거죠.
자, 이제 다들 스스로 자신이 매력적인지 아닌지 잘 따져보시고, 어느 쪽인지 잘 판단이 안 선다면 저녁 회식을 하지 않는 게 중간은 갈 수 있는 안전한 조치라고 사료됩니다. 앞에서 문 판사님도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할 수도 있다고 하시잖습니까.
자, 이제 다들 스스로 자신이 매력적인지 아닌지 잘 따져보시고, 어느 쪽인지 잘 판단이 안 선다면 저녁 회식을 하지 않는 게 중간은 갈 수 있는 안전한 조치라고 사료됩니다. 앞에서 문 판사님도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할 수도 있다고 하시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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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저녁 회식에 대한 개념과 대책이 잘 서지 않던 차에 그냥 끄적여 봤습니다.
원래 페이스북에 쓰려던 글인데, 직장 동료들이 페친으로 즐비한 페이스북에서 자칫 "그래서 도대체 넌 저녁 회식을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너 어제도 회식하던데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류의 핀잔을 잔뜩 들을 것이 우려되어, 직장 동료들의 발길이 별로 없는 여기에다 소심하게 적어 봅니다.
원래 페이스북에 쓰려던 글인데, 직장 동료들이 페친으로 즐비한 페이스북에서 자칫 "그래서 도대체 넌 저녁 회식을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너 어제도 회식하던데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류의 핀잔을 잔뜩 들을 것이 우려되어, 직장 동료들의 발길이 별로 없는 여기에다 소심하게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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