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저녁 회식을 바라보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점 (2)
페이스북에도 인사이트 있는 대단한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 분 중 하나인 신상철님의 페이스북 글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새벽에 자다가 전화를 받으면 불쾌할까? 보통 이런 상황은 기분 나쁘고 화나는 게 당연하지만, 만약 상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일 수 있다. 어떤 행위 자체보단 그걸 하는 주체가 더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설득도 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에토스라고 했다. 에토스는 그 사람의 인격이나 명예 같은 캐릭터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파토스로 이것은 감정을 뜻한다. 이성과 논리에 해당하는 로고스는 고작 10% 비중밖에 안 된다.
호감이 전부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은 불쾌한 일도 기분 좋게 할 수 있고 별거 아닌 말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존경하는 분이 해주는 칭찬은 그저 덕담일 뿐인데도 평생 간직하게 된다. 만약 상대를 의도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그건 어떤 논리나 조건이 부족해서라기보단 호감이 부족해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스타들의 시답지 않은 농담에도 따봉을 누르는 건 그 사람을 좋아해서다. 그 농담이 재밌어서가 아니라. 콘서트에 가는 건 노래를 듣기보단 그와 함께 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이고. 원하는 게 있다면 상대의 호감을 얻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게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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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 6월에 "저녁 회식을 바라보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점"이라는 글을 이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데요, 제 얘기의 요지는 대부분의 하급자는 상급자가 하자는 저녁 회식을 싫어하지만 그 상급자가 매력적인 사람이라면 문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상철님의 글도 같은 맥락 같네요.
저 글에서는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직장 회식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식을 주최하는 상급자가 누구인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회식 장소가 어딘가라는 점은 부차적이라고 홀대하고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회식 장소가 어디냐 하는 점도 그냥 무시할 요소는 아니죠. 먹고 마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며칠 후에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갖기로 오늘 약속을 정하였는데요, 저는 회식자리를 만들 때마다 항상 어디서 회식을 할까 하는 문제로 한참 동안 골머리를 앓곤 합니다. 꼭 여러 사람이 모이는 회식이 아니라 친한 사람과 단 둘이 만나는 가벼운 자리라도 제가 만드는 자리라면, 어디서 시간을 가질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회식이나 약속을 주최하는 저의 개인적인 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먹고 마시는 거 자체가 훌륭하면 저 자신에게 보다는 그리로 참석자들의 관심이 더 쏠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제가 거기에 묻어갈 수 있고 저의 부족한 면을 잘 메울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사실 회식을 주최하는 누구에게나 회식 장소는 참 중요한 문제입니다.
회식 장소를 고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음식 맛, 분위기, 접근성, 이런 건 너무 당연한 얘기겠죠.
이왕 하는 회식, 특이한 데 말고 평범한 데서 무난하게 치르려면 가급적 돈 생각 말고 괜찮은 데서 해야 합니다. 참석자들에게 특이한 경험도 못 주면서 돈만 아끼려고 하면, 오히려 돈은 돈대로 쓰고 욕만 얻어먹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회식을 안 하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구요.
상급자가 하급자들에게 "너네 좋아하는 데 가자. 너희끼리 정해봐"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요, 저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과연 그들이 정말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곳을 정해서 갖고 올까요. 상급자의 성향도 (상당히) 고려한, 그저그런, 무난한 곳이 당첨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취향을 몰라서 그런다구요?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평소에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을 알고 있어야지요. 모른다고 하면 말이 안 되고, 결국 "나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지요.
어쨋든 가급적 참석자들의 취향에 맞춘 회식 장소를 고르는 게 대개 무난한 방법이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주최자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자리는 어떨까요. "난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야. 혹시 처음이면 이번 기회에 한번 경험해봐." 어쩌다 한번 회식을 한다고 모든 동료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최소한 내 개성에 동조하는 한 두 명은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상급자가 하급자들에게 "너네 좋아하는 데 가자. 너희끼리 정해봐"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요, 저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과연 그들이 정말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곳을 정해서 갖고 올까요. 상급자의 성향도 (상당히) 고려한, 그저그런, 무난한 곳이 당첨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취향을 몰라서 그런다구요?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평소에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을 알고 있어야지요. 모른다고 하면 말이 안 되고, 결국 "나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지요.
어쨋든 가급적 참석자들의 취향에 맞춘 회식 장소를 고르는 게 대개 무난한 방법이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주최자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자리는 어떨까요. "난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야. 혹시 처음이면 이번 기회에 한번 경험해봐." 어쩌다 한번 회식을 한다고 모든 동료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최소한 내 개성에 동조하는 한 두 명은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흔한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도 식상할 수 있겠는데, 경우에 따라 참석자들이 하루 이틀 전에 다른 회식자리에 참석해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었는지도 따져보는 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며칠 후에 함께 회식을 하자고 한 동료들은 오늘 다른 팀과 고깃집에서 회식을 한다는데, 그 덕에 제 선택지가 크게 줄어버려 고민이 더 크네요.
그런데 결국 가 본 데 많지 않아도, 아는 데 별로 없어도, 시간을 충분히 갖고 부지런히 검색질을 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낼만한 회식 장소가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결국 오늘도 왜 회식을 하자고 했을까 후회하며 늦은 밤까지 열심히 손가락을 고생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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