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일 수요일
검사의 지위 관련 프랑스의 최근 논의동향
작성자:
iMagistrat
시간:
2/02/2011 12:54:00 오전
라벨:
검사
,
독립성
,
보호유치
,
사법제도
,
프랑스 사법제도
,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
형사소송
작년에 한창 프랑스 법조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보호유치 관련 판결에 대한 글입니다.
한참 전부터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상당한 분량의 언론기사와 판결문을 번역할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고 미뤄왔었는데, 이제 더 이상 미루기 곤란하여 가까스로 설익은 번역을 거쳐 손을 대봅니다. 시사성 있는 주제인데 이제서야 코멘트하는 것이 너무 늦은 감이 있어, 글을 쓰면서도 그리 신이 나진 않네요. 어쨌든 밀린 숙제를 처리해 보겠습니다.
한참 전부터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상당한 분량의 언론기사와 판결문을 번역할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고 미뤄왔었는데, 이제 더 이상 미루기 곤란하여 가까스로 설익은 번역을 거쳐 손을 대봅니다. 시사성 있는 주제인데 이제서야 코멘트하는 것이 너무 늦은 감이 있어, 글을 쓰면서도 그리 신이 나진 않네요. 어쨌든 밀린 숙제를 처리해 보겠습니다.
2010년에 프랑스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의 보호유치제도 관련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이어, 유럽인권법원과 프랑스 대법원은 보호유치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프랑스 검사는 ‘독립성과 객관성 있는 사법기관’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선고하여, 프랑스 법조계에서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다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검사 동지들의 일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평소 ‘구글리더’와 ‘에버노트’로 스크랩해 놓은 프랑스 언론기사와 해당 판결문 등을 토대로 보호유치 및 검사의 지위와 관련한 프랑스의 최근 논의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보호유치(garde à vue) 관련 판결
가. 헌법재판소 결정(C. constit. 30/07/2010, QPC 2010-14/22)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2010. 7. 30. 형사소송법의 보호유치 관련규정인 제62조, 제63조, 제63-1조, 제63-4조 제1항 내지 제6항, 제77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보호유치된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고지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제한 없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현행 프랑스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은 피의자를 보호유치, 즉 체포할 때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아도 되고 [즉, 사법경찰에 의해 보호유치되는 사람은 그 즉시 범죄사실, 가족 등에 대한 체포사실 통지요구권, 의사에 대한 진료청구권,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등을 고지받을 권리가 있지만(형사소송법 제63-1조), 사법경찰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할 의무는 없습니다. 2000. 6. 15. 개정 형사소송법은 제63-1조 제1항에 사법경찰의 진술거부권 고지의무를 규정하였다가, 그 규정이 사법경찰에게 과도하게 엄격한 의무를 부과한다는 이유로 2003. 3. 18.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이를 다시 삭제하였던 것이거든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는 굳이 법에 명문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피의자는 얼마든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고, 단지 사법경찰이 이러한 권리를 피의자에게 명시적으로 고지하지 않아도 될 뿐입니다. 다만, 예심수사판사가 피의자신문을 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에게 범죄사실, 변호인 선임권과 아울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116조)], 사법경찰이 보호유치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신속한 수사와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변호인이 피의자신문과정에 입회할 수 없고 피의자와의 접견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63-4조).
피의자의 인권보호가 유난히 강조되는 요즘 우리 분위기에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조항들인데요, 프랑스 역시 초동수사에서의 신속한 실체진실 발견에 주안점을 두었던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들이 피의자의 인권보호라는 시대적 대세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지요.
한편, 이번 결정으로 인해 곧바로 위 규정들의 적용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의 헌법불합치 결정처럼 2011. 7. 1.부터 결정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는 의회가 현행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야 하고, 실제로 프랑스 의회는 현재 활발하게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 유럽인권법원 판결(CEDH 14/10/2010, Brusco c/ France)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법원(Cour Européenne des Droits de l’Homme)도 2010. 10. 14. 변호인의 참여는 보호유치 초기부터 허용되어야 하고, 보호유치시 피의자에 대한 진술거부권의 고지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유럽인권법원이 이러한 취지로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다. 대법원 판결(Crim. 19/10/2010, n°10-82.902, 10-82.306, 10-85.051)
프랑스 대법원 역시 2010. 10. 19. 선고한 판결을 통해, 보호유치된 사람에게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어야 하고, 범죄의 성질에 따른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보호유치 초기부터 변호인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호인 참여권의 내용은,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을 준비하고,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며,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2. 검사의 지위 관련 판결
가. 유럽인권법원 판결(CEDH 23/11/2010, Moulin c/ France, n° 37104/06)
유럽인권법원은 2010. 11. 23. 프랑스의 검사는 독립성과 객관성을 인정할 수 없어 인신구속을 통제할 권한이 있는 사법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실제 사실관계는 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2005. 4. 13. France MOULIN이라는 이름의 여성 변호사가 수사기밀누설 혐의로 보호유치되었고(예심수사판사가 사법경찰에 수사지휘), 4. 15. 검사의 면전에 인치되었다가 구치소에 수용되었으며(보호유치 종료, 예심수사판사가 예심수사 개시를 위한 구인영장 발부), 4. 18. 예심수사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어 제1회 피의자신문을 받은 사안입니다.
유럽인권법원의 설치근거인 유럽인권협약(Convention de sauvegarde des droits de l’homme et des libertés fondamentales) 제5조 제3항은, “동조 제1항 c호 규정에 따라 체포 또는 구금된 모든 사람은 법관 또는 법률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다른 사법관에게 신속히 인치되어야 한다.”(Toute personne arrêtée ou détenue, dans les conditions prévues au paragraphe 1.c du présent article, doit être aussitôt traduite devant un juge ou un autre magistrat habilité par la loi à exercer des fonctions judiciaires.)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MOULIN 변호사는 보호유치된 때로부터 신속하게 사법관 면전에 인치되어야 함에도 보호유치된 지 무려 5일 만에 예심수사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었고, 비록 보호유치된 지 2일 만에 검사의 면전에 인치되기는 하였으나 검사는 위 인권협약에서 말하는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사법관”이 아니므로, 결국 자신에 대한 보호유치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유럽인권법원에 이 사건을 제소하였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럽인권법원은, “사법관”의 핵심 개념요소는 ‘독립성’(indépendance)과 ‘객관성’(impartialité)인데, 프랑스의 검사는 법무부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립성과 객관성을 인정할 수 없고 기소하는 측의 일방당사자이므로, 결국 위 인권협약 제5조 제3항에서 말하는 사법관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유럽인권법원은 이미 2008년 마약사범에 대한 구속의 적법성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Medvedyev c/ France 사건에서도, 프랑스의 검사에 대해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한편, 체포 또는 구금 후 사법관의 면전에 인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시한인‘신속히’의 개념에 대해서는, 유럽인권법원은 과거 체포 또는 구금일로부터 3일째부터 4일째 사이에는 사법관 면전에의 인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고(CEDH Brogan c/ RU, 29/11/1988 ; CEDH Varga c/ Roumanie, 01/04/2008), 이번 MOULIN 사건에서 5일 만의 인치는 지나치게 길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언론기사들에는 ‘스트라스부르의 판사들’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와 저는 처음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지방법원에서도 유사한 판결을 선고하였나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는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이 유럽인권법원의 판사들을 지칭한 표현이었습니다.
나. 대법원 판결(Crim. 15/12/2010, n°10-83.674)
유럽인권법원의 위 판결취지를 반영하여, 프랑스 대법원도 2010. 12. 15. “검사가 유럽인권협약이 요구하는 독립성과 객관성에 대한 보장이 없고 기소하는 측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인 예심수사부가 검사에 대해 유럽인권협약 제5조 제3항의 사법관이라고 본 것은 잘못이다.”라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보호유치를 24시간 연장한 검사의 처분이 유효한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인데, 대법원은 위와 같이 판시하면서도 검사의 연장처분 자체는 유효하다고 인정하여 피의자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아무튼 이번 유럽인권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향후 검사의 독립성을 보완토록 하는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3. 현재의 논의 상황
가. 프랑스 검찰의 반응
우리 검찰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검찰 역시 행정부에 속해 있고 법무부장관을 정점으로 한 위계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는 관계로, 수시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Villepain 전 총리 사건의 무죄판결에 대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개입하여 파리검찰청으로 하여금 항소하게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고도 합니다(2010. 11. 13.자 ‘Slate’지 칼럼).
한편, 파리고등검찰청 검사장 François Falletti는 위 대법원 판결 직후인 2010. 12. 16. ‘Le Figaro'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검사는 앞으로도 본연의 임무를 계속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보호유치 절차에 있어서 검사의 통제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합니다. 누구도 검사에게 불기소처분을 명령하지 못하고, 최고사법관회의가 임명권 행사 등을 통해 검사의 권한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정의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검사를 도구화하고 희화화하는 것입니다. 검사는 진실발견과 개인의 자유 보호에 관심이 있음에도, 너무 자주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라며 최근 판결과 검사에 대한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에 대해 다소 답답한 심경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11. 1. 7. 검찰총장 Jean-Louis NADAL은 신년사에서 “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치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검사의 임명과 관련한 최고사법관회의의 결정에 법무부장관이 관여할 여지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하여, 앞으로 검사의 독립성 회복방안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나.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내용
보호유치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현재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심의 중에 있습니다. 지난 1월 하순 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상원에 법안을 송부해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하원에서 통과된 개정안을 보면, 위 위헌결정 당시 보호유치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아야 한다는 떠들썩했던 여론과는 달리 다소 소극적인 방향으로 보호유치 제도 개정이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즉, 보호유치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이 이에 참여할 수 있기는 하나, 조사 내내 조사에 관여하여 발언할 수는 없고 단지 조사 말미에 질문을 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 그 이상의 자유로운 참여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실체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의 중요한 이념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 절충적인 개정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초에는 24시간째의 보호유치를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이 검사가 아닌 석방구금판사에게 부여되는 등 석방구금판사가 보호유치절차를 전면적으로 통제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였으나, 개정안의 내용은 비록 일정한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종전과 같이 검사가 24시간째의 보호유치 연장권한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은 물론, 검사가 보호유치절차의 통제자라고 명시하는 규정도 그대로 남는 등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큰 폭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인권법원이나 대법원의 결정취지는 체포된 피의자를 신속하게, 적어도 4일 이내에는 판사의 면전에 인치시키라는 것이므로, 사실 검사가 4일 이내의 범위에서 보호유치 절차를 통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러한 사정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현재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반대여론으로 인해 실현가능성이 희박해지기는 하였지만, 프랑스 정부가 예심수사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예심수사판사의 수사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하는 사법제도 개혁안을 추진하여 오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의 사법관으로서의 지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방향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 검사가 보호유치 절차의 통제자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보유하고 보호유치 절차와 관련된 변호인의 참여권도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등 당초의 논의보다 대폭 수위가 낮아진 개정안으로 인해, 앞으로 상원에서도 많은 격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후 상원에서의 논의상황은 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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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동네에 있는 흔한 파스타 집에서도 '식전빵'이란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에피타이저든 주요리든 뭔가가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발사믹을 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나오는 빵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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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5일자로 제가 이 블로그에 쓴 "아이폰과 아이패드 활용사례 소개"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http://imagistrat.blogspot.kr/2012/01/blog-post_15.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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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한동안 나태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블로그도 제 생활에서 멀어졌었는데, 이제 다시 글이라도 부지런히 쓰면서 마음을 다잡아 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니 가벼운 글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제가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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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국립사법관학교(É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는 사법관(판사, 검사)을 양성하는 연수기관입니다. 사법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 기관에서 총 31개월 간의 연수를 받아야 합니다. 2019년 4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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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8. 1. 14.부터 같은 해 6. 27. 까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사법관학교(E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 약자로 ENM)에서 국제연수부가 운영하는 외국 법조인 대상 연수과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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