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일 수요일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개관
우리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은 그동안 판례, 학설로 당연하게 인정되어 왔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명문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개정법으로 어느 정도의 위법이 증거를 배제시킬 것인지에 대해 향후 판례의 추이와 학계의 해석이 주목되고 있고, 실제 현재까지 관련 판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연구의 필요성도 아주 많은 분야입니다.
저는 2009년 봄에 우리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대응하는 프랑스의 이론은 무엇인지 알아보다가, 바로 이 부분을 깊이 공부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해 여름 무렵 까막눈으로 프랑스 법서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곧바로 논문 형태의 글을 써보려고 시도했었는데, 막상 시작하고보니 제가 파고들어가야 할 분야의 방대한 분량에 기겁하여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그 후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버려 벌써 2011년 2월에 이르게 되었는데요, 마침 저는 다음달이면 고려대 법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늦은 공부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전공은 물론 형사소송법이고요.
고려대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1년밖에 남지 않은 서울 근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직장과 집을 오가는 길 도중에 위치한 고려대의 문을 노크하게 되었습니다.
공식적인 코스의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을 계기로, 재작년에 하다 만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주제로 긴 호흡을 갖고 석사논문을 써볼 계획입니다. 평소 같은 주제로 짧은 리포트나 블로그 포스팅을 써나가다가 이를 종합하여 석사논문으로 완성해 볼까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는 프랑스 법조계의 시사적인 뉴스 뿐만 아니라 위법수집증거와 관련한 학설, 판례를 자주 소개할 계획입니다. 이 블로그도 다 공부의 일환입니다. 블로그가 있으니 억지로라도 틈틈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마무리로, 재작년에 프랑스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요약해 놓은 글을 옮겨봅니다.
○ 적법절차 원칙(Principe de légalité)
- 프랑스의 경우 영미법의 위법수집증거배제원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이 있는바, 이는 형사소송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판례에 의해 확립된 원칙임
- 그 내용으로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예를 들어 휴식없는 신문의 연장 금지, 임의진술을 강제하거나 자백을 받기 위한 최면수사 등의 금지 등), 신의성실 원칙(Principe de loyauté : 부정직한 방법을 사용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원칙), 정보의 자유 존중(예를 들어 언론기관의 취재원보호 존중), 법정 절차의 준수(형사소송법상 규정된 각종 절차규정의 준수) 등을 들 수 있음
- 예를 들어, 사법경찰이 비록 대화자 일방의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도청장치를 사용하여 타인 간의 전화대화를 녹음한 것은 위법한 증거이고(대법원 1996. 2. 27. 선고 판결), 사법경찰이 숨어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도 위법한 증거임(대법원 1997, 12, 16, 선고 판결)
- 예를 들어, 사법경찰이 비록 대화자 일방의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도청장치를 사용하여 타인 간의 전화대화를 녹음한 것은 위법한 증거이고(대법원 1996. 2. 27. 선고 판결), 사법경찰이 숨어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도 위법한 증거임(대법원 1997, 12, 16, 선고 판결)
○ 사인이 수집한 증거의 경우
- 적법절차 원칙은 당초 공권력이 수집한 증거는 물론 사인이 수집한 증거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것이었으나, 1990년대 이후 대법원은 이를 사인이 수집한 증거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 논거는 사인이 위법(illicite)하거나 부정직(déloyale)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라 하더라도 그 증거가 공판과정에 제출되어 대심(對審)의 방식으로 토의된 것이라면 이를 재판부가 거부할 수 있는 명문 규정이 없다는 것임
- 결국 사인의 위법한 증거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기 위해 대법원이 고안한 원칙이 대심의 원칙(Principe du contradictoire)인바, 대법원의 논리는 어느 규정도 사인의 위법증거 제출을 금지하지 않고 있고, 그 증거가 당사자들의 상호토론에 제공되기만 하면 그 위법증거가 淨化되어 형사소송법 제427조(증거자유의 원칙에 대한 규정)에 의해 증거로서 인정되고, 그 후 그 증거가치의 판단은 법관의 몫이라는 것임
- 구체적인 사례
․ 피해자가 피의자와의 대화를 녹음한 녹음테이프와 이를 녹취한 수사보고서는 피의자의 사생활이나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적법함(대법원 1987. 4. 28. 선고 판결)
․ 대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이 알지 못하게 그 대화를 녹음한 녹음테이프는 적법함(대법원 1992. 2. 11. 선고 판결)
․ 업주가 점포 안에 감시카메라를 몰래 설치하여 점원이 공금을 훔쳐가는 장면을 촬영한 경우, 이는 점원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적법함(대법원 1994. 4. 6., 1984. 7. 17. 선고 판결)
○ 절차의 무효(nullité de la procédure)
- 예심수사를 거친 사건의 경우,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중요한 절차에 있어서 관계당사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고등법원 예심수사부의 결정에 의해 그 절차를 무효로 하고 있고(제171조), 이로 인해 수사과정에서의 압수․수색이 무효로 결정되면 수집된 증거는 기록에서 삭제되어 증거의 세계에서 배제됨
- 그리고 예심수사를 거치지 않은 사건의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385조와 제802조가 절차의 위법 및 관계당사자의 이익침해를 이유로 절차의 무효를 선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
-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그 요건과 절차에 관한 일반원칙(제56조), 변호사 사무실에 관한 특칙(제56-1조), 관계인의 압수․수색과정 참여(제57조), 야간 압수․수색의 제한(제59조 제1항)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그 절차를 무효로 할 수 있고(제59조 제2항), 그밖에 절차를 위반한 행위의 무효 여부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아니하였을 경우 그 절차조항이 ‘중요한 절차’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를 중요한 절차의 위반으로 볼 것인지 여부는 판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음
- 압수․수색이 무효라는 판례
․ 피의자가 현존하지 않는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다른 참여권자의 참여 없이 실시한 수색(대법원 2007. 4. 3. 선고 판결)
․ 거주자나 그 대리인의 참여가 불가능한지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수사기관이 임의로 그 참여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제3자를 참여권자로 지정하여 실시한 수색(대법원 1993. 12. 7. 선고 판결)
․ 예비수사과정에서 거주자의 동의 없이 실시된 수색(대법원 1987. 6. 24. 선고 판결)
․ 사법경찰이 마약판매상을 검거하면서 그의 입 안에 있던 마약을 압수한 다음, 그가 다른 마약을 더 삼켜버렸을 것으로 판단하고 그로 하여금 구토약을 먹게 하여 그가 삼킨 마약을 압수한 사안(스트라스부르 지방법원 2006. 7. 11. 선고 판결)
- 압수․수색이 유효하다는 판례
․ 예심수사의 피의자가 수사를 피해 은신하고 있던 아파트는 그의 주거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부재시 그 아파트 내에 있던 사람의 참여하에 실시한 수색(대법원 1971. 3. 30. 선고 판결)
․ 위법한 보호유치 중에 행해진 압수수색이라 하더라도, 압수수색이 보호유치와 필연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는 유효함(대법원 2000. 6. 22. 선고 판결, 06:00경 사법경찰이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피의자의 보호유치와 함께 압수수색을 시작하면서 피의자에게 보호유치시의 권리를 고지하지 않다가 그로부터 4시간 30분이 경과한 10:30경 비로소 그 권리를 고지한 것으로 인해 위 압수수색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압수수색은 보호유치가 필요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위법한 보호유치시에 이루어진 것이라도 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유효하고, 10:30경 사경이 위 권리를 고지하였다면 보호유치의 위법한 상태도 종료되기 때문에 그 이후에 이루어진 피의자신문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도 유효하다고 판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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