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4일 금요일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연수일지(2) - Palais de Justice
파리 한가운데 세느강에는 Cité섬이 있고, 그 섬의 왼쪽 절반 정도를 'Palais du Justice'라는 건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행가이드에서 흔히 '파리 최고재판소'라는 명칭으로 소개하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오래 전 파리의 요새로 만들어졌다가 13세기경부터는 왕궁으로 사용되었고, 나중에 왕궁이 루브르 등지로 옮긴 후부터는 법원으로 쓰이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건물에는 대법원(Cour de Cassation), 파리고등법원(Cour d'Appel de Paris), 파리지방법원(Tribunal de Grande Instance de Paris) 등 프랑스 사법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 세 곳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Ste. Chapelle 성당도 이 건물 구내에 자리잡고 있고, 대혁명 시기 마리 앙뚜와네뜨가 갇혀 있던 곳으로도 유명한 Conciergerie도 이 건물 북쪽 한켠에 위치해 있습니다.
건물 자체도 매우 아름답지만, 수백년 된 건물을 아직까지도 일상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런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옛것을 워낙 좋아하는 이곳 판검사들도 이 건물을 사랑하고 이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오래된 건물에 너무 중요한 기관들이 모여 있다보니 당연히 사무실이 심각한 모자란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판사들은 자신의 사무실을 갖지 못한 채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재판이 있는 날만 출근하여 법정에서 재판을 한다고 합니다.
국립사법관학교에서 저희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였던 한 파리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평소 1주일에 3일간 재판을 진행하는데 자신 역시 사무실이 없어 재판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일을 하고 있고, 법원과 집을 오갈 때는 항상 여행가방에 사건기록을 넣어 가지고 다니며, 법원 건물 안에서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은 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 자신과 같은 사법관이라고 보면 된다고 하더군요.
이런 사무실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는 파리 13구에 새 법원청사를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경우 Ste. Chapelle 성당의 관광객용 출입문을 통해 소지품검사를 거쳐 입장할 수 있고, 오전 9시부터 또는 오후 1시 30분부터 각 법정에서 수시로 열리는 재판을 방청할 수 있습니다.
저도 연수기간 중 상당기간을 이 건물에 출퇴근하며 상주하였던 관계로, 항상 생각이 나곤 하는 추억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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