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5일 토요일
프랑스 검찰총장 신년사
프랑스에서는 검찰총장을 ’Procureur général près la Cour de cassation’이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대법원에 소속된 검사장'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프랑스에는 ’검찰총장’이라는 말이 없고, 대법원에 있는 검사장은 여러 고등검사장 중 한 명일 뿐입니다.
2011. 1. 7. 프랑스의 검찰총장 Jean-Louis NADAL(파리고검장을 거쳐 2004. 10. 20.부터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합니다)은 대법원 신년행사에서 우리로 치면 신년사 정도의 연설을 한 일이 있습니다.
대법원에 소속된 검사장이라 상징성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검사의 지위에 관한 유럽인권재판소와 대법원의 의미있는 판결들이 잇달아 선고된 직후여서인지, 여러 언론이 그의 신년사를 비중있게 다루었습니다.
최근 프랑스 검찰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검찰의 수장이 무슨 얘기를 하였을지 궁금하여, 그의 신년사 전문을 대충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엔 신년사를 전부는 아니라도 요지 정도는 번역을 할 생각으로 읽어본 것인데, 역시 저한테는 요지 번역조차도 매우 벅차 보여 포기합니다.
대신 M. NADAL이 한 말을 간단히 요약해 봅니다.
“저는 무엇보다 우리 사법제도의 개혁상황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사법제도는 매우 견고하여 사회적으로 점점 사법화가 진행되면서 법관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조정자가 되는 경향이 증대되고 있는데, 반면 이러한 경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공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항상 법조는 비판을 받아왔고,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법관이라면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법조에 점점 더 많은 요구를 하면서, 사법의 고비용과 비신속성, 경직성, 비효율성, 불투명성 등 법조의 모든 면을 비난해 왔습니다. 심지어 사법은 너무 엄격하고 동시에 너무 관용적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사법의 목적은 법치국가에 있어서 법의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형사사법은 우리 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주요 장치이고, 이에 종사하는 경찰과 헌병은 사법관의 지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법관이 정치권력과 결탁하게 되면 권력분립에 반하는 결과가 생기고 사법의 도구화가 초래되므로,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합니다.
수많은 어려움과 맞서고 있는 우리 사법공무원들에게는 무엇보다 프로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동료들이나 특히 사법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사법관들에게 ”판결하는 일은 성장이 필수적인 직업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특히 검찰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작년에 유럽인권재판소는 검사의 사법기관적 성격을 부인한 바 있습니다. 이를 의학용어로 말한다면, 검찰은 지금 거의 뇌사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지위에 관한 근본적인 개혁을 통하여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하여야 합니다. 이 문제는 이미 2007년에 상원에서 논의되었던 주제이기도 한데, 이번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이 우리를 각성시킨 결과가 되었습니다.
검사의 지위에 관한 근본적인 개혁이란, 검찰이 행정부에서 완전히 독립되어 어떤 특권을 가진 조직이 되자는 게 아닙니다. 검찰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한 구성요소일 뿐입니다.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검찰과 정치의 연결고리를 끊고 검사의 임명과 관련한 고등사법위원회(Conseil supérieur de la Magistrature)의 결정에 법무부장관이 관여할 여지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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