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독서일기] '다섯 번째 증인' (feat. 미국 형사사법제도) 제4편
작성자:
iMagistrat
시간:
11/26/2019 09:30:00 오후
라벨:
독서일기
,
마이클 코넬리
,
미국
,
미키 할러
,
배심제
,
법정소설
,
변호사
,
사법제도
,
플리바기닝
,
형사소송
[제3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439-445쪽] “변호인 측은 피고인 리사 트래멀을 증인으로 부르겠습니다.”
......
피고인이 증인으로 불려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워서 법정 안 곳곳에서 속삭임과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첫 번째 증인으로 불려 나왔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일반적으로 변호인들은 의뢰인을 증인으로 세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 전술은 위험 대비 보상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의뢰인이 한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의뢰인이 무슨 말을 할지 확실히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증인선서를 하고 나서, 자신의 유무죄를 결정지을 열두 명의 배심원들 앞에서 하나라도 거짓말을 하다가 들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
변호인 측 첫 증인으로 피고인 리사 트래멀을 부른 목적은 세 가지였다. 첫째, 그녀의 부인하는 말과 설명이 기록되기를 바랐다. 둘째, 증인석에 앉은 그녀의 모습이 배심원들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살인 사건에 인간의 얼굴을 입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작고 연약해 보이는 여성이 몰래 숨어서 기다렸다가 남자의 머리를 망치로 강력하게 그것도 세 번이나 가격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배심원들의 마음속에 싹트기를 바랐다.
---> 검찰 측 증인들에 대한 신문절차가 모두 끝나고, 이제부터는 피고인과 변호인 측 증인들에 대한 신문절차가 시작됩니다. 이제 할러 변호사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서는 시간이죠.
할러 변호사는 첫 번째 증인으로 피고인 본인을 내세우는데요, 여기서 우리 제도와 미국 제도의 차이점 한 가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제도에서는 피고인은 증인으로서의 자격이 없기 때문에 증인신문의 대상이 아닙니다. 대신 ‘피고인신문’이라는 절차가 별도로 있어서 양쪽 당사자의 증인신문이 모두 끝나면 피고인신문 절차에서 피고인이 신문을 받게 됩니다. 증인신문의 대상인 경우는 허위진술을 하면 위증죄의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피고인신문의 대상인 경우는 허위진술을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피고인 입장에선 증인신문보다 부담이 적습니다. 게다가 실제 재판에서 피고인신문은 사건에 따라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합니다.
미국은 피고인도 증인신문의 대상이 될 뿐이고, 우리와 같은 피고인신문이라는 절차 자체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미국에도 피고인신문 절차가 있었으나,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피고인신문의 실익이 없어져 아예 이 절차가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신문 대신 피고인을 증인신문의 대상이 될 수 있게 한 것인데, 피고인이 증인신문에 나오는 경우에는 다른 증인들과 마찬가지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서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여야 하고 그러다 허위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증인신문에 나오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측면도 있으므로, 할러 변호사의 설명대로 실제 재판에서 피고인이 증인신문에 나서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러 변호사가 굳이 피고인을 첫 번째 증인으로 내세운 이유는, 그도 그녀가 결백하다고 믿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결백한 그녀가 배심원들에게 충분히 우호적인 인상을 주고 배심원들의 마음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결백한 피고인만큼 우월한 증거는 더 없을 테니까요.
아무튼 저는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신문이든 증인신문이든 어떤 형태로든 피고인의 말을 직접 들어보는 기회가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고인으로부터 자백이든 변명이든 일단 말을 들어봐야 합니다.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피고인이기 때문입니다.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가만히 놔두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이게 맞네 저게 맞네 떠들고 있는 건 매우 우스꽝스런 일이기 때문입니다.
[446-447쪽]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증인. 미첼 본듀란트를 살해했습니까?”
“아뇨, 죽이지 않았습니다.”
“망치를 갖고 가서 은행 주차장에서 망치로 그를 가격했습니까?”
“아뇨, 전 거기에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증인의 차고에서 사라진 망치가 본듀란트 씨를 살해하는 데 사용되었을까요?”
“모르겠어요.”
“본듀란트 씨의 혈흔이 어떻게 증인의 신발에서 발견됐을까요?”
“모르겠어요!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누가 저한테 누명을 씌운 거예요!”
나는 잠깐 숨을 고르고 목소리를 차분히 한 후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증인. 증인은 키가 몇입니까?”
......
“160센티미터요.”
---> 할러 변호사가 증인 자격으로 나온 리사 트래멀을 상대로 주신문을 하고 있습니다. 할러 변호사가 사건의 쟁점을 적절히 정리해서 던지는 질문 내용들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마지막 질문을 리사 트래멀의 키가 얼마인지로 마무리하는 장면도 배심원들에게 상당히 극적인 효과와 긴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입니다. 할러 변호사는 배심원들에게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지 잘 좀 한 번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작은 여자가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큰 남자를 혼자서 살해할 수 있느냐고요!”
[447-448쪽] ...... 프리먼은 적어도 하나의 카드를 몰래 숨겨놓았다가 결국에는 꺼내서 사용했다.
“아까 할러 변호사가 증인에게 이 범죄를 저질렀느냐고 물었을 때, 증인은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직업이 교사이고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라고요. 기억나세요?”
“네, 사실입니다.”
“하지만 4년 전 학생을 3면으로 이루어진 자로 때려서 강제로 전근을 가게 되었고, 분노조절 장애 치료를 받아야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나는 재빨리 일어서서 이의를 제기했고 재판부 협의를 요청했다. 판사가 우리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다.
“재판장님.” 페리 판사가 묻기도 전에 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개시된 증거에는 3면으로 이루어진 자는 없었는데요. 갑자기 어디서 툭 튀어나온 겁니까?”
......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검사의 질문을 무시하라고 지시했고 프리먼에게는 다른 질문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배심원들이 이미 다 알아버린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 질문을 기록에서는 삭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배심원들의 기억 속에서는 삭제할 수 없을 것이었다.
---> 이번에는 리사 트래멀에 대한 프리먼 검사의 반대신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프리먼 검사는 할러 변호사가 주신문에서 만들어놓은 리사 트래멀의 무고하고 억울한 사람 이미지를 흔들어놓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검사는 남을 살해하기까지 한 사람이니 평소에도 어느 정도의 폭력적 성향이 있었으리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합니다. 그러다 리사 트래멀의 과거 폭력 전력이라는, 미리 상대방에게 오픈하지 않은 자료를 갖고 꼼수를 쓰게 됩니다. 할러 변호사가 미처 손을 쓸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죠. 앞서 할러 변호사가 검찰 측 증인 구티에레스 박사에게 과거의 잘못된 증언 전력에 관한 불의타를 날리는 꼼수를 쓴 데 대한 보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장군 멍군입니다.
서로 이렇게 꼼수를 쓰더라도 재판장이 할 수 있는 제재수단이라곤, 경고를 날리고 기록에서 삭제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모양입니다.
[449쪽] 검사는 반대신문을 5시까지 끌고 가서, 밤사이 뭔가를 마련해서 다음날 아침 리사 트래멀을 재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판사는 그날 재판의 휴회를 선언했고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
---> 프리먼 검사가 오후 몇 시부터 리사 트래멀에 대한 반대신문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판을 마칠 오후 5시까지 반대신문을 계속 진행합니다. 퇴근시간이 되어 반대신문은 중지되고 다음날로 넘어가게 됩니다.
검사 입장에선 반대신문 중간에 이렇게 긴 간격이 생기는 게 유리한 일일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거나 잠자리에 들 때 문득 피고인을 공격할 새로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죠.
[459-465쪽] 금요일 아침, 안드레아 프리먼 검사가 전날에 이어 리사 트래멀을 반대신문한 지 20분 만에 전날 내가 세운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
“페이스북도 하고 있고요, 그렇죠?”
“네.”
......
“...... 그리고 증인은 페이스북에 가입한 이후 담벼락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려왔고요, 그렇죠?”
“네, 꽤 정기적으로 올린 편이죠.”
“사실 이 재판에 관해서도 업데이트를 했고요, 그렇죠?”
“네,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제 견해를 올렸습니다.”
나는 혈압이 확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입고 있는 정장이 비닐로 만들어진 땀복처럼, 체온을 그대로 가둬놓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싶었지만 혹시 배심원이 그 동작을 본다면 변호인이 너무 초조해한다는 인상을 줄 것 같았다.
---> 아하, 그동안 리사 트래멀이 페이스북을 통해 그녀의 지지자들에게 재판상황을 열심히 실시간 중계하고 있었군요. 그녀가 쓴 글 수도 어마어마합니다. 1,200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 많은 글 중 이제까지 할러 변호사가 변론해온 내용과 모순되거나 그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도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매사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나 자신에게 들이대는 잣대나 대동소이한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말로든 글로든 사람이 흔적을 많이 남겨놓으면 그것이 나중에 자신에게 덫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리사 트래멀이 헤비 페북러인 줄 까맣게 모르고 있던 할러 변호사로선 초강력 불의타지만, 검사가 바로 전날 밤에 리사 트래멀의 페북 계정을 발견했다는데야 증거개시절차 위반이든 뭐든 어찌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역시 프리먼 검사가 어제 재판 끝날 때까지 반대신문을 길게 끌어 하룻밤이라는 작전타임을 가진 게 주효하였네요.
할러 변호사는 갑자기 오른 혈압을 진정시키기 위해 넥타이를 좀 풀고 싶지만, 참습니다. 무대 위에 오른 사람은 극히 사소한 동작만으로도 관객들에게 별의별 상상과 억측의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우는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무리 근엄하게 무게잡는 재판이라도, 결국은 ‘쇼’라는 성격도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네요.
[465-467쪽] “살인 사건이 발생한 날 아침, 증인은 그 주차장에 다시 가서 미첼 본듀란트를 기다렸습니까?”
“아뇨, 안 갔어요! 저는 거기에 가지 않았습니다.”
“증인은 커피숍에서 미첼 본듀란트를 보고 분노했고 그가 어디로 갈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증인은 주차장으로 가서 그를 기다렸고 ......”
“이의 있습니다.” 내가 소리쳤다.
“...... 망치로 때려서 그를 살해했습니다, 그렇죠?”
“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리사 트래멀이 외쳤다. “안 그랬다고요!”
그녀는 궁지에 몰린 동물처럼 큰 소리로 헉헉거리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 프리먼 검사는 리사 트래멀에게 페이스북 글 인쇄자료를 건네주고는 몇 군데를 낭독하도록 하는데, 리사 트래멀이 페이스북에 쓴 그 많은 글 중 딱 두 편의 글이 그녀의 발목을 잡습니다. 이 사건 이전인 작년 9월에 그녀가 피해자의 직장 주차장과 주차 위치를 알아내 그곳에서 피해자를 기다린 일이 있었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피해자의 주차 위치를 알고 있을 정도이니 그곳에서의 계획적인 살인범행이 가능하였으리라는 추론도 충분히 가능하겠지요.
승기를 잡자마자 검사는 가차 없이 몰아쳐 피고인으로부터 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이제까지 할러 변호사가 만들어놓은 피고인의 선량하고 평범한 소시민의 인상을, 이제까지 봐온 것과는 뭔가 좀 다른 구석도 있어 보이는, 뭔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의 인상으로 바꿔버립니다.
[473-478쪽] “재판장님, 이 문서를 증인에게 보여줘도 되겠습니까? 증인의 페이스북 친구들 명단을 인쇄한 것입니다.”
......
“증인의 페이스북 친구인 도널드 드리스콜이라는 사람이 ALOFT 직원이었다고 한다면 무슨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까?”
“ALOFT에서 제 게시글들을 보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는 생각이요.”
“그럼 이 드리스콜이라는 사람은 증인이 어디 갔다 왔는지 어디 갈 건지 다 알았을 거란 말이죠,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증인이 은행 건물에서 본듀란트 씨의 주차 자리를 찾았고 그를 기다릴 거라고 썼던 지난 9월의 게시글에 드리스콜이 접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죠?”
“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증인. 더 이상 질문 없습니다.”
---> 할러 변호사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프리먼 검사의 뜻밖의 공격으로 의뢰인과 마찬가지로 혼이 나가있을 법도 한데, 재판장에게 이른 휴식시간을 요청한 후 그 짧은 시간 동안 동료들과 함께 리사 트래멀에 대한 재주신문을 급히 준비합니다.
휴식시간 동안 재빠르게 리사 트래멀의 페이스북 친구 명단에서 돈 드리스콜이라는 사람을 찾아내는데, 마침 그는 할러 변호사가 이 사건의 진범으로 몰고 있는 오파리지오의 회사인 ALOFT의 직원입니다. 이 작은 끈을 어떻게든 활용해서 다시 음모론을 제기하여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합니다.
다행히 재주신문에서 리사 트래멀은 할러 변호사의 의도대로 드리스콜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을 감시해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술하며 음모론을 적절히 뒷받침해 줍니다.
또 다행히, 프리먼 검사가 좀 전에 페이스북이라는 불의타를 날린 데 대한 보상격으로, 재판장은 할러 변호사에게 드리스콜을 증인으로 부를 기회를 허락합니다.
이제 할러 변호사는 오파리지오가 드리스콜이라는 자신의 직원을 통해 평소 페이스북으로 리사 트래멀을 감시하다 이번에 그녀를 피해자의 살인범으로 몬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진행시켜 나가기로 합니다. 프리먼 검사의 페이스북 공격 속에서 드리스콜을 찾아내 순식간에 자신의 음모론을 공고히 해버리는 솜씨가 정말 대단합니다. 소설이라 그런 걸까요?
[479-483쪽] ...... 그녀는 하버드와 MIT, 존제이 칼리지에서 학위를 받았고, 현재 존제이의 연구원이었다. 외모가 출중하고 상냥한 여성이었다. 게다가 증인석에서는 한 마디 한 마디 성실하게 진실만을 말해서 스스로 빛이 났다. 형사소송 변호사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증인이었다. ......
......
아슬래니안은 망치를 갖고 증인석을 떠나 배심원들 앞에 서서 시연을 시작했다.
“제가 가졌던 의문은 피고인의 키를 가진 여성이, 저와 마찬가지로 160센티미터인 여성이 구두를 신고 키가 185센티미터가 넘는 남성의 정수리를 가격해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
......
“...... 피해자의 자세에 대해서 이틀을 고민했습니다. ......”
......
“...... 그렇다면 이 자세만 남게 되죠.”
아슬래니안은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혀 얼굴이 천장을 향해 있는 마네킹의 머리를 가리켰다. ......
---> 또다시 돋보이는 매력의 ‘메신저’가 할러 변호사의 증인으로 등장하는데, 그 메신저는 심지어 ‘메시지’도 훌륭히 전달합니다.
이번 증인은 샤미람 아슬래니안이라는 이름의 법과학 전문가입니다. 피해자와 같은 키인 187센티미터의 마네킹을 법정에 데려와 160센티미터 키의 여성이 이 키 큰 남성을 공격하는 것은 도대체 가능하지가 않다는 논리를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단, 이 한 가지 경우에는, 이 작은 여성이 키 큰 남성을 공격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남성이 얼굴이 천장을 향하도록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힌 상태로 서 있는 경우 말이죠. 만약 피해자가 그런 자세로 서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리사 트래멀도 유력한 용의자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사람이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하고 막 내리자마자 그런 자세로 서 있을 일이 있을까요? 그런데 이 소설의 맨 마지막 결론을 보면, 바로 이 부분이 이 사건의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485쪽] ...... 4시가 가까워지자 페리 판사는 주말 동안의 휴회를 선언했다. 이틀 동안의 휴가에 들어가는 내 마음은 우리가 우세하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우리는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의 상당 부분에 대해 무차별 사격을 가함으로써 검찰의 주장을 약화시켰고, 리사 트래멀이 범행을 부인하고 자신은 누명을 썼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법과학 전문가가 증인으로 나서서 피고인이 그 범죄를 저지르기가 신체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추정하면서 한 주를 마감했다. 피해자가 고개를 번쩍 들고 주차장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 치명적인 가격을 가하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 금요일의 재판은 재판장의 개인적 사정으로 4시가 되기 전에 일찍 마감합니다. 이제 이 법정에 있던 사람들 모두 주말이라는 휴식이 기다립니다.
할러 변호사는 프리먼 검사의 반격으로 잠시 궁지에 몰린 듯했지만 일단 위기에서는 벗어났고, 그 역시 과학을 이용해 배심원들의 마음에 합리적 의심을 심어놓는 데 성공했다고 자신하며 주말을 맞이합니다.
[502쪽] 배심원단이 법정에 들어와 착석하고 애런슨이 증인석에 앉자 나는 직접신문(direct examination)을 시작했다. 우선 애런슨이 리사 트래멀의 자택 압류에 관한 변호인 측 전문가가 된 경위부터 물었다.
---> 이 소설은 첫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그 무대가 거의 법정 안을 떠나지 않습니다. 전작인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는 법정 밖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벌어지고, 할러 변호사의 수사관이 의문의 죽음을 맞고 할러 자신까지 총을 맞기도 하는 등 변화무쌍한 스토리 덕에 영화화도 가능했을 것 같지만, 이 『다섯 번째 증인』은 도통 법정을 떠나지 않고 미첼 본듀란트 외엔 죽는 사람도 없으니 영화로 만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제 재판 둘째 주를 맞는 월요일 아침, 할러 변호사의 두 번째 증인은 그가 고용한 신참 변호사 애런슨입니다. 애런슨 변호사는 할러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주택압류 민사사건을 주로 담당하였기에, 이날 증인으로 나와서는 리사 트래멀의 집이 피해자의 회사로부터 압류를 당한 과정과 그 압류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이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나라 제도와의 큰 차이를 또 한 가지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형사재판에서는 모름지기 증인이라는 자격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는 사람으로는, 양쪽 당사자(즉, 검사와 피고인)의 그 누구와도 가깝지 않은, 그 중간에 위치한, 전적으로 제3자적 입장에 있는 사람을 우선 떠올리게 됩니다.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예가, 길을 가다 우연히 어떤 범죄장면을 본 목격자입니다. 이런 사람은 미국이나 우리나 최적의 증인입니다. 물론 양쪽 당사자 중 어느 한 쪽과 가까운, 사실상 그 어느 한 쪽의 부탁으로 법정에 나와 전적으로 그쪽에 유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들도 있긴 합니다만, 그럴 경우 그 진술의 신빙성은 확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 그다지 영양가 있는 증인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런 증인은 사건과 크게 관련도 없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재판부에서 증인으로 서게 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애런슨 변호사는 할러 변호사에게 고용되어 할러 변호사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재판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즉 전적으로 피고인과 같은 편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애런슨 변호사도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 증인으로 나와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판 같으면 십중팔구 증인으로 나오기도 힘들었을 사람이 말이죠.
자, 여기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애런슨 증인의 증언이 신빙성 있느냐 없느냐는 실제 그 증언을 들어본 다음에 판단하여야 할 나중 일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알고 있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단 법정에 나와 그가 경험한 사실을 증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배심원들은 법정에서 가급적 많은 증거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배심원들이 법정에 펼쳐지는 풍부한 증거들을 직접 보고 들어야 유죄냐 무죄냐의 판단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이른바 ‘공판중심주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심원들이 만나야 할 증거를, 이런저런 제약을 걸어(특히 증거능력을 이유로) 아주 조금밖에 허용하지 않는 재판은 곤란한 것이고 공판중심주의에 반하는 재판입니다.
[513-517쪽] 나는 도널드 드리스콜을 증인으로 불렀다.
......
“네, 그녀가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고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한다고, 그녀의 FLAG 활동과 계획을 감시하기에 좋을 것 같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랬더니 상관이 뭐라던가요?”
“페이스북을 감시하고 그 결과를 요약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이메일로 보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했고요.”
......
“그럼 증인이 매주 리사 트래멀의 활동에 관해 요약한 보고서 중에 그녀가 웨스트랜드 내셔널 주차장에 가서 미첼 본듀란트를 기다리고 있다고 올린 게시글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도 있었나요?”
“네, 있었습니다. ......”
---> 할러 변호사의 네 번째 증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리사 트래멀의 동향을 감시하였다는 도널드 드리스콜입니다.
이 증인신문을 통해 할러 변호사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리사 트래멀에게 누명을 씌운 진범은 평소 드리스콜을 통해 리사 트래멀의 동향을 감시해온 오파리지오라는 의혹 쪽으로 배심원들을 몰고 갑니다.
[520-522쪽] 이제 프리먼 검사가 믿어마지 않는 서류철을 들고 독서대로 와서 자리를 잡고 서류철을 펼쳤다.
......
“ALOFT에서 갑자기 해고된 것은 증인이 회사 자산을 체계적으로 훔치다가 발각됐기 때문이 아닌가요?”
......
“회사 명의로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주문하고, 보안번호를 해킹해 들어간 후, 소프트웨어를 불법 복제해 해적판으로 인터넷에 팔지 않았습니까?”
......
“검찰 측 증거물 9호입니다, 재판장님.”
...... ALOFT의 내부감사 보고서 사본이었다.
---> 확실한 반대신문 전략은 증인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것이고, 어쩌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증인이 주장하는 내용 자체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중 문제입니다. 증인이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걸 부각시켜 결국 그의 말만 믿고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인상을 배심원들에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프리먼 검사가 드리스콜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바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드리스콜의 과거 지저분한 잘못들, 특히 그의 정직하지 못했던 과거 행적을 공개합니다. 그가 오파리지오의 회사인 ALOFT에서 해고된 것은 회사에 배임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공개됨으로써, 이 일로 오파리지오와 적대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그의 증언은 전혀 믿을 수 없는 것이 돼버리고 맙니다.
드리스콜은 결국 프리먼 검사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무너져버리고, 할러 변호사를 또다시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534쪽] 화요일 아침 루이스 오파리지오가 증인석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때마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그는 내가 부른 증인이었지만 우린 서로를 증오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재판 초기부터 나는 내 의뢰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오파리지오를 지목해왔는데, 이제 그가 내 앞에 앉았다. ......
---> 드디어 할러 변호사가 심혈을 기울여 소환한 다섯 번째 증인이 등장합니다. 여태 이 증인을 위해 법정에서 여러 의혹의 실타래들을 풀어놓았었습니다. 이제 이 실타래들을 한데 끌어 모아서 작품을 만들어 보여야 합니다. 할러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대로, 이 증인은 뭔가 어둠의 세계에서 서식하는 인물, 리사 트래멀보다는 누군가를 살해하는 데 훨씬 더 적합해 보이는 인물로 비쳐져야 합니다.
할러 변호사와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하는 장면입니다. 이런 클라이맥스에 등장한 증인이어서 이 작품의 제목이 ‘다섯 번째 증인’인 걸까요?
[539-546쪽] “...... 이 비공개 논의가 실은 증인의 회사 ALOFT를 어느 상장기업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이었습니다, 맞습니까?”
......
...... 프리먼이 힘을 준 낮은 목소리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게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변호인이 우리를 월스트리트로 끌고 가는 것 같은데요, 재판장님. 이 내용은 리사 트래멀과, 이 사건 증거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재판장님, 이것도 제삼자 범인설과 관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디지털 영업일지의 한 페이지인데 증거개시절차를 통해 변호인 측에 전달되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으면 배심원들은 이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저 증인을 은근히 갈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살인의 동기입니다.”
......
“...... 본듀란트는 저 남자에게서 6천1백만 달러를 빼앗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죠. 그게 살인의 동기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
“동기는 증거가 아니잖아요.” 프리먼이 말했다. “그건 증거가 아니고 변호인은 아무런 증거도 갖고 있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변호인의 주장은 오로지 말뿐입니다. 증거가 없죠. ......”
--->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오파리지오와 피해자 간의 갈등을 부각시켜보려 하지만 할러 변호사의 질문은 자꾸 변죽만 울리면서 핵심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이게 뭐하는 작전인가 싶은 의심을 잔뜩 품은 프리먼 검사와 페리 판사로부터 잇달아 제지를 받게 됩니다. 아직까지 오파리지오와 이 사건 사이의 관련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령 할러 변호사의 주장대로 사업상 있었던 문제로 평소 피해자가 오파리지오를 협박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래서 궁지에 몰려있는 오파리지오의 입장에선 피해자가 없어져주면 좋을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런 오파리지오의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만 가지고 그가 피해자를 살해한 진범이라는 의심을 배심원들이 갖게 하는 데 충분한 걸까요? 여기까지만 읽어서는 프리먼 검사와 페리 판사의 불만처럼 할러 변호사의 전략이 여러모로 허황되게 보입니다.
[551-557쪽] “뉴욕 주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 기록에 따르면, AA 베스트의 최대 주주가 도미닉 카펠리라는 사람이던데, 그를 잘 아십니까?”
“아뇨.”
......
나는 ...... 오파리지오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였다. 당장 항복해, 안 그러면 당신 비밀이 온 세상에 알려질 거야. 르무어가 알게 될 거야. 당신 주주들이 알게 될 거고. 모두가 알게 될 거야.
......
나는 메모를 내려다보았다. 지금이 기회였다. 오파리지오를 생포하려면 지금이 기회였다.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그를 보았다.
“오파리지오 씨, 당신이 모른다고 주장하는 파트너인 도미닉 카펠리가 뉴욕......”
“재판장님?”
오파리지오였다. 그가 내 말을 끊었다.
“제 변호인의 충고와, 미합중국 헌법과 캘리포니아 주 법이 보장하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Fifth Amendment right)에 따라, 이 질문과 앞으로 나올 추가 질문들에 대해서 대답하기를 정중히 거절하는 바입니다.”
나왔다.
나는 깜짝 놀란 듯 멍하니 서 있었지만, 연기였다. ......
그때 프리먼 검사가 날카롭고 높은 목소리로 이의를 제기했고, 재판부 협의를 요청했다.
---> 할러 변호사가 불만에 가득 찬 프리먼 검사와 페리 판사의 따가운 시선을 간신히 이겨 내가며 오파리지오 증인을 몰아붙입니다. 오파리지오의 사업 파트너들을 잔뜩 언급해가더니, 마침내는 그가 지분을 갖고 있던 윙 넛츠라는 택배 회사의 다른 지분권자인 도미닉 카펠리를 알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는데, 여기서 갑자기 증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합니다.
여기서 오파리지오가 언급한 ‘진술거부권’은, 원문상 ‘Fifth Amendment right’입니다. Fifth가 대문자로 시작하는 게 특이합니다. 이는 직역하면 ‘수정헌법 제5조의 권리’라는 의미입니다. 미국 수정헌법 제5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No person shall be held to answer for any capital, or otherwise infamous crime, unless on a presentment or indictment of a Grand Jury, except in cases arising in the land or naval forces, or in the Militia, when in actual service in time of War or public danger; nor shall any person be subject for the same offence to be twice put in jeopardy of life or limb; nor shall be compelled in any criminal case to be a witness against himself, nor be deprived of life, liberty, or property, without due process of law; nor shall private property be taken for public use, without just compensation.
누구라도, 대배심에 의한 고발 또는 기소가 있지 아니하는 한, 사형에 해당하는 죄 또는 파렴치죄에 관하여 심리를 받지 아니한다. 다만, 육군이나 해군에서 또는 전시나 사변시에 복무중에 있는 민병대에서 발생한 사건에 관하여서는 예외로 한다. 누구라도 동일한 범행으로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협을 재차 받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사사건에 있어서도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며, 누구라도 정당한 법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또 정당한 보상 없이, 사유재산을 공공용(公共用)으로 수용당하지 아니한다.
[출처 : 세계법제정보센터, http://world.moleg.go.kr/web/tl/themaLgslReadPage.do?A=A&code=700201&searchType=all&searchPageRowCnt=10&CTS_SEQ=28071&AST_SEQ=1061&ETC=]
수정헌법 제5조에 규정된 여러 권리들 중 ‘어떠한 형사사건에 있어서도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자기부죄금지 특권(the privilege against compelled self-incrimination)'이라고 하는데, 이로부터 유래되는 권리가 바로 진술거부권 또는 묵비권입니다.
[559-562쪽] “재판장님, 저는 이 재판이 시작될 때부터 변호인이 이 법정과 사법부를 모독해왔다고 생각합니다. ...... 이제 그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오파리지오는 묵비권 증인(a Fifth witness)이었습니다. 배심원단 앞에 허수아비처럼 내세웠다가 묵비권을 행사하면 바로 꺼내서 던져버릴 수 있는 증인 말입니다. 그게 변호인의 계획이었습니다. ......”
......
“이건 너무나 부당한 일입니다, 재판장님. 할러 변호사가 세운 계획이 틀림없고요. 직접신문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진술을 이끌어내고는 오파리지오를 몰아세워 묵비권을 행사하게 해서 검찰은 반대신문도 못 하고 어떤 식으로도 시정할 수가 없게 만들어버린 겁니다. 이게 과연 공평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재판장님?”
......
“오파리지오의 진술 전체를 삭제하겠습니다.” 페리 판사가 선포했다. “배심원들에게 그 진술은 고려하지 말라고 할 거고요.”
......
판사가 배심원들에게 오파리지오가 말한 것을 모두 고려하지 말라고 말할 수는 있었지만 너무 늦었다. 메시지는 이미 전달되었고 모두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의도했던 대로.
---> 프리먼 검사가 할러 변호사에 대한 격한 분노의 감정을 재판장에게 토로하고 있습니다. 재판장 역시 할러 변호사에게 대단히 서운한 감정을 표시합니다.
원문의 ‘take the Fifth’를 번역자는 ‘묵비권을 행사하다’로 옮겼습니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take the Fifth (Amendment)’라는 표현이 있는데, 역시 ‘묵비권을 행사하다’라는 의미네요.
결국 이 소설의 원제목 ‘The Fifth Witness’의 한글 제목은 ‘묵비권을 행사하는 증인’ 정도가 옳고, ‘다섯 번째 증인’은 적절하지 않은 제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번역자도 위 대목을 정확히 번역하였듯이 분명히 대문자로 시작하는 ‘Fifth’가 ‘다섯 번째’가 아니라 ‘수정헌법 제5조’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는데, 왜 제목은 ‘다섯 번째 증인’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출판사 측에서 더 쉬운 제목을 원했던 것일까요.
아무튼, 할러 변호사는 오파리지오를 신문하면서 그가 마피아와 관련을 맺고 있는 등 뭔가 어두운 뒷배경이나 있는 듯이 거세게 몰아붙입니다. 그런 신문 과정에서 자칫 자신에게 제기되는 어두운 의혹으로 인해 주주의 불신이나 주가 하락 등 사업상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오파리지오로 하여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도중에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합니다.
할러 변호사가 이 증인을 이용해서 배심원들에게 의혹이나 잔뜩 심어주고 검사의 반대신문은 막아버린 것이라는 계략을 알아챈 프리먼 검사는 거칠게 항의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습니다. 이미 오파리지오가 먼저 할러 변호사의 계략에 말려들었고, 다음으로 배심원들도 그 계략에 말려들어버린 후입니다.
뒷부분에서 할러 변호사는 애런슨 변호사에게 이 당시의 자신의 속내를 다음과 같이 직접 밝힙니다.
[585쪽] “마피아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밝혀질 거라는 게 분명해지면, 그걸 막아보려고 애쓸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어떻게 하겠어? 묵비권밖에 없지.”
이런 꼼수의 달인 할러 변호사를 얄미워해야 할지, 기발하다고 해야 할지, 참......
[564쪽] “...... 증인은 나를 위해 수사를 맡아서 해주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데니스?”
“네, 그게 내 직업이죠.”
“미첼 본듀란트 살인 사건 피고인의 변호를 위해서 광범위하게 수사를 했고요, 그렇죠?”
---> 이제 할러 변호사의 수사관 시스코가 마지막 증인으로 나섭니다. 오파리지오 묵비권 유도작전이 성공했으니, 이제 자신의 수사관을 이용해 쐐기를 박아버리려 하겠죠.
여기서도 앞서 애런슨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왔을 때의 문제 제기를 똑같이 할 수 있겠습니다. 시스코 수사관 역시 중립적 입장에 선 제3자가 아니라 일방 당사자 편에 일방적으로 서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일단 증인으로 나올 자격이 있는 것이고, 그 증언이 신빙성 있냐 없냐는 별개의 문제에 불과합니다. 그게 ‘공판중심주의’입니다.
우리 형사법정 같으면, 이런 사람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중립적인 제3자가 아니니, 굳이 증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느냐는 이유로 말이죠. 같은 이유로, 검사 입장에서 중요한 증인인 수사담당 경찰관도 거의 증인으로 서지 못합니다. 피고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진술만 할 거라는 일방적인 의심 덕분이죠. 그런데도 우리 법정은 ‘공판중심주의’를 추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565-568쪽] “...... 웨스트랜드 내셔널 주차장의 출입구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컬렌 형사와 롱스트레치 형사가 카메라 녹화분을 살펴보면서 주차장이 문을 연 시각인 오전 7시부터 본듀란트 씨가 이미 사망했다고 확인된 시각인 오전 9시까지 그 주차장에 들어온 모든 차량의 번호를 적어놨더군요. ......”
......
“...... ALOFT가 웨스트랜드 내셔널에 정기적으로 문서를 전달할 때 윙 넛츠 택배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주목한 것은 왜 그 차량이 8시 5분에 주차장에 들어와서 은행 영업 시작 시각인 9시도 되기 전에 떠났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나는 시스코를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필요한 것은 전부 얻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뼈에 살이 붙어 있어도 접시를 물려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때로는 배심원들에게 의문만 제기하고 끝내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더 이상 질문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 시스코 증인이 미리 할러 변호사와 짠 대로 그들의 작전에 척척 맞는 증언을 해나갑니다. 할러 변호사와 시스코는 범행시점 무렵 범행장소인 주차장에 다녀간 택배회사 차량이 오파리지오와 어떻게든 몇 단계를 거쳐 연결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군요. 그 사실을 피해자가 오파리지오에게 보낸 협박편지와 또 연결시켜 오파리지오 음모론을 만들어낸 것이구요.
아무튼 할러 변호사와 시스코는 오파리지오의 택배회사 차량이 이날 주차장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마치 대단히 특이하고 중요한 일인 것처럼 한껏 부각시킵니다. 아니, 평소 배달 일로 그곳을 오가던 택배 차량이 아침 일찍 다녀간 게 뭐가 이상한가요, 그 택배 차량이 다른 때도 그 시간대에 거길 다녀갔다는 사실만 밝혀진다면 이건 아무 의미도 없는 얘기인데, 결국 공연히 의혹이나 던져보겠다는 부적절한 증언이지 않은가요?
한편, 여기서 할러 변호사의 작은 변론기술 내지 연기 한 가지를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시스코를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신이 기대한 중요한 장면이 나왔을 때, 잠시 정적을 만들면서 배심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죠. “자, 여기 좀 봐봐” 하는 것이죠.
[568쪽] 내 직접신문은 범위가 매우 정확해서 차량번호판에 관한 진술만을 포함했다. 덕분에 프리먼이 반대신문에서 다툴 거리가 거의 없었다. ......
......
30분 후, 프리먼이 패배를 인정하고 자리에 앉았다.
---> 프리먼 검사 입장에선 시스코 증인의 택배 차량 운운은 전혀 예상 못한 내용의 증언이었을 겁니다. 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어 이 반대신문 때 제대로 대처하기는 곤란하였을 것이구요.
일단 오늘은 여기서 물러서고, 재판이 끝난 다음 택배 차량과 관련된 기록을 확인해서 내일 재판 때 반격을 시도해야겠습니다.
[568쪽] 그러자 판사가 내게 더 부를 증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습니다, 재판장님.” 내가 말했다. “변호인 측은 이것으로 모든 증인신문을 마치겠습니다.”
판사는 배심원단을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다음 날 아침 9시에 회의실로 다시 모이라고 지시했다. 배심원들이 나가자 판사는 재판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양측에 반박 증인(rebuttal witness)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프리먼은 반박 증인을 부를 권리를 내일 아침까지 유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 드디어 피고인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이 모두 끝납니다.
30분 후, 프리먼이 패배를 인정하고 자리에 앉았다.
---> 프리먼 검사 입장에선 시스코 증인의 택배 차량 운운은 전혀 예상 못한 내용의 증언이었을 겁니다. 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어 이 반대신문 때 제대로 대처하기는 곤란하였을 것이구요.
일단 오늘은 여기서 물러서고, 재판이 끝난 다음 택배 차량과 관련된 기록을 확인해서 내일 재판 때 반격을 시도해야겠습니다.
[568쪽] 그러자 판사가 내게 더 부를 증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습니다, 재판장님.” 내가 말했다. “변호인 측은 이것으로 모든 증인신문을 마치겠습니다.”
판사는 배심원단을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다음 날 아침 9시에 회의실로 다시 모이라고 지시했다. 배심원들이 나가자 판사는 재판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양측에 반박 증인(rebuttal witness)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프리먼은 반박 증인을 부를 권리를 내일 아침까지 유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 드디어 피고인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이 모두 끝납니다.
이제 프리먼 검사 입장에서, 오늘 새로 나온 증언들에 대한 반박자료를 준비해서 내일 들이밀 일이 남았습니다.
[570쪽] 다음 날 아침 안드레아 프리먼은 나를 놀라게 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놀라게 했다. 그녀는 판사 앞에 서서 반박 증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검찰 측의 증인신문을 모두 끝내겠다고 말했다.
......
프리먼은 혈흔으로 밀고 나가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셰에라자드의 클라이맥스를 빼앗았든 빼앗지 않았든 상관없이 그녀는 이 재판에서 반박의 여지가 없는 딱 하나의 증거인 혈흔으로 승부를 보려는 거였다.
---> 마지막 재판날이 되었습니다.
프리먼 검사가 적어도 택배 차량 문제 등 몇 가지 반박자료를 준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냥 다 포기하고 맙니다. 전날 할러 변호사의 꼼수에 모든 기가 빠져나가 전의를 상실하였거나, 아니면 가장 확실한 혈흔 증거가 건재한 이상 할러 변호사가 잔뜩 제기한 의혹들은 결국 아무 쓸모도 없는 거라고 자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571쪽] 프리먼 검사는 전형적인 검찰의 논고 방식을 따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먼저 사실들로 집을 짓고 그다음에는 감성적으로 호소하려는 것 같았다.
그녀는 리사 트래멀이 범인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로 법정에 제시된 증거물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언급한 것 같았다. 논고는 무미건조했지만 축적되면서 설득력이 더 커졌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고 혈흔 증거로 클라이맥스에 이르렀다. 망치, 신발, 논란의 여지가 없는 DNA 검사 결과들.
“이 재판이 시작됐을 때 제가 여러분께 혈흔이 진실을 말해줄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프리먼 검사가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은 다른 것은 다 무시할 수 있지만 혈흔 증거는 그럴 수가 없을 것입니다. 혈흔 증거 하나만 가지고도 제가 주장한 바와 같이 유죄 평결을 내리시게 될 것입니다. ......”
---> 오후 1시부터 최종의견 진술 절차가 시작됩니다. 할러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검사가 ‘최종논고(closing arguments)’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처음과 나중에 하고 변호인이 그 중간에 ‘최종변론(closing arguments)’을 한다고 합니다.
번역자는 closing arguments라는 하나의 용어를 검사의 경우엔 ‘최종논고’로, 변호인의 경우엔 ‘최종변론’으로 각각 달리 번역하였네요. 우리 법의 용어로는 보통 ‘최종의견 진술’이라고 하고, 그 순서는 검사 먼저, 피고인과 변호인이 나중이 됩니다. 나중에 의견을 진술할수록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더 이롭다는 장점이 있어,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유리한 순서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LA에서는 이렇게 검사가 두 번이나 유리한 순서를 잡을 수 있는 모양이군요.
아무튼 프리먼 검사는 혈흔 증거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초지일관인 프리먼 검사를 위해서라도 배심원들이 할러 변호사가 꼼수와 쇼의 제왕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 주어야 할 텐데요.
[571-575쪽] 그때부터 나는 우리가 내놓은 증거들과 검찰 측의 반박 내용과 검찰 측 주장의 결함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러고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들을 던졌다. 서류가방은 왜 열려 있었을까? 망치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있었을까? 리사 트래멀의 차고는 왜 잠겨있지 않았을까? 자택의 압류를 막아낼 수 있었을 사람이 왜 본듀란트를 죽였을까?
그러고는 마침내 내 최종변론의 핵심인 마네킹 이야기로 넘어갔다.
“아슬래니안 박사의 증언만 가지고도 검찰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변호인 측 주장의 다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매니(아슬래니안 박사의 증인신문 때 등장했던 마네킹) 하나만 보더라도 여러분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
“이 재판은 물리적 증거(the physical evidence)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정황적 증거(the circumstantial evidence)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The case doesn’t bear scrutiny in the light of day. 결국 이 재판의 결과를 결정하게 될 것은 합리적인 의심(reasonable doubt)입니다. 상식(common sense)이 여러분을 인도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직감(instinct)이 여러분을 인도할 것입니다. ......”
---> 할러 변호사가 최종의견을 진술하고 있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주장을 듣고 보면, 그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작정 의혹들을 던지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제기해볼 수 있는 의혹들입니다. 설득력이 상당히 있는 주장입니다.
특히 저는, 피고인이 아무리 자신의 집을 압류한 피해자에게 불만이나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굳이 그를 살해까지 할 정도로 미워했을까, 더구나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피고인은 피해자를 제대로 한 번 만나본 적도 없다는데 한 번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을 굳이 살해까지 할 마음이 어떻게 생길 수 있을까, 살해할 마음을 먹을 만큼 피해자와의 사이에 무슨 특별한 계기나 사건도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만 갖고는 아무래도 범행 동기가 약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도 배심원이라면 할러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데 대해 ‘합리적 의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서를 보니 “The case doesn’t bear scrutiny in the light of day”라는 한 문장이 번역서의 중간에 빠져있길래 추가해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577-580쪽] 페리 판사는 곧바로 배심원들에게 내리는 최종 지시사항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숙의(deliberations)를 할 때의 일반적인 규칙들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재판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사항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특히 루이스 오파리지오의 증인신문에 대해 주의를 주면서 숙의를 하는 동안 그의 진술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말라고 다시 한 번 경고했다.
판사가 배심원들에게 주는 지시사항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이 내가 최종변론을 하는 데 걸린 시간에 맞먹었지만, 마침내, 3시 직후에, 판사는 열두 명의 배심원이 임무를 시작하도록 숙의실로 돌려보냈다.
......
“벌써 평결이 나왔대. 5분 만에.”
---> 양측의 증거 공방이 끝나면 이제 배심원들의 시간이 됩니다. 배심원들끼리 별도의 방에서 사건의 결론에 대해 토론하고 정하는 deliberations를 하게 됩니다. 우리 법의 용어로는 ‘평의’라고 하고, 흔히 ‘숙의’ 또는 ‘합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평의를 앞두고 재판장은 배심원들에게 그들이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나 주의사항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평의는 배심원 12명의 만장일치로 결론을 정하여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1명이라도 반대하는 경우 몇날 며칠이 소요되었더라도 재판은 무효가 됩니다. 새로 재판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만장일치에 이르기 위해 토론, 토론, 또 토론을 계속 이어가게 됩니다.
우리 국민참여재판도 법상 만장일치가 원칙이나,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한 경우 다수결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수결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토론, 토론, 또 토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좀 토론을 하다 말고 그냥 투표로 결정하자고 할 수 있습니다. 다수결로는 제대로 된 평의도 없이 성급한 책임회피성 결론만 내고 말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배심재판 흉내만 내는 것이죠.
자, 그런데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5분 만에 배심원들의 평의 결론, 즉 평결이 이루어집니다. 예상했던 대로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입니다. 할러 변호사의 ‘승리’입니다.
[583-584쪽] 그들은 남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떼로 몰려왔다. 다들 리사 트래멀이 페이스북에 올린 유혹의 공지 글을 보고 달려온 것이다. 리사는 평결이 내려진 다음 날 오전에 파티를 공지했고, 지금 토요일 오후에 손님들이 캐시 바에 10줄로 서 있었다.
......
부당한 기소라는 가마솥에 던져져 고통받다가 멀쩡하게 살아나온 리사 트래멀은 이제 활동가에서 우상으로 도약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
내 직원들과 나는 뒷마당의 파라솔을 단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
“우와, 이 사람들 좀 봐.” 로나가 말했다. “다들 무죄 평결(a not-guilty verdict)이 곧 결백하다(innocent)는 뜻은 아니라는 걸 모르나 봐?”
---> 할러 변호사와 그의 동료들이 리사 트래멀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받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동료인 로나 테일러의 마지막 말은 매우 당연한 얘기입니다. 무죄판결의 의미는, 단지 유죄판결을 하기에는 증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아무런 죄가 없다거나 진실이 발견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무죄판결은 ‘할러 변호사와 피고인’의 승리이지, ‘진실’의 승리나 ‘정의’의 승리는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도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이 당연한 말을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진실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합니다. 아마도 진실을 제대로 바라보기가 두려워서이겠죠.
끝으로,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의미 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다음 작품에서 할러 변호사는 검사장 선거에 도전한다고 하는데요, 혹시 이 사건에서의 안 좋은 경험이 그 계기가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570쪽] 다음 날 아침 안드레아 프리먼은 나를 놀라게 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놀라게 했다. 그녀는 판사 앞에 서서 반박 증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검찰 측의 증인신문을 모두 끝내겠다고 말했다.
......
프리먼은 혈흔으로 밀고 나가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셰에라자드의 클라이맥스를 빼앗았든 빼앗지 않았든 상관없이 그녀는 이 재판에서 반박의 여지가 없는 딱 하나의 증거인 혈흔으로 승부를 보려는 거였다.
---> 마지막 재판날이 되었습니다.
프리먼 검사가 적어도 택배 차량 문제 등 몇 가지 반박자료를 준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냥 다 포기하고 맙니다. 전날 할러 변호사의 꼼수에 모든 기가 빠져나가 전의를 상실하였거나, 아니면 가장 확실한 혈흔 증거가 건재한 이상 할러 변호사가 잔뜩 제기한 의혹들은 결국 아무 쓸모도 없는 거라고 자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571쪽] 프리먼 검사는 전형적인 검찰의 논고 방식을 따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먼저 사실들로 집을 짓고 그다음에는 감성적으로 호소하려는 것 같았다.
그녀는 리사 트래멀이 범인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로 법정에 제시된 증거물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언급한 것 같았다. 논고는 무미건조했지만 축적되면서 설득력이 더 커졌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고 혈흔 증거로 클라이맥스에 이르렀다. 망치, 신발, 논란의 여지가 없는 DNA 검사 결과들.
“이 재판이 시작됐을 때 제가 여러분께 혈흔이 진실을 말해줄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프리먼 검사가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은 다른 것은 다 무시할 수 있지만 혈흔 증거는 그럴 수가 없을 것입니다. 혈흔 증거 하나만 가지고도 제가 주장한 바와 같이 유죄 평결을 내리시게 될 것입니다. ......”
---> 오후 1시부터 최종의견 진술 절차가 시작됩니다. 할러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검사가 ‘최종논고(closing arguments)’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처음과 나중에 하고 변호인이 그 중간에 ‘최종변론(closing arguments)’을 한다고 합니다.
번역자는 closing arguments라는 하나의 용어를 검사의 경우엔 ‘최종논고’로, 변호인의 경우엔 ‘최종변론’으로 각각 달리 번역하였네요. 우리 법의 용어로는 보통 ‘최종의견 진술’이라고 하고, 그 순서는 검사 먼저, 피고인과 변호인이 나중이 됩니다. 나중에 의견을 진술할수록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더 이롭다는 장점이 있어,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유리한 순서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LA에서는 이렇게 검사가 두 번이나 유리한 순서를 잡을 수 있는 모양이군요.
아무튼 프리먼 검사는 혈흔 증거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초지일관인 프리먼 검사를 위해서라도 배심원들이 할러 변호사가 꼼수와 쇼의 제왕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 주어야 할 텐데요.
[571-575쪽] 그때부터 나는 우리가 내놓은 증거들과 검찰 측의 반박 내용과 검찰 측 주장의 결함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러고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들을 던졌다. 서류가방은 왜 열려 있었을까? 망치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있었을까? 리사 트래멀의 차고는 왜 잠겨있지 않았을까? 자택의 압류를 막아낼 수 있었을 사람이 왜 본듀란트를 죽였을까?
그러고는 마침내 내 최종변론의 핵심인 마네킹 이야기로 넘어갔다.
“아슬래니안 박사의 증언만 가지고도 검찰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변호인 측 주장의 다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매니(아슬래니안 박사의 증인신문 때 등장했던 마네킹) 하나만 보더라도 여러분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
“이 재판은 물리적 증거(the physical evidence)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정황적 증거(the circumstantial evidence)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The case doesn’t bear scrutiny in the light of day. 결국 이 재판의 결과를 결정하게 될 것은 합리적인 의심(reasonable doubt)입니다. 상식(common sense)이 여러분을 인도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직감(instinct)이 여러분을 인도할 것입니다. ......”
---> 할러 변호사가 최종의견을 진술하고 있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주장을 듣고 보면, 그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작정 의혹들을 던지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제기해볼 수 있는 의혹들입니다. 설득력이 상당히 있는 주장입니다.
특히 저는, 피고인이 아무리 자신의 집을 압류한 피해자에게 불만이나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굳이 그를 살해까지 할 정도로 미워했을까, 더구나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피고인은 피해자를 제대로 한 번 만나본 적도 없다는데 한 번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을 굳이 살해까지 할 마음이 어떻게 생길 수 있을까, 살해할 마음을 먹을 만큼 피해자와의 사이에 무슨 특별한 계기나 사건도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만 갖고는 아무래도 범행 동기가 약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도 배심원이라면 할러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데 대해 ‘합리적 의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서를 보니 “The case doesn’t bear scrutiny in the light of day”라는 한 문장이 번역서의 중간에 빠져있길래 추가해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577-580쪽] 페리 판사는 곧바로 배심원들에게 내리는 최종 지시사항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숙의(deliberations)를 할 때의 일반적인 규칙들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재판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사항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특히 루이스 오파리지오의 증인신문에 대해 주의를 주면서 숙의를 하는 동안 그의 진술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말라고 다시 한 번 경고했다.
판사가 배심원들에게 주는 지시사항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이 내가 최종변론을 하는 데 걸린 시간에 맞먹었지만, 마침내, 3시 직후에, 판사는 열두 명의 배심원이 임무를 시작하도록 숙의실로 돌려보냈다.
......
“벌써 평결이 나왔대. 5분 만에.”
---> 양측의 증거 공방이 끝나면 이제 배심원들의 시간이 됩니다. 배심원들끼리 별도의 방에서 사건의 결론에 대해 토론하고 정하는 deliberations를 하게 됩니다. 우리 법의 용어로는 ‘평의’라고 하고, 흔히 ‘숙의’ 또는 ‘합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평의를 앞두고 재판장은 배심원들에게 그들이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나 주의사항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평의는 배심원 12명의 만장일치로 결론을 정하여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1명이라도 반대하는 경우 몇날 며칠이 소요되었더라도 재판은 무효가 됩니다. 새로 재판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만장일치에 이르기 위해 토론, 토론, 또 토론을 계속 이어가게 됩니다.
우리 국민참여재판도 법상 만장일치가 원칙이나,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한 경우 다수결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수결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토론, 토론, 또 토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좀 토론을 하다 말고 그냥 투표로 결정하자고 할 수 있습니다. 다수결로는 제대로 된 평의도 없이 성급한 책임회피성 결론만 내고 말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배심재판 흉내만 내는 것이죠.
자, 그런데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5분 만에 배심원들의 평의 결론, 즉 평결이 이루어집니다. 예상했던 대로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입니다. 할러 변호사의 ‘승리’입니다.
[583-584쪽] 그들은 남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떼로 몰려왔다. 다들 리사 트래멀이 페이스북에 올린 유혹의 공지 글을 보고 달려온 것이다. 리사는 평결이 내려진 다음 날 오전에 파티를 공지했고, 지금 토요일 오후에 손님들이 캐시 바에 10줄로 서 있었다.
......
부당한 기소라는 가마솥에 던져져 고통받다가 멀쩡하게 살아나온 리사 트래멀은 이제 활동가에서 우상으로 도약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
내 직원들과 나는 뒷마당의 파라솔을 단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
“우와, 이 사람들 좀 봐.” 로나가 말했다. “다들 무죄 평결(a not-guilty verdict)이 곧 결백하다(innocent)는 뜻은 아니라는 걸 모르나 봐?”
---> 할러 변호사와 그의 동료들이 리사 트래멀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받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동료인 로나 테일러의 마지막 말은 매우 당연한 얘기입니다. 무죄판결의 의미는, 단지 유죄판결을 하기에는 증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아무런 죄가 없다거나 진실이 발견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무죄판결은 ‘할러 변호사와 피고인’의 승리이지, ‘진실’의 승리나 ‘정의’의 승리는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도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이 당연한 말을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진실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합니다. 아마도 진실을 제대로 바라보기가 두려워서이겠죠.
끝으로,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의미 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다음 작품에서 할러 변호사는 검사장 선거에 도전한다고 하는데요, 혹시 이 사건에서의 안 좋은 경험이 그 계기가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피드 구독하기:
댓글
(
Atom
)
Search
Category
Tag
4월 이야기
(2)
가짜 뉴스
(1)
감독관
(1)
감찰관
(2)
감찰제도
(3)
강사
(1)
강의
(3)
강제수사
(2)
강제입원
(1)
개혁
(9)
건축
(4)
검사
(52)
검찰
(27)
검찰총장
(6)
검찰항고
(1)
경찰
(4)
고등사법위원회
(7)
골든아워
(1)
공감
(9)
공기계
(1)
공부
(4)
공소장
(1)
교도소
(2)
교육
(2)
구글
(10)
구글포토
(1)
구금대체형
(2)
구금시설
(1)
구치소
(1)
국가금융검찰
(4)
국가대테러검찰
(2)
국가사법재판소
(4)
국가정보기술감독위원회
(1)
국가정의재판소
(2)
국사
(1)
권리보호관
(1)
그리스
(1)
근무환경
(3)
금융전담 검찰
(3)
기생충
(1)
까페
(3)
나의아저씨
(1)
네덜란드
(1)
노란조끼
(1)
녹음
(1)
논고
(1)
대구
(1)
대륙법
(1)
대법원
(10)
대법원장
(2)
대테러
(3)
대통령
(2)
대학원
(6)
대화
(2)
데이식스
(1)
덴마크
(1)
도시
(1)
도피성
(1)
독립성
(17)
독서일기
(37)
독일
(1)
드라마
(1)
디지털
(8)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3)
디지털증거
(2)
라따뚜이
(1)
라트비아
(1)
레미제라블
(3)
루브르
(1)
룩셈부르크
(1)
리더
(1)
리투아니아
(1)
마이클 코넬리
(6)
마인드맵
(1)
마츠 타카코
(1)
마크롱
(2)
맥
(3)
메타버스
(1)
명예훼손죄
(3)
모노프리
(1)
모욕죄
(2)
몰타
(1)
문화
(1)
미국
(13)
미러링
(2)
미모자
(1)
미술
(1)
미키 할러
(6)
바울
(1)
배심재판
(1)
배심제
(7)
범죄
(4)
법률구조
(1)
법률용어
(2)
법무부
(19)
법무부장관
(11)
법원
(15)
법원서기
(1)
법정
(3)
법정소설
(6)
벨기에
(1)
변호사
(11)
변호사협회
(1)
보호유치
(4)
블로그
(5)
비상상고
(1)
비시정부
(2)
빵
(3)
사교
(1)
사기죄
(2)
사법감찰
(1)
사법개혁
(2)
사법관
(16)
사법정보
(2)
사법제도
(87)
사소
(1)
사용자 환경
(1)
사진
(1)
샌드위치
(1)
서기
(1)
서울
(5)
석방구금판사
(1)
성경
(2)
성희롱
(1)
센강
(1)
소년법원
(1)
소법원
(2)
소통
(7)
수사
(1)
수사지휘
(1)
수사판사
(4)
수용시설
(1)
수용시설 최고감독관
(1)
슈크르트
(1)
스웨덴
(1)
스트로스 칸
(1)
스티브잡스
(5)
스페인
(1)
슬로바키아
(1)
슬로베니아
(1)
시간
(1)
시스템
(1)
식도락
(15)
식전빵
(1)
신년사
(2)
신속기소절차
(1)
신원확인
(1)
심리학
(2)
아날로그
(2)
아웃라이어
(1)
아이디어
(9)
아이유
(1)
아이패드
(16)
아이폰
(24)
아일랜드
(1)
아카데미상
(1)
압수수색
(2)
애플
(8)
앱
(5)
야구
(2)
언락폰
(1)
언터처블
(1)
에스토니아
(1)
엘리제 궁
(1)
여행
(10)
역사
(11)
열정
(1)
영국
(2)
영미법
(1)
영상녹화물
(2)
영어
(1)
영화
(9)
예술
(1)
예심수사판사
(6)
예심판사
(3)
오스카상
(1)
오스트리아
(1)
올림픽
(1)
와이파이
(1)
와인
(1)
우트로 사건
(1)
웹사이트
(1)
위선떨지 말자
(1)
위헌
(1)
유럽사법재판소
(1)
유럽인권법원
(1)
유심
(1)
유튜브
(3)
음식
(1)
이국종
(1)
이준
(1)
이탈리아
(1)
인간관계론
(1)
인공지능
(1)
인사
(3)
인생
(1)
인왕재색도
(1)
일본
(1)
자치경찰
(1)
잡담
(40)
재판
(1)
재판의 독립
(1)
쟝-루이 나달
(1)
저작권
(1)
전문법칙
(3)
전원
(1)
전자소송
(4)
전자화
(5)
절차의 무효
(1)
정신병원
(2)
조서
(4)
조직범죄
(1)
중죄재판부
(2)
증거
(8)
증거법
(2)
지문
(1)
직권남용
(1)
직무교육
(1)
직무상 과오 책임
(1)
직장
(7)
직접주의
(1)
참고인
(1)
참고인 구인
(1)
참심제
(2)
체코
(1)
최고사법관회의
(7)
치료감호소
(1)
카페
(1)
캠핑장
(2)
케밥
(1)
크롬
(1)
크리스마스
(1)
키노트
(1)
키프로스
(1)
테러
(3)
통계
(1)
통신비밀
(1)
퇴사
(1)
트위터
(4)
파기원
(2)
파리
(22)
파리 지방검찰청
(1)
판결정보 공개
(3)
판례
(1)
판사
(7)
팟캐스트
(1)
페이스북
(2)
포르투갈
(1)
포토북
(2)
폴란드
(1)
프랑스
(27)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13)
프랑스 드라마
(1)
프랑스 사법제도
(131)
프랑스 생활
(37)
프랑스 언론
(3)
프랑스 영화
(3)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9)
프랑스 장관
(1)
프랑스 총리
(1)
프랑스어
(4)
프레젠테이션
(1)
프리젠테이션
(1)
플뢰르 펠르랭
(2)
플리바기닝
(5)
피해자
(1)
핀란드
(1)
한식
(1)
한양도성
(1)
햄버거
(1)
헌법
(1)
헌법위원회
(3)
헝가리
(1)
형벌
(4)
형사소송
(38)
호텔
(1)
회식
(3)
AI
(1)
CEO
(1)
DELF
(3)
DNA
(1)
EU
(28)
gilets jaunes
(1)
greffier
(1)
IT
(56)
jeudigital
(1)
NFT
(1)
open data
(4)
RSS
(1)
transformation numérique
(1)
UI
(1)
Je-Hee. Powered by Blogger.
Blog Archive
-
2021
(15)
- 12월 2021 (2)
- 11월 2021 (1)
- 10월 2021 (2)
- 9월 2021 (3)
- 8월 2021 (1)
- 7월 2021 (2)
- 6월 2021 (1)
- 5월 2021 (1)
- 3월 2021 (2)
-
2019
(40)
- 12월 2019 (4)
- 11월 2019 (4)
- 10월 2019 (2)
- 9월 2019 (1)
- 8월 2019 (3)
- 7월 2019 (13)
- 4월 2019 (2)
- 3월 2019 (3)
- 2월 2019 (2)
- 1월 2019 (6)
-
2018
(36)
- 12월 2018 (7)
- 11월 2018 (3)
- 10월 2018 (4)
- 9월 2018 (2)
- 8월 2018 (2)
- 7월 2018 (1)
- 6월 2018 (3)
- 5월 2018 (1)
- 4월 2018 (6)
- 3월 2018 (6)
- 2월 2018 (1)
-
2017
(24)
- 12월 2017 (6)
- 11월 2017 (1)
- 9월 2017 (1)
- 8월 2017 (2)
- 7월 2017 (3)
- 6월 2017 (3)
- 5월 2017 (1)
- 3월 2017 (3)
- 2월 2017 (2)
- 1월 2017 (2)
-
2016
(33)
- 12월 2016 (6)
- 11월 2016 (1)
- 10월 2016 (5)
- 9월 2016 (1)
- 8월 2016 (1)
- 7월 2016 (2)
- 6월 2016 (3)
- 5월 2016 (6)
- 4월 2016 (2)
- 3월 2016 (3)
- 2월 2016 (3)
Popular Posts
-
언젠가부터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동네에 있는 흔한 파스타 집에서도 '식전빵'이란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에피타이저든 주요리든 뭔가가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발사믹을 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나오는 빵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요...
-
2012년 1월 15일자로 제가 이 블로그에 쓴 "아이폰과 아이패드 활용사례 소개"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http://imagistrat.blogspot.kr/2012/01/blog-post_15.ht...
-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한동안 나태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블로그도 제 생활에서 멀어졌었는데, 이제 다시 글이라도 부지런히 쓰면서 마음을 다잡아 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니 가벼운 글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제가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좋아...
-
지난 주에 4박 5일간의 짧은 파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여행의 준비를 위해 몇 가지 느낀 점을 두서 없이 적어 볼까 합니다. [이번에 묵은 숙소 창밖 풍경] 1. 이번 파리 여행은 중학교 1학년인 제 딸아이와의 단둘만의 여행이었...
-
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국립사법관학교(É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는 사법관(판사, 검사)을 양성하는 연수기관입니다. 사법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 기관에서 총 31개월 간의 연수를 받아야 합니다. 2019년 4월 3...
© iMagistrat 2013 . Powered by Bootstrap , Blogger templates and RWD Testing Tool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