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7일 일요일
[독서일기] '다섯 번째 증인' (feat. 미국 형사사법제도) 제1편
작성자:
iMagistrat
시간:
11/17/2019 10:5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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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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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증인(The Fifth Witness)’은 미국 작가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의 2011년 작 법정소설로서, 미키 할러(Mickey Haller)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섯 편의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입니다. 2011년에 국내 상영된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미키 할러 시리즈의 첫 타자이구요. 2011년 7월 4일 이 블로그에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통해본 미국 형사사법제도>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작품입니다. 우리말 번역으로는 이 ‘다섯 번째 증인’까지 네 편만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저도 이 네 편까지만 읽고 마지막 작품은 현재 원서를 사 놓고 읽을까 말까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섯 번째 증인’은 미키 할러 변호사가 살인 사건의 피고인 리사 트래멀의 변호인으로서 형사절차를 헤쳐 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미키 할러 시리즈 중에서는 스토리 면에서 가장 밋밋하고 스릴도 떨어집니다. 갑자기 중요한 등장인물 누군가가 죽거나 행방불명되거나 뜻밖의 반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법정에서 벌어지는 검사와 변호사 사이의 법적 공방 장면을 길고 길고 길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법정장면이 대부분의 줄거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설이라, 그저 심심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습니다. 완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저는 미키 할러 시리즈 중에서 이걸 가장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법정에서 공방을 펼치는 할러 변호사의 1인칭 시점과 심리 묘사를 바탕으로 미국의 배심재판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미국의 형사사법절차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형사사법절차와 비교해가며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아, 미국에서는 형사재판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구나, 특이한 제도도 있네, 그런데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경우는 이렇게 되고 저런 경우는 저렇게 될 텐데 우리랑은 참 많이 다르네, 이런 건 우리도 하면 좋을 텐데 부럽기도 하네 등등, 머 이런 류의 심정이었다는 거죠. 우리가 외국법을 공부하는 이유는, 이렇게 외국법을 통해 우리의 법과 제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개선할 부분을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코넬리가 쓴 시리즈 소설로는 또 해리 보슈(Harry Bosch)라는 이름의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러 편의 형사소설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작가가 할러 변호사와 보슈 형사를 이복형제 사이로 설정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어떤 작품에선 둘이 함께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구요.
마이클 코넬리는 원래 법조인은 아니고 언론인 출신이라고 하지만, 이런 법정소설이나 형사소설을 여러 편 쓰면서 아마도 미국 법조계의 풍경과 속사정을 풍부하게 취재하였을 겁니다. 그리고 물론 그런 내용들이 이 작품에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을 거구요.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국 형사사법제도를 공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독서일기는 이 작품 여기저기에 묘사되어 있는 형사사법절차 관련 내용을 인용하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붙여, 미국의 형사사법제도(각 주마다 형사사법제도가 다르나 이 글에서는 특히 캘리포니아 주의 형사사법제도)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꾸며봅니다. 우리말 번역서만으로는 정확한 법률용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원서도 참고하여 원문의 표현을 군데군데 메모해 두었습니다.
다만, 이 소설은 중범죄와 길거리 범죄를 소재로 한 것이고 이런 범죄는 경범죄나 화이트칼라 범죄와는 수사나 재판 절차가 다르므로, 이 글 내용만으로 미국 제도를 일반화해서 이해하는 건 곤란하겠습니다.
비록 저는 미국의 형사사법제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기회에 미국 제도를 소개한 다른 참고자료들을 들춰봐가며 공부를 해볼까 합니다. 문외한으로서의 한계와 오류를 감안하여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이 길어 네 편으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마이클 코넬리가 쓴 시리즈 소설로는 또 해리 보슈(Harry Bosch)라는 이름의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러 편의 형사소설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작가가 할러 변호사와 보슈 형사를 이복형제 사이로 설정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어떤 작품에선 둘이 함께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구요.
마이클 코넬리는 원래 법조인은 아니고 언론인 출신이라고 하지만, 이런 법정소설이나 형사소설을 여러 편 쓰면서 아마도 미국 법조계의 풍경과 속사정을 풍부하게 취재하였을 겁니다. 그리고 물론 그런 내용들이 이 작품에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을 거구요.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국 형사사법제도를 공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독서일기는 이 작품 여기저기에 묘사되어 있는 형사사법절차 관련 내용을 인용하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붙여, 미국의 형사사법제도(각 주마다 형사사법제도가 다르나 이 글에서는 특히 캘리포니아 주의 형사사법제도)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꾸며봅니다. 우리말 번역서만으로는 정확한 법률용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원서도 참고하여 원문의 표현을 군데군데 메모해 두었습니다.
다만, 이 소설은 중범죄와 길거리 범죄를 소재로 한 것이고 이런 범죄는 경범죄나 화이트칼라 범죄와는 수사나 재판 절차가 다르므로, 이 글 내용만으로 미국 제도를 일반화해서 이해하는 건 곤란하겠습니다.
비록 저는 미국의 형사사법제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기회에 미국 제도를 소개한 다른 참고자료들을 들춰봐가며 공부를 해볼까 합니다. 문외한으로서의 한계와 오류를 감안하여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이 길어 네 편으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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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링컨 컨티넨탈 뒷좌석을 변호사 사무실로 쓰고 있는 미키 할러는,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임에도 이제는 민사사건에까지 손을 대는 장면으로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여전히 범죄자는 많고 형사사건도 잔뜩 널렸을 테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범죄자들이 사라져 부득이하게 남의 영역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할러 변호사가 중점적으로 손대고 있는 민사사건은, 담보대출을 이용해 집을 구입했다가 2007년부터 몰아닥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내 집을 날리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된 사람들이 의뢰한 주택압류 관련 소송들이었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이런 고객 중 한 사람이었던 리사 트래멀이라는 서른 다섯 살의 여성이 자신의 집을 압류한 채권은행의 담보대출 부문 총책임자인 미첼 본듀란트를 흉기로 내리쳐 살해했다는 혐의로 LA 경찰에 체포되고, 연락을 받은 할러 변호사가 급히 경찰서로 달려갑니다.
[29쪽] "검사(DA)가 정해졌어?"
---> 할러 변호사가 자신의 수사관(investigator) 데니스 뵈치에호프스키(평소 할러 변호사는 이 어려운 이름 대신 ‘시스코’라는 별명으로 자신의 수사관을 부릅니다)에게 이 사건의 담당검사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여기서의 ‘DA’는 District Attorney의 약자로서, 검사의 일반적 명칭인 prosecutor 중에서도 어느 한 지역의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를 지칭합니다.
이 사건의 초기 진행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중년 남성인 피해자가 출근길에 직장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살해되었는데 살해된 시각은 아침 8시 30분부터 8시 50분 사이로 추정되고, 범행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현장감식 활동과 목격자 및 현장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탐문수사, 이를 통해 용의자로 선정된 리사 트래멀에 대한 경찰관 2명의 자택 방문조사, 곧바로 리사 트래멀을 경찰서로 데리고 가 계속 이어진 조사, 그리고 조사 도중의 긴급체포가 오전 중에 모두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할러 변호사가 리사 트래멀의 체포사실에 대한 연락을 받은 때는 정오 무렵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겨우 서너 시간밖에 안 지났지만, 경찰은 이미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였고, 벌써 담당검사가 누군지가 대화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전문가답게 살인 사건의 초동수사를 재빨리 능숙하게 처리한 것을 볼 수 있고, 사건 초기부터 경찰의 수사 과정에 검사가 관여하는 모습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살인 사건 정도 되는 큰 사건은 사건 초기에 수사담당 경찰관이 검사에게 보고하여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고 있지만, 수사권과 관련한 검경 사이의 갈등 속에 검사가 수사 초기에 관여하는 사건의 범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35쪽] "당신 의뢰인과의 면담(interview) 녹화한 거. 틀어보면 그 여자가 변호사를 원한다는 마법의 말을 하자마자 조사를 멈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
"...... 그 여자가 살인을 저질렀고,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그 사실을 인정(make admissions)했기 때문에 살인 피의자(suspect)로 전환(charge)한 거야. 당신한텐 유감스럽게 됐지만, 우린 원칙대로 행동했어."
---> 할러 변호사가 자신의 수사관(investigator) 데니스 뵈치에호프스키(평소 할러 변호사는 이 어려운 이름 대신 ‘시스코’라는 별명으로 자신의 수사관을 부릅니다)에게 이 사건의 담당검사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여기서의 ‘DA’는 District Attorney의 약자로서, 검사의 일반적 명칭인 prosecutor 중에서도 어느 한 지역의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를 지칭합니다.
이 사건의 초기 진행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중년 남성인 피해자가 출근길에 직장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살해되었는데 살해된 시각은 아침 8시 30분부터 8시 50분 사이로 추정되고, 범행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현장감식 활동과 목격자 및 현장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탐문수사, 이를 통해 용의자로 선정된 리사 트래멀에 대한 경찰관 2명의 자택 방문조사, 곧바로 리사 트래멀을 경찰서로 데리고 가 계속 이어진 조사, 그리고 조사 도중의 긴급체포가 오전 중에 모두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할러 변호사가 리사 트래멀의 체포사실에 대한 연락을 받은 때는 정오 무렵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겨우 서너 시간밖에 안 지났지만, 경찰은 이미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였고, 벌써 담당검사가 누군지가 대화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전문가답게 살인 사건의 초동수사를 재빨리 능숙하게 처리한 것을 볼 수 있고, 사건 초기부터 경찰의 수사 과정에 검사가 관여하는 모습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살인 사건 정도 되는 큰 사건은 사건 초기에 수사담당 경찰관이 검사에게 보고하여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고 있지만, 수사권과 관련한 검경 사이의 갈등 속에 검사가 수사 초기에 관여하는 사건의 범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35쪽] "당신 의뢰인과의 면담(interview) 녹화한 거. 틀어보면 그 여자가 변호사를 원한다는 마법의 말을 하자마자 조사를 멈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
"...... 그 여자가 살인을 저질렀고,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그 사실을 인정(make admissions)했기 때문에 살인 피의자(suspect)로 전환(charge)한 거야. 당신한텐 유감스럽게 됐지만, 우린 원칙대로 행동했어."
---> 할러 변호사는 자신의 직원으로부터 리사 트래멀이 체포되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경찰서로 달려가 하워드 컬렌이라는 형사를 찾아갑니다. 컬렌은 이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 책임자입니다. 컬렌은 이날 아침 리사 트래멀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녀의 집을 방문해 간단히 조사를 한 후 경찰서로 데려가 그녀를 계속 조사하였고, 결국 체포까지 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때 컬렌은 경찰서에서의 조사장면을 녹화하였고, 할러 변호사는 이 첫 번째 만남에서 컬렌으로부터 이 녹화영상이 담긴 DVD를 건네받습니다.
여기서의 조사를 원문에서는 interview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법상 조사에는 interview와 interrogation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interview는 아직 혐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수사에 협조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를 말하고, interrogation은 어느 정도 혐의가 의심되는 상태에서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실익은, interrogation의 경우 미리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 미란다 원칙, 즉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선임권이 있음이 고지되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수사 초기 아직 대상자의 혐의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참고인 정도의 성격을 갖고 있던 리사 트래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정도의 조사가 있었던 것이므로, interrogation이 아닌 interview라고 부른 것입니다. 컬렌 형사는 리사 트래멀이 혐의를 자백하자 그녀를 살인 피의자로 전환하였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막연했던 상황에서 이제 그녀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으로 변하자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녀가 진술을 멈추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겠다면서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게 인정되는 방어권을 행사하자, 이제 변호인이 생길 때까지는 조사가 더 진행될 수 없어 조사가 중단된 것이구요.
컬렌 형사는 어떤 변호사이든 분명히 이 조사 과정에서의 어떠한 절차적인 하자를 문제 삼아 리사 트래멀의 자백진술을 증거로 쓸 수 없게 만들려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당신한텐 유감스럽게 됐지만, 우린 원칙대로 행동했어”라고 말하며 아무런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미리 선을 긋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비슷해서, 수사기관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여야 하는 조사 대상자는 ‘피의자’이지 단순한 참고인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미란다 원칙의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의 지위는, 수사기관이 조사 대상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 인정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찰도 리사 트래멀 정도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조사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칫 시비에 말릴 것을 우려하여 가급적 미리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소한 리사 트래멀을 경찰서에 데려와서 조사를 할 정도의 단계에서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것이 안전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LA 경찰은 이런 성격의 인터뷰를 할 때 그 장면을 녹화해두는 모양입니다. 컬렌 형사가 할러 변호사에게 건넨 DVD에 이 인터뷰 장면의 녹화영상이 담겨 있습니다.
컬렌 형사의 말대로 이 인터뷰 과정에서 리사 트래멀이 살인 혐의를 자백한 것이 맞다면 이 동영상은 당연히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뒤에서 설명할 증거개시 제도에 따라 어차피 재판 전에 미리 변호인에게 제공하여야 할 자료이므로, 컬렌 형사는 변호사가 찾아온 김에 불과 몇 시간 만에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내 살인 사건을 사실상 종결한 자신의 능력도 자랑할 겸 할러 변호사에게 DVD 선심을 쓴 것이지요.
그런데 나중에 할러 변호사가 이 DVD를 틀어보니, 사실 리사 트래멀은 이때 자백한 일이 없었던 겁니다. 컬렌 형사가 별 의미도 아닌 진술을 듣고 이걸 자백이라고 단정해버린 것인데, 그녀가 범인이 맞다는 심증이 급격히 몰려오는 바람에 그만 너무 많이 나가버린 것이죠.
[44-45쪽] 이 사건에 대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 것. 형사, 교도관, 수감자, 언니, 아들, 그 누구하고라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요."
......
"무슨 말이라도 꼭 해야겠으면, 모든 질문에 '나는 내가 받은 혐의에 대해 결백하지만 변호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요."
이때 컬렌은 경찰서에서의 조사장면을 녹화하였고, 할러 변호사는 이 첫 번째 만남에서 컬렌으로부터 이 녹화영상이 담긴 DVD를 건네받습니다.
여기서의 조사를 원문에서는 interview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법상 조사에는 interview와 interrogation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interview는 아직 혐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수사에 협조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를 말하고, interrogation은 어느 정도 혐의가 의심되는 상태에서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실익은, interrogation의 경우 미리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 미란다 원칙, 즉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선임권이 있음이 고지되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수사 초기 아직 대상자의 혐의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참고인 정도의 성격을 갖고 있던 리사 트래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정도의 조사가 있었던 것이므로, interrogation이 아닌 interview라고 부른 것입니다. 컬렌 형사는 리사 트래멀이 혐의를 자백하자 그녀를 살인 피의자로 전환하였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막연했던 상황에서 이제 그녀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으로 변하자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녀가 진술을 멈추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겠다면서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게 인정되는 방어권을 행사하자, 이제 변호인이 생길 때까지는 조사가 더 진행될 수 없어 조사가 중단된 것이구요.
컬렌 형사는 어떤 변호사이든 분명히 이 조사 과정에서의 어떠한 절차적인 하자를 문제 삼아 리사 트래멀의 자백진술을 증거로 쓸 수 없게 만들려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당신한텐 유감스럽게 됐지만, 우린 원칙대로 행동했어”라고 말하며 아무런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미리 선을 긋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비슷해서, 수사기관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여야 하는 조사 대상자는 ‘피의자’이지 단순한 참고인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미란다 원칙의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의 지위는, 수사기관이 조사 대상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 인정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찰도 리사 트래멀 정도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조사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칫 시비에 말릴 것을 우려하여 가급적 미리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소한 리사 트래멀을 경찰서에 데려와서 조사를 할 정도의 단계에서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것이 안전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LA 경찰은 이런 성격의 인터뷰를 할 때 그 장면을 녹화해두는 모양입니다. 컬렌 형사가 할러 변호사에게 건넨 DVD에 이 인터뷰 장면의 녹화영상이 담겨 있습니다.
컬렌 형사의 말대로 이 인터뷰 과정에서 리사 트래멀이 살인 혐의를 자백한 것이 맞다면 이 동영상은 당연히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뒤에서 설명할 증거개시 제도에 따라 어차피 재판 전에 미리 변호인에게 제공하여야 할 자료이므로, 컬렌 형사는 변호사가 찾아온 김에 불과 몇 시간 만에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내 살인 사건을 사실상 종결한 자신의 능력도 자랑할 겸 할러 변호사에게 DVD 선심을 쓴 것이지요.
그런데 나중에 할러 변호사가 이 DVD를 틀어보니, 사실 리사 트래멀은 이때 자백한 일이 없었던 겁니다. 컬렌 형사가 별 의미도 아닌 진술을 듣고 이걸 자백이라고 단정해버린 것인데, 그녀가 범인이 맞다는 심증이 급격히 몰려오는 바람에 그만 너무 많이 나가버린 것이죠.
[44-45쪽] 이 사건에 대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 것. 형사, 교도관, 수감자, 언니, 아들, 그 누구하고라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요."
......
"무슨 말이라도 꼭 해야겠으면, 모든 질문에 '나는 내가 받은 혐의에 대해 결백하지만 변호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요."
---> 할러 변호사는 리사 트래멀에게 위와 같이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조언합니다. 할러 변호사가 그의 의뢰인에게 이런 식의 조언을 하는 장면은, 할러 변호사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 선임된 이상 변호인이 의뢰인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고, 의뢰인은 가만히 입을 닫고 있으라는 것이죠. 무심코 남에게 한 말이 재판에서 자신을 옭아매는 결정적인 증거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46-48쪽] 그것은 검찰의 협상 카드였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동정여론이 쏠리기 전에 유죄인정 합의(plea agreement)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거였다. 그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나 사형을 피고인에게 구형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 체포된 다음 날 아침, 즉 체포되고 24시간이 채 되기 전에 리사 트래멀은 LA 고등법원(Superior Court) 법정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식재판은 아니고 first appearance라는 절차 때문에 법정에 나온 것입니다.
체포되어 구금된 피의자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한 때로부터 24시간 내지 48시간이 넘지 않는 시점에 판사에게로 피의자를 데려가야 합니다. 피의자가 처음으로 판사를 대면하게 되는 절차인 first appearance는 비교적 짧게 진행되는데, 피의자의 인적사항 확인, 피의사실의 내용과 피의자의 권리 고지, 보석 여부 결정, 예비신문기일 고지 등이 이루어집니다.
리사 트래멀은 1급 살인 혐의(charges of first-degree murder)를 받고 있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검사는 피의자가 계획적으로 미리 현장에 잠복하고 있다가 피해자를 공격한 것이라고 보고 이러한 혐의를 적용한 것이며, 이에 따라 그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나 나아가 사형까지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할러 변호사는 검사가 리사 트래멀에게 적용할 수 있는 최대한 무거운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리사 트래멀을 압박하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한 피의자로 하여금 어서 죄를 시인하고 ‘유죄인정 합의’, 흔히 ‘플리바기닝’이라고 부르는 절차를 통해 이 사건을 쉽게 끝내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 first appearance 절차에서 할러 변호사는 보석도 신청했지만, 판사는 2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보석금을 정함으로써 살인 사건 피의자에게 쉽게 보석을 내주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날 리사 트래멀은 뜻밖의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 보석금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20만 달러의 보석보증금을 내고 석방됩니다.
[53-54쪽] "...... 그건 그렇고,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 미키? 재판이 시작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유죄인정 합의(plea)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겠죠?"
---> 이 사건의 담당검사인 안드레아 프리먼은 first appearance 절차가 끝나자마자 바로 자신을 찾아온 할러 변호사에게 혹시 벌써부터 플리바기닝을 제안하려는 것이냐고 묻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말로 유죄인정 합의, 유죄답변 거래, 유죄답변 협상 등 다양하게 부르는 plea bargaining 절차를 통해 90퍼센트 이상의 형사사건이 정식재판 없이 종결된다고 합니다. 이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보다 가벼운 내용의 혐의를 인정하고 그 가벼운 혐의에 해당하는 처벌만 받기로 하여 더이상의 절차진행 없이 사건을 종결시키는 검사와 피의자 또는 피고인 사이의 공적 계약을 의미합니다.
플리바기닝은 재판이 끝나기 전이라면 기소 전이든 재판 중이든 언제든 가능합니다. 다만, 수사 초기에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경찰이나 검사 입장에선 수사와 재판에 들이는 수고를 대폭 절약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만약 피고인이 끝까지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주장해서 결국 정식재판인 배심재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배심원 선정부터 시작해서 여러 날이 걸리는 이 재판절차를 위해 사법기관은 막대한 노력과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죠.
미국 형사사법절차에서는 이렇게 매우 흔하게 이용되는 플리바기닝 제도이지만, 사농공상 구별 관념에 따라 ‘거래'나 ‘협상'이라는 용어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우리의 정서상 우리에게는 아직 요원한 제도입니다.
[54쪽] "개시된 증거자료(discovery)를 언제부터 볼 수 있을까요?"
프리먼은 ...... 대답했다.
"...... 난 '네 걸 보여주면 내 것도 보여줄게'라는 말 믿지 않아요. 항상 일방통행이니까. 피고인 측은 아무것도 안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나도 잘 모셔두고 안 보여주려고요."
---> 여기서의 discovery는 미국 연방 형사소송규칙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판 전 증거개시 제도(pretrial discovery)’를 말합니다. 검사와 변호인이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상대방에게 ‘열어서 보여준다'는 제도입니다. 재판의 공개성, 원만한 재판 진행, 불의타 방지, 무기대등 원칙 등을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이는 상호주의가 원칙이어서(프리먼 검사가 말한 '네 걸 보여주면 내 것도 보여줄게'라는 것이 상호주의를 가리킵니다), 상대방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자신의 증거는 안 주는 것은 곤란합니다. 마땅히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도 상대방에게 제공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만약 변호인 입장에서 이미 다른 루트로 검사 쪽의 무기를 모두 알고 있다면 굳이 검사에게 증거개시를 하자고 하지 않습니다. 이럴 땐 공연히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를 검사에게 공개해 보았자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죠.
증거개시 절차가 있다고 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 ‘전부’를 상대방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각자 상대방에게 보여줄 자료의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어떤 자료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지는 어쩌면 각자의 양심이나 전략에 달린 문제라고 합니다. 다만, 원칙적으로는 증거개시 절차에서 공개된 증거만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무작정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숨기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증인의 진술은 증거개시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검사나 변호인이나 자신이 어떤 증인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상대방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상대방에 의한 증인 회유나 협박 등을 방지하여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따라서 검사나 변호인은 앞으로 상대방 측 증인으로 누가 나오고 어떠한 증언을 할지를 미리 알 수 없고 그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야 비로소 이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증인의 진술을 듣는 절차이고 가장 중요한 증거도 증인의 진술임을 감안할 때, 증인의 진술이 증거개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 상대방에게 미리 제공하여야 하는 증거가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증거를 개시하여 달라는 할러 변호사의 요구에 프리먼 검사는 자신의 증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얘기합니다. 자신으로부터 증거를 받아가기만 하고는 입을 싹 씻은 변호사들이 많았던 모양이네요. 물론 나중에 프리먼 검사는 할러 변호사의 요구에 따라 그에게 일부 증거를 제공하기는 합니다.
우리의 경우 모든 사건에서, 첫 재판이 열리기 이전에 검사의 증거 전부가 기록을 사본하는 형태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제공됩니다. 이를 ‘공판기록 열람등사 제도'라고 합니다. 이는 검사가 갖고 있는 증거 전부가 미리 오픈되는 것이기 때문에, 증거개시의 범위를 두고 검사와 변호인간에 실랑이를 벌일 일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첫 재판이 임박한 시점에 증거기록의 열람등사가 허용된다거나 기록의 분량이 너무 많아 단지 사본하는 데만 시간이 오래 걸려 변호인의 재판 준비에 장애가 된다고 하는 문제 제기가 간혹 있고, 또는 검사가 증거로 쓰지 않을 자료라며 공개하지 않은 부분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가 들어있다는 의혹 제기 등으로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또 우리의 경우, 재판 초기에 있게 되는 증거신청 절차를 통해 장차 재판에 상대방 측 증인으로 누가 나올지도 모두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증인의 등장으로 벌어지는 법정에서의 스릴 넘치는 공방이나 극적인 반전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변호인이 선임된 이상 변호인이 의뢰인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고, 의뢰인은 가만히 입을 닫고 있으라는 것이죠. 무심코 남에게 한 말이 재판에서 자신을 옭아매는 결정적인 증거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46-48쪽] 그것은 검찰의 협상 카드였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동정여론이 쏠리기 전에 유죄인정 합의(plea agreement)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거였다. 그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나 사형을 피고인에게 구형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 체포된 다음 날 아침, 즉 체포되고 24시간이 채 되기 전에 리사 트래멀은 LA 고등법원(Superior Court) 법정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식재판은 아니고 first appearance라는 절차 때문에 법정에 나온 것입니다.
체포되어 구금된 피의자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한 때로부터 24시간 내지 48시간이 넘지 않는 시점에 판사에게로 피의자를 데려가야 합니다. 피의자가 처음으로 판사를 대면하게 되는 절차인 first appearance는 비교적 짧게 진행되는데, 피의자의 인적사항 확인, 피의사실의 내용과 피의자의 권리 고지, 보석 여부 결정, 예비신문기일 고지 등이 이루어집니다.
리사 트래멀은 1급 살인 혐의(charges of first-degree murder)를 받고 있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검사는 피의자가 계획적으로 미리 현장에 잠복하고 있다가 피해자를 공격한 것이라고 보고 이러한 혐의를 적용한 것이며, 이에 따라 그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나 나아가 사형까지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할러 변호사는 검사가 리사 트래멀에게 적용할 수 있는 최대한 무거운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리사 트래멀을 압박하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한 피의자로 하여금 어서 죄를 시인하고 ‘유죄인정 합의’, 흔히 ‘플리바기닝’이라고 부르는 절차를 통해 이 사건을 쉽게 끝내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 first appearance 절차에서 할러 변호사는 보석도 신청했지만, 판사는 2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보석금을 정함으로써 살인 사건 피의자에게 쉽게 보석을 내주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날 리사 트래멀은 뜻밖의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 보석금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20만 달러의 보석보증금을 내고 석방됩니다.
[53-54쪽] "...... 그건 그렇고,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 미키? 재판이 시작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유죄인정 합의(plea)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겠죠?"
---> 이 사건의 담당검사인 안드레아 프리먼은 first appearance 절차가 끝나자마자 바로 자신을 찾아온 할러 변호사에게 혹시 벌써부터 플리바기닝을 제안하려는 것이냐고 묻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말로 유죄인정 합의, 유죄답변 거래, 유죄답변 협상 등 다양하게 부르는 plea bargaining 절차를 통해 90퍼센트 이상의 형사사건이 정식재판 없이 종결된다고 합니다. 이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보다 가벼운 내용의 혐의를 인정하고 그 가벼운 혐의에 해당하는 처벌만 받기로 하여 더이상의 절차진행 없이 사건을 종결시키는 검사와 피의자 또는 피고인 사이의 공적 계약을 의미합니다.
플리바기닝은 재판이 끝나기 전이라면 기소 전이든 재판 중이든 언제든 가능합니다. 다만, 수사 초기에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경찰이나 검사 입장에선 수사와 재판에 들이는 수고를 대폭 절약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만약 피고인이 끝까지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주장해서 결국 정식재판인 배심재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배심원 선정부터 시작해서 여러 날이 걸리는 이 재판절차를 위해 사법기관은 막대한 노력과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죠.
미국 형사사법절차에서는 이렇게 매우 흔하게 이용되는 플리바기닝 제도이지만, 사농공상 구별 관념에 따라 ‘거래'나 ‘협상'이라는 용어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우리의 정서상 우리에게는 아직 요원한 제도입니다.
[54쪽] "개시된 증거자료(discovery)를 언제부터 볼 수 있을까요?"
프리먼은 ...... 대답했다.
"...... 난 '네 걸 보여주면 내 것도 보여줄게'라는 말 믿지 않아요. 항상 일방통행이니까. 피고인 측은 아무것도 안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나도 잘 모셔두고 안 보여주려고요."
---> 여기서의 discovery는 미국 연방 형사소송규칙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판 전 증거개시 제도(pretrial discovery)’를 말합니다. 검사와 변호인이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상대방에게 ‘열어서 보여준다'는 제도입니다. 재판의 공개성, 원만한 재판 진행, 불의타 방지, 무기대등 원칙 등을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이는 상호주의가 원칙이어서(프리먼 검사가 말한 '네 걸 보여주면 내 것도 보여줄게'라는 것이 상호주의를 가리킵니다), 상대방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자신의 증거는 안 주는 것은 곤란합니다. 마땅히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도 상대방에게 제공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만약 변호인 입장에서 이미 다른 루트로 검사 쪽의 무기를 모두 알고 있다면 굳이 검사에게 증거개시를 하자고 하지 않습니다. 이럴 땐 공연히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를 검사에게 공개해 보았자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죠.
증거개시 절차가 있다고 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 ‘전부’를 상대방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각자 상대방에게 보여줄 자료의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어떤 자료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지는 어쩌면 각자의 양심이나 전략에 달린 문제라고 합니다. 다만, 원칙적으로는 증거개시 절차에서 공개된 증거만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무작정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숨기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증인의 진술은 증거개시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검사나 변호인이나 자신이 어떤 증인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상대방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상대방에 의한 증인 회유나 협박 등을 방지하여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따라서 검사나 변호인은 앞으로 상대방 측 증인으로 누가 나오고 어떠한 증언을 할지를 미리 알 수 없고 그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야 비로소 이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증인의 진술을 듣는 절차이고 가장 중요한 증거도 증인의 진술임을 감안할 때, 증인의 진술이 증거개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 상대방에게 미리 제공하여야 하는 증거가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증거를 개시하여 달라는 할러 변호사의 요구에 프리먼 검사는 자신의 증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얘기합니다. 자신으로부터 증거를 받아가기만 하고는 입을 싹 씻은 변호사들이 많았던 모양이네요. 물론 나중에 프리먼 검사는 할러 변호사의 요구에 따라 그에게 일부 증거를 제공하기는 합니다.
우리의 경우 모든 사건에서, 첫 재판이 열리기 이전에 검사의 증거 전부가 기록을 사본하는 형태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제공됩니다. 이를 ‘공판기록 열람등사 제도'라고 합니다. 이는 검사가 갖고 있는 증거 전부가 미리 오픈되는 것이기 때문에, 증거개시의 범위를 두고 검사와 변호인간에 실랑이를 벌일 일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첫 재판이 임박한 시점에 증거기록의 열람등사가 허용된다거나 기록의 분량이 너무 많아 단지 사본하는 데만 시간이 오래 걸려 변호인의 재판 준비에 장애가 된다고 하는 문제 제기가 간혹 있고, 또는 검사가 증거로 쓰지 않을 자료라며 공개하지 않은 부분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가 들어있다는 의혹 제기 등으로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또 우리의 경우, 재판 초기에 있게 되는 증거신청 절차를 통해 장차 재판에 상대방 측 증인으로 누가 나올지도 모두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증인의 등장으로 벌어지는 법정에서의 스릴 넘치는 공방이나 극적인 반전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할러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search warrant)을 집행한 후에는 압수물 목록을 포함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보고서(search-warrant return)를 작성해서 일정기간 안에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판사는 압수물 목록을 검토하면서 경찰이 영장을 지정된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집행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프리먼 검사가 증거를 내놓지 않자, 할러 변호사는 자신의 수사관인 시스코를 통해 빛의 경로와 어둠의 경로 모두를 동원해 수사자료들을 입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후에 그 압수물 목록과 집행보고서는 수사기록에 첨부만 해둘 뿐 별도로 법원에 보고하지는 않는데, LA에서는 압수수색을 하자마자 압수물 목록과 집행보고서를 통해 법원의 심사와 통제를 받는 모양이군요. 우리는 수사기록에 첨부된 자료를 가지고 한참 후에 재판을 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판사가 그 압수수색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변호인이나 민간인이 초동수사 단계에서 법원을 통해 사건수사와 관련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법원뿐 아니라 다른 루트를 통해서도 수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거의 수사가 다 끝나고 기소가 되기를 기다려 비로소 수사기록에 접근할 수 있을 뿐이지요. 따라서 특히 초동수사 단계에서는 변호인이 아무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속칭 ‘깜깜이 변론’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66쪽] "...... 그 수색 영장 청구서를 찬찬히 읽으면서 갈기갈기 찢고 조각조각 씹어 먹어봐. 빠진 부분, 잘못된 표현 등등 증거물 채택 금지 신청서에 써먹을 수 있는 건 다 찾아보는 거야. 리사 트래멀의 집에서 가져간 증거자료 전부를 재판에서 사용 못 하게 하는 게 우리 목적이야."
---> 할러 변호사가 그가 고용한 신참 변호사 제니퍼 애런슨에게 시스코 수사관이 입수해온 수사자료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들을 찾아보라고 지시합니다. 수사절차의 문제점을 찾아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들을 하나하나씩 공격하려는 의도입니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피고인이 죄를 지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기에 충분한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즉, 이걸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피고인이 무죄라는 사실을 나름의 증거를 찾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유죄의 증거라고 재판에 제출한 것들을 하나하나 공격하여 증거로 쓸 수 없게만 만들어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검사가 재판에 제출한 증거에 대해 그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공격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쉽고 효과적인 공격방법은 형식적인 하자, 특히 수사 과정에서의 규정 위반 등 절차적 위법을 주장하면 된다는 것이죠. 이를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이라고 하는데, 규정을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는 그 내용이 얼마나 중요하냐에 관계없이 곧바로 증거로서의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66-67쪽] “...... 컬렌 형사는 리사가 자발적으로 조사에 응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무지 애를 썼어. 하지만 그가 수갑을 채웠든 안 채웠든 리사를 통제하고 억압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수만 있다면, 그녀가 처음부터 체포된 상태였다고 주장할 수 있을 거야. 그게 받아들여지면 미란다(Miranda) 원칙 고지 이전에 그녀가 한 말은 전부 빠이빠이지."
---> 할러 변호사는 계속해서 애런슨 변호사에게 리사 트래멀의 조사장면 동영상을 주의 깊게 분석해보라고 지시합니다. 컬렌 형사가 이미 리사 트래멀로부터 자백을 받았다고 하였으니, 할러 변호사 입장에서는 이 강력하기 그지없는 증거인 자백진술을 먼저 깨뜨려야 합니다.
컬렌 형사는 이 당시 리사 트래멀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는데, 단지 interview를 하는 상황이었다면 컬렌 형사가 리사 트래멀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백진술을 받아내도 괜찮지만, 만약 interrogation을 하는 상황이었다면 사전에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자백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할러 변호사의 말대로 리사 트래멀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았더라도, 경찰이 리사 트래멀의 자유로운 행동을 통제하고 억압적인 상태에서 진술을 들은 것이라면 이는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그러한 상황에서의 질문과 답변 청취는 그 성격이 interrogation이므로, 미란다 원칙이 사전에 고지되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68쪽] "이 사건을 재판까지 끌고 간다면, 검찰의 주장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거야. 공격적인 변론을 펼칠 필요가 있어. 배심원단이 리사가 아닌 다른 쪽을 바라보게 해야 돼. 그러기 위해서는 대체이론(alternate theory)이 필요하고."
---> 할러 변호사가 자신의 동료들에게 리사 트래멀 사건의 변호전략을 설명합니다.
검사의 증거들을 하나하나 공격하는 한편으로, 피해자를 죽인 것은 리사 트래멀이 아니고 다른 진범이 따로 있다는 대체이론을 들이밀자는 것이죠.
[79-80쪽] "...... 법에서는 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거 알아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그것을 증명하느냐 못하느냐, 라는 것을 알고 있고요."
---> 뜻밖의 후원자를 만나 보석 보증금을 내고 석방된 리사 트래멀이 할러 변호사에게 하는 말입니다. 재판은 진실싸움이 아니라 증거싸움이라는 것이죠.
[86쪽] 나는 리사가 커피숍에서 본듀란트를 보았거나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 분명한 질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는 리사의 변호인으로서 내가 아는 내용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 할러 변호사가 리사 트래멀로부터 사건 당일의 행적에 대해 묻다가, 사건 발생 직전 리사 트래멀이 조스조 커피숍이라는 곳을 들렀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피해자 미첼 본듀란트도 피살되기 직전 역시 이곳에 들른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여기서 마주쳤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지요.
그러나 할러 변호사는 두 사람이 사건 직전 이곳에서 마주쳤다는 것은 자신의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한 정황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리사 트래멀이 진범이 아니더라도, 커피숍에서의 두 사람의 조우 사실은 배심원들에게 리사 트래멀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어쩌면 그 커피숍에서 두 사람 사이에 살짝이라도 말다툼이 있었거나 한다면 그것이 리사 트래멀의 직접적인 살인 동기였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구요.
그래서 할러 변호사는 더 이상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일단 멈춥니다. 변호인이 의뢰인의 깊은 데까지 아는 건 때론 불편한 일입니다. 의뢰인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아야 하지만 당분간은 알고 싶지 않은 진실도 있고, 적당히 모르는 게 있어야 변론을 만들어낼 때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칠 수 있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할러 변호사는 세상물정 모르는 신참 변호사에게 이런 말도 합니다.
[123쪽] "...... 형사사건 변호를 하고 싶으면, 이걸 알아야 돼. 의뢰인에게 범인인지 아닌지 절대로 물어보지 않는다. 그렇다이든 아니다이든 대답을 들으면 정신이 산란해지기만 하거든. 그러니까 알 필요 없다는 거야."
[잠시 후 제2편에서 계속 ...]
[79-80쪽] "...... 법에서는 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거 알아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그것을 증명하느냐 못하느냐, 라는 것을 알고 있고요."
---> 뜻밖의 후원자를 만나 보석 보증금을 내고 석방된 리사 트래멀이 할러 변호사에게 하는 말입니다. 재판은 진실싸움이 아니라 증거싸움이라는 것이죠.
[86쪽] 나는 리사가 커피숍에서 본듀란트를 보았거나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 분명한 질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는 리사의 변호인으로서 내가 아는 내용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 할러 변호사가 리사 트래멀로부터 사건 당일의 행적에 대해 묻다가, 사건 발생 직전 리사 트래멀이 조스조 커피숍이라는 곳을 들렀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피해자 미첼 본듀란트도 피살되기 직전 역시 이곳에 들른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여기서 마주쳤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지요.
그러나 할러 변호사는 두 사람이 사건 직전 이곳에서 마주쳤다는 것은 자신의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한 정황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리사 트래멀이 진범이 아니더라도, 커피숍에서의 두 사람의 조우 사실은 배심원들에게 리사 트래멀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어쩌면 그 커피숍에서 두 사람 사이에 살짝이라도 말다툼이 있었거나 한다면 그것이 리사 트래멀의 직접적인 살인 동기였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구요.
그래서 할러 변호사는 더 이상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일단 멈춥니다. 변호인이 의뢰인의 깊은 데까지 아는 건 때론 불편한 일입니다. 의뢰인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아야 하지만 당분간은 알고 싶지 않은 진실도 있고, 적당히 모르는 게 있어야 변론을 만들어낼 때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칠 수 있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할러 변호사는 세상물정 모르는 신참 변호사에게 이런 말도 합니다.
[123쪽] "...... 형사사건 변호를 하고 싶으면, 이걸 알아야 돼. 의뢰인에게 범인인지 아닌지 절대로 물어보지 않는다. 그렇다이든 아니다이든 대답을 들으면 정신이 산란해지기만 하거든. 그러니까 알 필요 없다는 거야."
[잠시 후 제2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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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동네에 있는 흔한 파스타 집에서도 '식전빵'이란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에피타이저든 주요리든 뭔가가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발사믹을 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나오는 빵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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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5일자로 제가 이 블로그에 쓴 "아이폰과 아이패드 활용사례 소개"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http://imagistrat.blogspot.kr/2012/01/blog-post_15.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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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한동안 나태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블로그도 제 생활에서 멀어졌었는데, 이제 다시 글이라도 부지런히 쓰면서 마음을 다잡아 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니 가벼운 글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제가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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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4박 5일간의 짧은 파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여행의 준비를 위해 몇 가지 느낀 점을 두서 없이 적어 볼까 합니다. [이번에 묵은 숙소 창밖 풍경] 1. 이번 파리 여행은 중학교 1학년인 제 딸아이와의 단둘만의 여행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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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국립사법관학교(É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는 사법관(판사, 검사)을 양성하는 연수기관입니다. 사법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 기관에서 총 31개월 간의 연수를 받아야 합니다. 2019년 4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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