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8일 금요일
[독서일기] 스펙경쟁 시대와 '공부중독'
2016년 4월 6일자 한국경제신문에 <"평일엔 변호사, 주말엔 대학원생" --- 법조계 스펙경쟁 시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변호사 수 증가 등에 따라 전문성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위기 탓에 변호사들이 대학원에서 열공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서울대 법대 일반대학원생의 70% 이상이 변호사이고 고려대 법대 일반대학원생의 80% 이상이 법조인으로, 이들이 주말 봄꽃구경도 마다하고 대학원 강의실을 가득 메우는 등 법조계의 스펙경쟁이 대단하다는 내용입니다.실제로 법조인들의 가방끈이 길어지고 있는 현상은 주위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고, 이런 현상을 보면서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않나 하는 조바심이 꿈틀대기도 하는데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생각난 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요 책입니다.
![]() |
[출처 :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91186602096] |
이 책의 서문을 일부 옮겨 봅니다.
<어느 순간부터 공부가 삶의 문제를 푸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식민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를 하면 언어를 배우게 된다. 세상을 읽고 삶을 해석하는 언어가 늘어나는 것이 공부의 과정이다. 예를 들면 ‘구조’라는 말을 알 때와 그러지 못할 때 세상을 인식하고 설명하는 방식은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공부는 사실 이렇듯이 세상을 읽고 삶을 해석하는 언어라는 좋은 도구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난다. 세상과 삶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추상화된다는 것이다. 세상과 삶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추상화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언어도 삶을 그 자체로 풍부하게 재현할 수 없다. 모든 재현은 불가피하게 삶을 추상화하고 규격화한다. 이 규격화의 과정에서 자칫하면 삶이 도식적인 것으로 분해되고 내가 겪었던 경험은 형해화된다. 대신 그 자리를 개념들이 차지하면서 나의 경험은 일반화(보편화가 아니라)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구체적 삶은 왜소해지고 대신 이미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어떤 개념들이 그 구체적 삶의 자리를 분해한다. 나의 삶은 그 개념들의 지식 권력의 정당성을 확인해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중독'이란 '교육중독'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인데요, 60-70년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단지 공부를 잘 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직장, 풍요로운 생활, 신분 상승이 보장되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공부 또는 교육이 가제트 형사의 만능팔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겁니다. 공부라는 건 단지 삶의 도구인 것임에도 삶과는 별개의 또다른 목표로 기능하고 있다, 공부를 한다는 것만으로 모든 책임이나 의무가 면제되곤 하기에 사람들은 문제에 맞닥뜨리면 공부를 도피처로 삼으려 한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정작 그 문제에 직접 맞서 해결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고 그 해결방법을 알려주는 공부를 하겠다고 한다, 공부 속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이미 성장추세가 둔화된 현재 시점에서 공부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빈약한데도 사람들은 과거 경험에만 매달려 공부로만 승부를 걸려고 한다, 이렇게 공부만 하다보니 정작 문제 해결능력은 떨어진다는 등등의 얘기들을 저자들은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법조인들의 스펙쌓기 경향을 이 책에 빗대어 얘기하는 게 적절한 건지 좀 자신이 없어지기는 합니다만, 우리 사회에서 공부 또는 교육이라는 것이 상당히 많은 사안들에 있어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심지어 앞으로 이혼을 하려면 아동학대방지 교육이라는 것도 받아야 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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