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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6일 일요일

"국가비상사태, 권리보호관 쟈끄 뚜봉(Jacques Toubon)이 목소리를 높이다"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3/06/2016 07:39:00 오후 라벨: 권리보호관 , 사법제도 , 프랑스 사법제도
이는 2016. 2. 26.자 프랑스 일간지 L'EXPRESS지의 기사 제목입니다.

[출처 : http://www.lexpress.fr/actualite/societe/etat-d-urgence-le-defenseur-des-droits-jacques-toubon-hausse-le-ton_1768127.html]
Défenseur des droits, 국내에선 '시민권리수호자', '권리의 수호자', '권리보호관' 등으로 번역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일단 '권리보호관'으로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는 2008년 프랑스 헌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될 때 도입된 제도인데요, 신설된 헌법 제71-1조 제1항은 "권리보호관은 국가행정,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과 공공서비스의 임무를 가지거나 조직법이 권한을 부여하는 모든 조직체의 권리와 자유의 존중을 감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권리보호관은 그 전에 존재하였던 '공화국 중재관'(Médiateur de la République), '아동보호관'(Défenseur des enfants), '국가안전담당위원회'(Commission nationale de déontologie de la sécurité), '반차별 및 평등을 위한 고등관청'(Haute autorité de lutte contre les discriminations et pour l'égalité)을 통합한 독립적인 행정기관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정과 관련해서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방어하는 역할, 어린이의 권리와 어린이의 이익을 방어하고 증진시키는 역할, 차별에 대한 대응, 국가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윤리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 등을 담당한다고 합니다(김소연, '프랑스 개정헌법상 권리보호관에 관한 연구', 헌법학연구 제19권 제1호, 2013 ; 박재현, '프랑스 시민의 권리 방어를 위한 권리보호관', 홍익법학 제15권 제3호, 2014 ; 권세훈, '프랑스 인권보장기관의 체계', 유럽헌법연구 제9호, 2011).
현재 국가보호관은 쟈끄 뚜봉(Jacques Toubon)이라는 분인데, 위 기사에 의하면 전 법무부장관이라고 합니다.

위 기사는 그날 있었던 권리보호관의 기자회견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이날 권리보호관이 말한 주요 내용은, 작년 11월 13일 금요일에 있었던 파리 테러를 계기로 국가비상사태가 발령된 이후 주로 검문검색과 가택연금 등과 관련한 공권력 행사로 피해를 입었다는 진정이 권리보호관에게 70건 정도 접수되었는데 앞으로 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여 하자 있는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징계조치를 건의하거나 검찰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는 취지입니다.
국가비상사태로 인해 강화된 공권력 행사가 과도한 수준을 넘어서거나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내용이군요. 기사에 따르면 권리보호관이 이런 말도 했다고 하는데요, "굳이 검문검색을 할 때 밤에 하거나, 강제로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하거나, 복면을 쓰고 할 필요가 있는가?"

한켠에선 또다른 테러를 막기 위해 공권력을 강화하고 있고, 다른 한켠에선 그에 따른 국민의 권리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결국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는 사회시스템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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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검찰의 독립성과 인사권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3/06/2016 12:18:00 오전 라벨: 검사 , 독립성 , 사법제도 , 프랑스 사법제도
2016년 1월 14일자 프랑스 일간지 'La Criox'지에는 "검찰개혁이 다시 시작되다"("La réforme du parquet relancée")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구글링을 하다 우연히 한참 지난 기사를 이제야 봤네요.
기사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012년부터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법개혁 법안을 제출하여 왔으나 상원의 반대 등으로 실현이 거의 힘든 상태였는데, 지난해 파리 테러사건을 계기로 다시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기 시작하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1월 13일 새로운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검찰의 인사권(임명과 승진)을 법무부가 아닌 최고사법관회의에 줌으로써 (행정부로부터의)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법무부가 검찰의 인사에 관하여 비록 최고사법관회의의 의견을 듣기는 하였지만 그 의견에는 기속력이 없어 법무부가 인사권을 절대적으로 행사할 수 있었다. 과거에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최고사법관회의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Phillipe Courroye를 낭떼르 검찰청장으로 임명하였는데, 당시 두 사람의 친분이 이러한 결과에 이른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고, 그 때문에 행정부로부터의 검찰의 독립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올랑드 대통령이 검찰 인사에 관한 최고사법관회의의 의견에 기속력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개혁을 시도한 것이고, 이는 판사 인사의 경우 최고사법관회의의 의견에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과 동일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그동안 프랑스 검찰에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온 유럽인권법원에도 어느 정도 호응을 보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제가 이 블로그에 쓴 글들을 뒤져보니, 무려 5년 전인 2011년 2월 2일에 "검사의 지위 관련 프랑스의 최근 논의동향"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유럽인권법원이 프랑스 검찰의 불충분한 독립성 문제를 지적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보니 유럽인권법원 판결 말고도 사르코지 전 대통령 때문에도 검찰의 독립성 여부가 문제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행정부 내지 정치권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는 방안으로는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법무부가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건 우리나 프랑스나 마찬가지군요.  
'최고사법관회의'(Conseil supérieur de la magistrature)는 사법관(판사와 검사)의 인사와 징계 업무 등을 담당하는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의장과 부의장인 회의체 조직입니다. 원래 저는 사법관의 인사와 징계 등의 업무에 관하여 절차적인 부분은 법무부가 담당하되(프랑스의 경우 우리와 같은 사법부가 별도로 없고 법원 역시 법무부 소속 기관이기 때문에 판사에 관한 행정적인 업무는 법무부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실체적인 부분은 최고사법관회의에서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저 기사내용에 의하면 검사의 인사에 대해서는 최고사법관회의가 단지 권고적 의사만 개진할 수 있고 실질적인 결정은 법무부(결국은 대통령)가 하게끔 되어 있었군요.
[2008년 7월 18일 파리 알마교 부근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최고사법관회의 건물]

검찰의 독립성 문제와 동시에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를 비롯한 조직범죄에 관하여 감청권한 등 검찰의 수사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곧 제출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기사 말미에서 볼 수 있는데, 이 법안은 얼마 전에 의회에 제출되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습니다.
검사와 검찰의 지위, 테러범죄 등 중대범죄에 관한 대응방법 등 프랑스 형사법 분야의 계속되는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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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3일 화요일

프랑스 소년법원의 풍경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2/23/2016 11:34:00 오후 라벨: 사법제도 , 소년법원 ,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 프랑스 사법제도
최근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없던 사건들이 요즘 갑자기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계속 있어왔음직한 사건들이 이제서야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생기면 당장 대책을 만든다고 여기저기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곤 합니다. 대책을 만들라고 난리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그 등쌀에 대책을 만드느라 난리가 나는 부류가 있기도 합니다.
급하게 대책을 만들고자 하는 경우, 아이디어 차원에서 외국 제도가 어떤지 한번 살펴보는 게 아쉬운대로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프랑스는 어떤 제도를 갖고 있을까 궁금해지기에, 무려 8년 전에 프랑스에서 연수하면서 적어두었던 글들 중에서 소년사법제도와 관련된 부분을 한번 들춰보았습니다. 이왕 들춰본 거 그냥 다시 잊어버리기 아까워 여기에 몇군데 옮겨적고, 그냥 생각나는 것도 몇자 적어봅니다. 너무 오래 전 지식들이라 지금은 좀 바뀐 내용들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프랑스의 형사사법제도는 소년사건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기 위한 소년법원을 별도로 두는 한편, 범죄를 저지른 18세 이하의 미성년자에 대해 형사처벌보다는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다양한 처분방식을 마련하고 있다." 

"1945년의 법률명령은 소년에 대한 사법제도를 성인과는 달리 강제조치보다는 교육적 조치를 우선하도록 하고 있고, 13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면제한다. 13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아닌 교화처분을 부과한다. 예를 들면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아동지도원의 지시에 따르게 하거나 어떠한 임무에 종사하게 할 수 있는데, 이는 형벌은 아니다."


일반 법원과는 다른 소년법원(le tribunal pour enfants)과 소년전담판사(le juge des enfants)를 별도로 두고 있고,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 성인과 같은 형사처벌보다는 교육적 관점에서 교육적 조치를 우선하여야 한다는 방향론에 대해서는 우리나 프랑스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프랑스 제도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부분이 아니라 (범죄와의 관련성 여부를 떠나) 위험상황에 처해있는 소년(le mineur en danger)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하는 부분입니다.
즉, 범죄성립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형사사건보다는 민사나 행정사건의 성격이 더 있는 분야인데, 예컨대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거나 방임되어 있는 상황에 처한 소년, 부모가 양육능력이 없어 곤궁하거나 건강이 위험한 상태에 있는 소년 등에 대해서는 학교, 지인, 이웃주민 등이 행정기관이나 사법기관에 이러한 사실을 신고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신고를 받은 기관이나 검찰을 통해 소년법원으로 사건이 접수되어 소년전담판사가 부모와 소년 등을 조사한 후 교육조치, 위탁수용, 부모와 소년과의 분리조치 등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주로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이 이루어질 것 같은 분야인데 사법절차가 개시되어 판사가 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를 결정한다는 점, 그리고 형사사건이 아님에도 검사가 절차에 관여하는 점이 꽤 특이합니다.

그리고 신고의무와 관련하여, 프랑스 형법에는 이런 내용으로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23-6조 【범죄의 불저지 및 구조불이행】 제1항.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함이 없이 자신의 즉각적인 행동으로 타인의 신체의 완전성에 대한 중죄 또는 경죄의 실행을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이를 막지 아니한 자는 5년의 구금형 및 75,000유로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 자기 또는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함이 없이 개인적 행동에 의하여 또는 구조의 요청에 의하여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이를 하지 아니한 자는 전항과 동일한 형에 처한다." 

"형법 제434-3조 【학대 등 불고지】 제1항. 15세 이하의 미성년자 또는 연령, 질병, 신체장애, 신체적인 결함, 정신적인 결함 또는 임신에 의하여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자가 결핍이나 학대당하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등 핍박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가 그 사실을 사법 또는 행정기관에 통보하지 아니한 경우 3년의 구금형 및 45,000유로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 법이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제226-13조의 규정에 의하여 비밀유지 의무자에게는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소년의 위험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학교, 유치원, 학원, 병원 관계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신고의무 대상자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럼 이런 제도가 과연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분위기 한번 느껴보시라고, 제가 2008년 파리소년법원 소년전담판사인 Annie ROCHET의 사무실에서 2주일 동안 연수하면서 경험한 일을 적은 일기 중 몇 부분을 옮겨봅니다.

"14:00경 ROCHET 판사의 방에 가서 본격적인 소년법원에서의 연수일정을 시작했다. 그런데 판사와 서기가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이 매우 좁은 편이고, 빈 책상이나 공간이 없어 내가 앉아 있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ROCHET 판사는 14:10경부터 15:50경까지 그 방에서 소년 관련사건 4건의 audience(조사 또는 공판)를 진행했다. 나중에 ROCHET 판사가 준 기록을 읽어보니, 이는 검사가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해 형사처분이 아닌 교화처분을 청구한 사건이나 단순한 민사상 양육자지정 청구사건에 대해 소년 전담 판사의 사무실에서 비공개로 심리를 진행하는 경우이다. 
각 사건별로 아주 간단히 심문을 하던데, 심리를 마치면 그날 곧바로 결정을 하여 고지한다고 한다. 검사가 소년법원에 교화처분을 청구하는 것을 ‘Requête en assistance éducative’라고 하고, 검사가 소년법원에 형사처분을 청구하는 것은 단순히 ‘Requête’라고 한다."

"14:00경 ROCHET 판사의 사무실로 출근했다. 오늘 오후에는 5건의 audience가 있었는데, 이는 'assistance éducative'(교육적 보호) 사건들이다. 그 정확한 절차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AVVEJ(Association vers la vie pour l'éducation des jeunes)와 같은 아동보호기관에 근무하는 직원(éducateur)들이 학교 교사의 신고 등의 경로를 통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위험한 양육상태에 있는 아동을 발견하면 그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검사에게 그에 대한 사법적 조치를 의뢰하고, 검사는 이를 검토한 후 소년판사에게 Requête를 제기함으로써 개시되는 사건인 것 같다. 

audience는 그 직원들과 당사자 아동 및 그 부모들이 소년전담판사의 사무실로 출석하여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 그 부모가 변호사를 선임하여 함께 동반하기도 한다. 
5건 중 2건의 경우, 판사는 불량한 양육환경에 있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에 대해 보호기관 위탁 등 필요한 조치를 하자고 권유하는 반면 법원 등의 공적 기관에 대해 막연한 불신을 갖고 있는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왜 법원에 아이를 맡겨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한다. 나중에 판사에게 물으니, 부모가 보호조치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자신은 보호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며, 실제로 부모의 뜻과 반대로 결정을 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16:40경 audience가 끝났다."

"09:40경 ROCHET 판사의 사무실로 출근했는데, 막 audience가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assistance éducative' 사건으로서 모두 2건이었는데, 첫 사건은 순식간에 무난하게 끝난 반면, 두 번째 사건은 아주 시끄러운 사건이었다. 

어린 여자 아이 2명, 폴란드인인 그 부모들, 통역인, 변호사, 폴란드 관련 기관의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 1명, 아동보호 관련 기관의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 4명 등이 한꺼번에 들어와 그렇지 않아도 좁은 방을 가득 채웠다. 50대 내지 60대로 보이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이 사건의 진행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탓인지, 아니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인지 고성을 지르며 판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해대고, 이에 판사도 화가 나서 공연히 변호사와 폴란드 관련 기관 직원에게 화를 내는 등, 아주 소란스러운 아침이었다. 그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절대로 아이들을 보호기관에 맡기지 않겠다고 우겼으나, 아마도 ROCHET 판사는 그냥 강행을 할 모양이다. 판사는 문서를 만들어 결정만 하면 그만이지만, 그 결정을 집행할 하위 직원들은 피곤해지게 생겼다. 
이 시끄러운 audience는 11:40경 끝이 났다. 그 아버지는 밖으로 나가는 도중에도 계속 소리를 지르며 씩씩대고 있다."

"09:30경 출근했다. 09:45경부터 12:00경까지 어제와 마찬가지로 3건의 'assistance éducative' 사건에 대한 audience가 진행되었다. 매일 비슷한 사건을 접하고 비슷한 당사자들을 상대로 비슷한 말을 하며 조사를 하려면 꽤 지루할 것 같다. 나는 벌써부터 흥미가 떨어지려고 한다. 

오늘 사건들은 이미 1년 또는 그 이전에 보호조치를 받아 오다 이번에 다시 1년 동안 이를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사건들이다. 그동안 아동보호기관으로부터 만족스럽게 도움을 받아 흔쾌히 연장결정에 수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동안 충분한 도움은 되었지만 일상생활에 번거로운 면도 있어 이제 그만 보호조치가 종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보호조치가 문제 있다며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다."

"09:20경 출근하여 잠시 오늘 조사가 있을 사건의 기록들을 훑어보았고, 10:00경부터 조사가 시작된다. 오늘도 한 여대생이 수습을 위해 사무실에 와 있다. 

첫 사건은 17세의 터키인 소년에 대한 보호사건인데, 이제까지 모든 사건에서 보호처분 인용결정을 하던 ROCHET 판사가 이번에는 처음으로 기각하는 결정을 할 모양이다. 소년이 이제 곧 성년이 될 나이이고 굳이 보호처분이 필요치 않다는 게 이유이다. 
두 번째 사건은 소녀가 부모와 동반하지 않고 혼자 나오는 바람에 다음으로 연기. 원래 오늘 오전에 조사가 예정된 사건은 4건인데, 나는 이 2건의 조사만 지켜보았다."

"긴 주말을 보내고 09:30경 출근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보니 ROCHET 판사의 얼굴이 좋지 않다. 출근하자마자 긴급하고 어려운 사건이 배당되었단다. 
ROCHET 판사가 갖고 있는 보고서를 얼핏 보니, 상습적으로 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그 부인 사이에 갓난아기가 있는데 이 아기가 그 부모로 인해 위험한 상태에 있다는 내용으로 아동보호 관련 기관이 검사에게 팩스로 즉시 보고하였고, 검사는 이에 관해 즉시 소년전담판사에게 Requête를 신청한 사건인 것 같고, 경찰이 아침부터 그 부모와 갓난아기의 신병을 확보해 판사실 앞에 대기 중이다. 
그 부모는 모두 아이의 양육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판사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와 격리하여 관련시설에 1개월 정도 위탁하겠다고 역시 강하게 주장한다. 사실 그 부모 입장에서는 갓난아이와 생이별을 하려고 하니 이게 보통 일이겠는가. 아이의 보호를 위해서는 이런 강경한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나의 경우도 이 나라에 사는 동안은 평소 아이들에게 잘 해 주어야지, 행여나 아동보호 관련 기관 직원의 눈에 잘못 띄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것 같다. 10:20경 조사가 끝났다."

다행히도 저는 아동보호 관련 기관 직원들의 눈에 띄지 않고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 파리지방법원의 남쪽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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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4일 일요일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장관의 퇴진 소식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2/14/2016 08:00:00 오후 라벨: 잡담 , 프랑스 , 프랑스 언론 , 플뢰르 펠르랭
한국계 입양아 출신 장관으로 잘 알려진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2016. 2. 11. 3년 8개월 가량의 장관직을 마치고 퇴진하였습니다. 
[출처 : http://www.lefigaro.fr/politique/le-scan/citations/2016/02/12/25002-20160212ARTFIG00271-la-douloureuse-passation-de-pouvoir-de-fleur-pellerin.php]
평소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아 펠르랭 장관이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어떻게 생활하고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016. 2. 12.자 Le Figaro지의 기사 "La douloureuse passation de pouvoir de Fleur Pellerin"를 보니 문화부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내부의 반발 등으로 순탄치 못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으며, 정확한 퇴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경질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장관직을 떠나면서 전한 퇴임사에서 3년 전 자신을 천거해준 마뉘엘 발스 총리에게 감사와 신뢰의 인사를 전한 반면 올랑드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그동안 올랑드 대통령과는 무엇인가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퇴임사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신의 개인사를 곁들인 소회를 말했다고 하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빈민가 길거리에 내버려졌다 평범한 가정에 입양된 아이가 문화부장관에까지 이를 수 있는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금수저', '흙수저' 논쟁이 횡행하는 요즘, 과연 우리 사회가 점차 진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같은 역사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인지 자꾸 헷갈립니다.   

암튼 비록 장관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앞으로도 꽃(fleur)장관이 다른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하기를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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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강의 잘하는 힘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2/14/2016 07:59:00 오후 라벨: 강의 , 독서일기 , 아이디어
조만간 업무상 저자분을 직접 만날 일이 있어 읽게 된 책입니다. 마케팅 차원이긴 하겠지만, 윗부분의 '억대 연봉', 아랫부분 하얀 띠지의 '공기업 섭외 1순위, 입소문 출강 1인자' 운운 부분은 책이 갖고 있는 좋은 내용을 다소 가리는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저자 김학재님은 코오롱그룹에서 주로 기획업무를 담당하다 45세에 퇴직하여 프로강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책의 주된 내용을 제 마음대로 요약하여 적으면 대략 이렇습니다.
[ 45세에 퇴직하여 생계유지 차원에서 강의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었는데, 강사라는 직업은 어느 정도 인생연륜과 사회경험이 쌓인 사람들이 퇴직 후에 큰 밑천 없이 해볼만한 좋은 직업이다. 평범한 자신의 경험이 남에게는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고, 자신의 사례를 잘 스토리텔링하여 무궁무진한 강의소재를 만들 수 있다. 또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자기계발 노력을 계속하게 되어, 사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거기에 강의를 하기 위해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고, 강의장소가 위치한 전국방방곡곡의 정취를 맛볼 수도 있다. ]
정확한 워딩은 다 까먹었지만, 저자는 대략 이런 취지로 강사 직업을 소개하고 강사로서 사는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전하며 퇴직을 앞둔 이들에게 강사 직업을 적극 추천하고 있습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꽂혀있는 테마가 '공감'이라는 것인데요, 가령 요새 많이 중시되는 '소통'이라는 걸 하려면 먼저 소통의 대상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소통하려는 상대방과 전혀 생각, 경험, 처지 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공감되지도 못하는 상태로는 아무리 대화를 많이 하고 일을 함께 한다 한들, 서로 한 곳을 같이 바라보지 못하고 다른 곳만 따로따로 보는 것일 뿐입니다.
이 책 내용에 대해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무심코 책장을 넘길 독자도 많이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 순식간에 재미있게 읽어버렸습니다.

먼저, 저도 이제 46세가 되어 이분이 새 인생을 시작한 연령대에 이르러 공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을 잘 하기는커녕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를 공포스러워하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이 두꺼워져서인지 최소한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는 전혀 겁나지 않는 상태가 되었기에 공감이 되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이 그렇게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동안 살면서 쌓이고 접한 경험들이 많아, 어떤 주제를 던져주더라도 그 주제에 걸맞는 제 경험들을 끄집어내어 최소한 1시간 정도는 떠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역시 공감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또 공감이 된 것은, 저도 몇 년 전부터 강의에 관심이 생겨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직접 만들어보고, 동료들과 프레젠테이션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고, 어쩌다 강의 기회가 생기면 신나게 준비해서 강의장소로 달려가곤 했던 기억들입니다. 거기다 강의장소로 이동하는 지하철이나 시외버스 안에서 느끼는 한낮의 바깥 풍경들이 그지없이 좋기만 하였고, 강의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현지 음식을 즐기거나 강의장소 주위의 너른 정원에서 자전거를 달리기도 한, 저자가 가진 경험과 비슷한 기억들을 갖고 있습니다.

자칭 '아이디어 박사' 이정우님이 어느 책에선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우선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게 중요합니다. 세일즈든 물류든 IT든 일단 자기 보직이 곧 자기 브랜드니까 그 분야를 중점적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월급쟁이는 일단 자기 분야, 자기 업무에서 도가 터야 합니다. 한국의 일등, 세계의 일등이 되겠다는 그런 신념으로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회사 일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일만 하는 사람은 하수(下手)입니다. 상수(上手)는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문무(文武)를 갖춰야 하는 겁니다".
이 얘기를 읽고 저도 평소 일 외에 다른 공부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인데요, 김학재님의 말과 같이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머릿속에 이미 들어있는 지식과 경험만을 갖고 떠들 것이 아니라 최신 트렌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새로운 지식을 계속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강의가 여러모로 삶을 활기있게 만드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강의 한번 시도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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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2일 일요일

강민구 부산지방법원장님, 그리고 구글문서 음성입력 기능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11/22/2015 02:39:00 오후 라벨: 구글 , 사법제도 , IT
피들리를 보다가 "CharlyChoi Google Apps"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http://charlychoi.blogspot.kr/2015/11/1072.html

IT 방면에선 워낙 유명한 법조인이신지라 평소에도 명성은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니 역시 대단한 분이시네요.
그리고 이 글에 링크되어 있는 동영상에 이 분이 구글문서 음성입력 기능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구글문서에 음성입력 기능이 생겼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에 음성으로 문자메시지나 검색어 몇자를 입력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제 긴 글을 쓰는 문서에서마저도 음성입력을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는 거군요. 제가 바로 구글문서에서 좀 테스트를 해보니 정확도 면에서 퍼펙트한 정도까지는 아니고 받아적는 속도도 다소 딜레이가 있긴 하지만, 만든지 얼마 안된 것이니 그럴 것이고 조만간 급격하게 성능이 우수해지겠지요.

그리고 저 동영상에서 법원장님이 "기자들이 왜 인터뷰 내용을 다 타자를 치고 있느냐", "대한민국의 속기사들이 3년 안에 전직훈련을 받아야 한다. 속기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요,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모든 법정에서 법원 소속 속기사들이 재판내용을 속기하고 있고, 검찰청에서도 검찰청 소속 속기사들이 조사내용을 속기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회의내용을 속기하고 있고 등등등, 속기라는 게 사회 전반적으로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게 정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검찰청의 경우에는 조사를 할 때 그 장면을 영상으로 녹화하기도 하고, 전화음성을 녹음하기도 하고, 녹화나 녹음 없이 조사하는 사람의 질문내용과 조사받는 사람의 답변내용을 요약해서 조서라는 서면에 타이핑하는 정도로 하기도 하는데, 이런 음성입력 기능이 영상녹화나 음성녹음 자료를 서면으로 변환하거나 조서를 작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면 결국 수사현장의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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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0일 금요일

프랑스 장관들의 옷차림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11/20/2015 05:16:00 오후 라벨: 잡담 , 프랑스 , 플뢰르 펠르랭
아이패드로 이것저것 넘겨보다가 11월 17일자 프랑스 리베라시옹 신문에 난 사진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Fleur Pellerin le 14 novembre à l'ELysée.

이게 무슨 사진이냐 하면 11월 14일에 프랑스의 청와대격인 엘리제궁에 들어가는 플뢰르 펠르랭 문화통신부 장관의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아마도 파리 테러 직후인지라 화장을 거의 안 한 듯한 얼굴에 안경을 쓰고 옷차림도 수수해 보입니다. 그래도 꽤 멋져 보이고 쉬크해 보입니다. 꽃(fleur) 장관 화이팅!!!
이 사진을 보고는 파리 테러 때문에 기자들이 엘리제궁에 몰려있다가 이런 사진을 찍은 건가 하고, 혹시나 싶어 구글로 검색을 해봤더니 왠걸요.

  Fleur Pellerin - Sortie du conseil des ministres au Palais de l'Élysée à Paris le 3 Octobre 2012.   
  

평소에도 엘리제궁에서 자주 사진촬영이 이루어지고 있었군요.
그리고 기자들이 유명인사라고 펠르랭 장관만 찍고 있는 게 아닙니다.

                     
                                               

Manuel Valls après le conseil des ministres à l'Elysée le 23 septembre 2015


정확히 누군진 모르겠지만 다른 장관들도 이렇게 엘리제궁에 들어가고 나갈 때 카메라들을 한번 쳐다봐주고 있었네요.
여성분들은 물론 개성 만점의 자유분방한 옷차림이고, 남자분들도 짙은 색 양복 일색이긴 하지만 카메라를 바라보는 저 자연스러운 표정들 때문인지 딱딱하거나 권위의식 있어 보이지 않고 역시 멋지고 매력 있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밖으로 옷차림만 멋있는 게 아니라, 내실도 있는 분들이겠죠?
그러고 보니 우리 청와대에서는 저런 구도로 장관들이 찍힌 사진은 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살짝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암튼, 이 블로그가 주로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니 만큼, 저도 이번 파리 테러의 희생자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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