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8일 금요일
[독서일기] 조선의 힘
오랜만에 읽은 역사책입니다."조선의 힘", 오항녕 지음, 역사비평사
역사비평사의 역사책은 왠지 신뢰가 갑니다. 재미도 있고 시사성도 있고, 아무튼 좋은 출판사입니다. 간만에 좋은 역사책을 읽었습니다.
오항녕이라는 분은 처음 보는 분인데, 역사공부의 깊이가 대단하다는 게 글 자체에서 느껴집니다. 한겨레에 역사칼럼을 연재하는 이덕일씨의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데, 굉장히 공부가 많이 되어 있는 분입니다. 역사공부가 아무나 함부로 아마추어틱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지은이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우리가 흔히 사대주의, 당쟁, 봉건, 전근대적 등등의 부정적인 어휘로 쉽게 폄하할 수 있는, 이분법적 사고(식민주의 사관 대 민족주의 사관)만으로 쉽게 재단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논쟁이 살아있고, 건강한 상식이 살아있고, 견고한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는,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충분히 바람직한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나라였다고 말합니다.
또 지은이는 조선왕조실록, 경국대전, 대동법, 성리학, 당쟁, 단종과 사육신, 광해군에 대한 오해 등등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해 나갑니다.
특히, 이제까지 모르고 있던, 단종의 복위과정, 광해군의 폭정과 중립외교의 허상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책의 첫 단원에서 지은이가 든 조선 문치주의의 세 가지 시스템도 인상적입니다. 언관, 사관, 경연관.
언관은 임금에게 간하는 것으로, 사관은 임금과 나라의 일상을 역사로 남기는 것으로, 경연관은 임금과 하루 세번 토론하는 것으로, 조선이 건강성과 합리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하였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조선 역사의 1차 사료로서 우리에게 넉넉히 남아있는 조선왕조실록을 꼭 완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런 생생하고 엄청난 사료를 우리에게 남겨준 조선의 힘을 한번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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