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0일 토요일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60주년 기념행사 소식
작성자:
iMagistrat
시간:
4/20/2019 01:56:00 오전
라벨: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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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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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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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법제도
얼마 전에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É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 60주년 기념 로고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60주년 기념행사 소식을 알려드립니다.며칠 전에 보니 사법관학교 홈페이지 안에 '60주년 기념 홈페이지'가 새로 만들어져 있네요. 주소는 이겁니다. https://60ans.enm.justice.fr/
[https://60ans.enm.justice.fr/] |
60주년이라고 해서 뭐 대단하게 거창한 기념행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약간의 소박하기만 한 행사들입니다.
오프라인 행사로는, '법조교육 : 민주주의의 쟁점(la formation judiciaire : un enjeu pour la démocratie)'이라는 제목의 토론회(colloque), 법률영화 감상 및 토론회(ciné-débat), 법조계 풍경을 보여주는 캐리커처 전시회 정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행사로는, 즉 60주년 기념 홈페이지에서는 사법관이라는 직업과 사법관학교를 소개하는 영상 및 캐리커쳐, 사법관학교의 역사적 순간들 등의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법률영화 감상 및 토론회에서는 'Engrenages(소용돌이)'라는 제목의 프랑스 드라마 한 편을 감상한다고 하는데요, 파리의 사법관학교 분교에서 7번째 시즌의 8번째 에피스드를 상영한 후 드라마 작가와 감독, 사법관 등이 함께 토론을 한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로 이 드라마에 대해 알아보니, 2005년부터 지금까지 시즌제로 방영되고 있는 프랑스 TV 드라마입니다. 파리 법원을 무대로 검사, 예심수사판사, 변호사, 경찰관 등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범죄 드라마 내지 법조 드라마이군요. 2006년부터는 영국 BBC방송에서도 'Spiral'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하기 시작했는데, 영국에서 최초로 방영된 프랑스어 드라마라고 합니다. 사실 프랑스가 영화로 유명하지 TV드라마 만든다는 얘기는 별로 못 들어본 것 같은데요, 영국을 비롯해 호주, 독일, 이탈리아, 미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서 방영 중이고,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이 유일하게 이 드라마를 수입하였네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거의 소개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60주년 기념 홈페이지의 'Dates clés(역사적 순간들)' 메뉴에서는 사법관학교 역사에서 의미 있었던 다섯 순간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1958년입니다. 샤를 드골의 제5공화국이 출범한 이 해 12월에 공포된 사법개혁법령을 통해 1959년 사법관학교의 전신인 '국립사법연수원(Centre national d’études judiciaires)'이 설립됩니다.
두 번째는 1972년으로, 다양한 출신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재직기간 5년 이상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법관 선발과정이 최초로 마련된 해입니다.
세 번째는 1976년으로, 파리 사법관학교 분교에 국제연수부(la section internationale)를 신설하여 외국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연수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외국 사법연수생에게는 18개월간의 연수(formation)를, 외국 법조인에게는 심화연수(stages de perfectionnement)를 제공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외국 법조인 대상의 연수과정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 연수과정이 무려 4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군요. 아래 사진은 외국 법조인들이 연수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파리 고등법원 법정에서 선서식을 하는 장면으로,주로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 출신의 법조인들로 보입니다.
[https://60ans.enm.justice.fr/dates-cles] |
네 번째는 2008년입니다. 이 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과정이 신설됩니다. 왜냐하면 현재 프랑스 사법제도는 법조인만이 아닌 일반인들에 의해서도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이 사법제도에 참여하는 직위로는, 상사법원 판사(les juges consulaires), 소법원 판사(les juges de proximité), 사법중재인(les conciliateurs de justice), 검사대리인(les délégués du procureur) 등입니다.
다섯 번째는 2016년으로, 사법관학교 역사상 가장 많은 366명의 사법연수생을 선발한 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60주년 기념 홈페이지에서 법조계 풍경을 그린 캐리커처들도 볼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 저의 관심을 끈 그림 몇 점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먼저, 위 그림은 "이 위기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프랑스 판사들이 각자의 지위에 따라 각기 다른 대답들을 하고 있습니다.
산더미같은 사건기록 앞에서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신참 판사는 "저 대답할 시간 없어요."
약간의 기록을 갖고 있는 부장판사는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긴 한데....."
기록 한 권 없는 책상 앞에서 한가하게 신문을 들척이는 법원장은 "그렇게 심각하진 않아요, 두고 보죠".
근사한 샹들리에 조명 아래 고급스런 책상을 갖고 있는 대법원장은 "위기라뇨, 무슨 위기요?"
요약하면, 다들 남의 일엔 관심들이 없군요.
"사법관학교에 입학할 때 운동 테스트가 필요한 이유가 뭐죠?"라는 이상한 질문에 대한 다섯 가지 답변이 재미있네요.
1. 법조문을 까먹은 동료 검사에게 법전을 던져줘야 한다.
2. 법정에 제 시간에, 아니 늦지 않기 위해 뛰어야 한다.
3. 당신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야 한다.
4. 그리고 거의 다 쫓아온 추격자들을 피해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5. 사건기록 속에서 헤엄을 쳐야 한다.
위 그림은 인간의 성장사를 보여주고 있네요. 정자로부터 비롯된 인간이 아가 때부터 법전에 관심을 갖더니 마침내 사법관학교(ENM) 입학에 성공하였는데......겨우 첫 재판에서 그만 넋이 나가버리고 말았네요.
그만큼 사법관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얘기겠지요.
위 그림에서는, 모자를 쓰고 법복을 입은 사법관들이 잔뜩 좁은 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네요. 저 좁은 문은 'commission d'avancement', 즉 법무부의 '승진심사위원회'로 향하는 문입니다. 승진심사위원회에서 사법관들의 승진 여부가 결정되지요.
역시 프랑스에서도 승진은 동료간의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는 문제인가 봅니다.
위 그림의 등장인물은 아마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예심수사판사 또는 검사로 보입니다.
오후 2시쯤 "이 사건은 범행현장에 한 번 가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더니, 4시에는 금방이라도 사무실을 뛰어나갈 것처럼 "오 저런, 범행현장에 가봐야 하는데" 하더니만, 결국 6시 퇴근시간이 되니 "계장님, 범행현장은 내일 아침에 제 사무실로 소환해 주세요" 하고 맙니다.
한 사법관이 누군가의 발길에 차여 날아가고 있네요. 이를 본 행인 1은 "검사가 검사장에게 쫓겨나나 봐", 행인 2는 "아니야, 석방구금판사가 법원장에게 쫓겨나는 거야."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프랑스의 석방구금판사는 우리로 치면 영장전담판사와 비슷한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명하복 원칙과 위계조직 구조 때문에 흔히 검사 조직이 '군기'가 셀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아마도 프랑스에서는 검사보다 석방구금판사 조직이 막중한 임무 탓에 더 그런 분위기라는 걸 보여주는 그림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판은 단독판사에 의한 재판(재판장 1명)과 합의부에 의한 재판(재판장 1명과 배석판사 2명)이 있습니다. 상단의 그림이 단독판사 재판, 하단의 그림이 합의부 재판 모습인데요, 합의부 재판임에도 배석판사들이 "곧 돌아올께"라는 말만 남기고 다른 업무들을 보러 자리를 비웁니다.
판사들의 업무가 과중해서 합의부 재판이 단독판사 재판이나 다를 바 없이 운영되는 실태를 꼬집는 그림이네요.
'traitement en temps réel'은 우리말로 '실시간 수사지휘'입니다. 검사가 수시로 경찰관으로부터 사건 수사에 관한 보고를 전화로 받으면서 지휘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 그림 맨 왼쪽에 있는 전화기에 '선한 신(경찰)'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고, '자유의 보증인'이라고 표시된 검사가 전화기에 연결된 기계의 손잡이를 내리니 재판날짜가 적힌 종이가 튀어나오네요. '법전 등등'은 휴지통에 처박혀 있구요.
자유의 보증인 역할을 해야할 검사가 제대로 경찰을 지휘하지 못한 채 경찰의 전화를 받고 기계적으로 재판날짜나 정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림으로 보입니다.
위 그림은, 한 사법관이 사건들을 땅에 파묻으려고 하는데, 즉 사건들을 처리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몰려오는 사건들에 파묻힐 위기에 직면해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판검사들에게 사건이란, 밑빠진 독이라고도 합니다. 처리하고 처리하고 또 처리해도 줄기는 커녕 계속 몰려오기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위 그림에는 '보다 더 보장된 검찰의 독립성을 향하여'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사람들이 마룻바닥 조각에 하나씩 올라타고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네요.
프랑스어로 검찰을 가리키는 parquet는 본래 '마룻바닥'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여기서 마룻바닥이란 법정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위 그림에서 마룻바닥 조각에 올라탄 사람들은 검사인 것이구요, 현재 프랑스 검찰의 최대 화두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검찰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그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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