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strat

2021년 7월 3일 토요일

직장인의 식사자리와 '쉐어'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7/03/2021 09:46:00 오후 라벨: 공감 , 소통 , 식도락 , 잡담 , 직장

이탈리안 음식점 같은 델 가면 여러 요리 시켜서 여러 명이 나눠먹는 ‘쉐어’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다 맛볼 수 있다는 이유로 즐기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이런 거 딱 질색입니다. 친구나 가족이나 편한 사람들과 함께일 땐 그나마 낫지만, 특히 직장 동료들과 있는 자리에선 정말 싫습니다.

첫째, 접시가 이리저리 오고가야 하고, 양 조절 잘해야 합니다. 정신 사납고 음식 덜기 아주 귀찮습니다. 이런 류 음식 양도 얼마 안 되는데, 찔끔찔끔 덜자니 양에도 안 차구요.

둘째, 음식 꼭 남습니다. 아깝습니다. 음식에 대한 소속감, 소유의식, 책임감이 옅어지고, 남들 보기에 불쌍해 보일까봐 싹싹 안 긁어먹기 때문이죠.

셋째, 이게 제일 중요한 이유인데, 은근 서열 신경 쓰입니다. 상급자보다 먼저 내가 음식에 손대도 괜찮나 싶습니다. 밥 먹는 자리에서 머 그런 거까지 신경 쓰느냐구요? 노 노, 사회생활이란 남 눈치 안 보고 사는 거 절대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눈치 없는 사람들이 공감능력 떨어지는 경우 많고, 여럿 모여사는 데선 누구나 남 얘기 쉽게 하기 마련이거든요.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가만 생각하니 이탈리안 뿐만 아니라 한정식집이나 중식당에서 몇 가지 요리들이 차례로 나오는 경우도 그렇고, 평범한 밥집에서 큰 냄비에 탕이나 국 같은 거 끓여 각자 국자로 덜어먹는 경우도 마찬가지겠네요. 
암튼 저는 덜어먹고 국자질 하는 거 아주 귀찮습니다. 그냥 내 꺼 나 혼자 퍼먹는 게 좋은데, 직장생활이란 메뉴 선택권 없는 경우도 많아서... 오늘 점심도 음식 많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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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9일 토요일

야구와 심판, 심판과 야구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6/19/2021 04:45:00 오후 라벨: 사법제도 , 야구 , 잡담 , IT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전성기를 이끈 코끼리 감독, 김응용 감독님의 발자취를 추억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그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요령도 소개되는데요, 대략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선수를 전적으로 믿고 선수에게 맡긴다는 겁니다. 이래라 저래라 일일이 잔소리할 거 없이, 그냥 믿고 맡기면 선수가 스스로 알아서 할 일 찾아서 잘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건 아마 리더마다 생각이 다를 거에요, 그냥 내버려두면 안된다는 의견도 분명 많을 거에요.
다른 하나는, 때를 잘 맞춰 고도의 심리전을 벌인다는 겁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나 사기를 끌어 올려야겠다 싶으면 난데없이 냅다 물건 깨부수고 집어던져 공포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퇴장을 불사하고 심판에게 달려가 격하게 싸움을 거는 것도 공포분위기 조성의 일환입니다.

저는 다른 부분보다, 심판에게 싸움을 건다는 대목에 관심이 갔습니다. 꼭 심리전 아니라도, 감독이든 선수든 무엇인가 불만을 심판에게 분풀이하는 경우가 있어요. 스포츠 경기란 둘로 편 갈라 치고받는 싸움판인데, 간혹 둘끼리만의 싸움이 심판과의 싸움으로 넘어가기도 해요. 심판 일 하시는 분들에겐 죄송한 얘기지만, 그러면서 상대와의 직접적인 싸움 피하고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 어디다 하소연도 하고 스스로 속을 달래기도 하는 거겠죠.
물론 이것도 선을 넘지는 않아야 하구요. 심판에게 항의해서 불만을 보여주는 데서 그쳐야지, 폭력을 행사하거나 판 자체를 엎어버리거나 아예 심판을 없애버리겠다고 하면 안 되는 거겠죠.

그런데 싸움을 걸거나 분풀이를 하려면 심판이 뭔가 석연찮은 판정을 했다던가 하는, 싸움을 걸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야구는 공 하나 하나, 매 번의 플레이마다 심판의 판정이 이루어지죠. 이렇게 무수한 판정들이 있기 때문에 싸움 걸 명분도 잔뜩 널려있습니다. 그래서 심판을 가운데 놓고 심리전이나 분풀이가 용이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새 심판 판정에 대해 챌린지를 하고 비디오판독을 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판정 번복이 꽤 잦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사람한테 맡겨놨나 싶을 정도로 사람 눈이 기계 눈을 많이 못 따라갑니다. 비디오판독이 생기니까 이제 심판을 더 못 믿겠어요. 밑져야 본전이라고, 감독이나 선수들도 왠만한 상황에선 일단 심판 말 무시하고 두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거나 양손으로 두 귀를 덮는 제스처를 합니다.
심판에 대한 신뢰, 권위, 땅 가까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물론 실력 의심되는 심판도 있지만, 감각이나 시력의 한계, 심리적 영향 등 사람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분명 있는 걸 텐데요. 이유야 어쨌든 동네북 신세가 됐으니, 심판도 참 못해먹겠네요.

그래서 사람 심판을 없애고 로봇 심판, AI 심판을 도입하자는 얘기도 있죠. 근데 사람 심판이 없어지면 이제 백퍼 정확해진 판정 때문에 야구가 더 볼 만하게 될까요? 더 재미있어질까요?
오심은 대폭 줄 테니 심판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는 없어서 좋겠네요. 화도 안 나겠네요.
다만, 판정이 정확해진 대신 이제 심판에 대한 항의를 심리전으로 이용하는 작전은 더이상 볼 수 없겠네요. 이제 감독이나 선수가 어디 분풀이할 데도, 하소연하거나 속을 달랠 데도 없어지는 거네요. 드디어 야구가 볼썽 사나운 쌈박질 풍경 사라져, 아이들도 맘놓고 즐길 수 있는 점잖고 얌전한 스포츠가 되는 거네요.
근데 그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낭만야구가 좋냐 너드야구가 좋냐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뭐라고 답을 잘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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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9일 토요일

영화 "라스트 레터(Last Letter)"

댓글 2개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5/29/2021 06:38:00 오후 라벨: 4월 이야기 , 영화 , 잡담
코로나 아니었으면 작년에 진작 극장 가서 봤을 영화를 이제야 유튜브로 봤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최신작 “라스트 레터”입니다.


언론이나 팬의 평들을 보니 이와이 감독의 최고 히트작인 “러브 레터”의 후속편이라고도 하고 “러브 레터”는 물론 “4월 이야기”나 “하나와 앨리스” 등 다른 전작들까지 한데 아우른 속편이라고도 하는데, 제가 보기엔 이건 뭐 그냥 대놓고 “러브 레터” 판박이네요. 소재도 그렇고 플롯도 그렇고 완전 다 “러브 레터”입니다. 1995년 이후 20년 넘게 속편을 기다려온 “러브 레터” 팬들은 이 영화 정말 좋아하시겠습니다.
다만, 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던 “러브 레터”가 저한텐 그닥이었습니다. 좀 오글거리는 장면이나 억지로 배배 꼬아놓은 듯한 스토리가 그리 와닿지 않았습니다. 빼박인 “라스트 레터”도 그런 느낌이었구요.

그런데 감독의 1997년 작 “4월 이야기”는 매우매우매우 좋아합니다. 별 대단한 스토리 없이 잔잔하게 장면장면들을 보여주는 따뜻한 분위기의 영상이, 과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고 조미료 맛 안 나는 담백한 음식처럼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잔뜩 널려있는 여백 자체를 그냥 멍때리며 즐길 수도 있고, 반대로 여백 사이사이를 상상력으로 채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4월 이야기”의 팬으로서, “라스트 레터”에는 “4월 이야기”의 흔적들이 얼마나 숨어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글들을 보면 이 영화에서 발견되는 “4월 이야기”의 흔적이라곤, 마츠 타카코가 다시 주인공으로 기용되었다는 점과 일방적 짝사랑 관계까지만 보여주고 본격적으로 연애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건 좀 억지스럽기도 한 논거이긴 합니다만) 정도뿐이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사실 그렇습니다. “라스트 레터”는 첫사랑이 소재라는 점 말고는 “4월 이야기”가 연상되는 장면도 거의 없네요. 굳이 바득바득 “4월 이야기”의 흔적이라 볼 만한 장면들을 찾아보자면 이렇습니다.

- “4월 이야기”의 가장 뚜렷한 흔적은 뭐니 뭐니 해도 마츠 타카코입니다. 마츠 타카코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 영화를 볼 이유도,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이유도 없습니다.
두 영화 모두, 마츠 타카코는 같은 고등학교 선배를 짝사랑합니다. 이 영화의 마츠 타카코는 “4월 이야기”의 그 앳된 대학생이 그 성격과 외모 ‘고대로’ 세월을 덧입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말투, 표정, 행동거지 모두 비슷한 캐릭터의 인물을 연기합니다. 수줍음 많고 낯가리는 성격이면서도 짝사랑 상대에게는 적극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는 게 똑 닮았습니다.
캐릭터가 닮은 게 아니라, 마츠 타카코의 연기가 항상 비슷비슷해서 그런 걸까요.     

- 영화 앞부분에 마츠 타카코가 고교 동창회에 나가 중년의 동창생들 앞에서 한 스피치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낯을 가리는 듯 쭈삣쭈삣 나와서 재미없고 주변머리 없는 말만 몇 마디 잠깐 하다 들어가고 맙니다.
역시 “4월 이야기”에서 낯선 대학 신입생 동기들을 앞에 두고 자신감 없는 말투와 쑥스러운 표정으로 하나마나 한 말만 하고 마는 마츠 타카코의 자기소개 장면이 바로 연상되는 부분입니다.
어릴 땐 여러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 하는 게 얼굴 빨개지고 참 쉽지 않은 일이어도, 나이 들면 얼굴 두꺼워져서 좀 나아지기도 하는데 말이죠.     

- 이 영화에는 소설가인 주인공이 첫사랑을 잊지 못해 첫사랑을 소재로 쓴 소설책 한 권이 자주 등장하는데, 노란색 하드커버로 된 그리 두껍지 않은 책입니다.
이 책은 “4월 이야기”의 주 무대인 서점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처음으로 서로 살가운 시선을 마주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노란색 하드커버 책을 바로 연상시킵니다. “4월 이야기”의 책은 만화책이었는데, 두 주인공 사이에 묘한 기운이 흘러 서서히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츠 타카코가 펼쳐든 책이 만화책이어서 피식 하고 헛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었죠.

- “4월 이야기”는 빨간색을 모티브로 쓴 걸로 많이 이야기되는 영화입니다. “라스트 레터”에도 빨간색이 등장하는데, 바로 빨간색 우체통입니다. 영화 전체에서 이 우체통이 거의 유일한 빨간색 소품이네요.
주인공들이 서로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느라 우체통이 몇 번 등장한 것뿐이어서, 일부러 “4월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우체통을 등장시킨 건 아닌 거 같구요. 빨간색이 워낙 귀하게 쓰인 것만 봐도, “라스트 레터”는 여러모로 “4월 이야기”까지 담아보려고 한 영화는 아닌 걸로 보입니다.

- “라스트 레터” 앞부분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상황에서 추도 행사의 상주에게 다른 사람이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는 “4월 이야기” 앞부분에서 벚꽃 비가 내리고 벚꽃 비도 비니까 맞지 말라고 결혼식 가는 신부를 우산 씌워주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이와이 감독의 신작을 보면서 제가 좋아하는 “4월 이야기”를 떠올려 보고 싶었는데, 제가 찾은 비슷한 장면은 고작 요 정도 뿐이네요. 영화 한 번 더 보면 혹시 더 찾을 수 있으려나요.

다만, “4월 이야기”와는 관계없지만, 이 영화 앞과 뒷부분에 두 차례에 걸쳐 등장하는 졸업식 축사 장면은 기억에 많이 남네요. 두 남녀 주인공이 합작해서 만든 이 축사의 내용이 참 좋습니다. 추억, 미래, 인생, 선택, 꿈, 가능성, 장소, 이런 단어들이 나열되는데, 이제 고교시절의 추억을 뒤로 하고 미래를 향해 각자도생하게 되는 동창생들끼리 주고받는 덕담들이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영화가 중간에 좀 지루하고 늘어지는 감이 있긴 한데, 이 감동적인 축사 내용 전부를 듣고 감상에 젖어보기 위해서는 영화를 끝까지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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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5일 목요일

프랑스 대학생들의 중국인 모욕 사건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3/25/2021 04:31:00 오후 라벨: 검사 , 모욕죄 , 법원 , 프랑스 사법제도
오늘자 르몽드 기사입니다.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걸 잊었습니다" : 다섯 학생이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인들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  
« J’avais oublié que tout le monde pouvait voir » : cinq étudiants jugés pour injures publiques contre « les Chinois » sur Twitter

법과대학, 시앙스포, 기술학교, 정보통신학교, 고등기술학교 등에 재학 중인 20대 프랑스 대학생 5명이 트위터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되어 파리 법원 법정에 서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프랑스도 코비드-19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두 번째로 전국 봉쇄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때 이 젊은이들은 그에 따른 불만을 코로나의 진원지 중국과 중국인들에게로 쏟아낸 것이라고 합니다.  
이 법정에서 검사는 코비드-19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중국인 공동체라는 구체적인 실체로써 대체한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들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였습니다. 

대상자 개개인을 특정하지는 않은, 집단표시 내지 집합명칭에 의한 모욕죄 사안이네요. 인종, 출신, 국적 등에 관한 차별적 언동은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입니다. 
이들에 대한 판결은 5월 26일 선고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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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9일 화요일

드라마 "나의 아저씨"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3/09/2021 11:50:00 오전 라벨: 공감 , 나의아저씨 , 드라마 , 아이유 , 잡담




2018년에 방영되었다는 이 드라마, 이제야 봤는데, 참 문제 많은 드라마입니다.

어떤 무능한 아저씨가 있습니다.

직장에선 그냥 고지식하기만 하고 유도리가 없어 제때 승진도 못하는 만년 부장입니다. 얼마나 고지식한지, 심지어 연로한 회사 오너가 직접 찾아와 밥 한번 먹자는데 그 면전에 대고 선약이 있네 뭐가 있네 하면서 번번히 퇴짜나 놓는 시건방지기까지 한 사람입니다.
고지식하달 뿐 정직한 건 아니어서 누군가가 퀵으로 보낸 뇌물봉투를 받아들고는 마음이 혹하고, 성격은 소심해서 뇌물 받는 걸 누가 봤을까봐 마음 졸이기도 합니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데다 폭력적인 성향까지 있어서, 싫어하던 대학 후배가 자기 윗사람인 사장으로 왔다고 꽁해 있다가 급기야는 사장한테 주먹질을 날리기까지 합니다.
자격증은 있는 기술자여선지 안 짤리고 근근이 버티기는 하는데, 남들 다 하는 직장생활 머가 그리 힘들다고 허구한 날 우거지상에 한숨 푹푹 쉬어가며 꾸역꾸역 회사를 다닙니다.

집에서도 좋은 가장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무조건 술집입니다. 집에서도 술입니다. 그렇게 줄창 마셔대는데, 다음날 되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말짱하고 쌩쌩합니다. 술 하난 잘 마시는데 술 말고 할 줄 아는 건 없어서, 어린 아들에게 보여주는 아빠의 특기라는 게 딸랑 폭탄주 제조법뿐입니다.
게다가 끈끈하고 뜨거운 가족애, 형제애, 친구애로 다른 별볼일 없는 아저씨들과 똘똘 뭉쳐다니기 일쑤입니다. 부모형제 집안 일엔 열일 제쳐놓고 달려가고, 주말에도 동네 조기축구 따라다닙니다.
집에 잘 안 있고, 아내와 대화도 없습니다. 아내한테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말이 퇴근길에 “뭐 사 가?” 뿐입니다.
이렇게 가정은 뒷전이니 아내도 마음이 떠났습니다. 이 아저씨의 회사 사장과 바람을 피웁니다. 이 아내 직업이 변호사인데, 결혼하고 아이 낳고서야 비로소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변호사입니다. 아마도 이 답답한 남편만 믿고 살다가는 앞이 안 보이고 이도저도 안 되겠다 싶어 뒤늦게 두 팔 걷고 생활전선에 나선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무능한 아저씨가 주인공이니, 문제 많은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그런 무능한 아저씨를 한참 어리고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가 좋아한다는 설정이니, 이건 머 대놓고 막장에다 논란만 일으키는 드라마일 수밖에요.

그런데 이 무능하기만 한 아저씨가 잘 하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감능력입니다. 아픈 사람 보면서 같이 아파할 줄 알고, 우는 사람 보면서 같이 울어줄 줄 알고, 화난 사람 보면서 같이 화내줄 줄 압니다. 문제아를 그냥 문제아로 보지 않고, 왜 문제아가 됐는지 이해해주려 합니다. 사람 알아봐주는 마음씨가 쓸만 합니다.
그래서 불쌍하고 불행하게 사는 어떤 아이가 이 아저씨에게 반합니다. 이 아저씨로부터 “고맙다” “착하다” 이런 평범한 말을 듣고 바로 감동 먹습니다. 그냥 별거 아닌 말이지만 평소 못 들어보던 말인 거죠. 나한테도 이런 말 해주는 사람이 다 있네, 이거죠. 아무도 관심없고 거들떠도 안 보는 문제아인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신경써주는 유일한 어른인 거거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른이 할 역할이 바로 그건 거 같습니다. 아이를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신경써주는 거. 같이 공감해주는 거. 그래서 아이가 세상에서 잘 크고 잘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거.
근데 많은 어른들이 이걸 잘 못하죠. 많은 어른들이 공감능력 없는 꼰대여서 되도 않는 잔소리만 하려고 하니 아이들이 다 피합니다. 어떤 어른들은 심지어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 아이를 이용해먹고 아이에게 책임을 미루고 하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사내정치에 이지안을 이용하려는 어른들이 여럿 등장하고, 영화감독 기훈은 영화배우 유라를 등쳐먹고 상처를 줍니다.

이렇게 이 드라마의 주제는 바로 어른과 아이의 관계,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관계 다시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개개인 다 따지고 보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저씨들처럼 다 쪼잔하고 후줄근하기만 합니다. 훌륭한 사람 하나 없이 각자 다 부족한 점 많고 무능하고 흠 투성이이긴 하죠. 기껏 술이나 먹을 줄 알고 다른 거 할 줄은 몰라 시대에 뒤처지기나 하고 망가진 채 여생을 살죠. 그렇지만, 그렇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공감할 줄 알아야 하는 게 바로 어른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이번 생 망한 어른들이라도 그거 하나만은 제대로 잘 해보자는 겁니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이 박동훈이라는 아저씨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입니다. 이 정도로 착하고 바르고 공감능력 있는 어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실제 보기 힘든 캐릭터이고 이런 캐릭터 되기 쉽지 않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가급적 이런 어른이 되려고 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습니다. 저도 아저씨인데, 아이들에게 저는 어떤 모습일지...... 

장면장면이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참 여운이 긴 괜찮은 드라마입니다. OST도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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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8일 토요일

프랑스 사법관 직무교육 제도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11/28/2020 08:27:00 오후 라벨: 교육 , 사법관 , 직무교육 ,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 프랑스 사법제도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É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는 사법관(magistrat, 판사와 검사를 통칭함) 양성기관입니다. 입학시험에 합격하여 장차 사법관으로 임용될 사법관시보들을 31개월 간 교육하는 것이 기본적인 임무입니다. 사법관시보들에 대한 이 교육을 기초교육(formation initiale)이라 부르고, 보르도에 위치한 국립사법관학교 본원에서 담당합니다.
그 외에 이미 사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력사법관들에 대한 직무교육(formation continue)도 있는데, 이는 파리에 위치한 국립사법관학교 분원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2021년도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직무교육 계획서를 바탕으로, 프랑스 경력사법관들에 대한 직무교육 제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경력사법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교육은 ‘1972. 5. 4.자 국립사법관학교에 관한 법률명령(Décret n°72-355 du 4 mai 1972 relatif à l'E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 법률명령 제50조에 따르면, 모든 경력사법관은 1년에 5일 이상 의무적으로 직무교육을 받아야 하고, 새로운 직무를 맡은 경력사법관은 2개월 내에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경력사법관에 대한 직무교육은 판사와 검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고위급 및 중견 사법관들의 업무총괄 및 관리능력을 배양하고 국제화에 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국립사법관학교에 있는 부서들 중 경력사법관의 직무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는 ‘Sous-direction de la formation continue(직무교육부)’입니다. 경력사법관에 대한 직무교육의 경우 매년 가을경 직무교육부가 사법관들에게 이메일이나 내부통신망을 통해 다음 해의 교육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사법관들로 하여금 이를 선택하게 하며, 외부기관 연수, 내부 교육, 세미나 등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직무교육은 국립사법관학교가 담당하는 교육 외에, 각 고등법원에서도 지역 실정에 맞는 보충적인 직무교육(FORMATIONS EN RÉGIONS)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국립사법관학교의 경력사법관 직무교육의 전체적인 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 8개의 교육센터에서 각각 2일에서 5일 사이의 교육세션을 마련한다.
- 각 과정은 주제별로 기본과정과 고급과정으로 구성한다.
- 전문과정(Des cycles approfondis d'études)을 개설하여 운영한다.
- 보직변경 시의 직무교육은 1년에 2회, 총 15일 간 진행된다.
- 파트너십을 맺은 공공기관과 사기업에서 개별연수 또는 단체연수를 실시한다.


1. 전문과정(Les cycles approfondis de formation)
전문과정은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교육과정으로서, 사법관이 특정 주제 또는 특정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이론의 심화학습,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 습득을 목표로 하는데, 1-2년 안에 20일에서 30일 간 이론 수업, 실습, 상황극, 인턴십 등 다양한 방식을 결합하여 교육이 진행됩니다. 
2021년에는 7개의 전문과정이 운영될 예정으로, 각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CADEJ : Cycle approfondi d’etudes judiciaires(사법이론 과정)
. CADELCO : Cycle approfondi d’etudes de la criminalite organisee(조직범죄 과정)
. CADDE : Cycle approfondi d’etudes en droit de l’entreprise(기업법 과정)
. CADIJ : Cycle approfondi d’etudes sur la dimension internationale de la Justice(국제사법 과정)
. CLAT : Cycle approfondi de lutte antiterroriste(대테러 과정)
. CAEP : Cycle approfondi d’etudes en droit de la peine(형사법 과정)
. CAJM : Cycle approfondi d’etudes de la justice des mineurs(소년사법 과정)

가. CADEJ : Cycle approfondi d’etudes judiciaires(사법이론 과정)
이 과정은 사법 문화를 발달시키고 제도적 및 사회적 환경 발전에 따른 문제점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1년 동안 3일씩의 10개 강좌로 구성됩니다.
국가 사법기관, 사법과 디지털, 사법의 정의, 예산과 행정, 국제사법 영역, 정의와 사회, 관리 활동, 윤리와 의무론 및 규율, 사법 인적자원 관리 등의 주제를 연구합니다.

나. CADELCO : Cycle approfondi d’etudes de la criminalite organisee(조직범죄 과정)
형사법을 다루는 사법관들의 조직범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정으로, 2년의 과정으로 운영됩니다.
이 과정은 기본 세션과 보충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필수 기본 세션으로는 ‘조직범죄 대응’, 선택적 기본 세션으로는 ‘정보의 사법적 취급’과 ‘자산 추적, 식별, 범죄수익의 압수 및 몰수’ 과목이, 보충 세션으로는 ‘사이버 범죄 및 디지털 증거’, ‘인신 매매’, ‘마약 밀매 대응’, ‘이민과 조직범죄’, ‘무기 거래’, ‘범죄 자금의 세탁과 유통’ 등의 과목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 CADDE : Cycle approfondi d’etudes en droit de l’entreprise(기업법 과정)
이 과정은 2년 과정으로, 회사법 지식과 기업문화 등에 관한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기본 세션으로는, ‘회계문서 이해 및 기업 인턴십’, ‘판사와 새로운 형태의 경제’, ‘오늘날의 기업 : 거버넌스, 전략 및 새로운 모델’, ‘경제 정보와 비즈니스 비밀 보호’로 구성되어 있는 외에, 형사법 분야 사법관을 위한 ‘경제범죄와 금융범죄 법 심화연구’ 등의 과목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보충 세션 중에는 형사법 분야 사법관을 위한 ‘대형 재정경제 범죄 : 범죄기술과 전략’, ‘범죄수익의 세탁과 유통’ 등의 과목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라. CADIJ : Cycle approfondi d’etudes sur la dimension internationale de la Justice(국제사법 과정)
국제적인 사법환경에 대한 이해와 외국과의 형사 또는 민사적 협력을 위한 과정으로, 2년 과정으로 운영됩니다.
기본 세션으로는 ‘프랑스 사법관과 국제 환경 : 도전과 관점’과 ‘어학 연수’ 과목이 마련되어 있고, 보충 세션으로는 ‘인권의 이해’, ‘사법협력’, ‘외국 관여’를 주제로 한 과목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 CLAT : Cycle approfondi de lutte antiterroriste(대테러 과정)
대테러 업무를 전담하는 형사법 분야 사법관을 위한 과정으로 2년 과정으로 운영됩니다.
기본 세션으로는 ‘테러리즘 : 상태, 도전 및 관점’, ‘민주주의와 테러리즘’ 과목이 마련되어 있고, 보충 세션으로는 ‘예방과 감시’, ‘국제협력’, ‘기소와 재판’을 주제로 한 과목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 CAEP : Cycle approfondi d’etudes en droit de la peine(형사법 과정)
검사를 비롯한 형사법 분야 사법관을 위한 과정으로, 2년 과정입니다.
기본 세션으로는 ‘형사법 개정’, ‘형벌의 선고’ 과목이 마련되어 있고, 보충 세션으로는 ‘범죄학 : 과학적 증거와 형사사법’, ‘심리학과 형사사법’, ‘효율적 형벌을 통한 재범 방지’ 등의 과목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 CAJM : Cycle approfondi d’etudes de la justice des mineurs(소년사법 과정)
소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법관을 위한 과정으로, 2년 과정입니다.
기본 세션으로는 ‘성격 형성’, ‘아동과 위험’ 등의 과목이 있고, 보충 세션으로는 ‘트라우마와 사법 실무’, ‘사법에서의 아동의 언어’, ‘성폭력’ 등의 과목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 전담별 실무교육과정(DÉVELOPPER LES COMPÉTENCES TECHNIQUES DE SA FONCTION)
민사법 전담 사법관, 형사법 전담 사법관, 가정 또는 아동 전담 사법관, 관리자 사법관 등 각 전담별로 실무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중 검사를 비롯한 형사법 전담 사법관에 대한 실무교육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가. 일반 과목
‘지역 범죄 정책 개발’, ‘범죄 문제에 대한 국제 협력’, ‘범죄학 : 과학적 증거와 형사사법’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 실무 심화 과목
‘유럽의 예심절차와 수사 실무’, ‘구속 업무 실무’, ‘검사의 사법적 직무’, ‘검사와 배심재판 실무’, ‘공소제기 실무’, ‘소년 전담 검사’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 조직범죄 심화 과목
‘조직범죄’, ‘마약범죄’, ‘인신매매’, ‘사이버 범죄’, ‘재정경제범죄 심화’, ‘대형 재정경제범죄 수사실무’, ‘새로운 공공자금 편취범죄’, ‘부정부패 : 추적, 예방, 억제’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라. 재정경제범죄 심화 과목
‘유럽검찰과 공공자금에 대한 사기’, ‘유럽의 재정범죄 : 압수와 몰수’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 대테러 심화 과목
‘테러리즘 대책’, ‘폭력적 급진주의 대책 : 추적과 입증 수단’, ‘테러리즘 : 현실과 예측’, ‘민주주의와 테러리즘’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 기타 특별범죄 심화 과목
‘군형사범’, ‘도로교통사범 : 문제와 사법적 처리’, ‘도시화와 주민 범죄’, ‘건강식품 위조’, ‘노동형법’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 형벌적용 이해 과목
‘검사와 형벌적용판사’, ‘보안관찰’, ‘효율적 형벌을 통한 재범 방지’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 형법과 형사절차법의 국제적 쟁점 심화 과목
‘유럽연합의 형사절차 보장’, ‘형사법 영역에서의 사법협력’, ‘국경을 넘는 증거 : 유럽 수사결정 실무’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 기소절차 쟁점 심화 과목
‘대체기소절차와 단순화’, ‘사법, 경찰 : 사법적 수사’, ‘사법관과 수사기관장 : 수사지휘’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 재판절차법 쟁점 심화 과목
‘피해자와 형사사법’, ‘과실범의 형사책임’, ‘형사법 개혁’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카. 업무도구 심화 과목
‘검찰업무의 전산화’, ‘업무시스템 활용’, ‘형사절차와 전산화’ 등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 어학교육과정(ACQUÉRIR & DÉVELOPPER DES COMPÉTENCES LINGUISTIQUES)
다른 국가와의 사법협력 증진을 위해 사법관들을 위한 어학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련된 과목으로는, ‘형사법 분야 사법협력 용어(스페인어)’, ‘형사법 분야 사법협력 용어(영어)’, ‘인권 용어(독일어)’, ‘인권 용어(영어)’, ‘조직범죄 분야 특수 용어(영어)’, ‘환경범죄 분야 특수 용어(영어)’, ‘사이버범죄 분야 특수 용어(영어)’, ‘스페인어 집중과정’, ‘영어 집중과정’, ‘TOEIC 시험 준비과정’, ‘법과 문학’, ‘텔레비젼과 법’, ‘유명한 영미법 재판들’ 등이 있습니다.

4. 연수과정(STAGES)
사법관의 실무능력 증진을 위해 다양한 공공기관과, 사기업, 언론사 등에서의 단체연수와 개별연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단체연수로는, 구글, SNCF(철도청), 증권거래소, 상사재판소, EUROPOL(유럽경찰), 유럽사법재판소, 프랑스 상하원, 대법원, 해양경찰청, 파리 종합병원, 도로교통공사, Équipe 언론사, 이민조사청, 사법디지털수사청, 과학경찰연구소, 마약수사청 등 기관에서의 연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개별연수로는, AFP 통신사, 피가로 언론사, 관세조사청, 마약수사청, 공항 경찰수사대 등에서의 연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5. 대학 학위과정(FORMATIONS DIPLOMANTES)
특별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기 원하는 사법관을 위해 장기간의 전문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됩니다. 이는 대학에 개설된 6개월 내지 1년 이상의 기간을 단위로 한 과정과 연계되어 학위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국제형사 재판기관’ 주제에 관한 파리 낭떼르 대학의 과정(2021. 10. ~ 2022. 6. 총 28일), ‘여성에 대한 폭력’ 주제에 관한 파리8 대학의 과정(2021. 3. ~ 2022. 3. 총 20일), ‘사이버범죄’ 주제에 관한 몽펠리에 대학의 과정(2021. 1. ~ 2021. 6. 총 17일) 등 총 32개 과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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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1일 일요일

프랑스의 비상상고 제도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10/11/2020 04:47:00 오후 라벨: 검찰총장 , 비상상고 , 사법제도 , 프랑스 사법제도 , 형사소송
[직장 일로 간단히 리서치해보았던 내용인데, 여기에도 옮겨적어보겠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441조에는 비상상고라는 제도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441조에는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그 판결이 법령에 위반한 것이라면 나중에라도 특별한 절차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것이죠.  
이 비상상고 제도와 유사한 프랑스의 제도로, ‘pourvoi dans l'intérêt de la loi’가 있습니다. 우리 비상상고 제도가 이 프랑스의 제도로부터 유래한 것이라는 학설도 있습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620조와 제621조에 규정되어 있는 ‘pourvoi dans l'intérêt de la loi’(일단 ‘비상상고’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제도는, 확정판결에 대해 법정기간이 도과하거나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피고인의 상고가 없는 경우라도 법률상 이유 내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직접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입니다. 제620조는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따른 검찰총장의 비상상고를, 제621조는 검찰총장의 직권에 의한 비상상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447조는 당초 피고인에게 유리하였던 판결에 대해 비상상고가 제기되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야기될 경우에는 그 효력이 피고인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죄판결과 같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에 대해서도,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비상상고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프랑스의 비상상고 역시 그러한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의 비상상고 제도는 판결에 발생한 법률위반을 규제하고 판례의 통일성과 법의 준수를 기하기 위한 제도입니다[Bernard BOULOC, Procédure pénale(21e éd.), Dalloz(2008), 956면]. 따라서 그와 같은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에 대해서도 비상상고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제도의 목적은 하급법원으로 하여금 법 원칙을 준수하고 상급법원 판례의 구속성을 상기시키려는 데 있지, 피고인의 지위를 불이익하게 하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에 대해 대법원이 하급심의 무죄판결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인용결정을 하더라도, 이는 단지 이론적으로만 위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지 그 피고인을 불이익하게 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Bernard BOULOC, 같은 책, 956면).
예컨대, 프랑스 대법원 1994. 12. 14. 선고 94-84.202 판결(Cour de Cassation, Chambre criminelle, du 14 décembre 1994, 94-84.202, Publié au bulletin)은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특수절도죄를 범한 3명의 피고인들에게 징역 8년 내지 5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한 비상상고 사건인데, 대법원은 법정형 위반을 이유로 비상상고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면서도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종전의 형량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어떠한 법령위반의 경우에 비상상고가 이루어지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표적인 비상상고의 대상은, 앞에서 본 프랑스 대법원 1994. 12. 14. 선고 94-84.202 판결과 같이 법정형 등 명시적인 법령 규정을 위반하여 판결한 경우입니다. 최대 징역 2년이 법정형인 사건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여 비상상고가 인용된 사안들[프랑스 대법원 2000. 6. 27. 선고 00-82.156 판결(Cour de Cassation, Chambre criminelle, du 27 juin 2000, 00-82.156, Inédit), 프랑스 대법원 2007. 9. 26. 선고 07-82.713 판결(Cour de cassation, criminelle, Chambre criminelle, 26 septembre 2007, 07-82.713, Publié au bulletin)], 최대 징역 20년이 법정형인 사건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하여 비상상고가 인용된 사안[대법원 2013. 11. 6. 선고 13-83.798 판결(Cour de cassation, criminelle, Chambre criminelle, 6 novembre 2013, 13-83.798, Publié au bulletin)]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법 규정을 잘못 적용한 사례도 비상상고의 대상입니다. 예컨대, 광고를 부착한 육상 이동 차량에 대한 형사처벌과 관련하여 적용하여야 할 시행령이 아닌 다른 시행령을 잘못 적용한 사례[프랑스 대법원 1993. 1. 20. 선고 92-80.011 판결(Cour de Cassation, Chambre criminelle, du 20 janvier 1993, 92-80.011., Publié au bulletin)]가 그것입니다. 

그러면 무효인 법령 또는 위헌적인 내용을 가진 법령을 근거로 판시한 판결에 대해서도 비상상고 제기가 가능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비록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제기한 사안은 아니나, 범죄피해자가 상고를 제기한 일반 상고사건에서 프랑스 대법원은 위헌적인 내용을 가진 법령을 근거로 판시한 하급심 판결을 파기한 사례가 있습니다[프랑스 대법원 1996. 4. 30. 선고 95-82.500 판결(Cour de Cassation, Chambre criminelle, du 30 avril 1996, 95-82.500, Publié au bulletin)].
이 사안은 도주하려는 운전자를 체포하기 위해 총을 쏴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군인경찰에 대한 과실치사 사건으로, 이를 수사한 예심판사가 위 군인경찰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하였고 그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예심판사의 무혐의 결정 이유는, 형법 제122-4조(다른 법령에 규정되거나 승인된 행위를 수행하는 사람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 및 군인경찰조직법(décret du 20 mai 1903 portant règlement sur l'organisation du service de la gendarmerie) 제174조(군인경찰은 운전자가 정지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에 따라 도주하는 운전자를 쏜 군인경찰에게 형사책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당시 위 군인경찰이 제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개인 총기를 사용한 점에 비추어 그를 위 군인경찰조직법 제174조에서 말하는 ‘정지명령을 할 권한이 있는 군인경찰’로 보기 곤란하다는 이유와 함께, 위 제174조는 시민의 공적 자유의 본질적 보장의무를 침해하고 입법자의 권한을 넘는 방법을 규정한 위헌적인 규정으로서 헌법 제34조(시민의 기본권 보장 규정)에 위반하는 규정이므로 항소심에서 이 규정을 무효로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위 군인경찰에게 형사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당사자가 상고를 제기하는 일반 상고사건도 물론 원심판결의 법령위반을 이유로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이 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사건이더라도 대법원의 결론은 동일할 것입니다. 다만, 이 판결보다 3개월 앞서 선고된 프랑스 대법원 1996. 1. 16. 선고 94-81.585 판결(Cour de Cassation, Chambre criminelle, du 16 janvier 1996, 94-81.585, Publié au bulletin)은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제기한 사건으로 위 판결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사안이나, 이 판결에서는 위 군인경찰조직법 제174조가 위헌적인 규정이라는 내용의 설시는 없이 단지 이 규정이 제복을 입은 군인경찰의 총기사용에만 적용된다는 점만을 이유로 결론에 이른 차이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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