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3일 금요일
프랑스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정책
프랑스 정부는 형사사법절차를 전자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란 형사사건 기록을 종이로 만들지 않고 전산시스템 안에서 전자문서만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수사나 재판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화상재판', '화상조사', '영상재판', '사이버법정', '원격재판' 등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수사기관 조사실이나 법정에서 지금처럼 원칙적으로 대면 방식의 수사나 재판을 진행하되, 종이기록이 아닌 디지털기기 속의 전자기록을 들여다보며 한다는 것입니다.
이 주제에 관한 이런저런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봤습니다. 대략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1. 2021. 1. 29.자 Village de la justice, "PROCÉDURE PÉNALE NUMÉRIQUE : OÙ EN EST-ON ? RÉPONSES AVEC HAFFIDE BOULAKRAS, DIRECTEUR DU PROGRAMME"
- 형사사법절차 전자화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법무부와 내무부는 2018. 1.부터 협력하여 '완전한' '전자 형사사법절차(Procédure pénale numérique, PPN)'를 구축하고 있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는 형사사법절차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인데, 이는 많은 사법경찰, 사법관, 법원서기, 변호사, 집행관 등이 일하는 방식을 뒤바꾸게 될 것이다. 사건 당사자의 경우 곧 '온라인 고소(신고)(la plainte en ligne)'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위해 2021. 5. 5.자 법령(Arrêté du 5 mai 2021 relatif à l'entrée en vigueur de nouvelles modalités de communication électronique pénale)이 2021. 5. 12.부터 발효되었다.
* 참고로, 이 법령은 형사소송법 D591조와 D592조가 효력을 개시한다는 내용으로, D591조는 법무부와 변호사협회 간의 협약에 따라 사건 당사자의 변호사는 각종 서면을 전자문서로 형사사법기관의 이메일이나 온라인 시스템에 제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고, D592조는 예심수사부에 서면을 제출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내용입니다.
- 사법관(직전엔 파리지방검찰청 부장검사로 재직)이자 PPN의 책임자(directeur du programme "Procédure pénale numérique")인 Haffide Boulakras는 인터뷰에서, 자신을 디지털 기술이 형사사법절차 종사자들의 일상을 단순화한다고 믿는 기술 애호가라고 소개하면서, 형사사법절차 전자화는 고소(신고)부터 형 집행에 이르기까지 종이와 자필서명을 포기함으로써 형사사법절차를 현대화하여 절차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고 사건 관련 정보의 전달을 개선하여 시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정책으로, 법원서기, 사법관, 경찰, 군인경찰, 변호사, 집행관 등으로 하여금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에서 해방되어 본연의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전자 형사사법절차를 통해 각 형사사법기관 종사자들은 '사용의 단순화'를 경험하게 될 텐데, 일련의 디지털 도구를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단순하게 상담, 저장, 전달 등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LEX 애플리케이션(PLateforme d’échange EXterne)을 이용해 법원과 외부 변호사 간에 방대한 문서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형사사법기관 종사자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이로써 사건 당사자에게 더 나은 품질의 사법, 당사자의 말을 더 잘 경청하는 사법, 당사자에게 더 잘 대응하는 사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절차가 끝날 때 사건 당사자들에게 디지털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 전자 형사사법절차는 사건 당사자들에게 보다 더 관심을 갖고 '온라인 고소(신고)(la plainte en ligne, PEL)'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다.
2. 2021. 2. 9.자 Dalloz actualité, "La procédure pénale numérique : une révolution en cours"
- 전자 형사사법절차는 현재 Amiens 법원과 Blois 법원에서 시범실시 중이다.
- 시스템의 보안상 문제점은 관찰되지 않았고, 디지털 도구로 문서를 전달할 수 있어 절차가 신속하고 간소화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연간 600만 장의 종이를 절약하였다.
3. 2020. 12. 2.자 법무부, "Dématérialisation de la procédure pénale"
- 새로운 기술과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잇점 중 하나는 소송행위의 증거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 중 하나도 소송행위의 증거가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형사소송법 제801-1조(2019. 3. 25. 시행)에 명시되어 있는데, 이 조항은 형사소송법에 언급된 모든 문서(수사행위, 사법결정 또는 기타 문서)를 디지털 형식으로 작성하거나 변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모든 디지털 문서는 원래 디지털 형식으로 작성되었든 디지털화된 것이든 원본이 될 수 있다.
- 또한 전자서명은 절차의 증거가치를 높인다. 전자서명은 전자문서의 무결성을 보장하고 작성자를 인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로서, 제801-1조는 전자적으로 서명된 문서를 더 이상 수정할 수 없도록 지정하여 무결성을 보장한다. 따라서 서명 일자 또는 서명자의 식별과 관련된 모든 어려움이 제거되고, 위조 가능성을 줄이게 된다.
- 또한 전자서명은 절차의 증거가치를 높인다. 전자서명은 전자문서의 무결성을 보장하고 작성자를 인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로서, 제801-1조는 전자적으로 서명된 문서를 더 이상 수정할 수 없도록 지정하여 무결성을 보장한다. 따라서 서명 일자 또는 서명자의 식별과 관련된 모든 어려움이 제거되고, 위조 가능성을 줄이게 된다.
- 전자 형사사법절차를 시범실시 중인 Blois 법원의 검찰서기 Thomas Quenard는 프린터가 있던 자리를 두 번째 컴퓨터 모니터로 교체하였다. "우리는 종이를 절약하고, 그리고 시간을 절약합니다(Nous faisons des économies de papier… et de temps)"라고 그는 말한다.
6. 2020. 6. 26.자 Wolters Kluwer, "Dossier pénal numérique : un décret officialise sa création"
- 전자 형사사법절차에서 유통되는 서류(Le dossier pénal numérique, DPN)에 관한 내용
---------------------------------
프랑스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현황을 러프하게 살펴봤습니다. 요약하면, 프랑스는 2022년부터 완전한 전자 형사사법절차가 시작됩니다. 이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종이가 사라집니다.
형사사법절차는 이렇게 전자화 된다는데, 그럼 민사소송은 어떤지가 궁금하네요. 2020. 11. 18.자 법무부 사이트의 "Procédure dématérialisée pour les petits litiges" 글을 보니, 민사소송 역시 종래에는 전자화가 되어 있지 않았으나 2019. 3. 23.자 '사법 전산화 및 개혁법'에 따라 소가 5천 유로 미만의 소액소송은 전자화가 시행된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도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간단한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 사건에 대해서만 피의자의 동의를 전제로 종이기록이 없는 전자 절차를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2024년 시행을 목표로 모든 형사사건을 대상으로 한 완전한 형사사법절차 전자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시작은 우리가 빨랐는데, 완성은 프랑스가 앞서겠네요.
다만, 민사소송의 경우 우리 법원은 이미 2011년부터 전면적인 전자소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피드 구독하기:
댓글
(
Atom
)
Search
Category
Tag
4월 이야기
(2)
가짜 뉴스
(1)
감독관
(1)
감찰관
(2)
감찰제도
(3)
강사
(1)
강의
(3)
강제수사
(2)
강제입원
(1)
개혁
(9)
건축
(4)
검사
(52)
검찰
(27)
검찰총장
(6)
검찰항고
(1)
경찰
(4)
고등사법위원회
(7)
골든아워
(1)
공감
(9)
공기계
(1)
공부
(4)
공소장
(1)
교도소
(2)
교육
(2)
구글
(10)
구글포토
(1)
구금대체형
(2)
구금시설
(1)
구치소
(1)
국가금융검찰
(4)
국가대테러검찰
(2)
국가사법재판소
(4)
국가정보기술감독위원회
(1)
국가정의재판소
(2)
국사
(1)
권리보호관
(1)
그리스
(1)
근무환경
(3)
금융전담 검찰
(3)
기생충
(1)
까페
(3)
나의아저씨
(1)
네덜란드
(1)
노란조끼
(1)
녹음
(1)
논고
(1)
대구
(1)
대륙법
(1)
대법원
(10)
대법원장
(2)
대테러
(3)
대통령
(2)
대학원
(6)
대화
(2)
데이식스
(1)
덴마크
(1)
도시
(1)
도피성
(1)
독립성
(17)
독서일기
(37)
독일
(1)
드라마
(1)
디지털
(8)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3)
디지털증거
(2)
라따뚜이
(1)
라트비아
(1)
레미제라블
(3)
루브르
(1)
룩셈부르크
(1)
리더
(1)
리투아니아
(1)
마이클 코넬리
(6)
마인드맵
(1)
마츠 타카코
(1)
마크롱
(2)
맥
(3)
메타버스
(1)
명예훼손죄
(3)
모노프리
(1)
모욕죄
(2)
몰타
(1)
문화
(1)
미국
(13)
미러링
(2)
미모자
(1)
미술
(1)
미키 할러
(6)
바울
(1)
배심재판
(1)
배심제
(7)
범죄
(4)
법률구조
(1)
법률용어
(2)
법무부
(19)
법무부장관
(11)
법원
(15)
법원서기
(1)
법정
(3)
법정소설
(6)
벨기에
(1)
변호사
(11)
변호사협회
(1)
보호유치
(4)
블로그
(5)
비상상고
(1)
비시정부
(2)
빵
(3)
사교
(1)
사기죄
(2)
사법감찰
(1)
사법개혁
(2)
사법관
(16)
사법정보
(2)
사법제도
(87)
사소
(1)
사용자 환경
(1)
사진
(1)
샌드위치
(1)
서기
(1)
서울
(5)
석방구금판사
(1)
성경
(2)
성희롱
(1)
센강
(1)
소년법원
(1)
소법원
(2)
소통
(7)
수사
(1)
수사지휘
(1)
수사판사
(4)
수용시설
(1)
수용시설 최고감독관
(1)
슈크르트
(1)
스웨덴
(1)
스트로스 칸
(1)
스티브잡스
(5)
스페인
(1)
슬로바키아
(1)
슬로베니아
(1)
시간
(1)
시스템
(1)
식도락
(15)
식전빵
(1)
신년사
(2)
신속기소절차
(1)
신원확인
(1)
심리학
(2)
아날로그
(2)
아웃라이어
(1)
아이디어
(9)
아이유
(1)
아이패드
(16)
아이폰
(24)
아일랜드
(1)
아카데미상
(1)
압수수색
(2)
애플
(8)
앱
(5)
야구
(2)
언락폰
(1)
언터처블
(1)
에스토니아
(1)
엘리제 궁
(1)
여행
(10)
역사
(11)
열정
(1)
영국
(2)
영미법
(1)
영상녹화물
(2)
영어
(1)
영화
(9)
예술
(1)
예심수사판사
(6)
예심판사
(3)
오스카상
(1)
오스트리아
(1)
올림픽
(1)
와이파이
(1)
와인
(1)
우트로 사건
(1)
웹사이트
(1)
위선떨지 말자
(1)
위헌
(1)
유럽사법재판소
(1)
유럽인권법원
(1)
유심
(1)
유튜브
(3)
음식
(1)
이국종
(1)
이준
(1)
이탈리아
(1)
인간관계론
(1)
인공지능
(1)
인사
(3)
인생
(1)
인왕재색도
(1)
일본
(1)
자치경찰
(1)
잡담
(40)
재판
(1)
재판의 독립
(1)
쟝-루이 나달
(1)
저작권
(1)
전문법칙
(3)
전원
(1)
전자소송
(4)
전자화
(5)
절차의 무효
(1)
정신병원
(2)
조서
(4)
조직범죄
(1)
중죄재판부
(2)
증거
(8)
증거법
(2)
지문
(1)
직권남용
(1)
직무교육
(1)
직무상 과오 책임
(1)
직장
(7)
직접주의
(1)
참고인
(1)
참고인 구인
(1)
참심제
(2)
체코
(1)
최고사법관회의
(7)
치료감호소
(1)
카페
(1)
캠핑장
(2)
케밥
(1)
크롬
(1)
크리스마스
(1)
키노트
(1)
키프로스
(1)
테러
(3)
통계
(1)
통신비밀
(1)
퇴사
(1)
트위터
(4)
파기원
(2)
파리
(22)
파리 지방검찰청
(1)
판결정보 공개
(3)
판례
(1)
판사
(7)
팟캐스트
(1)
페이스북
(2)
포르투갈
(1)
포토북
(2)
폴란드
(1)
프랑스
(27)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13)
프랑스 드라마
(1)
프랑스 사법제도
(131)
프랑스 생활
(37)
프랑스 언론
(3)
프랑스 영화
(3)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9)
프랑스 장관
(1)
프랑스 총리
(1)
프랑스어
(4)
프레젠테이션
(1)
프리젠테이션
(1)
플뢰르 펠르랭
(2)
플리바기닝
(5)
피해자
(1)
핀란드
(1)
한식
(1)
한양도성
(1)
햄버거
(1)
헌법
(1)
헌법위원회
(3)
헝가리
(1)
형벌
(4)
형사소송
(38)
호텔
(1)
회식
(3)
AI
(1)
CEO
(1)
DELF
(3)
DNA
(1)
EU
(28)
gilets jaunes
(1)
greffier
(1)
IT
(56)
jeudigital
(1)
NFT
(1)
open data
(4)
RSS
(1)
transformation numérique
(1)
UI
(1)
Je-Hee. Powered by Blogger.
Blog Archive
-
2021
(15)
- 12월 2021 (2)
- 11월 2021 (1)
- 10월 2021 (2)
- 8월 2021 (1)
- 7월 2021 (2)
- 6월 2021 (1)
- 5월 2021 (1)
- 3월 2021 (2)
-
2019
(40)
- 12월 2019 (4)
- 11월 2019 (4)
- 10월 2019 (2)
- 9월 2019 (1)
- 8월 2019 (3)
- 7월 2019 (13)
- 4월 2019 (2)
- 3월 2019 (3)
- 2월 2019 (2)
- 1월 2019 (6)
-
2018
(36)
- 12월 2018 (7)
- 11월 2018 (3)
- 10월 2018 (4)
- 9월 2018 (2)
- 8월 2018 (2)
- 7월 2018 (1)
- 6월 2018 (3)
- 5월 2018 (1)
- 4월 2018 (6)
- 3월 2018 (6)
- 2월 2018 (1)
-
2017
(24)
- 12월 2017 (6)
- 11월 2017 (1)
- 9월 2017 (1)
- 8월 2017 (2)
- 7월 2017 (3)
- 6월 2017 (3)
- 5월 2017 (1)
- 3월 2017 (3)
- 2월 2017 (2)
- 1월 2017 (2)
-
2016
(33)
- 12월 2016 (6)
- 11월 2016 (1)
- 10월 2016 (5)
- 9월 2016 (1)
- 8월 2016 (1)
- 7월 2016 (2)
- 6월 2016 (3)
- 5월 2016 (6)
- 4월 2016 (2)
- 3월 2016 (3)
- 2월 2016 (3)
Popular Posts
-
언젠가부터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동네에 있는 흔한 파스타 집에서도 '식전빵'이란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에피타이저든 주요리든 뭔가가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발사믹을 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나오는 빵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요...
-
2012년 1월 15일자로 제가 이 블로그에 쓴 "아이폰과 아이패드 활용사례 소개"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http://imagistrat.blogspot.kr/2012/01/blog-post_15.ht...
-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한동안 나태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블로그도 제 생활에서 멀어졌었는데, 이제 다시 글이라도 부지런히 쓰면서 마음을 다잡아 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니 가벼운 글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제가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좋아...
-
저는 2008. 1. 14.부터 같은 해 6. 27. 까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사법관학교(E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 약자로 ENM)에서 국제연수부가 운영하는 외국 법조인 대상 연수과정인 "...
-
얼마 전 어느 목사님이 설교 중에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성경에는 별의별 직업인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그 중엔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바로 사도 바울이 원래 검사였다는 겁니다. 바울이 검사라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말이라 의아했습...
© iMagistrat 2013 . Powered by Bootstrap , Blogger templates and RWD Testing Tool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