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1일 토요일
대화내용의 녹음에 관한 짧은 생각
얼마 전에 이완구 총리후보자가 기자와 식사 도중 꺼낸 부적절한 발언이 논란이 되었고, 또 그와 관련하여 기자가 취재원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행위가 취재윤리에 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도 논란이 된 일이 있습니다.그에 관한 몇몇 언론 보도 중 이런 대목들이 눈에 띕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14조에 따라 제3자가 녹취를 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동석한 사람이 녹취하면 상대의 동의와 상관없이 합법이고 전혀 문제가 없다."(2015. 2. 12. 슬로우뉴스 '녹취와 취재윤리 : 정말 뉴욕타임스처럼 할 자신 있나')
"어떤 분은 ‘취재원(이 후보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녹음하는 행위’에 대한 취재 윤리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우선 법률을 살펴보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통신 및 대화 비밀의 보호’ 1항에서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타인간의 대화’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 대화의 당사자인 경우 녹음 행위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사자의 녹음은 합법입니다.
취재를 할 때 취재원에게 ‘이 발언을 녹음할 예정’이라고 사전에 통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통보가 의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취재원의 발언을 녹음하는 행위는 △그 발언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그 발언의 정확성에 대해 이의가 제기될 경우 이를 증빙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녹음은 취재원의 발언이 존재한 뒤라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문제적 발언이 없었다면 녹음도 문제가 될 일이 없다는 말이 되겠지요.
게다가 이완구 후보자는 3선 국회의원이고 자유민주연합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충남 도지사까지 역임한 인물입니다. 이런 분이 자신의 발언을 기자들이 녹음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발언했다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녹음할 수 있는 시대에 말이지요. 부주의한 상태에서 발언이 나왔다 해도, 책임은 녹음한 기자가 아니라 발언한 이 후보자가 져야 합니다."(2015. 2. 11. 한겨레 '이완구와 밥 먹은 기자들, 왜 기사 안 썼을까')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그 내용을 녹음하는 행위는, 이를 형사처벌한다는 근거규정이 없어 형사법상 위법한 행위가 아닌 것은 맞습니다. 다만 비록 형사법상 위법한 행위는 아니지만, 민사책임이나 사회윤리적, 도의적 책임은 있을 수 있는 행위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 몰래 이를 녹음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신뢰를 배신하는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은, 하면서 마음이 떳떳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행동일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방 몰래 대화내용을 녹음하면서 이런 떳떳하지 않은 마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위 기사들에 적힌 '합법이다'라고 하는 말은, 물론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된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위 기사들을 여러번 읽어봐도 그렇게 읽히지가 않고, 단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정도를 넘어 도의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당한 행위라고까지 주장하는 것처럼 읽힙니다.
아마 제가 좀 오버해서 기사를 읽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설마 그런 극단적인 주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제가 좀 오버해서 기사를 읽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설마 그런 극단적인 주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프랑스 형법에서는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행위가 처벌받는지 어떤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Est puni d'un an d'emprisonnement et de 45 000 euros d'amende le fait, au moyen d'un procédé quelconque, volontairement de porter atteinte à l'intimité de la vie privée d'autrui :
1° En captant, enregistrant ou transmettant, sans le consentement de leur auteur, des paroles prononcées à titre privé ou confidentiel ;
2° En fixant, enregistrant ou transmettant, sans le consentement de celle-ci, l'image d'une personne se trouvant dans un lieu privé.
Lorsque les actes mentionnés au présent article ont été accomplis au vu et au su des intéressés sans qu'ils s'y soient opposés, alors qu'ils étaient en mesure de le faire, le consentement de ceux-ci est présumé.
제1항. 방법 여하를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행위로 타인의 사생활의 은밀성을 고의로 침해하는 자는 1년의 구금형 및 45,000 유로의 벌금에 처한다.
1. 당사자의 승낙을 얻지 않고 사적이거나 비밀로 이뤄진 대화를 기록하거나 녹음하거나 또는 전파하는 행위
2. 당사자의 승낙을 얻지 않고 사적 장소에 있는 당사자의 사진을 찍거나 녹음하거나 또는 전파하는 행위
제2항. 당사자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전항 각호의 행위가 이루어지고 당사자가 그 행위를 방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승낙이 추정된다.
그 외에 다른 비슷한 처벌규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형법도 우리의 통신비밀보호법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 간의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음하는 경우를 처벌할 뿐, 대화 당사자 중 한 사람이 몰래 녹음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전에 썼던 글을 보니 이런 판례도 있네요.
"대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이 알지 못하게 그 대화를 녹음한 녹음테이프는 적법한 증거이다."(프랑스 대법원 1992. 2. 11. 선고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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