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9일 월요일
영화 "검사와 여선생"
그저께 1948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라는 '검사와 여선생'을 직장에서 보게 되었습니다.민장손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못살던 국민학교 시절 자신을 극진히 돌봐주시던 박양춘 담임선생님과 헤어진 후, 검사가 되어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선생님과 다시 해후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결국에는 선생님이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석방되어 제자와 반가운 얼굴로 다시 만나게 되는 해피엔딩이지만, 그에 이르기까지는 슬프고 안타까운 장면이 계속 이어지는 영화입니다.
40-5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영화이지만, 줄거리가 짜임새 있고 중간중간 코믹한 장면도 등장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 |
[출처 : http://www.koreafilm.or.kr/etc/news_view.asp?seq=943] |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더 얻고 싶어 구글링을 하다, 1966년에 김지미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민검사와 여선생'이라는 영화를 유투브 '한국영상자료원' 채널을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그대로인데 군데군데 내용이 약간 달라진 부분이 있고, 제목도 남성 주인공에게만 성을 붙여 '민검사'라고 한 데 반해 여성 주인공은 그대로 '여선생'이라고 둔 부분이 특이합니다. 전반적으로 오리지날보다 분량도 길고 내용도 풍성해 훨씬 볼만했습니다.
[출처 : http://www.kmdb.or.kr/vod/vod_basic.asp?nation=K&p_dataid=01356&keyword=%EB%AF%BC%EA%B2%80%EC%82%AC#none] |
이 영화에서 선생님이 살인 혐의를 받게된 것은, 남편의 출장 중에 혼자 있는 집에 침입한 탈주범을 측은한 마음에 숨겨주었다가 이를 치정관계로 인한 것이라고 오해한 남편과 다툼이 생겨서인데, 원작에서는 선생님이 경찰관들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탈주범을 집에 숨겨주고도 이에 대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부분이 좀 의아하게 생각되었습니다. 현실이 아닌 영화에서 굳이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쓸 일은 아니긴 하지만, 리메이크작을 보니 남편을 살해한 혐의와 함께 범인을 은닉한 부분도 함께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것으로 줄거리가 수정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원작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석방되는 결말과는 달리, 리메이크작에서는 선생님이 어떤 판결을 받고 석방되는 것인지 정확히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아마도 살인 혐의는 무죄판결이지만 범인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해줍니다.
또 이 영화에 대한 대부분의 해설이나 보도를 보면 검사가 수사를 열심히 해서 선생님이 누명을 쓰게 된 사실을 밝히거나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하였다고 되어 있으나, 사실 원작을 보면 그와는 뉘앙스가 좀 다릅니다. 민장손 검사가 수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다기보다는, 법정에서 마지막 논고를 하는 기회에 선생님과의 과거 사연을 말하며 그런 선생님과의 사연을 갖고 있는 검사가 이 자리에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는 식으로 재판장과 방청객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정도의 역할을 하였고,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활약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사실 피고인의 무죄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는 이상, 검사의 지위에서 피고인의 무죄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말이 오히려 리얼리티 있게 보이는 측면도 있습니다. 어쩌면 검사가 피고인과 이러한 특별관계가 있다면 사건 자체를 회피하는 게 맞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리메이크작이 재미있는 것이, 검사가 좀더 무엇인가 적극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영화를 영화답게 만들기 위해 민검사가 아예 선생님의 변론을 위해 검사직을 사직하게 만듭니다. 어차피 검사의 자격을 갖고서는 선생님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없는 입장이고, 아예 선생님 편에 서서 선생님을 도와드리기 위해서는 변호인으로서 나서는 게 가장 적절한 방법일 것이고,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도 이런 줄거리 변경이 묘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과 줄거리만 보면 그저 딱딱하기만 한 신파 영화일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신파의 분위기가 흐르는 와중에서도, 간간이 개그도 있고 은근~스런 장면도 있고 서울의 옛모습도 구경할 수 있는 볼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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