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1일 금요일
프랑스, 재판의 독립성 논란
트위터에서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2020년 1월 27일자 프랑스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명의의 공동성명(communiqué)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은, 사법의 독립성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기능을 위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고, 이를 보장할 임무는 대통령에게 있음을 상기하고자 한다.
대법원의 사법관들은 자신의 권한을 전적으로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 법원과 검찰의 수장들이 뜬금없이 왜 이런 공동성명을 발표했는지 궁금하여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역시 1월 27일자 Le Monde지의 기사 "Meurtre de Sarah Halimi : la Cour de cassation rappelle à Macron l’essentielle « indépendance » de la justice(사라 알리미 살인사건 : 대법원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법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상기시켰다)"의 내용은 대략 이러합니다.
1월 27일 대법원장 Chantal Arens과 검찰총장 François Molins이 사라 알리미(Sarah Halimi) 살인사건에 관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 직후 사법의 독립성과 직무의 공정성 보장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월 23일 이스라엘에서 열린 프랑스 유대인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였다가, 프랑스 교민들에게 파리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2019년 12월 19일 선고된 이 판결은 2017년 파리에서 60대 유대인 사라 알리미가 살해된 사건의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이 없다고 결정한 것이었다. 범행 당시 대마 흡연으로 갑작스런 착란 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판결에 대해 "이 판결이 큰 분노와 아쉬움을 불러 일으켰음을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사법의 독립을 보장하여야 하기 때문에 저는 여러분에게 솔직한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상고되었는데, 프랑스 사법부는 이 사건에서 반유대주의적 경향을 드러냈습니다. 형사책임 유무가 판사의 일이라면, 반유대주의의 문제는 공화국의 일입니다. 결국 판사가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하더라도, 절차적인 문제점은 분명히 있습니다"라고 언급하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은 사법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사법관조합의 몇몇 대표자들을 경악시켰다.
사법관조합의 대표자 Katia Dubreuil는 프랑스통신(AFP)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발언에 대해 분노합니다. 그는 사법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고 사법적 결정에 간섭할 수 없음에도, 그가 한 행위가 바로 사법적 결정에 간섭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법원 판결에 대해 한 마디 했다고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이 발끈하여 대드는 모양새입니다. 프랑스의 이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는 더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사회인가요. 가만히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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