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일 일요일
만약 내가 장사를 한다면......
오늘 동네 뒷산에 다녀오다 중국집에 들러 짬뽕을 한 그릇 먹었습니다. 2~3년 전에 문을 연 작은 중국집으로, 허름하게 생긴 70년대 풍의 외관 때문에 처음엔 누가 저길 가겠나 싶었는데, 그 가게가 길 바로 옆 1층에 위치해 있고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기에 평소 지나다니면서 왠지 한번 짜장면이나 짬뽕 한번 먹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곤 하였습니다. 저 말고도 그런 사람이 많은지 항상 손님이 꾸준히 차 있는 것이, 장사깨나 되나 싶었습니다.그리고,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오늘 처음 그 집에 가서 짬뽕을 먹어 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두 가지 점에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첫째,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두 가지 버전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카드가와 현금가로.
짜장면이 현금가로 2,500원인 것이 카드가로는 3,500원, 짬뽕이 현금가로 3,000원인 것이 카드가로는 4,000원. 메뉴판에 카드가와 현금가를 명시적으로 적어놓은 것도 신기하지만, 이거 그 차이도 좀 너무 심하지 않나요. 짜장면이나 짬뽕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는 이렇게 1,000원 차이가 났고, 그보다는 덜 찾는 메뉴들은 500원 차이였습니다.
자연스럽게 '탈세', '꼼수', 이런 단어들이 연상되면서 그리 정직하게 장사를 하는 집은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씁쓸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세로 과연 지금 제가 먹고 있는 음식은 정직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몇 년 전 독일에 갔을 때 한국인 손님들한테만 카드가 결제되지 않는다고 하며 현금만을 요구하여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던 한인식당도 생각났습니다.
둘째, 사장과 종업원 모두 손님을 등지고 앉아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있더군요. 손님이 음식을 잘 먹고 있는지, 손님이 뭔가 필요한 게 없는지, 식당 안에 무엇인가 손을 봐야 할 것은 없는지 등등을 살펴보고 있어야지, 등을 돌리고 앉아 시덥잖은 방송이나 쳐다보고 있다니, 성의를 갖고 장사를 하려는 자세가 전혀 안 되어 보였습니다.
이렇게 툴툴거리며 짬뽕을 맛없이 먹고는, 그래도 합리적인 경제활동차 1,000원 아끼겠다고 현금으로 3,000원을 내고 나왔습니다. 이거 뭔가 국가에는 죄를 진 것 같기도 하고, 주인의 장삿속에 놀아난 것 같기도 하고, 기분 참 찜찜합니다.
만약 제가 장사를 한다면, 이렇게는 안 하겠습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아무도 보지 않는 기계 속까지 예쁘게 만드려고 하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손님들이 보는 데서는 일부러라도 정직하게 장사하는 것처럼, 성의를 갖고 장사하는 것처럼 보이려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제공하는 음식도 당연히 정직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실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고, 정직하게 장사하더라도, 남이 볼 때 그렇게 보이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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