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5일 월요일
프랑스 사법절차에서 Greffier의 역할
프랑스 법원에는 Greffier(발음은 대략 '그르휘에')로 불리는 직군의 공무원이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프랑스 사법제도에서 사법관의 업무를 보조하고, 재판을 준비하고, 소송행위를 확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공무원{Un greffier est, en droit français, soit un fonctionnaire ou un militaire chargé d'assister le magistrat, de préparer les audiences et d'authentifier les actes de la procédure, soit un auxiliaire de justice(greffier du tribunal de commerce)}'이라고 설명하고 있네요.
다른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이 greffier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본래의 의미는 'écrire(글 쓰기)'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굳이 바꾼다면 '법원서기'나 '서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이 greffier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본래의 의미는 'écrire(글 쓰기)'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굳이 바꾼다면 '법원서기'나 '서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랑스 법무부 홈페이지의 greffier 모집공고문. http://www.presse.justice.gouv.fr/archives-communiques-10095/greffiers-le-ministere-de-la-justice-recrute-31005.html] |
2019년 3월 2일자 Libération지에 greffier의 역할과 애로사항에 대해 소개하는 기사가 있네요. 제목은 "법원서기, 사법절차의 '투명인간'(Les greffiers, ces «invisibles» de la justice)"입니다. 법원서기가 사법절차의 운용에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데서 드러남 없이 업무를 수행한다는 특징을 나타내는 제목이네요.
이들이 과연 사법절차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이 기사의 부분부분을 여기 옮겨보겠습니다.
----------------------------------------------------
- 파리 17구 Batignolles 지역에 위치한 새 파리 법원청사에서는, 거의 1,300명 가량의 법원서기들이 검은 법복을 입고 소송기록들이 잔뜩 든 다양한 크기의 가방을 끌며 청사 복도를 빠른 속도로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법원서기인 Fadila Taieb의 모습을 법정 안에서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재판장 왼쪽에 위치한 그녀에게 변호사, 사법관, 당사자 등 모든 사람들이 들러 이런 말들을 묻는다. "연장된 허가건에 관해서 저는 뭘 해야 되죠?", "어디에 서명을 해야 하죠?", "다음 공판기일이 며칠이죠?" 판결문이 작성되기 전에, 그녀의 펜에 의해 그날의 공판기일에 있었던 일들이 기재되면서 공판조서가 작성된다. 그녀는 전혀 쉴 틈이 없다. "여기서는 시바 여신이 되어야 해요. 머리도 여럿, 팔도 여럿 필요하죠."
- 법원서기는 사법절차가 존중받기 위한 보장장치이다. Fadila Taieb는 "사람들은 우리를 단지 비서로만 여깁니다"라고 하소연하지만, 이들의 경력은 대단하다. '법원서기연수원'(l’école des greffes) 지원자의 56%가 '바칼로레아 +5'(석사 학위 소지자)인데, 그 중 불과 10%만이 연수원에 입학할 수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이들의 업무량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법원서기가 관여하지 않은 판결은 무효이다. 이들은 모든 사법절차의 완전성을 보장하고 사법적 결정을 확인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동시에 이들은 사법절차로 들어가는 창구 역할을 한다. Fadila Taieb는 "우리는 사람들이 무료로 처음 접할 수 있는 법조인입니다.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사법관은 우리처럼 사람들을 만나주지 않거든요"라고 말한다.
- 특히 신속기소 절차(comparutions immédiates) 업무를 담당하는 법원서기의 업무량은 매우 과중하다. 이들은 종종 새벽 1시에 업무를 마치고, 경우에 따라 새벽 3시 또는 6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한 달에 총 200시간을 근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반해 법정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주 : 신속기소 절차란, 경찰 수사단계에서 체포된 경죄의 현행범 또는 비현행범에 대하여 검사가 체포시한, 일반적으로 24시간 또는 1회 연장하여 48시간 내에 송치받아 경찰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사안이 명백하고 증거수집이 충분하며 구금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피의자를 송치 당일 경죄법원에 곧바로 기소하여 당일 또는 바로 다음 기일에 재판을 받게 하는 신속한 기소방법입니다.)
이들이 과연 사법절차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이 기사의 부분부분을 여기 옮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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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17구 Batignolles 지역에 위치한 새 파리 법원청사에서는, 거의 1,300명 가량의 법원서기들이 검은 법복을 입고 소송기록들이 잔뜩 든 다양한 크기의 가방을 끌며 청사 복도를 빠른 속도로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법원서기인 Fadila Taieb의 모습을 법정 안에서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재판장 왼쪽에 위치한 그녀에게 변호사, 사법관, 당사자 등 모든 사람들이 들러 이런 말들을 묻는다. "연장된 허가건에 관해서 저는 뭘 해야 되죠?", "어디에 서명을 해야 하죠?", "다음 공판기일이 며칠이죠?" 판결문이 작성되기 전에, 그녀의 펜에 의해 그날의 공판기일에 있었던 일들이 기재되면서 공판조서가 작성된다. 그녀는 전혀 쉴 틈이 없다. "여기서는 시바 여신이 되어야 해요. 머리도 여럿, 팔도 여럿 필요하죠."
- 법원서기는 사법절차가 존중받기 위한 보장장치이다. Fadila Taieb는 "사람들은 우리를 단지 비서로만 여깁니다"라고 하소연하지만, 이들의 경력은 대단하다. '법원서기연수원'(l’école des greffes) 지원자의 56%가 '바칼로레아 +5'(석사 학위 소지자)인데, 그 중 불과 10%만이 연수원에 입학할 수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이들의 업무량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법원서기가 관여하지 않은 판결은 무효이다. 이들은 모든 사법절차의 완전성을 보장하고 사법적 결정을 확인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동시에 이들은 사법절차로 들어가는 창구 역할을 한다. Fadila Taieb는 "우리는 사람들이 무료로 처음 접할 수 있는 법조인입니다.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사법관은 우리처럼 사람들을 만나주지 않거든요"라고 말한다.
- 특히 신속기소 절차(comparutions immédiates) 업무를 담당하는 법원서기의 업무량은 매우 과중하다. 이들은 종종 새벽 1시에 업무를 마치고, 경우에 따라 새벽 3시 또는 6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한 달에 총 200시간을 근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반해 법정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주 : 신속기소 절차란, 경찰 수사단계에서 체포된 경죄의 현행범 또는 비현행범에 대하여 검사가 체포시한, 일반적으로 24시간 또는 1회 연장하여 48시간 내에 송치받아 경찰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사안이 명백하고 증거수집이 충분하며 구금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피의자를 송치 당일 경죄법원에 곧바로 기소하여 당일 또는 바로 다음 기일에 재판을 받게 하는 신속한 기소방법입니다.)
- 또한, 매우 낮은 임금으로 인해 생활의 곤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젊은 법원서기인 Laure는 초임 때 약 1,700유로의 월급을 받았고, 처음 파리에 근무할 때는 불과 11제곱미터의 주택에 거주하였다. 그녀는 "업무에 비해 임금이 매우 천천히 오르는 편입니다. 많은 동료들이 30세가 넘었는데도 다른 동료와 숙소를 공유하고 있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 이러한 과중한 업무와 낮은 임금 등에 따라 법원서기들은 좌절감과 불편함을 갖고 있다. 법원서기 Mathilde는 "사람들은 이 직무가 잘 운용되고 있는지를 알아볼 때 사법관에게 문의를 하곤 합니다. 정작 우리한테는 물어보지 않구요. 이것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라며 한숨을 쉰다. Laure는 이제 법원서기 일을 그만두려고 한다. "저는 이 일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아마 제가 여기서 인정을 받고 있었다면 떠나지 않을 텐데요. 미래가 없으면 어렵습니다." Mathilde도 민간부문으로 이직하려고 한다. "개선 가능성이 없는 한, 이러한 조건과 급여로는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 법원서기들은 또한 정부가 사법개혁을 명목으로 공공서비스인 소송절차를 민간의 손에 넘기려 한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 또하나 추가하자면, 새 파리 법원청사에 대한 불만도 있다. 겉으로만 보면 단지 새로운 청사로 이주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것은 법원서기들의 업무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법정에는 찬 바람만 불고, 화학약품 냄새와 계단의 먼지만 보인다.
법원서기들은 새 청사에 대해 '인간의 부재'를 지적한다. Fadila Taieb와 그녀의 동료들은 이렇게 회상한다. "전에는 사무실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도 없고, 우리는 사람들을 아랫층에만 머물게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는 우리에게 부족한 점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한 사법관도 이런 말을 한다. "이 건물은 사법을 위한 건물이 아닙니다. 행정을 위한 건물입니다."
(주 : 파리 법원청사는 종래 13세기부터 사용해오던 씨떼섬의 고풍스런 청사를 뒤로 하고, 2018년 4월 18일 파리 17구에 있는 38층짜리 현대식 건물로 이사하였습니다.)
(주 : 파리 법원청사는 종래 13세기부터 사용해오던 씨떼섬의 고풍스런 청사를 뒤로 하고, 2018년 4월 18일 파리 17구에 있는 38층짜리 현대식 건물로 이사하였습니다.)
- 법원서기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사법의 사막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지방법원과 소법원의 통합, 그리고 사적인 해결을 야기할 수 있는 특정범죄에 관한 중재안 등이다. 많은 사람들은 비물질화와 비인간화의 시초가 된 사법개혁이 다른 범죄를 늘어나게 하진 않을지 우려한다.
마지막으로, 사법 예산은 증액되고 있지만, 그에 따라 늘어나는 급여와 일자리 대부분은 교정시설에서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관련 법안에 대한 헌법위원회의 다음 판단에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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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가 10년 전에 파리에서 연수를 할 당시 만난 한 greffier로부터 들은 얘기를 옮겨보겠습니다.
법원서기는 1년에 보통 80명 정도를 시험에 의해 선발하여 부르고뉴 지방의 디종(Dijon)에 있는 연수기관(국립서기학교)에서 1년간 연수를 받게 되는데, 법원에 결원이 없을 경우에는 선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법원서기의 약 85%가 여성입니다. 또한 법원서기는 보통 한 법원에 2년 미만 정도의 기간을 근무한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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