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9일 금요일
미국 뉴욕남부검찰청 공소장
수 미 테리 SUE MI TERRY 사건. 국정원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으며 한국 정부를 위한 첩보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미국 뉴욕남부검찰청이 2024년 7월 15일 기소하였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지는 7월 17일 홈페이지에 그 공소장을 게시하였습니다. 저는 미국의 공소장을 처음 봅니다. 낯서네요. 몇 가지 메모해봅니다.
대배심 Grand Jury를 거쳐 기소된 법원은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
사건번호는 24 CRIM 427.
기소한 검사의 명의는 United States Attorney DAMIAN WILLIAMS.
문단마다 문단번호가 매겨져 있고, 군데군데 소제목과 각주도 달려있습니다.
중간중간 사진도 6장이나 삽입되어 있습니다. 공소장에 증거자료를 넣을 수 있군요. 우리나라는 이런 거 하면 안 되는데요.
아무튼 이 공소장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고, 훗날의 공부를 위해 일단 여기 공소장 링크를 적어둡니다.
235b1cb6-82bc-4a5e-a820-b12721d2f6f8.pdf (washingtonpost.com)
2023년 6월 17일 토요일
프랑스 증거법에는 왜 전문법칙이 없을까?
근데 미국이야 전문법칙이란 게 있어서 우리 것과 적절히 비교설명이 가능한데, 프랑스는 전문법칙이 없으니 웬만한 증거가 그냥 다 증거가 돼서 우리 전문법칙 설명에는 별 도움이 안 되더라구요. 도움은커녕 학생들이 프랑스는 왜 증거법이 그 모양이냐, 후진적이냐, 인권침해적이냐, 당신 제대로 아는 거 맞냐 하는 의문을 갖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의문에 대해 뇌피셜을 동원해서 다음과 같은 답을 마련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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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법의 사법제도는 배심원에 의한 재판을 전제로 한 제도이고, 대륙법의 사법제도는 관료(직업법관)에 의한 재판을 전제로 한 제도입니다. 그로 인해 영미법은 수사기록이 없는 재판이, 대륙법은 수사기록 위주의 재판이 이루어집니다.
영미법에서는, 법을 모르는 배심원들에게 복잡하고 알아듣기 힘든 전문용어들이 잔뜩 쓰여있는 수사기록을 재판하는 데 참고하라고 주는 건 의미없는 일입니다. 간혹 글을 못 읽는 배심원이 있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재판에 수사기록이 나오지 않고, 증인들이 우르르 나옵니다. 재판이 이렇게 진행되니 수사기관도 굳이 수사기록을 만들지 않습... 아니, 안 만드는 건 아닙니다. 수사기록을 만들긴 만들고 그 중 일부가 재판에 나오긴 합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지 수사 자체를 위한 목적으로, 즉 수사진행 상황을 그때그때 기록해두는 게 주된 목적이지 재판에서 증거로 쓰려는 게 주된 목적은 아닙니다.
이렇게 영미법 재판에서는 수사기록이 없는 대신 증인들이 직접 법정에 나와 증언하고 배심원들은 이 말들을 듣고 재판을 합니다. 다만, 필요한 증인이 재판에 다 못 나오는 경우가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때는 증인 대신 수사기록이 증거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 수사기록은 간혹 신용성이 없어 증거가치가 극히 적은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증거를 배심원에게 바로 주면 법을 모르는 배심원들이 그 증거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속아서 엉뚱한 판단을 할 수 있기에, 이를 막고자 전문법칙이란 걸 만들어 증거가치가 적은 수사기록들을 걸러내고 배심원들에겐 양질의 증거만 제공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심재판에는 시간과 자원이 과도하게 소요되기 때문에 모든 사건의 재판을 배심재판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 미국에선 95% 이상의 형사사건이 플리바게닝 등 정식재판이 아닌 간이한 방법으로 종결되고, 극히 일부의 사건만 배심재판이나 직업법관의 재판으로 진행됩니다. 직업법관이 하는 재판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재판모델이 배심재판이므로 배심재판에서의 원리가 대부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에 비해 대륙법에서는, 일찌감치 예심 제도가 발달하였습니다. 법률전문가인 직업법관이 재판을 하지만, 직업법관이 아주 많지 않은 다음에야 모든 사건을 다 꼼꼼히 재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재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판절차 이전에 예심절차를 둡니다. 예심절차를 담당하는 예심판사 또는 (예심판사 제도가 없는 경우) 검사가 재판에 준하는 심리를 미리 해보고 재판을 할 만한 사건만 골라서 재판에 보냅니다. 예심판사나 검사도 자신이 모든 사건의 심리를 다 할 여력은 안 되어 경찰에게 조사를 위임하는 방법으로 예심을 진행합니다. 예심은 재판을 준비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예심판사나 검사는 자신이 확인한 내용을 기록으로 만들어(경찰의 수사기록도 포함) 재판에 보냅니다.
이 예심기록이 사실상의 수사기록입니다. 즉, 예심이라는 건 재판에 보낼지(공소권 행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이런저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이고(이게 사실상 ‘수사’인 거예요. 그래서 수사와 공소권 행사는 분리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 확인결과를 적어놓은 게 바로 수사기록인 거죠. 이 기록은 예심 과정에서 예심판사나 검사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심리를 하고 제대로 판단을 했는지를 재판법원 판사나 상급기관에게 보이고 심사를 받는 목적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꼼꼼한 내용과 방대한 분량으로 만들어집니다.
재판을 하는 판사는 이렇게 꼼꼼하고 방대하게 만들어진 수사기록이 있으니 정작 재판은 간이한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이미 같은 사법관인 예심판사나 검사가 열심히 사건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사실을 확인하고 잘 기록해서 재판에 보낸 것이기에, 재판을 하는 판사가 필요한 증인을 죄다 다시 재판에 부를 필요가 없는 겁니다. 즉, 수사기록은 각 서류들을 증거와 증거 아닌 것으로 분류할 필요도 없이 기록 통째로 증거로 활용되고, 이런 구조에서는 전문법칙도 필요가 없는 겁니다(다만, 대륙법에도 가급적이면 재판에서 너무 수사기록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말라는 원칙이 있고, 이를 ‘직접주의’ 내지 ‘직접심리주의’라고 부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영미법보다는 많은 사건이 정식재판에서 처리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랑스와 독일에도 미국의 플리바게닝을 본뜬 제도들이 존재하지만, 이를 통해 처리되는 사건은 미국 플리바게닝 사건에 비하면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편입니다.
한편, 대륙법에도 미국 배심재판과 닮은 참심재판 제도가 있습니다. 직업법관이 사실판단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는 배심재판과 달리, 참심재판에는 직업법관도 일반인 참심원들과 함께 재판부를 구성해서 사실판단을 할 권한이 있습니다. 또, 직업법관은 수사기록도 미리 볼 수 있기 때문에 참심원들에게 직업법관이 갖고 있는 사건 관련 지식과 심증이 그대로 전달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직업법관이 결론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더구나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평결을 하여야 하는 미국 배심재판과 달리, 대륙의 참심재판은 대개 다수결 평결 제도이므로 직업법관의 판단과 크게 다른 결론이 나기 힘든 구조이기도 합니다. 미국 배심재판과는 위상이 다르고, 어디까지나 직업법관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된다는 얘깁니다.
영미법이나 대륙법이나 각자의 나라에서 나름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영미법과 대륙법 중 무엇이 더 낫고 무엇이 못하다 라는 우열관계는 있을 수 없습니다. 대륙법도 나름의 역사와 이유가 있어 지금의 제도를 갖고 있는 것이거든요. 엄격한 증거법제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의 우리 관점에서 보면 프랑스 증거법이 매우 허술하고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각 나라마다 특유의 전통과 관습이 현재의 제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고, 각 제도마다 각기 장단점을 다 갖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한 쪽만 지고지선이라고 맹종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생각입니다.
2023년 5월 2일 화요일
전문증거에 관한 쟁점 한 가지
전문증거의 의미와 관련하여, 평소 갖고 있던 생각 한 가지를 메모합니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기록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전문증거입니다.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따라 증거능력 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혐의사실을 자백해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종전의 진술을 번복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경우, 대개 그의 자백진술이 기록된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부정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피고인의 수사과정에서의 자백진술은 온데간데 없이 증거로 쓸 길이 없어지게 됩니다. 현재의 판례에 따르면요.
그런데 만약 피고인이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수사과정에서 자백진술을 한 일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면, 피고인의 법정진술 중 그의 수사과정에서의 자백진술 부분은 전문증거가 아니라 본래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의 개념은 제310조의2(“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①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②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로부터 도출되는데, 이 규정에 대한 정확한 해석에 의할 때 피고인의 법정진술 중 그의 수사과정에서의 자백진술 부분은 전문증거의 개념에 포섭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위 규정에서 ‘①서류’는 법정 외에서 작성된 것으로서 법정 외에서의 ‘진술’이 담겨있는 것이고 ‘②진술’은 법정에서의 진술로서 법정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①서류’는 자기 자신이든 타인이든 누구의 진술이라도 전달하는 것이면 되나, ‘②진술’은 타인의 진술만을 전달하는 것이 전문증거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정에 나온 증인이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이 공판 외에서 했던 진술 내용에 관해 증언한다면 이 증언은 전문증거이지만, 법정에 나온 증인이 자기 자신이 공판 외에서 했던 진술 내용에 관해 증언한다면 이 증언은 전문증거가 아닙니다. 법정진술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과 제2항의 내용을 봐도 그렇게 해석됩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전문법칙의 취지상 당연한 이치이기도 합니다. 전문법칙이라는 건 본래 요증사실에 관해 증언을 해야 할 어떤 사람이 법정에 나올 수 없을 때, 그의 증언 대신 다른 대체물을 증거로 인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증언을 해야 할 사람이 이미 법정에 나와 있다면, 궁금한 걸(그 사람의 법정 외 진술) 바로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지 굳이 전문법칙을 따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 이치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는 혐의사실을 자백하였다가 공판과정에서 이를 번복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사안에서, 만약 피고인이 법정에서 ‘수사과정에서 혐의사실을 자백하였다’라고 진술한다면 이는 ‘타인의 진술’을 진술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전문증거가 아닙니다. 이는 본래증거이므로, 곧바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입니다. 즉, 피고인이 법정에서 수사과정에서의 자백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피의자신문조서야 전문증거여서 피고인의 내용부인을 사유로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건 당연하다 치더라도, 현재 법정에 나와 있는 피고인의 진술에 의해 그 내용이 인정된 수사과정에서의 자백진술은 본래증거이므로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는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문언상 명백한 논리임에도, 피고인의 '내용부인'이라는 한 마디로 수사과정에서의 피의자의 진술이 온데간데 없어져야 한다는 이런 이상한 법해석은 하루 속히 바로잡혀야 하겠습니다.
2011년 11월 23일 수요일
프랑스의 위법수집증거 취급방법 개관
2011년 9월 24일 토요일
프랑스 형사사법제도 개관
2011년 6월 23일 목요일
프랑스 형사증거법 개관
2011년 2월 2일 수요일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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