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3일 토요일
책 소개 : "프랑스 형사재판의 구조와 원칙 - 형사소송법의 이해"
계명대학교 법학과 김택수 교수님께서 최근에 “프랑스 형사재판의 구조와 원칙 - 형사소송법의 이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저의 공부삼아, 이 책의 귀한 내용들 중 몇 부분에 제 의견을 살짝 덧붙여 정리해봅니다.
——————————————-
[14면]
2019년의 행정지침은 이 법원의 관할에 관해, 범죄의 파급이 일정 지역에 걸치고 지역의 질서를 혼란케 할 것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와 비슷한 특별법원으로, '조직범죄대처전국법원(la juridiction nationale de lutte contre la criminalité organisée, JUNALCO)'이 2019년에 창설되었다고 합니다. 이 법원은 조직범죄, 특히 조세범죄, 마약범죄, 사이버범죄, 재정범죄, 자금세탁범죄 등에 대처하는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704조에서 정하는 부패범죄는 여기서 제외됩니다.
[84면]
수사절차에서 경찰유치(garde à vue)가 종료되면 검사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을 자신 앞에 출석시키도록 하는데, 이를 인치(défèrement)라고 부릅니다. 이 단계에서 기소 여부의 결정이 내려지는데, 피의자의 인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인치없이 피의자가 석방된 상태에서 소추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직접소환심판(citation directe), 즉시출석심판(comparution immédiate), 별도기일 출석심판(comparution à délai diffère)의 경우에는 검사 면전에의 인치가 필요하지만(형사소송법 제393조 제1항), 사법경찰관에 의한 소환심판(convocation par officier de police judiciaire) 방식은 검사의 면전에 피의자를 인치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 때문에 경죄사건의 일반적인 기소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검사 면전에 피의자가 인치되는 경우, 검사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을 고지한 후 피의자를 신문(interrogatoire)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제393조 제4항). 이러한 신문에 대해서는 조서(procès-verbal)를 작성합니다(제393조 제6항).
[102면]
이 부분에 기재된 프랑스 검찰 통계에 의하면, 2023년 기준 검찰에 접수된 4,705,322건의 새로운 사건 중 33,793건이 중죄, 3,892,561건이 경죄, 326,884건이 위경죄 사건이라고 합니다.
검찰이 처리한 사건 4,370,113건 중 3,170,220건은 신원미상 등 이유로 기소가 불가능한 사건이고 나머지 27.5%에 해당하는 1,199,893건이 기소 가능한 사건인데, 기소 가능 사건 중 절반인 594,365건은 기소, 100,242건은 기소유예, 400,458건은 기소대체수단을 통해 종결되었습니다.
검사가 기소한 594,400건 중 16,227건은 예심수사 청구(약 3%), 508,882건은 경죄법원 기소, 32,299건은 경찰법원 기소로 처리되었습니다. 소년법원 기소도 36,957건이 있네요.
경죄법원 기소 중에서는 사법경찰관에 의한 소환 100,242건, 즉시출석 50,273건, 조서에 의한 소환 32,318건, 직접소환 6,119건, 별도기일출석 4,075건이고, 약식명령이 201,081건, 유죄인정부출석이 114,774건입니다.
[214면]
프랑스에서는 경찰유치 피의자, 예심피의자, 미성년 피해자 등에 대한 조사과정은 영상녹화하여야 합니다. 예심수사에 대해서도 영상녹화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서 작성을 대신하여 영상녹화만으로 조사가 이루어질 수는 없고, 예심과정이나 공판절차에서 조서에 기재된 진술 내용이 진술한 대로 기재되지 않았다고 다투어지는 경우 그에 대한 반박을 위해 영상녹화물이 쓰이게 된다고 합니다. 즉, 영상녹화물은 조서 기재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보조적 증거물입니다.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증거로 못 쓸 수도 있는 우리나라 조서와는 달리, 프랑스에서의 조서는 거의 무조건 증거로 쓰입니다. 더구나 프랑스의 조서는 단순한 증거의 지위만 있는 게 아니라, 사건이 법원에 오기 전의 예비심리 단계(검사의 수사 및 예심판사의 수사)에서 그 절차를 담당한 사법관이 자신이 사실관계를 검토해보니 이 피고인이 죄가 있는 게 맞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이 담긴 기록물 중 하나이고 재판법원의 판사로 하여금 신속하고 간이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므로, 모든 사건에서 조서가 작성됩니다. 다시 말해, 당연히 증거로 쓰이는 조서를 작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조서가 없으면 예비심리 단계에서 사법관이 어떠한 판단을 하였는지 재판법원의 판사가 알 수 없으니 조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겁니다.
따라서 영상녹화조사가 이루어지더라도 조서 작성이 생략되면 곤란하고 조서는 작성될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조서는 증거가치가 현저히 적으니 굳이 작성할 필요성이 없고, 필요에 따라 영상녹화조사가 이루어지는 경우 조서 없이 영상녹화물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128면, 210면, 217면]
경죄법원과 경찰법원에서 증인을 출석시켜 신문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증인을 신문하는 경우 피고인을 먼저 신문한 후 증인을 신문합니다(제442조).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프랑스에서 조서는 거의 무조건 증거로 쓰이므로, 굳이 조서상의 진술자인 증인이 법정에까지 나올 필요가 없어 증인신문이 드문 겁니다.
또, 해당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피고인 본인이므로 그로부터 듣는 사건에 관한 정보가 가장 중요하고, 그러한 이유로 피고인신문이 증인신문 순서보다도 앞에 위치하는 겁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증인신문이 앞서 이루어지고, 재판절차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그것도 필수절차가 아니라 임의절차로 피고인신문이 위치해 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의 말을 우리가 들어보기가 힘든 구조인 것입니다.
[218면]
유럽인권재판소와 프랑스 대법원은 대면심문권(confrontation)을 피고인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럽인권재판소는 대면심문권을 침해한 경우에 일관되게 이를 유럽인권협약 제6조가 보장하는 공평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으나, 최근 익명증인에 대한 대면심문권의 제한이 곧바로 공평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피고인에 대한 다른 절차적 보장장치에 의해 보완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대면심문권을 절대적 권리가 아닌 상대적 권리로 변경하였다고 합니다.
[221면]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가 실체판단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상대방 몰래 대화를 녹음한 녹음물과 그 녹취서인데, 우리 법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사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대화의 상대방 몰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1년 이하의 구금 또는 45,000유로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합니다(형법 제226-1조).
그런데 프랑스 대법원은 이렇게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 하더라도 그 녹음물 자체는 형사소송법 제17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심상의 행위나 증거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효화될 수 없고 오히려 대심적으로 토론될 수 있는 증거방법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고 합니다. 즉, 사인이 형벌법규를 위반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한 경우 그 위반행위에 대해 처벌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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