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9일 토요일
[독서일기]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독서일기] 레이블의 글은 정말 오랜만에 써봅니다. 읽은 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는 게 퍽 귀찮은 일이라 한참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데, 얼마 전 좋은 책을 읽게 돼서 그 좋은 내용들을 까먹지 않기 위해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2021년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나온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라는 책입니다. 구글의 People Operation 부서 최고책임자인 라즐로 복 Laszlo Bock이 구글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했던 조직관리 정책들을 소개합니다.
저는 지금 조직관리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한때 조직관리 업무를 해본 입장에서 공감가는 내용들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특히 공감했고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내용들을 적절히 요약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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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8면] 구글에서는 정기적으로 전체 사내 미팅을 한다는 게 유명하죠. 이 책에 의하면 매주 금요일마다 사내 카페에서 전 직원이 모여 TGIF 미팅을 한다고 합니다. 구글 CEO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주에 진행된 일들을 업데이트하고 제품 시연회를 열고 신입직원 환영식을 하기도 하고, 전 직원이 온라인으로도 이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모든 직원이 현재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30분간 있는 질의응답 시간이라고 합니다. 무슨 주제로든 질의를 할 수 있구요. 여기서 제기될 질문의 선택은 행아웃온에어 Q&A를 통해 투명하게 진행되는데, 직원들이 여기에 질문을 제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질문들을 놓고 토론을 벌이거나 투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질문 선정 방식은 직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질문의 순위를 매기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툴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질문을 선정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게 효율적이고 의미있는 행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9면] 구글은 직원 채용에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인다고 합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직원을 충분히 잘 뽑으면 이 직원에게 교육훈련 비용을 그만큼 덜 들여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20면] 입사지원자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질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함과 성실함이라고 합니다.
[240-241면] "크게 기대하면 크게 얻는다", 의사 결정은 될 수 있으면 조직 위계의 가장 낮은 단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합니다. 간부임에도 자신의 지위를 상징하는 이런저런 장치를 포기하는 행위 자체가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데, 내가 기대하는 수준이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거기에 맞춰 행동한다고 합니다. 동기 부여에도 영향을 미치구요.
[275-276면] 내재적인 본질적 동기 부여는 한 개인이 성장하는 데 관건이 되는 요소인데, 전통적인 방식의 성과 관리 제도는 이 동기 부여를 파괴한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도제 방식은 이런 내재적인 동기 부여를 토대로 하는데, 미숙련 노동자는 전문기술을 갖춘 사람이 옆에서 가르쳐주길 바라고 또 이런 조건이 갖춰질 때 최대한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승진이나 연봉 인상 약속과 같은 외재적인 동기 부여가 도입되면 학습 의지와 능력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389면] 매우 뛰어난 성과를 내는 최고의 인재는 승진 제도나 급여 제도의 벽에 부딛쳐 자신이 창출하는 가치에 걸맞은 보상을 받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 선택하게 되는 유일한 길은, 자신에 대해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회사 내부시장을 떠나 자유시장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즉,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지금까지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나의 실제 가치를 바탕으로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회사는 왜 최고의 인재가 떠나게 하는 것이냐 하면, '공정함'이라는 개념을 잘못 해석하기 때문이며 직원들에게 이를 정직하게 말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보상의 공정함이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동일한 보상 또는 약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고 합니다.
즉, 공정성은 개인이 기여한 몫과 개인이 받는 보상 수준이 적절하게 일치할 때를 말하는데, 이는 개인별로 당연히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406-408면] 구글은 어떠한 성과에 대해 보상하는 방식을 금전적인 차원에서 경험적인 차원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현금 보상은 그 액수를 현재 자신의 봉급과 비교하거나 이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식으로 평가되고, 대개는 흥청망청 소비되기보다는 생필품을 사는 데 쓰입니다. 반면, 현금이 아닌 보상, 즉 상품은 정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데, 상품을 받은 그 사람은 가치를 계산한다기보다는 자신이 누리게 될 특별한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상품보다는 현금을 선호한다는 답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당장 자신에게 필요없는 상품을 받는 것보다는, 현금을 받아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재미있는 건, 구글이 실험을 해보니 사람들은 분명 상품보다는 현금을 선호한다고 했음에도, 상품을 받은 사람들이 더 재미있고 더 기억에 남고 회사가 더 사려 깊다고 생각했다는 응답을 하더라는 겁니다. 특별한 경험을 상으로 받은 사람들이 현금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한층 더 오랜 기간 행복한 상태에 젖어있었다고 하구요. 돈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금방 사라지지만 기억은 영원히 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427-429면] 구글은 직원이 회사 내에서 효율적으로 일하기를 바라고 개인 생활에서도 효율적이기를 바랍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가 끝없는 집안일에 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이런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생활을 한층 편리하게 해주는 현장 서비스를 회사에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를 테면, 현금자동입출금, 세탁이나 드라이클리닝, 세차 및 엔진오일 교환, 자전거 수리, 신선한 유기농산물과 육류 배달, 휴일 장터, 이동 미용실, 이동 도서관 등의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위해 구글이 따로 지불하는 돈은 없고, 구글은 단지 업자들이 이런 서비스를 회사 안에서 제공하기를 원할 경우 허락만 하면 될 뿐입니다. 필요한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이런 업자들을 유치하기도 하고, 회사가 비용을 일부 지불하는 서비스도 있지만 큰 돈이 들어가진 않거나 구글의 전체 지출 규모에 비해 큰 부담이 아니라고 합니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이런 서비스들이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구요.
[437-439면] 구글에는 층마다 마이크로키친이 있다고 합니다. 커피나 과일, 과자 따위를 꺼내 먹으며 잠시 느긋하게 쉴 공간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직장들로 치면 탕비실 같은 것인가 봅니다. 창업자 세르게이는 "어떤 사람도 음식에서 60미터 넘게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이런 공간을 둔 목적은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시도했듯, 사람들에게는 집과 사무실 이외의 '제3의 장소', 즉 느긋하게 쉬면서 다른 사람과 어울릴 공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공간을 대개 서로 다른 사업부나 팀이 접하는 경계선에 마련해 서로 다른 부서에 속한 직원들이 한자리에서 어울릴 수 있게 하고, 그럼으로써 자기 부서 안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발상을 떠올릴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 부서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대개 비슷한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창의성은 떨어져가기 때문입니다.
[468면] 이 책에서도 '넛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넛지는 "사람의 행동을, 어떤 선택권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동기 부여를 크게 바꾸지 않은 채, 예측 가능한 어떤 방식으로 수정하는 선택 구조의 한 측면이다. ...... 단순한 넛지가 되려면 개입은 반드시 손쉽고 비용이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예컨대 과일을 눈에 잘 띄는 것에 두는 것은 넛지지만,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즉, 넛지는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하지, 선택 자체를 지시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522-525면] 구글의 한 직원이 경영진의 사내 식사 제공에 관한 어떠한 방침을 비난한 일이 있었고, 또 어떤 직원들은 회사의 시설을 부당하게 이용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새롭게 제공되는 것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고맙고 신나고 멋진 것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특권이나 마땅히 받아야 할 혜택으로 여기고, 기대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만족도는 떨어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사내 복지 개념으로 도입한 제도들을 고맙게 여기기보다는, 자신의 특권이라 여기고 쉽게 불평불만을 표출한 일이 생겼던 것입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전체 직원들에게 이러한 사례들을 공지하고 이 제도의 도입취지나 방침을 다시 환기시키는 식의 대처가 필요할 상황일 것입니다. 구글에서는 이런 일도 TGIF 미팅 시간을 활용해 전 직원들에게 알렸고, 이러한 사례들을 알지 못했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여론을 주도하였고,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의 도덕관이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러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유익이 이런 데 있겠군요.
특권적인 혜택에 익숙해지려는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애초에 어떤 제도를 시행하면서 설정했던 목적의 유효성이 소멸했을 때는 이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폐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551-552면] "일에 의미를 부여하라". 직장에서의 일은 우리 인생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 같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저자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로 혜택을 입을 사람과 아주 조금만 연결되어 있어도 된다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내가 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중요한 편익을 제공하는 일이고, 이런 사실을 앎으로써 일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일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고 합니다.
[552-553면] "사람을 믿어라". 직원이 사장처럼 행동하는 게 우리가 직원들에게 바라는 것의 핵심인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길은,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권위 중 일정 부분을 직원에게 나눠주고 직원이 그 권위 혹은 권한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554면]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채용하라".
[555면] "역량 개발과 성과 관리를 혼동하지 마라".
[557면] "최고의 직원과 최악의 직원에게 집중하라".
[558면] "인색하면서도 동시에 관대하라".
[560면] "차동하게 보상하라".
[563면] "점점 커지는 기대를 관리하라".
2021년 7월 3일 토요일
직장인의 식사자리와 '쉐어'
이탈리안 음식점 같은 델 가면 여러 요리 시켜서 여러 명이 나눠먹는 ‘쉐어’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다 맛볼 수 있다는 이유로 즐기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이런 거 딱 질색입니다. 친구나 가족이나 편한 사람들과 함께일 땐 그나마 낫지만, 특히 직장 동료들과 있는 자리에선 정말 싫습니다.
첫째, 접시가 이리저리 오고가야 하고, 양 조절 잘해야 합니다. 정신 사납고 음식 덜기 아주 귀찮습니다. 이런 류 음식 양도 얼마 안 되는데, 찔끔찔끔 덜자니 양에도 안 차구요.
둘째, 음식 꼭 남습니다. 아깝습니다. 음식에 대한 소속감, 소유의식, 책임감이 옅어지고, 남들 보기에 불쌍해 보일까봐 싹싹 안 긁어먹기 때문이죠.
셋째, 이게 제일 중요한 이유인데, 은근 서열 신경 쓰입니다. 상급자보다 먼저 내가 음식에 손대도 괜찮나 싶습니다. 밥 먹는 자리에서 머 그런 거까지 신경 쓰느냐구요? 노 노, 사회생활이란 남 눈치 안 보고 사는 거 절대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눈치 없는 사람들이 공감능력 떨어지는 경우 많고, 여럿 모여사는 데선 누구나 남 얘기 쉽게 하기 마련이거든요.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가만 생각하니 이탈리안 뿐만 아니라 한정식집이나 중식당에서 몇 가지 요리들이 차례로 나오는 경우도 그렇고, 평범한 밥집에서 큰 냄비에 탕이나 국 같은 거 끓여 각자 국자로 덜어먹는 경우도 마찬가지겠네요.
2021년 3월 9일 화요일
드라마 "나의 아저씨"
어떤 무능한 아저씨가 있습니다.
직장에선 그냥 고지식하기만 하고 유도리가 없어 제때 승진도 못하는 만년 부장입니다. 얼마나 고지식한지, 심지어 연로한 회사 오너가 직접 찾아와 밥 한번 먹자는데 그 면전에 대고 선약이 있네 뭐가 있네 하면서 번번히 퇴짜나 놓는 시건방지기까지 한 사람입니다.
고지식하달 뿐 정직한 건 아니어서 누군가가 퀵으로 보낸 뇌물봉투를 받아들고는 마음이 혹하고, 성격은 소심해서 뇌물 받는 걸 누가 봤을까봐 마음 졸이기도 합니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데다 폭력적인 성향까지 있어서, 싫어하던 대학 후배가 자기 윗사람인 사장으로 왔다고 꽁해 있다가 급기야는 사장한테 주먹질을 날리기까지 합니다.
자격증은 있는 기술자여선지 안 짤리고 근근이 버티기는 하는데, 남들 다 하는 직장생활 머가 그리 힘들다고 허구한 날 우거지상에 한숨 푹푹 쉬어가며 꾸역꾸역 회사를 다닙니다.
집에서도 좋은 가장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무조건 술집입니다. 집에서도 술입니다. 그렇게 줄창 마셔대는데, 다음날 되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말짱하고 쌩쌩합니다. 술 하난 잘 마시는데 술 말고 할 줄 아는 건 없어서, 어린 아들에게 보여주는 아빠의 특기라는 게 딸랑 폭탄주 제조법뿐입니다.
게다가 끈끈하고 뜨거운 가족애, 형제애, 친구애로 다른 별볼일 없는 아저씨들과 똘똘 뭉쳐다니기 일쑤입니다. 부모형제 집안 일엔 열일 제쳐놓고 달려가고, 주말에도 동네 조기축구 따라다닙니다.
집에 잘 안 있고, 아내와 대화도 없습니다. 아내한테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말이 퇴근길에 “뭐 사 가?” 뿐입니다.
이렇게 가정은 뒷전이니 아내도 마음이 떠났습니다. 이 아저씨의 회사 사장과 바람을 피웁니다. 이 아내 직업이 변호사인데, 결혼하고 아이 낳고서야 비로소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변호사입니다. 아마도 이 답답한 남편만 믿고 살다가는 앞이 안 보이고 이도저도 안 되겠다 싶어 뒤늦게 두 팔 걷고 생활전선에 나선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무능한 아저씨가 주인공이니, 문제 많은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그런 무능한 아저씨를 한참 어리고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가 좋아한다는 설정이니, 이건 머 대놓고 막장에다 논란만 일으키는 드라마일 수밖에요.
그런데 이 무능하기만 한 아저씨가 잘 하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감능력입니다. 아픈 사람 보면서 같이 아파할 줄 알고, 우는 사람 보면서 같이 울어줄 줄 알고, 화난 사람 보면서 같이 화내줄 줄 압니다. 문제아를 그냥 문제아로 보지 않고, 왜 문제아가 됐는지 이해해주려 합니다. 사람 알아봐주는 마음씨가 쓸만 합니다.
그래서 불쌍하고 불행하게 사는 어떤 아이가 이 아저씨에게 반합니다. 이 아저씨로부터 “고맙다” “착하다” 이런 평범한 말을 듣고 바로 감동 먹습니다. 그냥 별거 아닌 말이지만 평소 못 들어보던 말인 거죠. 나한테도 이런 말 해주는 사람이 다 있네, 이거죠. 아무도 관심없고 거들떠도 안 보는 문제아인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신경써주는 유일한 어른인 거거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른이 할 역할이 바로 그건 거 같습니다. 아이를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신경써주는 거. 같이 공감해주는 거. 그래서 아이가 세상에서 잘 크고 잘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거.
근데 많은 어른들이 이걸 잘 못하죠. 많은 어른들이 공감능력 없는 꼰대여서 되도 않는 잔소리만 하려고 하니 아이들이 다 피합니다. 어떤 어른들은 심지어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 아이를 이용해먹고 아이에게 책임을 미루고 하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사내정치에 이지안을 이용하려는 어른들이 여럿 등장하고, 영화감독 기훈은 영화배우 유라를 등쳐먹고 상처를 줍니다.
이렇게 이 드라마의 주제는 바로 어른과 아이의 관계,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관계 다시보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개개인 다 따지고 보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저씨들처럼 다 쪼잔하고 후줄근하기만 합니다. 훌륭한 사람 하나 없이 각자 다 부족한 점 많고 무능하고 흠 투성이이긴 하죠. 기껏 술이나 먹을 줄 알고 다른 거 할 줄은 몰라 시대에 뒤처지기나 하고 망가진 채 여생을 살죠. 그렇지만, 그렇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공감할 줄 알아야 하는 게 바로 어른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이번 생 망한 어른들이라도 그거 하나만은 제대로 잘 해보자는 겁니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이 박동훈이라는 아저씨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입니다. 이 정도로 착하고 바르고 공감능력 있는 어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실제 보기 힘든 캐릭터이고 이런 캐릭터 되기 쉽지 않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가급적 이런 어른이 되려고 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습니다. 저도 아저씨인데, 아이들에게 저는 어떤 모습일지......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메시지보다 메신저?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어떠한 주장은, 그 내용이 어떠한지보다 그걸 주장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메신저가 매력 있고 호감을 주는 캐릭터여야, 비로소 사람들이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제가 일하는 법조 분야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마이클 코넬리의 법정소설과 형사소설에 빠져 있습니다. 존 그리샴처럼 상황이 박진감 넘치거나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진 않아 오락적인 재미는 덜하지만, 미국의 형사사법제도 자체를 실감나고 잘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있어 소소하면서도 담백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쓴 미키 할러 변호사 시리즈 중 "탄환의 심판(The Brass Verdict)" 470~471쪽에도 이 '메신저'에 관한 비슷한 취지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샤미람 아슬레이니언 박사는 깜짝 증인이었다.
박사가 재판에 나왔다는 점이 놀라운 건 아니었다.
내가 이 사건을 맡기 전부터 증인 명단에 박사의 이름이 있었으니까.
놀라운 건 박사의 외모와 성격이었다. (중략)
그녀는 활발한 성격을 지닌 푸른 눈의 금발 여성이었으며, 미소 짓는 표정이 편안했다.
그저 사진을 잘 받는 미인이 아니라, 텔레비전에 나가도 될 정도였다.
말솜씨가 똑 부러지고 자신감이 넘쳤지만 결코 오만하지 않았다.
박사는 모든 변호사가 증인에게 바라는 단 한 가지 특징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호감이 가는 인상.' (중략)
박사는 검사에게 이중의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성격과 매력으로 배심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전문가로서 내놓는 증언이 사건에 결론을 내려줄 테니까 말이다.
재판에서는 증인이 누군지가 아주 중요했다.
실제 증언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서도 6가지 심리법칙 중 '호감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로버트 치알디니에 의하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외모나 체격이 판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호감을 가진 사람이 한 부탁은 거절하기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호감의 원천은 상대방의 신체적 매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과 공유하고 있는 사소한 공통점일 수도 있고,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이나 나에게 익숙해진 사람 또는 나와 상호협력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호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호감에만 빠져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호감은 없었는지, 그 호감이 없었을 경우에 나의 선택은 어떠할지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2019년 9월 29일 일요일
[독서일기]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그래도 두고두고 새겨두면 좋을 내용이 훨씬 많습니다. 다음에 또 안 읽어도 되도록, 여기에 책 내용을 제 마음대로 요약하고 해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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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항상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답이 나오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항상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상대할 때는 당연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대화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즉, '나'를 위주로 생각하면 안 되고 '상대방' 위주로 생각하여야 한다는 것이죠.
일단 이 원칙을 중심에 두고, 여기서 여러 유의사항들이 도출됩니다.
- 상대방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고,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지적하여야 합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감히 그런 사람을 비난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되죠. 그러기 전에, 왜 상대방이 비난받거나 지적받을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려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관용을 보이고 친절을 베풀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된다고 합니다.
같은 이유에서, 누군가와 논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공허한 승리입니다. 사람은 웬만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에, 나와의 논쟁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면 결코 나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득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지거나 양보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상대방이 지적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서 내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 인간 본성에 존재하는 가장 깊은 충동은 '인정받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겠죠. 여기에는 칭찬과 격려가 가장 좋은 방법인데, 다만 칭찬과 격려는 솔직하고 진지한 진심이 담긴 것이어야 하고, 진심이 없는 아첨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은 자신이 받고 있는 평판대로 살려고 하고, 자신이 받는 대우에 걸맞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정직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있는 사람은 정직하게 살려고 하고, 어떤 사람을 중요한 인물로 존중하고 대우하면 그 사람도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고 있는 인정을 계속 받으려는 욕구 때문이겠죠.
-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하려면 단지 지시만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이 스스로 그 일을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약간의 힌트만 주고 상대방이 스스로 결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사람은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어떠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 누가 시킨 일은 오히려 하기 싫어하게 되기 마련이죠.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재미를 갖고 해야만 그 일에 성공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상대방이 스스로 어떤 행동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직접적인 명령보다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 어떤 사람을 친구로 만들려면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됩니다. 그 사람을 좋아해주고 존중해주면 됩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방 자신에 대한 얘기, 예를 들면 외모, 집, 직업, 취미, 사무실 등에 대해 언급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겠네요. 이것 역시 사람이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다만, 이 관심 역시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관심은 상대방도 대번에 눈치채기 마련이겠죠.
- 사람의 호감을 사려면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자신의 얘기를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얘기를 잘 들어주고, 더 나아가 그 얘기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하거나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니까요. 사람은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남의 얘기를 듣는 것보다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상대방의 말을 끌어내려면, 그가 관심을 갖고 있을만한 일을 대화소재로 꺼내는 게 좋겠네요. 경우에 따라 어떤 기술이나 요령에 대해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하면, 상대방은 더 신이 나서 얘기할 수 있으니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얘기 하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이 스스로에 대해 말하도록 유도한다, 꼭 명심할 내용입니다.
2019년 7월 28일 일요일
강사가 피하면 좋을 말
1. "우리 때는(옛날에는) ~~~했다”, “그런데 지금은(요새는) ~~~한다”
비슷한 경우로, "이렇게 반응 없는 청중은 처음(또는 오랜만)입니다"라는 취지의 강사 멘트가 있습니다. 이 경우도 자기 잘못은 생각 안 하고 수강생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수강생을 기분 나쁘게 하는 멘트입니다.
2019년 7월 21일 일요일
잘 나가는 조직과 구성원들의 소통
우리 ‘유사 가족’ 행세는 그만하기로 해요. 쿨한 관계로 지내자고요. 조직에 청춘을 바치던 시절은 끝났어요. 아버지 때에나 있던 얘기죠. 사실 그때에도 말만 그랬을 거 같아요. 궁금해하지 말고, 불필요한 질문도 삼갑시다. 같이 밥 안 먹어도 돼요. 전 ‘혼밥’ 잘하거든요.
2019년 7월 10일 수요일
직장 식사자리에서의 대화와 한식
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저녁 회식을 바라보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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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자가 하급자들에게 "너네 좋아하는 데 가자. 너희끼리 정해봐"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요, 저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과연 그들이 정말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곳을 정해서 갖고 올까요. 상급자의 성향도 (상당히) 고려한, 그저그런, 무난한 곳이 당첨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취향을 몰라서 그런다구요?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평소에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을 알고 있어야지요. 모른다고 하면 말이 안 되고, 결국 "나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지요.
어쨋든 가급적 참석자들의 취향에 맞춘 회식 장소를 고르는 게 대개 무난한 방법이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주최자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자리는 어떨까요. "난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야. 혹시 처음이면 이번 기회에 한번 경험해봐." 어쩌다 한번 회식을 한다고 모든 동료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최소한 내 개성에 동조하는 한 두 명은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2018년 6월 24일 일요일
저녁 회식을 바라보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점
“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 하지 마라. 자유로운 관계 아닌 거 서로 알잖나. 필요하면 구체적인 질문을 해라. 젊은 세대와 어울리고 싶다며 당신이 인사고과하는 이들과 친해지려 하지 마라. 당신을 동네 아저씨로 무심히 보는 문화센터나 인터넷 동호회의 젊은이를 찾아봐라. 뭘 자꾸 하려고만 하지 말고 힘을 가진 사람은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명심해라.”
'인터비즈' 사이트의 "상사가 말하는 '상사가 부하직원에 스트레스 주는 이유' 1위는?" 글에도 똑같은 대목이 나오네요.
![]() |
[출처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1297332369] |
저도 직장에서 '부장'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에 몇몇 ‘부장’님들과 잡담을 하다 한 분이 “사람들(여기서는 같은 직장의 하급자)에게 저녁 같이 하자고 하면 좋아할까요?”라고 운을 떼셨습니다. 당연히 “다들 안 좋아하겠죠”라는 대답을 예상하고 던진 말씀이었습니다. 다른 한 분이 “같은 부 소속인 사람들은 부장이 직속 상사라 어려워서 싫어하겠지만, 다른 부에 있는 사람들은 업무상 특별한 관계가 없으니 아마 좋아할 거다”라고 하셨고, 또다른 한 분은 “특이하거나 맛있는 거를 사주면 다 좋아할 거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듣기만 하고 그 대화에 끼진 않았지만, 일단 처음에 운을 떼신 분 말대로 다들 안 좋아할 거라는 게 가장 무난한 답인 것 같긴 합니다. 부장인 사람이 저녁을 산다고 하면 다른 부 사람들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도 부장이 되기 전에는 다른 부 부장님이 저녁 사주겠다고 하시는 게 늘 좋지만은 않았거든요. 그리고 특이하거나 맛있는 거…… 그런 게 있기는 한가요. 같은 음식이라도 상황에 따라 맛있기도 하고 맛없기도 한 거니까요.
그런데 그렇다고 상급자들이 하급자들과는 저녁 회식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서양 사람들처럼 개인주의 문화가 워낙 확고해서 저녁에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따로 어울리지 않고 곧바로 귀가하는 분위기라면 모를까, 우리는 저런 일이 생기면 하지 말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직장 동료든 친구이든 누군가와 한데 어울리면서 팀웤을 가다듬고 축하하고 슬퍼하고 위로하고들 하잖아요. 물론 서로서로 편한 사람들끼리의 자리이겠지만 어차피 다들 집에 안 가고 한데 모이는 자리가 있을 거라면, 상급자가 가끔 먼저 나서서 그런 자리를 만들고 주재하는 것도 리더십의 한 방법이고 관리자의 역할이기도 한 것이겠죠.
이런 경우들 말고, 비정규적으로, 수시로, 특별한 동기 없이 막연히 한 잔 땡기니 빨자는 식으로 벌어지는, 그런 사적인 모임 성격이 짙은 류의 회식은 상급자들이 낄 영역이 아닐 것이구요.
그런데 업무상 조직관리에 필요한 경우라고 하여 저녁 회식이 당연히 괜찮다는 얘기를 드리려는 게 아닙니다. 뭔가 조건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의 다른 '부장'님들과의 잡담 속에서, 제가 속으로 생각한 답은 이거였습니다. “저녁 사주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이냐에 달린 문제야.”
매력적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물론 상급자 자신인데, 자신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하급자의 입장에 서서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또 이런 하급자들(예를 들어 먹고 마시는 거라면 무조건 오케이하는)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는 상급자가 저런 하급자들(예를 들어 먹고 마시는 거에만 관심을 갖지는 않는 보통의 평범한)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만나려는 하급자들의 성향과 상황도 고려해서 상급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매력적인지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도 있습니다.
자, 이제 다들 스스로 자신이 매력적인지 아닌지 잘 따져보시고, 어느 쪽인지 잘 판단이 안 선다면 저녁 회식을 하지 않는 게 중간은 갈 수 있는 안전한 조치라고 사료됩니다. 앞에서 문 판사님도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할 수도 있다고 하시잖습니까.
원래 페이스북에 쓰려던 글인데, 직장 동료들이 페친으로 즐비한 페이스북에서 자칫 "그래서 도대체 넌 저녁 회식을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너 어제도 회식하던데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류의 핀잔을 잔뜩 들을 것이 우려되어, 직장 동료들의 발길이 별로 없는 여기에다 소심하게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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