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3일 목요일
프랑스 형사증거법 개관
작성자:
iMagistrat
시간:
6/23/2011 11: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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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
사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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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녹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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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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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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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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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
형사소송
(이 글은 이번 대학원 첫 학기의 "보안처분법" 수업을 위해 준비했던 발표문입니다. 일에 엄청나게 시달리던 때라 애초 준비했던 "프랑스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 개관" 정도 주제의 발표문은 아예 준비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달랑 증거법 개관 정도만 작성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발표날에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수업에 가지도 못해, 지금까지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목 차
Ⅰ. 시작하는 말
Ⅱ. 형사증거법 일반론
1. 형사증거법의 체계
2. 형사증거법의 특징
Ⅲ. 형사증거법의 일반원칙
1. 증거자유의 원칙
가. 의의
나. 한계
2. 자유심증주의
가. 의의
나. 한계
Ⅳ. 조서와 영상녹화물에 대한 증거법상 취급
1. 조서
가. 조서의 의의
나. 조서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2. 영상녹화물
가. 영상녹화물의 의의
나.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Ⅴ.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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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시작하는 말
주지하듯이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대륙법계의 형사법을 대표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국내 형사법학계에는 다른 법 분야와는 달리 프랑스의 형사법이 소개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미국, 일본, 독일의 이론들이 주로 알려져 있는 게 현실이다.
법학의 국가적 편중현상은 바람직하지 않고, 우리의 실정에 맞는 법체계를 찾아내고 외국법에 대한 균형 있는 연구와 소개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형사법이 우리 형사법의 모태이기도 하고 우리의 법체계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프랑스의 형사법에 대한 연구는 나름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형사법 분야에서도 특히 증거법에 대한 소개는 더더욱 미미한 편이어서 연구의 필요성이 작지 않고, 개인적으로 향후 프랑스의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 관련 논의에 대한 연구를 준비하는 전단계로, 이번에 프랑스 형사증거법을 개략적으로라도 살펴보는 발표를 준비하였다.
이 글에서는 프랑스 형사증거법의 체계와 일반원칙, 그리고 우리의 형사증거법에서 특히 문제되는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와 영상녹화물의 증거법상 취급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Ⅱ. 형사증거법 일반론
1. 형사증거법의 체계
현행 프랑스 형사소송법(Code de Procédure Pénale)의 법률부분(Partie Législative)은 모두 여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권은 제1권 '공소와 예심수사의 수행'(제11조 ~ 제230-5조), 제2권 '재판법원'(제231조 ~ 제566조), 제3권 '비상구제방법'(제567조 ~ 제626-7조), 제4권 '특별소송절차'(제627조 ~ 제706-118조), 제5권 '집행절차'(제707조 ~ 제803-4조), 제6권 '해외영토 관련 규정'(제804조 ~ 제934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제2권 ‘재판법원’ 부분은 다시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의 제목은 제1편 '중죄법원'(제231조 ~ 제380-15조), 제2편 '경죄의 재판'(제381조 ~ 제520-1조), 제3편 '위경죄의 재판'(제521조 ~ 제549조), 제4편 '소환과 송달'(제550조 ~ 제566조) 등인데, 제1편부터 제3편까지는 형법상 범죄의 종류가 중죄, 경죄, 위경죄 등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으므로 그 범죄의 종류별로 재판절차도 각기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증거법과 관련하여 위 세 가지의 재판절차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두지 않고, 중죄법원, 경죄법원, 경찰법원의 각 재판절차별로 증거관련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중죄법원에 대해서는 ‘증거의 제출과 검토’라는 제목의 별도 장에서 제323조부터 제346조까지 증거법 관련 조문들을 두고 있고, 경죄법원에 대해서는 ‘증거법칙’이라는 제목의 별도 장에서 제427조부터 제457조까지 증거법 관련 조문들을 두고 있으며, 경찰법원에 대해서는 증거법과 관련된 별도의 장을 두지 않고 증거법 관련 조문들이 재판절차와 관련된 조문들 사이에 산재되어 있다.
다만, 형사소송법은 그 서조(序條) 제3항에서 형사소송의 대원칙으로서 무죄추정의 원칙(Présomption d'innocence,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결과로 비록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공소를 제기하는 검사 또는 사소를 제기하는 사소당사자에게로 범죄성립에 관한 입증책임이 전환된다는 결과가 도출되고, 아울러 입증의 정도가 불충분하여 범죄혐의 유무가 애매할 경우에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작용하게 된다.
2. 형사증거법의 특징
프랑스 형사증거법의 가장 큰 특징은, 영미법상의 전문법칙 또는 독일법상의 직접주의 원칙에 상응하는 증거법상의 원칙, 즉 증거방법에 대한 증거능력을 일반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정이나 이론이 없고,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증거자유의 원칙상 수사과정에서 수집된 모든 자료를 증거로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증거자유의 원칙이라는 대원칙 하에 일단 서류이든, 증거물이든 모든 형태의 자료가 유죄인정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고, 다만 법률이 달리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증거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전문법칙으로 인해 난해한 증거법 이론과 해석이 난무하는 우리나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프랑스의 경우 증거법과 관련한 논의나 이론이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Ⅲ. 형사증거법의 기본원칙
1. 증거자유의 원칙(Principe de la liberté des preuves)
가. 의의
형사소송법 제427조 제1항 전단은 《법률이 달리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범죄사실은 모든 증거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어떠한 증거방법도 법률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증거의 영역에서 배제될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 역시 그 증거능력에 제한을 받지 않고 공판과정에서 별도로 진정성립을 인정받을 필요 없이 곧바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사법경찰 작성의 조서에 관하여 증거가치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것이 증거자유의 원칙을 배제하거나 제한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증거자유의 원칙은 소추자측의 범죄혐의 입증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 피고인의 방어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므로, 피고인은 법률이 달리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형태의 반증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나. 한계
(1)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
다만, 증거자유의 원칙에는 중대한 예외로서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이 존재하는데, 증거자유의 원칙에서의 ‘증거’라 함은 곧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영미법의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Principe de la légalité)'이 있는데, 이는 형사소송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판례에 의해 확립된 원칙이다. 적법절차 원칙은 신의칙(Principe de loyauté)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정의의 권위에 부합되도록 증거를 수집함으로써 피고인의 권리와 공정한 절차 진행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법절차 원칙의 내용으로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예를 들어, 휴식을 부여하지 않고 신문을 연장하는 조치의 금지, 임의진술을 강제하거나 자백을 받기 위한 최면수사 등의 금지 등), 부정직한 방법의 사용 금지, 정보의 자유 존중(예를 들어, 언론기관의 취재원보호 존중), 법정절차의 준수(형사소송법상 규정된 각종 절차규정의 준수) 등을 들 수 있다.
(2) 중죄법원에서의 구두주의 강조
중죄법원의 재판은 배심원에 의한 재판으로 진행되는데, 특히 중죄법원의 경우에는 직업법관이 아닌 일반인이 배심원으로서 재판부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이들이 사전에 사건기록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므로, 구두주의라는 원칙이 다른 어느 공판절차보다도 강하게 요구된다.
따라서 모든 증거서류나 증거물은 공판과정에서 법정에 직접 제출되거나 현출되어야 하고, 증인신문과 감정인신문이 중죄법원의 공판절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절차이며, 때문에 이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다수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범죄혐의의 입증과 관련된 모든 증인을 공판과정에 출석시켜 신문하여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누락한 채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증인의 진술조서만을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증인이 법정에 출석해 있음에도 증인의 증언을 듣지 않고 재판장이 진술조서만을 낭독하는 것은 금지되고, 증인의 증언 도중에 진술조서의 내용을 상기시키거나 이를 낭독하는 것도 역시 금지된다.
다만, 일단 법정에서 증인이 증언을 한 이후에는 증언의 정리 등을 위해 얼마든지 진술조서의 낭독이 가능하고,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인의 소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경우 또는 증인이 증언할 수 없거나 증언을 거절한 경우 등에는 재판장에 의한 진술조서의 낭독이 증인신문을 대신할 수 있으며, 피고인이 혐의를 자백한 경우에도 증인신문을 할 필요 없이 진술조서의 낭독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의 신문조서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인바, 재판장이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신문을 하지 않은 채 피의자신문조서만 낭독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재판장은 피고인을 신문하고 그 진술을 듣는다.》)의 취지에 비추어 위법하다.
다만, 법률이 금지하고 있지 않은 이상 피고인신문 도중에 피의자신문조서를 낭독하거나,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을 거부할 경우 피의자신문조서를 낭독하여 피고인신문을 대신하는 것은 허용된다.
(3) 기타 규정
한편, 형사소송법 제432조는 《피고인과 그 변호사 사이에 교환된 서신은 증거서류가 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와 같은 서신은 변호사의 직업적 비밀에 해당되는 서류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취지이고, 그 외에 피고인이 소추되어 있는 범행에 그 변호사도 가담하였던 경우, 위 서신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관련된 서류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피고인이 변론요지서로서 작성한 서류인 경우 등에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리고,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한 수사에 관하여, 거짓말탐지기의 사용이 인간의 내심에 대한 침범이라거나,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는다거나, 진실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증거로서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2. 자유심증주의(Intime conviction)
가. 의의
형사소송법 제427조 제1항은, 전항에서 본 바와 같이 전단에서 《법률이 달리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범죄사실은 모든 증거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데 이어, 그 후단에서는 《판사는 그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을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증거자유의 원칙은 증거를 수집하여 제출하는 당사자에 대한 원칙이고 자유심증주의는 이러한 증거를 제출받아 판단하는 판사에 대한 원칙으로서, 당사자는 증거자유의 원칙에 의해 위법한 증거가 아닌 한 모든 형태의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한편으로 판사는 자신에게 제출된 증거의 가치를 양심에 따라 완전히 자유롭게 평가하여 유죄 또는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 것이다.
피고인의 자백 역시 자유심증주의의 범위에 포섭되는 증거에 불과하여, 다른 증거와 마찬가지로 판사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해 평가된다(같은 법 제428조).
나. 한계
(1) 대심의 원칙
다만, 판사는 공판정에 제시되고 자신의 면전에서 대심(對審)의 방식으로 심리된 증거만을 그 판단의 근거로 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427조 제2항). 즉 모든 증거는 공판과정에서 법정에 현출되어 당사자에 의해 토의되어야 하고, 판사는 이들로만 판단의 근거를 삼아야 한다.
따라서, 다른 절차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알게 되거나 당해 재판의 변론종결 후에 알게 된 사실, 변론에 제출되지 않은 자료를 통해 알게 된 사실 등을 토대로 판단하여서는 안 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그 결정에 참고해서도 안 된다.
다만, 심리가 실제로 진행되었을 필요는 없고, 심리의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족하다.
(2) 사법경찰 작성 조서의 증거가치
형사소송법에는 경죄에 관하여 사법경찰이 작성한 조서와 보고서의 증거가치에 관한 특별규정들이 존재하는바, 즉 법률이 달리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경죄를 입증하는 사법경찰 작성의 조서와 보고서는 단순한 참고자료로서의 가치만 있고(같은 법 제430조), 법률의 특별규정에 따라 조서 또는 보고서에 의하여 경죄를 입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사법경찰이 작성한 조서와 보고서는 반증이 있을 때까지는 그 내용의 진정이 추정되며(같은 법 제431조), 특별법상의 일정한 조서는 위조의 증명이 있을 때까지는 그 내용의 진정이 추정된다(같은 법 제433조).
위와 같은 규정으로 인해 판사는 사법경찰이 작성한 조서와 보고서를 단지 참고자료로서만 간주하거나 또는 그와 반대로 그 내용에 구속되어 판단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는바, 이는 자유심증주의의 예외 내지 한계에 해당한다. 조서와 수사보고서의 증거가치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에서 별도로 다루기로 한다.
IV. 조서와 영상녹화물의 증거법상 취급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생산하는 여러 증거방법 중 가장 주요한 것으로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기록해 놓은 조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서는 그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작성자의 의도에 의해 진술인의 진술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점 때문에 그 진정성에 대해 많은 불신을 받게 되었고, 근래 우리의 형사사법절차에서는 조서의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영상녹화조사제도가 도입되기도 하였다.
프랑스의 형사사법절차에서도 주요한 증거방법으로 조서가 이용되고 있는 한편,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조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영상녹화조사제도가 도입되어 실무상 활용되고 있다.
1. 조서
가. 조서의 의의
우리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하는 조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수사기관에 의해 유사한 형태와 방법으로 조서가 작성되고 있고, 조서는 증거와 관련하여 주요한 도구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
조서는 프랑스어로 ‘procès-verbal’이라고 부르는데, 프랑스의 형사절차 실무상 ‘procès-verbal’이라는 용어는 우리의 피의자신문조서, 진술조서 뿐만 아니라, 수사보고서, 압수조서, 현장검증조서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의 사법경찰관 작성 의견서에 해당하는 문서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 ‘procès-verbal’은 일반적으로 ‘권한 있는 공무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서, 법률에 의해 범죄를 입증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작성된 문서’라고 정의된다.
나. 조서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프랑스의 형사소송법 제427조 제1항이 천명하고 있는 증거자유의 원칙과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수사기관이 작성한 모든 조서 역시 형식적 유효요건을 구비한 이상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판사는 자유심증에 의해 그 조서에 기재된 관련자들의 진술내용의 당부를 판단하면 족하다.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도 공판정에서 판사에게 제출되어 판사가 그 요지를 낭독하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그에 대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준 이상, 이는 피고인신문이나 증인신문의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공판정에 제시되고 판사의 면전에서 대심의 방식으로 심리된 증거'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실무상 경죄법원이나 경찰법원의 공판과정에서는 증인신문이 거의 행해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가치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들을 두고 있는데(제430조, 제431조, 제433조, 제537조 등), 이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내지 예외에는 해당하나, 증거자유의 원칙이나 자유심증주의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사법경찰이 작성한 조서는 그 증거가치의 경중에 따라 세 가지 등급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① 단순한 참고자료로서의 증거가치만 있는 조서, ② 반증이 없는 한 내용진정이 추정되는 조서, ③ 조서위조의 입증이 없는 한 내용진정이 추정되는 조서 등이다. 다만, ②와 ③의 경우는 경죄사건 또는 위경죄사건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고, 그에 관한 규정들을 준용하지 않는 중죄사건에 있어서는 사법경찰 작성의 조서가 항상 단순한 참고자료로서의 증거가치만 있다.
① 형사소송법 제430조는 《법률이 달리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경죄를 입증하는 조서(procès-verbal)와 보고서(rapport)는 단순한 참고자료로서의 가치만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경죄는 물론 중죄에 있어서도 조서와 보고서의 증거가치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규정이다.
‘참고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판사가 그 기재내용에 구속되지 않고 판단한다는 의미일 뿐이고, 증거로서의 사용까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중죄와 경죄에 있어서 사법경찰이 작성한 조서는 비록 증거능력이 있긴 하나 다른 증거에 비추어 단순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는 약한 증거가치만이 있으므로, 이것만으로 유죄판결을 선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원칙이다.
② 형사소송법 제431조는 《사법경찰관리 또는 특별 사법경찰관리가 법률의 특별규정에 따라 조서 또는 보고서에 의하여 경죄를 입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경우에, 이에 대한 반증은 서증 또는 인증에 의해서만 제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특별법상의 경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나 특별 사법경찰관리가 그 수사권한 내의 범죄를 수사하면서 작성한 조서는 서증이나 인증에 의한 반증이 있을 때까지는 그 내용의 진정이 추정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537조는 《① 위경죄는 조서 또는 보고서에 의하여 증명하고, 조서와 보고서가 없는 때에는 증언 또는 증거물에 의하여 증명한다. ②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법경찰관리 또는 법률에 의하여 위경죄를 인지할 권한이 부여되어 일정한 사법경찰의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작성한 조서 또는 보고서는 반증이 없는 한 증거가치가 있다. ③ 반증은 서증 또는 인증에 의해서만 제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미한 사건을 간이한 절차에 의해 처리하고자 하는 절차의 취지상, 위경죄사건의 재판에서는 사법경찰이 작성한 조서와 보고서만으로 유죄선고에 필요한 증거가 충분하다는 원칙을 명문으로 선언하되, 그 조서 등에 완전한 증거가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위 제431조와 마찬가지로 서증이나 인증에 의한 반증이 있을 때까지만 증거가치가 인정되며 그 내용의 진정이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③ 다음으로, 형사소송법 제433조는 《① 위조의 입증이 있을 때까지 증명력을 가지는 조서에 관한 사항은 특별법으로 정한다. ② 위조입증 절차는 명시규정이 없는 경우 제4권 제2편에서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으로는 위 규정에 해당하는 조서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특별법에서만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즉, 이에 해당하는 조서로는, 관세법(Code des douanes) 제336조, 환경법(Code de l'environnement) 제437-4조 등에 규정된 특별법상의 경죄사건 조서를 들 수 있다. 관세법 제336조는 《2명의 세관 직원 또는 다른 모든 공무원에 의해 작성된 관세사건의 조서는, 그에 기재된 객관적 사실이 위조되었음이 입증될 때까지 증거가치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환경법 제437-4조는《이 장에 규정된 범죄는 그와 관련된 객관적 사실을 증명하는 조서에 의해 입증되는데, 그 조서는 (반증이 제시될 때까지 증거가치가 있거나 혹은) 2명의 공무원에 의해 작성되고 서명된 경우에는 위조의 입증이 있을 때까지 증거가치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조서는 특별 사법경찰관리가 그 수사권한 내의 범죄를 수사하면서 작성한 것일 경우, 그 조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될 때까지는 그 기재내용의 진정이 추정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그와 같은 추정을 깨기 위해서는 단순한 반증의 제시만으로는 부족하고 조서의 위조사실을 입증할 것까지 요하므로, 이는 위 ‘반증이 없는 한 내용진정이 추정되는 조서'보다 더 강한 추정을 받는 조서이다. 조서의 기재내용에 반하는 어떤 증거도 허용되지 않고 오직 조서가 위조되었다는 사실의 입증만 허용되며, 위조의 입증은 반증만으로는 뒤집기 부족하므로 거의 절대적인 증거가치가 있다.
2. 영상녹화물
가. 영상녹화물의 의의
현재 프랑스의 수사과정에서도 영상녹화조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즉, 형사소송법은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예심수사판사 및 사법경찰의 조사시, 보호유치된 미성년 피의자에 대한 사법경찰의 신문시, 중죄 혐의로 보호유치된 피의자에 대한 사법경찰의 신문시, 중죄 혐의 피의자에 대한 예심수사판사의 신문시 등 모두 다섯 가지 경우에 의무적으로 영상녹화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영상녹화조사제도는 먼저 미성년자의 보호를 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1998. 6. 17. 제98-468호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에 의해 1999. 6. 1. 부터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예심수사판사 및 사법경찰의 조사시 영상녹화조사가 의무화된데 이어, 2000. 6. 15. 제2000-516호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에 의해 2001. 6. 15. 부터 보호유치된 미성년 피의자에 대한 사법경찰의 신문시에도 영상녹화조사가 의무화되었다. 그리고 이른바 '우트로 사건‘(Affaire d'Outreau)을 계기로 성년 피의자에 대해서도 사안이 중한 경우 수사의 적법성 보장을 위해 이 제도가 확대 시행되었는데, 2007. 3. 5. 제2007-291호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에 의해 2008. 6. 1. 부터 중죄 혐의로 보호유치된 피의자에 대한 사법경찰의 신문시 및 중죄 혐의 피의자에 대한 예심수사판사의 신문시에도 영상녹화조사가 의무화되었다.
이와 같이 프랑스의 수사절차상 영상녹화조사의 적용범위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에 있긴 하나, 아직까지 프랑스에서 영상녹화조사가 일반적인 수사방법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순순히 범죄혐의를 인정하고서도 공판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며 수사기관의 강요로 허위자백을 한 것이라는 피고인들의 거짓 주장을 막고 수사기관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사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영상녹화조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반해, 프랑스의 경우 피고인들이 그러한 거짓 주장을 하더라도 수사기관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이 박탈되지 않고 다만 자유심증주의의 문제만 남을 뿐이므로, 형사소송법상 의무적으로 영상녹화조사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 외에는 영상녹화조사가 시행되는 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상녹화조사의 의무적 시행은 미성년자 관련 사건과 중죄사건에 대한 조사시에만 한정되어 있는데, 전체 사건에 비해 그 사건들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결과, 실제 영상녹화조사의 시행건수도 우리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결국 영상녹화조사가 조서의 작성과 동일한 지위의 일반적인 조사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아직까지 수사기관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기록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은 조서이다.
특히 최근 중죄사건에 관한 영상녹화조사제도의 도입과정에서, 영상녹화조사제도가 그다지 실익이 없으면서도 많은 업무량과 예산상의 문제만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하였다.
나.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프랑스의 형사증거법은 증거자유의 원칙을 채택하여 증거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긴 하나, 판례의 경우 조서와 같은 전통적인 증거방법 외에 예를 들면 녹음테이프나 필름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이 출현한 특별한 증거방법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대체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편이다. 이는 법원이 사법경찰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다만, 영상녹화조사시 작성된 영상녹화물에 관해서는, 그것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영상녹화조사에 의해 생성된 것이고 그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당연히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또한 같은 논리로 영상녹화물은 당연히 독립된 증거로 사용되며, 실무상 이는 증거서류가 아닌 증거물로서 취급된다.
한편, 유럽 각국마다 영상녹화물에 대한 증거가치 인정에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탈리아의 경우 영상녹화물에 아무런 증거가치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반면, 스위스의 경우에는 오히려 조서보다 우월한 증거가치를 인정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 역시 영상녹화물의 증거가치에 관해 어떠한 제한규정도 없으므로, 다른 일반적인 증거와 동일한 증거가치가 있는 증거이며, 이 역시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해 판단될 뿐이다.
Ⅴ. 맺는 말
프랑스 형사증거법의 대원칙은 증거자유의 원칙과 자유심증주의인바, 이에 따라 증거능력의 측면에서는 원칙적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것이 아닌 한 모든 증거방법에 대해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증명력의 측면에서는 사법경찰 작성의 조서에 관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판사가 자유심증에 의해 각 증거의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각 증거방법의 증거능력을 적절히 제한하기 위해서도 어떤 증거가 적법절차에 반하여 수집된 위법한 증거인지 그 한계를 구분하는 작업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프랑스의 수사절차에서도 가장 주요한 증거로서 흔히 사용되는 것은 조서인바, 조서 역시 증거자유의 원칙상 위법하게 수집되거나 형식적 하자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한 없이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다만 증명력과 관련하여 사법경찰 작성의 조서에 대해서는 증거가치를 제한하는 취지의 규정이 일부 존재한다.
프랑스에서는 1999. 6. 1.부터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의무적 영상녹화조사제도가 실시된 이래, 최근에도 수사절차의 적법성 보장을 위해 영상녹화조사제도의 시행범위가 계속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영상녹화조사의 결과물로 작성된 영상녹화물에 대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을 제한하는 법률이나 이론은 존재하지 않으며, 영상녹화물은 증거물로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역시 판사의 자유심증에 의해 그 증거가치가 판단된다.
참 고 문 헌
AMBROISE-CASTEROT Coralie, La Procédure pénale, Gualino éditeur(2007)
BOULOC Bernard, Procédure pénale, Dalloz(2008), 21e éd.
GUINCHARD Serge & BUISSON Jacques, Procédure pénale, Litec(2008), 4e éd.
TOURNIER Clara, L'Intime conviction du juge, Presses universitaires d'Aix-Marseille(2003)
ANGEVIN Henry et al., “Cour d'assies”, Juris-Classeur de Procédure pénale, LexisNexis(2002)
ANGEVIN Henry et al., “Tribunal correctionnel”, Juris-Classeur de Procédure pénale, LexisNexis(2005)
MONTREUIL Jean, “Procés-verbal”, Répertoire de droit pénal et de procédure pénale, Dalloz(1998)
Sénat, Session ordinaire de 2006-2007 Rapport n° 177(2007), http://www.senat.fr
http://www.legifrance.gouv.fr (프랑스 법령 및 판례 검색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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