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3일 목요일
디지털증거 관련 해외 입법례 검토 : EU, 프랑스
(이 글은 대학원 이번 학기 "증거법론' 수업의 발표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래한글 문서를 블로그에 옮길 때 주석은 옮겨지지가 않아, 주석에 출처를 밝히고 인용한 글들이 마치 무단인용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네요.)
목 차
Ⅰ. 시작하는 말
Ⅱ. 유럽이사회의 사이버범죄 방지협약
1. 협약의 제정경위
2. 협약의 주요내용
가. 실체적 규정
나. 절차적 규정
Ⅲ. 프랑스의 디지털증거 관련 논의
1. 입법 현황
가. 디지털증거의 압수수색
나. 디지털증거의 제출요구
다. 디지털증거의 신뢰성 보장
2. 증거능력 문제
가. 형사증거법 일반론
나. 디지털증거의 증거가치
3. 한계 및 평가
Ⅳ.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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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시작하는 말
디지털증거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 발생하게 된, 우리 형사소송법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증거이다. 새로운 종류의 증거가 출현함에 따라 기존의 형사소송법이 유형물을 전제로 하여 마련하여 놓은 증거법 규정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외국의 앞선 사례들을 비교법적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은, 우리 실정에 맞는 바람직한 제도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디지털증거에 관해서는 미국의 입법례와 유럽이사회가 마련한 사이버범죄 방지협약이 양대 축을 이루는 중요한 규범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유럽이사회의 사이버범죄 방지협약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고, 아울러 대륙법계 사법제도의 대표적인 국가인 프랑스에서는 디지털증거와 관련하여 어떠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Ⅱ. 유럽이사회의 사이버범죄 방지협약
1. 협약의 제정경위
유럽이사회(Counsil of Europe, Conseil de l'Europe)는 유럽 47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정치적 협의체로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수호, 법치주의의 가치실현 등을 설립목적으로 한다. 유럽이사회는 인권․사법분야의 협력이 매우 활발한데, 특히 형사사법분야에는 형사사법공조, 범죄인인도, 테러, 반부패, 자금세탁, 사이버범죄 등과 관련된 다수의 협약이 체결되어 있다.
유럽이사회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1950년 11월 4일 로마에서 서명된 유럽인권협약(Convention de sauvegarde des droits de l’homme et des libertés fondamentales)과 그 협약에 기해 설치된 유럽인권재판소(Cour européenne des droits de l’homme)이다. 유럽인권협약은 각종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규정하면서 가입국의 관할 하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판단될 경우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유럽이사회와 유럽인권협약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 47개국과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이 옵서버로 참여한 가운데 각종 형사, 인권 관련 협약 체결과 권고안 채택을 통해 형사사법제도, 교정, 인권 등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형성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범죄 방지협약’(이하 ‘협약’이라고 함)은 1997년부터 4년간에 걸친 논의 끝에 2001년 11월 8일 유럽이사회의 각료위원회에서 채택되어 2001년 11월 23일 공개되었으며, 현재 회원국과 조약제정에 참여한 비회원국 4개국(캐나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중 미국을 포함한 35개국이 서명하고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비준을 완료한 상태이다.
협약의 제정은 컴퓨터, 네트워크, 정보의 오용과 이에 대한 기밀성, 무결성, 유용성을 침해하는 행위의 범죄화, 정보기술의 개발과 이용에 대한 법적 보호 강화, 사이버범죄에 관한 국가간 및 기업간 상호협력 제고, 사이버범죄에 대한 효과적 처벌을 위하여 형사사건의 신속하고 원활한 국제공조방안 마련 등을 그 목적으로 한다.
협약은 사이버범죄에 관한 세계 최초의 국제규범이라는 점, 사이버범죄에 관한 실체법·절차법의 국제적 통일을 도모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국제공조를 위해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였다는 점, 미국 및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주도하여 탄생된 규범으로 실질적인 국제규범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에서 사이버범죄 및 국제공조에 있어 크나큰 의의를 갖는다고 평가된다.
2. 협약의 주요내용
협약은 전문과 4장 48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은 사이버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입법과 국제공조를 증진하는 등 공통의 형사정책을 추구할 필요성에 따라 협약이 체결되었으며, UN, OECD, EU, G8 등 각종 국제기구의 기존 논의와 노력들을 협약에 반영하였음을 천명하고 있다.
본문은 제1장 용어의 사용, 제2장 각국 차원에서 취해져야할 조치(실체적 규정, 절차적 규정), 제3장 국제적 협력, 제4장 서명 및 발효 등 기타 부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제2장의 실체적 규정과 절차적 규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가. 실체적 규정
협약 제2조 내지 제13조는 처벌대상이 되는 사이버범죄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범죄들은 크게 5종류로 구분되어 있다.
첫째 컴퓨터 데이터 및 시스템의 기밀성(confidentiality), 무결성(integrity) 및 유용성(availability)에 대한 범죄, 둘째 컴퓨터 관련 범죄(computer-related offences), 셋째 컴퓨터 콘텐츠 관련 범죄(content-related offences), 넷째 저작권 및 유관권리의 침해와 관련된 범죄(offences related to infringements of copyright and related rights), 다섯째 부수적인 책임과 처벌(ancillary liability and sanctions) 등으로 사이버범죄를 나눠 규정하면서, 이를 각 협약 당사국의 형사실체법에 처벌대상 범죄로 규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나. 절차적 규정
협약 제14조 내지 제21조는 협약에서 정한 사이버범죄의 효과적인 처벌과 방지를 위해 저장된 자료의 신속한 보존과 공개, 제출명령, 저장된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전송자료의 실시간 수집 등의 절차를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국가적으로 발생하는 사이버범죄에 대한 관할권 조항을 두어 국가간 이해의 조화를 시도하고 있다.
(1) 일반규정
각 협약 당사국은 사이버범죄의 수사와 기소를 위하여, ① 협약상 규정된 범죄, ②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행해지는 기타 범죄, ③ 범죄에 관한 전자적 유형의 증거 수집을 위해 필요한 절차와 권한을 부여하는데 필요한 입법 및 부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협약에 대한 설명서에 따르면, 이 조문은 기술혁명에 따라 전통적 범죄의 발생영역과 수법이 컴퓨터, 네트워크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감안하여 범죄의 속성에 관계없이 디지털 또는 기타 전자적 형태의 증거 수집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2) 저장된 컴퓨터 자료의 신속한 보존
협약 당사국은 컴퓨터 자료가 손괴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담당 법집행기관이 명령 또는 유사 방식으로 컴퓨터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는 특정 컴퓨터 데이터, 전송 데이터의 신속한 보존을 가능케 하도록 하는 절차 규정을 두어야 한다.
당사국은 보존이 필요한 특정 컴퓨터 데이터를 개인이 소유 또는 지배하고 있는 경우에 대비하여 그 개인으로 하여금 최대 90일 범위 내의 일정기간 동안 당해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존·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 등도 취해야 한다.
(3) 전송데이터의 신속한 보존과 부분적 공표
협약 당사국은 제16조에 의해 보존되는 전송데이터와 관련하여, 그 전송과정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서비스 제공자가 관여되어 있는지 관계없이 전송데이터의 보존이 가능하도록 조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교신에 관여된 여타 서비스 제공자와 전송경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당해 법집행기관에 충분한 양의 전송데이터가 신속히 공표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능적인 사이버범죄는 통상 여러 개의 서버를 경유하거나 다단계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범해지고 있으므로, 각 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퍼즐의 한 조각 정도의 의미만을 가질 뿐만 아니라 각 서비스 제공자는 통상 단기간 동안만 전송데이터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그 전송의 연결고리를 신속히 추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최초 발신지의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극히 어려워질 수 있다. 위 규정은 이러한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보존과 추적 방법은 각국의 국내법에 맡기고 있다.
(4) 제출명령
협약은 각 당사국으로 하여금 당해 법집행기관이 자국의 영역 내에 있는 자에게 컴퓨터 시스템 또는 컴퓨터 데이터 저장매체에 저장되어 있으며 그가 소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특정 컴퓨터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명령하고, 자국의 영역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그가 소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가입자정보를 제출할 것을 명령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입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서 가입자 정보라 함은 ① 이용되는 통신서비스의 유형, 그 서비스를 위한 기술 제공 및 서비스 기간, ② 서비스 약관이나 협정에 따라 활용이 가능한 가입자 신원, 주소, 전화 또는 기타 접속번호, 요금의 청구 및 지급 관련 정보, 통신장비의 설치장소에 관한 기타 정보로서 전송데이터 또는 콘텐츠데이터를 제외한 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데이터나 또는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포함하는 일체의 정보를 말한다.
그러나, 본조가 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가입자들에 대한 기록을 보존하도록 의무를 지우거나 가입자정보의 정확성을 담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5) 저장된 컴퓨터자료의 압수수색
각 협약 당사국은 소관 법집행기관이 컴퓨터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 자국 영역 내의 컴퓨터 시스템 및 컴퓨터 데이터 저장매체를 수색 또는 유사한 방법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입법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규정에 따라 특정 컴퓨터 시스템을 수색 또는 유사한 방법으로 접속한 경우, 수색 등의 목표가 되는 데이터가 자국 영역 내의 다른 컴퓨터 시스템 또는 당해 컴퓨터 시스템의 일부에 저장되어 있고, 그 데이터가 최초의 시스템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접속이 가능하거나 이용가능하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법집행기관이 신속하게 그 다른 시스템을 수색 또는 접속할 수 있도록 입법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각 당사국은 법집행기관이 위 규정에 따라 접속한 컴퓨터 데이터를 압수 또는 유사한 방법으로 확보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 권한은 컴퓨터 시스템 또는 컴퓨터 데이터 저장매체를 압수 또는 유사한 방법으로 확보하는 것, 그 컴퓨터 데이터의 사본을 만들고 보존하는 것, 관련된 저장 데이터의 무결성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접속한 컴퓨터 시스템의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접속하기 어렵게 할 권한을 포함하는 것이다.
위 규정들을 둔 목적은 저장된 컴퓨터 데이터에 대한 압수, 수색에 관한 각 국내법 간의 조화를 도모하고 현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저장된 컴퓨터 데이터를 유형물로 인식하지 않아 압수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은 이러한 장애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6) 전송데이터의 실시간 수집
협약 제20조는 자국의 법집행기관이 그 영역 내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전송되는 특정 전송데이터를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수집 또는 기록하고, 현재의 기술력 내에서 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전송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또는 기록하도록 강제하거나 법집행기관의 실시간 수집·기록을 지원 및 협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약 제21조는 당사국은 국내법에 의해 정해지는 중대한 침해와 관련되는 경우, 자국의 법집행기관이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자국의 영역 내에서 전송되는 콘텐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또는 기록하고, 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실시간으로 수집·기록하는 것을 지원 및 협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이 규정은 컴퓨터 바이러스나 아동포르노의 유포 등 사안이 중한 범죄가 범해지고 있다는 의심이 있는 경우, 그 교신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범죄의 예방과 신속한 수사를 도모하고 있다.
Ⅲ. 프랑스의 디지털증거 관련 논의
1. 입법현황
프랑스는 2006년 1월 10일 유럽이사회의 사이버범죄 방지협약을 비준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협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은 상황이며, 디지털증거와 관련된 실무상의 이슈나 학계의 논의도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증거 관련 규정도 형사소송법에 디지털증거의 압수수색에 대한 약간의 규정이 마련되어 있을 뿐인데, 이는 2003년 3월 18일 마련된 「국내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규정들이다.
위 「국내안전에 관한 법률」 중 형사소송법 관련부분의 개정목적은, 수사기관에 과중한 부담을 주거나 모순되는 절차규정으로 인해 수사가 지연되거나 수사력이 약화되는 것을 개선하여 수사절차를 개선하고 단순화함으로써 수사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한다.
가. 디지털증거의 압수수색
우선, 형사소송법 제57-1조에 의하면, 사법경찰은 압수수색을 하는 때에 그 장소에 설치되어 있는 정보처리시스템을 사용하여, 그 정보처리시스템 또는 다른 정보처리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는 그 수사 관련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가 국외의 장소에 설치된 다른 정보처리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국제협약에서 규정하는 조건에 따라 그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있다. 본조의 규정에 의한 요건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는 어떠한 정보매체 저장수단에 의해서도 복사할 수 있고, 그 정보매체 저장수단은 봉인되어 압수된다.
위 제57-1조는 2003년 당시 프랑스가 서명은 하였으나 아직 비준을 하지 않은 사이버범죄 방지협약의 기준에 부합하는 정보처리시스템의 수색과 디지털증거의 수집 등에 관해 규정하기 위해 신설된 규정이다.
그리고, 위 제57-1조는 사법경찰이 현행범수사를 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인데, 사법경찰이 예비수사를 하는 경우에는 제76-3조에 의해 제57-1조가 준용되고, 사법경찰이 예심수사판사의 수사지휘에 의해 수사를 하는 경우에는 제97-1조에 의해 제57-1조가 준용된다.
위와 같은 방식의 디지털증거 압수가 전통적인 방식의 압수, 즉 그 디지털증거의 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위 규정상 압수수색할 데이터가 국외의 장소에 설치된 정보처리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국제협약에서 정하는 조건에 따라 이를 수집할 수 있다고는 하나, 현재 그와 관련한 국제협약은 전혀 없는 상황이므로 실제에 있어서는 그 수집이 용이하지 않다.
나. 디지털증거의 제출요구
프랑스의 경우 수사기관이 행하는 계좌추적이나 통신자료 조회는 별도로 법관의 영장이나 허가를 요하지 않고 수사기관의 재량에 따라 수사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금융거래내역 조회와 일반기업이나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한 사실조회도 특별히 구별하지 않고 있는데, 통상 사법경찰이 ‘사법요청(Requisition judiciaire)’이라는 제목의 공문에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적시하여 은행이나 각 기관에 송부하는 방법으로 필요한 자료를 입수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증거의 조회와 관련된 규정으로 형사소송법 제60-1조와 제60-2조가 있는데, 이에 따르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와 관련된 자료(정보처리시스템 등을 통해 생성된 자료 포함)를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사람, 공사기관과 단체 등에 대해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해당자료나 전산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 요구를 받은 사람이나 기관은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속히 이에 응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벌금형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현행범수사시 적용되는 이 규정들은 예비수사시에는 제77-1-1조와 제77-1-2조에 의해 준용된다.
이 규정들 역시 2003년 형사소송법 개정시에 수사력 강화를 위해 신설된 규정들이다.
다. 디지털증거의 신뢰성 보장
압수수색과정에서 수집된 디지털증거의 신뢰성 보장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증거법이론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신뢰성 보장과 관련한 첫 번째 쟁점은, 증거의 원본성 문제이다. 디지털자료는 증거로서의 현출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사본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증거의 원본성 유지가 곤란하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57-1조가 《본조의 규정에 의한 요건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는 어떠한 정보매체 저장수단에 의해서도 ‘복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원본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신뢰성 보장과 관련한 두 번째 쟁점은, 디지털증거는 그 수집과 취급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료의 변개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증거를 조작할 때마다 매번 세심하게 목록을 작성하여 그 변개경과를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2. 증거능력 문제
가. 형사증거법 일반론
프랑스 형사증거법의 가장 큰 특징은, 영미법상의 전문법칙 또는 독일법상의 직접주의 원칙에 상응하는 증거법상의 원칙, 즉 증거방법에 대한 증거능력을 일반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정이나 이론이 없고, 일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증거자유의 원칙상 수사과정에서 수집된 모든 자료를 증거로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증거자유의 원칙(Principe de la liberté des preuves)이라는 대원칙 하에 일단 서류이든, 증거물이든 모든 형태의 자료가 유죄인정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고, 다만 법률이 달리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증거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전문법칙으로 인해 난해한 증거법 이론과 해석이 난무하는 우리나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증거법과 관련한 논의나 이론이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형사소송법 제427조 제1항 전단은《법률이 달리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범죄사실은 모든 증거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어떠한 증거방법도 법률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증거의 영역에서 배제될 수 없다.
다만, 증거자유의 원칙에는 중대한 예외가 존재하는바, 이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판례에 의해 확립된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으로서, 증거자유의 원칙에서의 ‘증거’라 함은 곧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427조 제1항 후단은 《판사는 그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을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자유심증주의(Intime conviction)를 채택하고 있다.
증거자유의 원칙은 증거를 수집하여 제출하는 당사자에 대한 원칙이고 자유심증주의는 이러한 증거를 제출받아 판단하는 판사에 대한 원칙으로서, 당사자는 증거자유의 원칙에 의해 위법한 증거가 아닌 한 모든 형태의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한편으로 법관은 자신에게 제출된 증거의 가치를 양심에 따라 완전히 자유롭게 평가하여 유죄 또는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법관은 공판정에 제시되고 자신의 면전에서 대심(對審)의 방식으로 심리된 증거만을 그 판단의 근거로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427조 제2항). 즉 모든 증거는 공판과정에서 법정에 현출되어 당사자에 의해 토의되어야 하고, 법관은 이들로써만 판단의 근거를 삼아야 한다. 따라서 다른 절차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알게 되었거나 당해 재판의 변론종결 후에 알게 된 사실, 변론에 제출되지 않은 자료를 통해 알게 된 사실 등을 토대로 판단하여서는 안 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그 결정에 참고해서도 안 된다. 다만 ‘대심’의 방식이란, 심리가 실제로 진행되었을 필요는 없고 심리의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족하다.
나. 디지털증거의 증거가치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의 전문법칙은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증거능력 배제를 목적으로 영미법에서 파생된 이론이므로, 전통적으로 대륙법계에 속하는 프랑스에서는 유죄인정을 위해 제출한 증거에 대해 전문법칙을 적용하여 증거능력을 배제하거나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경우는 없다.
이에 프랑스에서는 디지털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위와 같은 전문법칙 적용의 측면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디지털증거가 어떻게 증거로서 형태를 갖추어 재판에 제출될 것인지, 디지털증거의 수집, 분석, 제출과정에 어떠한 하자가 있었는지, 진정성과 무결성 여부를 검토하는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먼저, 증거자유의 원칙에 따라 디지털증거도 특별한 제한 없이 증거로서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증거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공판정에 제출되어 대심의 방식으로 토론되어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판단을 거쳐야 하는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디지털증거가 어떠한 유형적 형태를 갖추거나 시각적으로 사람에게 보일 수 있도록 변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서는 가급적 정보통신, 디지털자료 관련 전문가나 감정인의 특별한 역할이 요구된다.
또한, 그처럼 어떠한 유형적 형태를 갖추거나 시각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변환되는 과정에서 자료의 변개가 수반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자료의 진정성, 무결성, 원본성의 유지가 문제될 수 있다.
결국, 일반적인 유체물인 증거와 마찬가지로 디지털증거 역시 절차법에 규정된 방식에 의해 적법하게 수집되어야 하고, 수집된 형태 그대로 공판정에 제출되어야 하며, 이러한 방식이 준수되는 한 제한 없이 증거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3. 한계 및 평가
프랑스 형사법에서의 디지털증거 관련 입법은, 마련된 규정 자체도 많지 않을 뿐더러 규정내용의 명확성도 부족하여 수사기관의 실무 운용과정에서 위법수집증거, 사생활이나 통신비밀 침해의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고, 국제적 입법과의 조화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법의 부족은 결국 판례의 해석과 집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나, 현재까지 디지털증거의 수집과 관련한 판례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Ⅳ. 맺는 말
이상에서 디지털증거의 입법례와 동향에 관하여 유럽이사회와 프랑스의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유럽이사회는 사이버범죄에 관한 실체법·절차법의 국제적 통일을 도모하고 사이버범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내용의 국제공조체제 수립을 위해 진작부터 노력하여 왔고, 그 일환으로 디지털증거에 관한 체계적 규율을 시도하였다.
그에 비해 프랑스는 유럽이사회의 사이버범죄 방지협약을 이미 수년 전에 비준하였으면서도 그 조약이 기대하는 수준에 걸맞은 디지털증거 관련 제도의 마련이나 참신한 시도에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우 현재 디지털증거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바, 해외의 사례를 적극 연구하고 발굴하여 우리의 제도가 국제 형사사법 무대에서 선도적인 롤모델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 고 문 헌
양근원, “형사절차상 디지털 증거의 수집과 증거능력에 관한 연구”, 경희대 박사학위논문(2006)
정수봉, “유럽의회 사이버범죄 방지조약의 주요내용 및 쟁점”, 해외연수검사 연구논문집 19-1집(2004)
박종근, “디지털증거 압수수색과 법제”, 형사법의 신동향 제18호(2009. 2.)
Bernard BOULOC, Procédure pénale, Dalloz(2008), 21e éd.
Serge GUINCHARD & Jacques BUISSON, Procédure pénale, Litec(2008), 4e éd.
Olivier de Frouville, La preuve pénale - Internationalisation et nouvelles technologies, La documentation Française(2007)
2010. 4. 13. 프랑스 정보통신분야 사법전문가 공단(CNEJITA) 주최 “소송에 있어서의 디지털증거” 세미나 자료("La preuve numérique à l'épreuve du litige", COMPAGNIE NATIONALE DES EXPERTS DE JUSTICE EN INFORMATIQUE ET TECHNIQUES ASSOCI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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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동네에 있는 흔한 파스타 집에서도 '식전빵'이란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에피타이저든 주요리든 뭔가가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발사믹을 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나오는 빵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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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5일자로 제가 이 블로그에 쓴 "아이폰과 아이패드 활용사례 소개"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http://imagistrat.blogspot.kr/2012/01/blog-post_15.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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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한동안 나태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블로그도 제 생활에서 멀어졌었는데, 이제 다시 글이라도 부지런히 쓰면서 마음을 다잡아 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니 가벼운 글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제가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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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4박 5일간의 짧은 파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여행의 준비를 위해 몇 가지 느낀 점을 두서 없이 적어 볼까 합니다. [이번에 묵은 숙소 창밖 풍경] 1. 이번 파리 여행은 중학교 1학년인 제 딸아이와의 단둘만의 여행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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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국립사법관학교(École nationale de la magistrature)는 사법관(판사, 검사)을 양성하는 연수기관입니다. 사법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 기관에서 총 31개월 간의 연수를 받아야 합니다. 2019년 4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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