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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6일 화요일

참고인에 대한 강제수사 방법과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프랑스)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3/06/2018 07:36:00 오후 라벨: 강제수사 , 보호유치 , 절차의 무효 , 참고인 , 참고인 구인 , 프랑스 사법제도 ,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2017년 12월 29일 Village de la justice 사이트에 올라온 "긴급체포 피고인에 대한 궐석재판 절차의 무효(Nullité de la procédure pour défaut de placement en garde à vue)"라는 글을 읽다가 프랑스 형사소송법에 있는 참고인 강제수사 규정이 눈에 들어오기에, 이 내용을 한 번 정리해 보려 합니다.

위 글은 베지에(Béziers) (경죄)법원에서 2017년 11월 20일 선고된 판결(Tribunal correctionnel de Béziers, 20 novembre 2017, Minute N°2378/2017)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사안에서는, 고속도로 순찰대가 고속도로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있던 두 사람을 발견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코카인을 흡입한 것같은 외관을 보여 이들의 차와 신체를 수색하였고, 그 결과 코카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경찰관은 이 두 사람을 경찰서로 데려가 임의조사를 진행한 후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은 이사를 가는 바람에 궐석재판을 받고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가, 나중에 이 궐석재판에 이의를 제기하여 다시 열리게 된 재판이 위 판결의 사안입니다.  
여기서는 현행범수사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62조가 문제되었는데, 형사소송법 제62조는 대략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필요한 시간 동안은 조사를 할 수 있으나, 이는 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만약 이 사람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그가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해 보호유치(긴급체포) 규정을 적용하여 강제조사를 할 수 있다. 그에게는 제63조에서 정하는 조건에 따라 보호유치 사실을 고지한다"라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위 두 사람은 코카인 흡입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중이었고 그러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던 사안이므로, 통상적인 경우 경찰관은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었음에도 체포는 하지 않고 우리로 치면 경찰서로 임의동행한 후 임의조사만 진행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수사방법은 제6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이 사람들이 외관상은 임의동행된 것이긴 하나 사실상 체포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상황이었음에도 경찰관이 이들에게 체포를 할 때 고지하여야 하는 피의자의 권리들, 예컨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고지하지 않았고, 특히 임의조사의 경우에는 언제든지 조사장소를 떠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여야 함에도 이것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법원은 수사절차의 대부분을 취소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여기서 범죄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피의자가 아닌 사람, 즉 범죄혐의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참고인에 대해서도 강제조사를 할 수 있다는 근거가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62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범죄혐의가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강제조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우리나라에는 전혀 없는 제도이고, 종종 이와 같은 내용의 '참고인 강제구인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법무부나 검찰을 중심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참고인의 인권보호를 이유로 격렬한 반대기류가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이 제도는 제 눈엔 참 독특하면서도 과감한 제도로 보입니다.
제62조의 원문은 아래와 같고, 이걸 원문에 충실하게 한 번 번역해 보겠습니다.  

Article 62 En savoir plus sur cet article...
Modifié par LOI n°2014-535 du 27 mai 2014 - art. 1
Les personnes à l'encontre desquelles il n'existe aucune raison plausible de soupçonner qu'elles ont commis ou tenté de commettre une infraction sont entendues par les enquêteurs sans faire l'objet d'une mesure de contrainte.
Toutefois, si les nécessités de l'enquête le justifient, ces personnes peuvent être retenues sous contrainte le temps strictement nécessaire à leur audition, sans que cette durée puisse excéder quatre heures.
Si, au cours de l'audition d'une personne entendue librement en application du premier alinéa du présent article, il apparaît qu'il existe des raisons plausibles de soupçonner qu'elle a commis ou tenté de commettre une infraction, cette personne doit être entendue en application de l'article 61-1 et les informations prévues aux 1° à 6° du même article lui sont alors notifiées sans délai, sauf si son placement en garde à vue est nécessité en application de l'article 62-2.
Si, au cours de l'audition d'une personne retenue en application du deuxième alinéa du présent article, il apparaît qu'il existe des raisons plausibles de soupçonner qu'elle a commis ou tenté de commettre un crime ou un délit puni d'une peine d'emprisonnement, elle ne peut être maintenue sous contrainte à la disposition des enquêteurs que sous le régime de la garde à vue. Son placement en garde à vue lui est alors notifié dans les conditions prévues à l'article 63-1.
NOTA : 
Dans sa décision n° 2011-191/194/195/196/197 QPC du 18 novembre 2011 (NOR : CSCX1131381S), le Conseil constitutionnel a déclaré, sous la réserve énoncée au considérant 20, le second alinéa de l'article 62 du code de procédure pénale conforme à la Constitution.

제62조
제1항.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은 강제조치 없이 임의조사할 수 있다.
제2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의 필요성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위 사람에 대해서도 조사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시간 동안은 강제수사로 구금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은 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제3항. 제1항에 따른 임의조사 과정에서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 사람에 대해 제61-1조를 적용하여 즉시 같은 조 제1호부터 제6호에 기재된 정보를 고지하여야 한다. 다만, 이 사람이 체포된 상태여서 제62-2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항. 제2항에 따라 구금된 사람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그가 중죄 또는 징역형으로 처벌되는 경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해 체포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여 구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에게는 제63-1조에서 정하는 조건에 따라 체포 사실을 고지한다.   

참고인에 대한 수사와 관련된 규정으로는 제61조가 하나 더 있어, 마저 원문을 옮기고 번역해 보겠습니다. 
Article 61 En savoir plus sur cet article...
Modifié par LOI n°2016-731 du 3 juin 2016 - art. 71
L'officier de police judiciaire peut défendre à toute personne de s'éloigner du lieu de l'infraction jusqu'à la clôture de ses opérations.
Il peut appeler et entendre toutes les personnes susceptibles de fournir des renseignements sur les faits ou sur les objets et documents saisis.
Les personnes convoquées par lui sont tenues de comparaître. L'officier de police judiciaire peut contraindre à comparaître par la force publique les personnes visées au premier alinéa. Il peut également contraindre à comparaître par la force publique, avec l'autorisation préalable du procureur de la République, les personnes qui n'ont pas répondu à une convocation à comparaître ou dont on peut craindre qu'elles ne répondent pas à une telle convocation. Le procureur de la République peut également autoriser la comparution par la force publique sans convocation préalable en cas de risque de modification des preuves ou indices matériels, de pressions sur les témoins ou les victimes ainsi que sur leur famille ou leurs proches, ou de concertation entre les coauteurs ou complices de l'infraction.
L'officier de police judiciaire dresse un procès-verbal de leurs déclarations. Les personnes entendues procèdent elles-mêmes à sa lecture, peuvent y faire consigner leurs observations et y apposent leur signature. Si elles déclarent ne savoir lire, lecture leur en est faite par l'officier de police judiciaire préalablement à la signature. Au cas de refus de signer le procès-verbal, mention en est faite sur celui-ci.
Les agents de police judiciaire désignés à l'article 20 peuvent également entendre, sous le contrôle d'un officier de police judiciaire, toutes personnes susceptibles de fournir des renseignements sur les faits en cause. Ils dressent à cet effet, dans les formes prescrites par le présent code, des procès-verbaux qu'ils transmettent à l'officier de police judiciaire qu'ils secondent.

제61조
제1항.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종결할 때까지 누구든지 범죄장소로부터 이탈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제2항. 사법경찰관은 범죄사실에 관한 정보 또는 압수된 물건과 문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모든 사람을 소환하고 그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제3항. 사법경찰관에 의해 소환된 사람은 출석하여야 한다.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규정된 사람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다. 또한 소환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검사의 허가를 받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다. 검사는 증거나 물적 자료의 변질, 증인, 피해자, 그 가족이나 이웃에 대한 강압, 공범 간 통모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사전 소환절차 없이 강제로 소환을 강제할 수 있다.     
(제4항 및 제5항 생략)

그리고 아까 저 판결에서는 경찰의 수사가 위법하다고 하면서 이미 이루어진 수사'절차가 무효'라고 판단하였는데요, 여기서 프랑스 형사소송법에 있는 '절차의 무효'라는 제도가 등장합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쓴 2011년 11월 23일 "프랑스의 위법수집증거 취급방법 개관", 그리고 2017년 7월 12일 "프랑스 예심조서 무효 사례"라는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절차의 무효(Nullité de la procédure)'라는 제도는 전체 형사절차를 구성하는 개개의 절차나 행위에 위법 등 문제가 있는 경우 그 절차나 행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화함으로써 그 법률상의 효력을 부인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 제도를 통해 수사와 재판에 이르는 형사절차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화되거나 그 절차에서 수집된 자료가 증거로서의 자격이 박탈됨으로써, 우리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인정하고 있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따라 위법수집증거가 배척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절차의 무효' 제도에 대해서는, '형사소송 이론과 실무' 제3권 제2호(한국형사소송법학회, 2011)에 실린 제 글 "프랑스 위법수집증거 취급방법 개관" 외에, 계명대 김택수 교수님이 쓰신 "프랑스법상 무효절차에 의한 증거배제에 관한 연구"(비교형사법연구 제18권 제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17)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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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8일 월요일

프랑스 보호유치 개정법 공고와 대법원 판결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4/18/2011 12:30:00 오전 라벨: 보호유치 , 사법제도 , 프랑스 사법제도 ,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 형사소송
요새 한꺼번에 벌여 놓은 여러 일 때문에 오늘은 일요일마저 반납한 채 출근할 정도로 몹시 바쁜 상태라 한동안은 블로그를 돌볼 시간이 전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블로그에 발빠르게 글을 써놓지 않으면 안될 시사적인 이슈가 또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밤늦은 시각에 블로그에 손을 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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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0일 목요일

프랑스 상원, 보호유치 관련 개정법률안 의결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3/10/2011 09:42:00 오후 라벨: 보호유치 , 사법제도 , 프랑스 사법제도 ,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 형사소송
드디어 2011. 3. 8. 프랑스 상원에서 보호유치 제도와 관련한 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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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2일 수요일

검사의 지위 관련 프랑스의 최근 논의동향

댓글 없음 : 작성자: iMagistrat 시간: 2/02/2011 12:54:00 오전 라벨: 검사 , 독립성 , 보호유치 , 사법제도 , 프랑스 사법제도 , 프랑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 형사소송
작년에 한창 프랑스 법조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보호유치 관련 판결에 대한 글입니다. 
한참 전부터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상당한 분량의 언론기사와 판결문을 번역할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고 미뤄왔었는데, 이제 더 이상 미루기 곤란하여 가까스로 설익은 번역을 거쳐 손을 대봅니다. 시사성 있는 주제인데 이제서야 코멘트하는 것이 너무 늦은 감이 있어, 글을 쓰면서도 그리 신이 나진 않네요. 어쨌든 밀린 숙제를 처리해 보겠습니다.


2010년에 프랑스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의 보호유치제도 관련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이어, 유럽인권법원과 프랑스 대법원은 보호유치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프랑스 검사는 ‘독립성과 객관성 있는 사법기관’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선고하여, 프랑스 법조계에서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다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검사 동지들의 일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평소 ‘구글리더’와 ‘에버노트’로 스크랩해 놓은 프랑스 언론기사와 해당 판결문 등을 토대로 보호유치 및 검사의 지위와 관련한 프랑스의 최근 논의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보호유치(garde à vue) 관련 판결
가. 헌법재판소 결정(C. constit. 30/07/2010, QPC 2010-14/22)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2010. 7. 30. 형사소송법의 보호유치 관련규정인 제62조, 제63조, 제63-1조, 제63-4조 제1항 내지 제6항, 제77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보호유치된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고지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제한 없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현행 프랑스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은 피의자를 보호유치, 즉 체포할 때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아도 되고 [즉, 사법경찰에 의해 보호유치되는 사람은 그 즉시 범죄사실, 가족 등에 대한 체포사실 통지요구권, 의사에 대한 진료청구권,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등을 고지받을 권리가 있지만(형사소송법 제63-1조), 사법경찰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할 의무는 없습니다. 2000. 6. 15. 개정 형사소송법은 제63-1조 제1항에 사법경찰의 진술거부권 고지의무를 규정하였다가, 그 규정이 사법경찰에게 과도하게 엄격한 의무를 부과한다는 이유로 2003. 3. 18.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이를 다시 삭제하였던 것이거든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는 굳이 법에 명문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피의자는 얼마든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고, 단지 사법경찰이 이러한 권리를 피의자에게 명시적으로 고지하지 않아도 될 뿐입니다. 다만, 예심수사판사가 피의자신문을 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에게 범죄사실, 변호인 선임권과 아울러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116조)], 사법경찰이 보호유치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신속한 수사와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변호인이 피의자신문과정에 입회할 수 없고 피의자와의 접견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63-4조).
피의자의 인권보호가 유난히 강조되는 요즘 우리 분위기에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조항들인데요, 프랑스 역시 초동수사에서의 신속한 실체진실 발견에 주안점을 두었던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들이 피의자의 인권보호라는 시대적 대세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지요.
한편, 이번 결정으로 인해 곧바로 위 규정들의 적용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의 헌법불합치 결정처럼 2011. 7. 1.부터 결정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는 의회가 현행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야 하고, 실제로 프랑스 의회는 현재 활발하게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 유럽인권법원 판결(CEDH 14/10/2010, Brusco c/ France)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법원(Cour Européenne des Droits de l’Homme)도 2010. 10. 14. 변호인의 참여는 보호유치 초기부터 허용되어야 하고, 보호유치시 피의자에 대한 진술거부권의 고지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유럽인권법원이 이러한 취지로 판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다. 대법원 판결(Crim. 19/10/2010, n°10-82.902, 10-82.306, 10-85.051)
프랑스 대법원 역시 2010. 10. 19. 선고한 판결을 통해, 보호유치된 사람에게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어야 하고, 범죄의 성질에 따른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보호유치 초기부터 변호인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호인 참여권의 내용은,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을 준비하고,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며,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2. 검사의 지위 관련 판결
가. 유럽인권법원 판결(CEDH 23/11/2010, Moulin c/ France, n° 37104/06)
유럽인권법원은 2010. 11. 23. 프랑스의 검사는 독립성과 객관성을 인정할 수 없어 인신구속을 통제할 권한이 있는 사법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실제 사실관계는 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2005. 4. 13. France MOULIN이라는 이름의 여성 변호사가 수사기밀누설 혐의로 보호유치되었고(예심수사판사가 사법경찰에 수사지휘), 4. 15. 검사의 면전에 인치되었다가 구치소에 수용되었으며(보호유치 종료, 예심수사판사가 예심수사 개시를 위한 구인영장 발부), 4. 18. 예심수사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어 제1회 피의자신문을 받은 사안입니다.
유럽인권법원의 설치근거인 유럽인권협약(Convention de sauvegarde des droits de l’homme et des libertés fondamentales) 제5조 제3항은, “동조 제1항 c호 규정에 따라 체포 또는 구금된 모든 사람은 법관 또는 법률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다른 사법관에게 신속히 인치되어야 한다.”(Toute personne arrêtée ou détenue, dans les conditions prévues au paragraphe 1.c du présent article, doit être aussitôt traduite devant un juge ou un autre magistrat habilité par la loi à exercer des fonctions judiciaires.)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MOULIN 변호사는 보호유치된 때로부터 신속하게 사법관 면전에 인치되어야 함에도 보호유치된 지 무려 5일 만에 예심수사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었고, 비록 보호유치된 지 2일 만에 검사의 면전에 인치되기는 하였으나 검사는 위 인권협약에서 말하는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사법관”이 아니므로, 결국 자신에 대한 보호유치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유럽인권법원에 이 사건을 제소하였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럽인권법원은, “사법관”의 핵심 개념요소는 ‘독립성’(indépendance)과 ‘객관성’(impartialité)인데, 프랑스의 검사는 법무부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립성과 객관성을 인정할 수 없고 기소하는 측의 일방당사자이므로, 결국 위 인권협약 제5조 제3항에서 말하는 사법관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유럽인권법원은 이미 2008년 마약사범에 대한 구속의 적법성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Medvedyev c/ France 사건에서도, 프랑스의 검사에 대해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한편, 체포 또는 구금 후 사법관의 면전에 인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시한인‘신속히’의 개념에 대해서는, 유럽인권법원은 과거 체포 또는 구금일로부터 3일째부터 4일째 사이에는 사법관 면전에의 인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고(CEDH Brogan c/ RU, 29/11/1988 ; CEDH Varga c/ Roumanie, 01/04/2008), 이번 MOULIN 사건에서 5일 만의 인치는 지나치게 길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언론기사들에는 ‘스트라스부르의 판사들’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와 저는 처음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지방법원에서도 유사한 판결을 선고하였나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는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이 유럽인권법원의 판사들을 지칭한 표현이었습니다.
 
나. 대법원 판결(Crim. 15/12/2010, n°10-83.674)
유럽인권법원의 위 판결취지를 반영하여, 프랑스 대법원도 2010. 12. 15. “검사가 유럽인권협약이 요구하는 독립성과 객관성에 대한 보장이 없고 기소하는 측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인 예심수사부가 검사에 대해 유럽인권협약 제5조 제3항의 사법관이라고 본 것은 잘못이다.”라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보호유치를 24시간 연장한 검사의 처분이 유효한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인데, 대법원은 위와 같이 판시하면서도 검사의 연장처분 자체는 유효하다고 인정하여 피의자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아무튼 이번 유럽인권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향후 검사의 독립성을 보완토록 하는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3. 현재의 논의 상황
가. 프랑스 검찰의 반응
우리 검찰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검찰 역시 행정부에 속해 있고 법무부장관을 정점으로 한 위계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는 관계로, 수시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Villepain 전 총리 사건의 무죄판결에 대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개입하여 파리검찰청으로 하여금 항소하게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고도 합니다(2010. 11. 13.자 ‘Slate’지 칼럼).
한편, 파리고등검찰청 검사장 François Falletti는 위 대법원 판결 직후인 2010. 12. 16. ‘Le Figaro'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검사는 앞으로도 본연의 임무를 계속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보호유치 절차에 있어서 검사의 통제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합니다. 누구도 검사에게 불기소처분을 명령하지 못하고, 최고사법관회의가 임명권 행사 등을 통해 검사의 권한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정의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검사를 도구화하고 희화화하는 것입니다. 검사는 진실발견과 개인의 자유 보호에 관심이 있음에도, 너무 자주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라며 최근 판결과 검사에 대한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에 대해 다소 답답한 심경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11. 1. 7. 검찰총장 Jean-Louis NADAL은 신년사에서 “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치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검사의 임명과 관련한 최고사법관회의의 결정에 법무부장관이 관여할 여지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하여, 앞으로 검사의 독립성 회복방안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나.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내용
보호유치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현재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심의 중에 있습니다. 지난 1월 하순 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상원에 법안을 송부해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하원에서 통과된 개정안을 보면, 위 위헌결정 당시 보호유치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아야 한다는 떠들썩했던 여론과는 달리 다소 소극적인 방향으로 보호유치 제도 개정이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즉, 보호유치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이 이에 참여할 수 있기는 하나, 조사 내내 조사에 관여하여 발언할 수는 없고 단지 조사 말미에 질문을 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 그 이상의 자유로운 참여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실체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의 중요한 이념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 절충적인 개정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초에는 24시간째의 보호유치를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이 검사가 아닌 석방구금판사에게 부여되는 등 석방구금판사가 보호유치절차를 전면적으로 통제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였으나, 개정안의 내용은 비록 일정한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종전과 같이 검사가 24시간째의 보호유치 연장권한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은 물론, 검사가 보호유치절차의 통제자라고 명시하는 규정도 그대로 남는 등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큰 폭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인권법원이나 대법원의 결정취지는 체포된 피의자를 신속하게, 적어도 4일 이내에는 판사의 면전에 인치시키라는 것이므로, 사실 검사가 4일 이내의 범위에서 보호유치 절차를 통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러한 사정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현재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반대여론으로 인해 실현가능성이 희박해지기는 하였지만, 프랑스 정부가 예심수사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예심수사판사의 수사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하는 사법제도 개혁안을 추진하여 오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의 사법관으로서의 지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방향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 검사가 보호유치 절차의 통제자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보유하고 보호유치 절차와 관련된 변호인의 참여권도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등 당초의 논의보다 대폭 수위가 낮아진 개정안으로 인해, 앞으로 상원에서도 많은 격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후 상원에서의 논의상황은 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포스팅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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