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1일 토요일
[독서일기] 프랑스의 열정, 공화국과 공화주의
이번 책은 한국프랑스사학회에서 지은 "프랑스의 열정, 공화국과 공화주의"이고, '아카넷'이라는 출판사에서 2011년 3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입니다.2009년 4월에 한국프랑스사학회의 창립 10주년 기념 학술대회의 성과물들을 모은 책이라고 합니다.
프랑스는 1789년 대혁명 이후 왕정을 뒤엎고 공화정 체제를 만든 공화국의 원조격인 나라이고, 현재는 1958년 드골 대통령 집권기 이후부터 다섯번째 공화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은이들의 말에 의하면, 프랑스에서는 공화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여러 선택가능한 정치이념 중의 하나가 아니라, 국민적 정체성 또는 자부심과 연결되는 역사적 산물이라고 하네요.
프랑스 사람들이 중시하는 핵심가치를 논하는 주제 자체는 흥미진진한 것 같은데, 학술대회의 발표물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그런지 비전문가가 읽기에는 내용이 다소 어렵고 딱딱합니다. 그리고 책의 분량이 적은 편이라, 프랑스 공화국에 대한 전체적인 역사나 주요이슈가 모두 망라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머리에 남는 내용도 그리 많진 않지만, 그나마 알아두면 좋을 부분을 정리해 봅니다.
현 프랑스 헌법 제1조에서는 "프랑스는 나뉠 수 없고, 세속적이며,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하나의 공화국이다(La France est une République indivisible, laїque, démocratique, et sociale)."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의 공화주의는,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통한 통합과 단일성의 원리를 바탕에 깔고 있고,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표방하고 있으며, 대혁명 당시 보통선거제를 도입하는 등 진작부터 민주주의에 다가서기 시작했고, 평등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갖고 있어 사회적 연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프랑스 역사에는 다섯 개의 공화정이 있었는데, 제1공화정은 1792~1804, 제2공화정은 1848~1851, 제3공화정은 1870~1940, 제4공화정은 1944~1958, 제5공화정은 1958~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대혁명 직후 첫번째 공화국이 탄생했고, 불과 10여년 만에 왕정이 다시 들어섰다가, 제2공화국과 왕정이 번갈아 들어서던 끝에, 제3공화국이 비로소 장기간 지속되면서 공화정의 기틀을 잡게 됩니다.
다만, 제3공화국은 의회중심제 체제에서 잦은 내각 교체로 인해 만성적인 불안정에 시달린 끝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항복하고 비시정권의 출범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후, 성립한 제4공화국 역시 불안한 의회중심제를 유지하다, 알제리 전쟁과정에서 군부의 지지를 등에 업은 샤를 드골이 집권하면서 비로소 제5공화국이 성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5공화국은 이원집정제적 대통령중심제라고 설명되고 있는데, 그간의 불안정한 정국에 대한 반성으로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위임하였습니다.
책 말미에 재미있는 주제의 글도 있었는데, "프랑스 공화정과 문화정책"이라는 글입니다.
프랑스는 1959년 앙드레 말로가 주도하여 문화부가 설립된 이후, "문화 민주화"라는 정책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문화유산은 국민의 재산이므로 당연히 만인이 향유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합니다.
프랑스 대혁명 직후 공화정이 수립되었을 때 혁명정부에서도 비슷한 논리 하에 국민을 교육하여 재탄생시키는 동시에 공화정을 공고히 하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을 위시한 박물관 건립 노력이 지속되었습니다.
특히, 당시 혁명군이 전 유럽을 상대로 혁명전쟁을 전개할 때, "예술은 영광이 비치는 땅을 찾는다."는 논리로 유럽 전역에서 문화유산이나 예술품들을 약탈해 왔다고 합니다.
지금 프랑스가 확보하고 있는 방대한 세계적 문화유산들이 이렇게 쌓이게 된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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