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7일 일요일
[독서일기] '다섯 번째 증인' (feat. 미국 형사사법제도) 제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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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Magistrat
시간:
11/17/2019 10:5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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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증인(The Fifth Witness)’은 미국 작가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의 2011년 작 법정소설로서, 미키 할러(Mickey Haller)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섯 편의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입니다. 2011년에 국내 상영된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미키 할러 시리즈의 첫 타자이구요. 2011년 7월 4일 이 블로그에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통해본 미국 형사사법제도>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작품입니다.
우리말 번역으로는 이 ‘다섯 번째 증인’까지 네 편만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저도 이 네 편까지만 읽고 마지막 작품은 현재 원서를 사 놓고 읽을까 말까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섯 번째 증인’은 미키 할러 변호사가 살인 사건의 피고인 리사 트래멀의 변호인으로서 형사절차를 헤쳐 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미키 할러 시리즈 중에서는 스토리 면에서 가장 밋밋하고 스릴도 떨어집니다. 갑자기 중요한 등장인물 누군가가 죽거나 행방불명되거나 뜻밖의 반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법정에서 벌어지는 검사와 변호사 사이의 법적 공방 장면을 길고 길고 길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법정장면이 대부분의 줄거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설이라, 그저 심심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습니다. 완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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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링컨 컨티넨탈 뒷좌석을 변호사 사무실로 쓰고 있는 미키 할러는,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임에도 이제는 민사사건에까지 손을 대는 장면으로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여전히 범죄자는 많고 형사사건도 잔뜩 널렸을 테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범죄자들이 사라져 부득이하게 남의 영역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할러 변호사가 중점적으로 손대고 있는 민사사건은, 담보대출을 이용해 집을 구입했다가 2007년부터 몰아닥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내 집을 날리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된 사람들이 의뢰한 주택압류 관련 소송들이었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이런 고객 중 한 사람이었던 리사 트래멀이라는 서른 다섯 살의 여성이 자신의 집을 압류한 채권은행의 담보대출 부문 총책임자인 미첼 본듀란트를 흉기로 내리쳐 살해했다는 혐의로 LA 경찰에 체포되고, 연락을 받은 할러 변호사가 급히 경찰서로 달려갑니다.
[62쪽] 시스코는 컬렌과 롱스트레치 형사가 그날 오전에 수색 영장 보고서를 제출했고 자신이 법원 서기관실을 통해서 사본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 그러나 수색 영장 청구서와 보고서는 공공기록물이었다. 공공기록물의 열람을 프리먼이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기록물을 보면 검찰이 이 재판을 어떤 식으로 몰아갈 것인가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 할러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search warrant)을 집행한 후에는 압수물 목록을 포함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보고서(search-warrant return)를 작성해서 일정기간 안에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판사는 압수물 목록을 검토하면서 경찰이 영장을 지정된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집행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프리먼 검사가 증거를 내놓지 않자, 할러 변호사는 자신의 수사관인 시스코를 통해 빛의 경로와 어둠의 경로 모두를 동원해 수사자료들을 입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후에 그 압수물 목록과 집행보고서는 수사기록에 첨부만 해둘 뿐 별도로 법원에 보고하지는 않는데, LA에서는 압수수색을 하자마자 압수물 목록과 집행보고서를 통해 법원의 심사와 통제를 받는 모양이군요. 우리는 수사기록에 첨부된 자료를 가지고 한참 후에 재판을 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판사가 그 압수수색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변호인이나 민간인이 초동수사 단계에서 법원을 통해 사건수사와 관련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법원뿐 아니라 다른 루트를 통해서도 수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거의 수사가 다 끝나고 기소가 되기를 기다려 비로소 수사기록에 접근할 수 있을 뿐이지요. 따라서 특히 초동수사 단계에서는 변호인이 아무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속칭 ‘깜깜이 변론’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66쪽] "...... 그 수색 영장 청구서를 찬찬히 읽으면서 갈기갈기 찢고 조각조각 씹어 먹어봐. 빠진 부분, 잘못된 표현 등등 증거물 채택 금지 신청서에 써먹을 수 있는 건 다 찾아보는 거야. 리사 트래멀의 집에서 가져간 증거자료 전부를 재판에서 사용 못 하게 하는 게 우리 목적이야."
---> 할러 변호사가 그가 고용한 신참 변호사 제니퍼 애런슨에게 시스코 수사관이 입수해온 수사자료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들을 찾아보라고 지시합니다. 수사절차의 문제점을 찾아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들을 하나하나씩 공격하려는 의도입니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피고인이 죄를 지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기에 충분한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즉, 이걸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피고인이 무죄라는 사실을 나름의 증거를 찾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유죄의 증거라고 재판에 제출한 것들을 하나하나 공격하여 증거로 쓸 수 없게만 만들어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검사가 재판에 제출한 증거에 대해 그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공격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쉽고 효과적인 공격방법은 형식적인 하자, 특히 수사 과정에서의 규정 위반 등 절차적 위법을 주장하면 된다는 것이죠. 이를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이라고 하는데, 규정을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는 그 내용이 얼마나 중요하냐에 관계없이 곧바로 증거로서의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66-67쪽] “...... 컬렌 형사는 리사가 자발적으로 조사에 응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무지 애를 썼어. 하지만 그가 수갑을 채웠든 안 채웠든 리사를 통제하고 억압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수만 있다면, 그녀가 처음부터 체포된 상태였다고 주장할 수 있을 거야. 그게 받아들여지면 미란다(Miranda) 원칙 고지 이전에 그녀가 한 말은 전부 빠이빠이지."
---> 할러 변호사는 계속해서 애런슨 변호사에게 리사 트래멀의 조사장면 동영상을 주의 깊게 분석해보라고 지시합니다. 컬렌 형사가 이미 리사 트래멀로부터 자백을 받았다고 하였으니, 할러 변호사 입장에서는 이 강력하기 그지없는 증거인 자백진술을 먼저 깨뜨려야 합니다.
[68쪽] "이 사건을 재판까지 끌고 간다면, 검찰의 주장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거야. 공격적인 변론을 펼칠 필요가 있어. 배심원단이 리사가 아닌 다른 쪽을 바라보게 해야 돼. 그러기 위해서는 대체이론(alternate theory)이 필요하고."
---> 할러 변호사가 자신의 동료들에게 리사 트래멀 사건의 변호전략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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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번역으로는 이 ‘다섯 번째 증인’까지 네 편만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저도 이 네 편까지만 읽고 마지막 작품은 현재 원서를 사 놓고 읽을까 말까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섯 번째 증인’은 미키 할러 변호사가 살인 사건의 피고인 리사 트래멀의 변호인으로서 형사절차를 헤쳐 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미키 할러 시리즈 중에서는 스토리 면에서 가장 밋밋하고 스릴도 떨어집니다. 갑자기 중요한 등장인물 누군가가 죽거나 행방불명되거나 뜻밖의 반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법정에서 벌어지는 검사와 변호사 사이의 법적 공방 장면을 길고 길고 길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법정장면이 대부분의 줄거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설이라, 그저 심심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습니다. 완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저는 미키 할러 시리즈 중에서 이걸 가장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법정에서 공방을 펼치는 할러 변호사의 1인칭 시점과 심리 묘사를 바탕으로 미국의 배심재판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미국의 형사사법절차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형사사법절차와 비교해가며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아, 미국에서는 형사재판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구나, 특이한 제도도 있네, 그런데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경우는 이렇게 되고 저런 경우는 저렇게 될 텐데 우리랑은 참 많이 다르네, 이런 건 우리도 하면 좋을 텐데 부럽기도 하네 등등, 머 이런 류의 심정이었다는 거죠. 우리가 외국법을 공부하는 이유는, 이렇게 외국법을 통해 우리의 법과 제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개선할 부분을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코넬리가 쓴 시리즈 소설로는 또 해리 보슈(Harry Bosch)라는 이름의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러 편의 형사소설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작가가 할러 변호사와 보슈 형사를 이복형제 사이로 설정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어떤 작품에선 둘이 함께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구요.
마이클 코넬리는 원래 법조인은 아니고 언론인 출신이라고 하지만, 이런 법정소설이나 형사소설을 여러 편 쓰면서 아마도 미국 법조계의 풍경과 속사정을 풍부하게 취재하였을 겁니다. 그리고 물론 그런 내용들이 이 작품에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을 거구요.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국 형사사법제도를 공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독서일기는 이 작품 여기저기에 묘사되어 있는 형사사법절차 관련 내용을 인용하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붙여, 미국의 형사사법제도(각 주마다 형사사법제도가 다르나 이 글에서는 특히 캘리포니아 주의 형사사법제도)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꾸며봅니다. 우리말 번역서만으로는 정확한 법률용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원서도 참고하여 원문의 표현을 군데군데 메모해 두었습니다.
다만, 이 소설은 중범죄와 길거리 범죄를 소재로 한 것이고 이런 범죄는 경범죄나 화이트칼라 범죄와는 수사나 재판 절차가 다르므로, 이 글 내용만으로 미국 제도를 일반화해서 이해하는 건 곤란하겠습니다.
비록 저는 미국의 형사사법제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기회에 미국 제도를 소개한 다른 참고자료들을 들춰봐가며 공부를 해볼까 합니다. 문외한으로서의 한계와 오류를 감안하여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이 길어 네 편으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마이클 코넬리가 쓴 시리즈 소설로는 또 해리 보슈(Harry Bosch)라는 이름의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러 편의 형사소설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작가가 할러 변호사와 보슈 형사를 이복형제 사이로 설정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어떤 작품에선 둘이 함께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구요.
마이클 코넬리는 원래 법조인은 아니고 언론인 출신이라고 하지만, 이런 법정소설이나 형사소설을 여러 편 쓰면서 아마도 미국 법조계의 풍경과 속사정을 풍부하게 취재하였을 겁니다. 그리고 물론 그런 내용들이 이 작품에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을 거구요.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국 형사사법제도를 공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독서일기는 이 작품 여기저기에 묘사되어 있는 형사사법절차 관련 내용을 인용하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붙여, 미국의 형사사법제도(각 주마다 형사사법제도가 다르나 이 글에서는 특히 캘리포니아 주의 형사사법제도)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꾸며봅니다. 우리말 번역서만으로는 정확한 법률용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원서도 참고하여 원문의 표현을 군데군데 메모해 두었습니다.
다만, 이 소설은 중범죄와 길거리 범죄를 소재로 한 것이고 이런 범죄는 경범죄나 화이트칼라 범죄와는 수사나 재판 절차가 다르므로, 이 글 내용만으로 미국 제도를 일반화해서 이해하는 건 곤란하겠습니다.
비록 저는 미국의 형사사법제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기회에 미국 제도를 소개한 다른 참고자료들을 들춰봐가며 공부를 해볼까 합니다. 문외한으로서의 한계와 오류를 감안하여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이 길어 네 편으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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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링컨 컨티넨탈 뒷좌석을 변호사 사무실로 쓰고 있는 미키 할러는,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임에도 이제는 민사사건에까지 손을 대는 장면으로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여전히 범죄자는 많고 형사사건도 잔뜩 널렸을 테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범죄자들이 사라져 부득이하게 남의 영역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할러 변호사가 중점적으로 손대고 있는 민사사건은, 담보대출을 이용해 집을 구입했다가 2007년부터 몰아닥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내 집을 날리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된 사람들이 의뢰한 주택압류 관련 소송들이었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이런 고객 중 한 사람이었던 리사 트래멀이라는 서른 다섯 살의 여성이 자신의 집을 압류한 채권은행의 담보대출 부문 총책임자인 미첼 본듀란트를 흉기로 내리쳐 살해했다는 혐의로 LA 경찰에 체포되고, 연락을 받은 할러 변호사가 급히 경찰서로 달려갑니다.
[29쪽] "검사(DA)가 정해졌어?"
---> 할러 변호사가 자신의 수사관(investigator) 데니스 뵈치에호프스키(평소 할러 변호사는 이 어려운 이름 대신 ‘시스코’라는 별명으로 자신의 수사관을 부릅니다)에게 이 사건의 담당검사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여기서의 ‘DA’는 District Attorney의 약자로서, 검사의 일반적 명칭인 prosecutor 중에서도 어느 한 지역의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를 지칭합니다.
이 사건의 초기 진행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중년 남성인 피해자가 출근길에 직장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살해되었는데 살해된 시각은 아침 8시 30분부터 8시 50분 사이로 추정되고, 범행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현장감식 활동과 목격자 및 현장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탐문수사, 이를 통해 용의자로 선정된 리사 트래멀에 대한 경찰관 2명의 자택 방문조사, 곧바로 리사 트래멀을 경찰서로 데리고 가 계속 이어진 조사, 그리고 조사 도중의 긴급체포가 오전 중에 모두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할러 변호사가 리사 트래멀의 체포사실에 대한 연락을 받은 때는 정오 무렵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겨우 서너 시간밖에 안 지났지만, 경찰은 이미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였고, 벌써 담당검사가 누군지가 대화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전문가답게 살인 사건의 초동수사를 재빨리 능숙하게 처리한 것을 볼 수 있고, 사건 초기부터 경찰의 수사 과정에 검사가 관여하는 모습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살인 사건 정도 되는 큰 사건은 사건 초기에 수사담당 경찰관이 검사에게 보고하여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고 있지만, 수사권과 관련한 검경 사이의 갈등 속에 검사가 수사 초기에 관여하는 사건의 범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35쪽] "당신 의뢰인과의 면담(interview) 녹화한 거. 틀어보면 그 여자가 변호사를 원한다는 마법의 말을 하자마자 조사를 멈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
"...... 그 여자가 살인을 저질렀고,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그 사실을 인정(make admissions)했기 때문에 살인 피의자(suspect)로 전환(charge)한 거야. 당신한텐 유감스럽게 됐지만, 우린 원칙대로 행동했어."
---> 할러 변호사가 자신의 수사관(investigator) 데니스 뵈치에호프스키(평소 할러 변호사는 이 어려운 이름 대신 ‘시스코’라는 별명으로 자신의 수사관을 부릅니다)에게 이 사건의 담당검사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여기서의 ‘DA’는 District Attorney의 약자로서, 검사의 일반적 명칭인 prosecutor 중에서도 어느 한 지역의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를 지칭합니다.
이 사건의 초기 진행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중년 남성인 피해자가 출근길에 직장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살해되었는데 살해된 시각은 아침 8시 30분부터 8시 50분 사이로 추정되고, 범행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현장감식 활동과 목격자 및 현장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탐문수사, 이를 통해 용의자로 선정된 리사 트래멀에 대한 경찰관 2명의 자택 방문조사, 곧바로 리사 트래멀을 경찰서로 데리고 가 계속 이어진 조사, 그리고 조사 도중의 긴급체포가 오전 중에 모두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할러 변호사가 리사 트래멀의 체포사실에 대한 연락을 받은 때는 정오 무렵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겨우 서너 시간밖에 안 지났지만, 경찰은 이미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였고, 벌써 담당검사가 누군지가 대화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전문가답게 살인 사건의 초동수사를 재빨리 능숙하게 처리한 것을 볼 수 있고, 사건 초기부터 경찰의 수사 과정에 검사가 관여하는 모습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살인 사건 정도 되는 큰 사건은 사건 초기에 수사담당 경찰관이 검사에게 보고하여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고 있지만, 수사권과 관련한 검경 사이의 갈등 속에 검사가 수사 초기에 관여하는 사건의 범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35쪽] "당신 의뢰인과의 면담(interview) 녹화한 거. 틀어보면 그 여자가 변호사를 원한다는 마법의 말을 하자마자 조사를 멈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
"...... 그 여자가 살인을 저질렀고,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그 사실을 인정(make admissions)했기 때문에 살인 피의자(suspect)로 전환(charge)한 거야. 당신한텐 유감스럽게 됐지만, 우린 원칙대로 행동했어."
---> 할러 변호사는 자신의 직원으로부터 리사 트래멀이 체포되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경찰서로 달려가 하워드 컬렌이라는 형사를 찾아갑니다. 컬렌은 이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 책임자입니다. 컬렌은 이날 아침 리사 트래멀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녀의 집을 방문해 간단히 조사를 한 후 경찰서로 데려가 그녀를 계속 조사하였고, 결국 체포까지 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때 컬렌은 경찰서에서의 조사장면을 녹화하였고, 할러 변호사는 이 첫 번째 만남에서 컬렌으로부터 이 녹화영상이 담긴 DVD를 건네받습니다.
여기서의 조사를 원문에서는 interview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법상 조사에는 interview와 interrogation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interview는 아직 혐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수사에 협조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를 말하고, interrogation은 어느 정도 혐의가 의심되는 상태에서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실익은, interrogation의 경우 미리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 미란다 원칙, 즉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선임권이 있음이 고지되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수사 초기 아직 대상자의 혐의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참고인 정도의 성격을 갖고 있던 리사 트래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정도의 조사가 있었던 것이므로, interrogation이 아닌 interview라고 부른 것입니다. 컬렌 형사는 리사 트래멀이 혐의를 자백하자 그녀를 살인 피의자로 전환하였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막연했던 상황에서 이제 그녀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으로 변하자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녀가 진술을 멈추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겠다면서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게 인정되는 방어권을 행사하자, 이제 변호인이 생길 때까지는 조사가 더 진행될 수 없어 조사가 중단된 것이구요.
컬렌 형사는 어떤 변호사이든 분명히 이 조사 과정에서의 어떠한 절차적인 하자를 문제 삼아 리사 트래멀의 자백진술을 증거로 쓸 수 없게 만들려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당신한텐 유감스럽게 됐지만, 우린 원칙대로 행동했어”라고 말하며 아무런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미리 선을 긋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비슷해서, 수사기관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여야 하는 조사 대상자는 ‘피의자’이지 단순한 참고인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미란다 원칙의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의 지위는, 수사기관이 조사 대상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 인정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찰도 리사 트래멀 정도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조사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칫 시비에 말릴 것을 우려하여 가급적 미리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소한 리사 트래멀을 경찰서에 데려와서 조사를 할 정도의 단계에서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것이 안전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LA 경찰은 이런 성격의 인터뷰를 할 때 그 장면을 녹화해두는 모양입니다. 컬렌 형사가 할러 변호사에게 건넨 DVD에 이 인터뷰 장면의 녹화영상이 담겨 있습니다.
컬렌 형사의 말대로 이 인터뷰 과정에서 리사 트래멀이 살인 혐의를 자백한 것이 맞다면 이 동영상은 당연히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뒤에서 설명할 증거개시 제도에 따라 어차피 재판 전에 미리 변호인에게 제공하여야 할 자료이므로, 컬렌 형사는 변호사가 찾아온 김에 불과 몇 시간 만에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내 살인 사건을 사실상 종결한 자신의 능력도 자랑할 겸 할러 변호사에게 DVD 선심을 쓴 것이지요.
그런데 나중에 할러 변호사가 이 DVD를 틀어보니, 사실 리사 트래멀은 이때 자백한 일이 없었던 겁니다. 컬렌 형사가 별 의미도 아닌 진술을 듣고 이걸 자백이라고 단정해버린 것인데, 그녀가 범인이 맞다는 심증이 급격히 몰려오는 바람에 그만 너무 많이 나가버린 것이죠.
[44-45쪽] 이 사건에 대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 것. 형사, 교도관, 수감자, 언니, 아들, 그 누구하고라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요."
......
"무슨 말이라도 꼭 해야겠으면, 모든 질문에 '나는 내가 받은 혐의에 대해 결백하지만 변호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요."
이때 컬렌은 경찰서에서의 조사장면을 녹화하였고, 할러 변호사는 이 첫 번째 만남에서 컬렌으로부터 이 녹화영상이 담긴 DVD를 건네받습니다.
여기서의 조사를 원문에서는 interview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법상 조사에는 interview와 interrogation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interview는 아직 혐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수사에 협조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를 말하고, interrogation은 어느 정도 혐의가 의심되는 상태에서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실익은, interrogation의 경우 미리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 미란다 원칙, 즉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선임권이 있음이 고지되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수사 초기 아직 대상자의 혐의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참고인 정도의 성격을 갖고 있던 리사 트래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정도의 조사가 있었던 것이므로, interrogation이 아닌 interview라고 부른 것입니다. 컬렌 형사는 리사 트래멀이 혐의를 자백하자 그녀를 살인 피의자로 전환하였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막연했던 상황에서 이제 그녀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으로 변하자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녀가 진술을 멈추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겠다면서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게 인정되는 방어권을 행사하자, 이제 변호인이 생길 때까지는 조사가 더 진행될 수 없어 조사가 중단된 것이구요.
컬렌 형사는 어떤 변호사이든 분명히 이 조사 과정에서의 어떠한 절차적인 하자를 문제 삼아 리사 트래멀의 자백진술을 증거로 쓸 수 없게 만들려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당신한텐 유감스럽게 됐지만, 우린 원칙대로 행동했어”라고 말하며 아무런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미리 선을 긋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비슷해서, 수사기관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여야 하는 조사 대상자는 ‘피의자’이지 단순한 참고인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미란다 원칙의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의 지위는, 수사기관이 조사 대상자에 대한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 인정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찰도 리사 트래멀 정도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조사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칫 시비에 말릴 것을 우려하여 가급적 미리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소한 리사 트래멀을 경찰서에 데려와서 조사를 할 정도의 단계에서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것이 안전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LA 경찰은 이런 성격의 인터뷰를 할 때 그 장면을 녹화해두는 모양입니다. 컬렌 형사가 할러 변호사에게 건넨 DVD에 이 인터뷰 장면의 녹화영상이 담겨 있습니다.
컬렌 형사의 말대로 이 인터뷰 과정에서 리사 트래멀이 살인 혐의를 자백한 것이 맞다면 이 동영상은 당연히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뒤에서 설명할 증거개시 제도에 따라 어차피 재판 전에 미리 변호인에게 제공하여야 할 자료이므로, 컬렌 형사는 변호사가 찾아온 김에 불과 몇 시간 만에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내 살인 사건을 사실상 종결한 자신의 능력도 자랑할 겸 할러 변호사에게 DVD 선심을 쓴 것이지요.
그런데 나중에 할러 변호사가 이 DVD를 틀어보니, 사실 리사 트래멀은 이때 자백한 일이 없었던 겁니다. 컬렌 형사가 별 의미도 아닌 진술을 듣고 이걸 자백이라고 단정해버린 것인데, 그녀가 범인이 맞다는 심증이 급격히 몰려오는 바람에 그만 너무 많이 나가버린 것이죠.
[44-45쪽] 이 사건에 대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 것. 형사, 교도관, 수감자, 언니, 아들, 그 누구하고라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요."
......
"무슨 말이라도 꼭 해야겠으면, 모든 질문에 '나는 내가 받은 혐의에 대해 결백하지만 변호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요."
---> 할러 변호사는 리사 트래멀에게 위와 같이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조언합니다. 할러 변호사가 그의 의뢰인에게 이런 식의 조언을 하는 장면은, 할러 변호사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 선임된 이상 변호인이 의뢰인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고, 의뢰인은 가만히 입을 닫고 있으라는 것이죠. 무심코 남에게 한 말이 재판에서 자신을 옭아매는 결정적인 증거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46-48쪽] 그것은 검찰의 협상 카드였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동정여론이 쏠리기 전에 유죄인정 합의(plea agreement)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거였다. 그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나 사형을 피고인에게 구형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 체포된 다음 날 아침, 즉 체포되고 24시간이 채 되기 전에 리사 트래멀은 LA 고등법원(Superior Court) 법정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식재판은 아니고 first appearance라는 절차 때문에 법정에 나온 것입니다.
체포되어 구금된 피의자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한 때로부터 24시간 내지 48시간이 넘지 않는 시점에 판사에게로 피의자를 데려가야 합니다. 피의자가 처음으로 판사를 대면하게 되는 절차인 first appearance는 비교적 짧게 진행되는데, 피의자의 인적사항 확인, 피의사실의 내용과 피의자의 권리 고지, 보석 여부 결정, 예비신문기일 고지 등이 이루어집니다.
리사 트래멀은 1급 살인 혐의(charges of first-degree murder)를 받고 있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검사는 피의자가 계획적으로 미리 현장에 잠복하고 있다가 피해자를 공격한 것이라고 보고 이러한 혐의를 적용한 것이며, 이에 따라 그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나 나아가 사형까지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할러 변호사는 검사가 리사 트래멀에게 적용할 수 있는 최대한 무거운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리사 트래멀을 압박하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한 피의자로 하여금 어서 죄를 시인하고 ‘유죄인정 합의’, 흔히 ‘플리바기닝’이라고 부르는 절차를 통해 이 사건을 쉽게 끝내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 first appearance 절차에서 할러 변호사는 보석도 신청했지만, 판사는 2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보석금을 정함으로써 살인 사건 피의자에게 쉽게 보석을 내주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날 리사 트래멀은 뜻밖의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 보석금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20만 달러의 보석보증금을 내고 석방됩니다.
[53-54쪽] "...... 그건 그렇고,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 미키? 재판이 시작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유죄인정 합의(plea)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겠죠?"
---> 이 사건의 담당검사인 안드레아 프리먼은 first appearance 절차가 끝나자마자 바로 자신을 찾아온 할러 변호사에게 혹시 벌써부터 플리바기닝을 제안하려는 것이냐고 묻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말로 유죄인정 합의, 유죄답변 거래, 유죄답변 협상 등 다양하게 부르는 plea bargaining 절차를 통해 90퍼센트 이상의 형사사건이 정식재판 없이 종결된다고 합니다. 이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보다 가벼운 내용의 혐의를 인정하고 그 가벼운 혐의에 해당하는 처벌만 받기로 하여 더이상의 절차진행 없이 사건을 종결시키는 검사와 피의자 또는 피고인 사이의 공적 계약을 의미합니다.
플리바기닝은 재판이 끝나기 전이라면 기소 전이든 재판 중이든 언제든 가능합니다. 다만, 수사 초기에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경찰이나 검사 입장에선 수사와 재판에 들이는 수고를 대폭 절약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만약 피고인이 끝까지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주장해서 결국 정식재판인 배심재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배심원 선정부터 시작해서 여러 날이 걸리는 이 재판절차를 위해 사법기관은 막대한 노력과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죠.
미국 형사사법절차에서는 이렇게 매우 흔하게 이용되는 플리바기닝 제도이지만, 사농공상 구별 관념에 따라 ‘거래'나 ‘협상'이라는 용어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우리의 정서상 우리에게는 아직 요원한 제도입니다.
[54쪽] "개시된 증거자료(discovery)를 언제부터 볼 수 있을까요?"
프리먼은 ...... 대답했다.
"...... 난 '네 걸 보여주면 내 것도 보여줄게'라는 말 믿지 않아요. 항상 일방통행이니까. 피고인 측은 아무것도 안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나도 잘 모셔두고 안 보여주려고요."
---> 여기서의 discovery는 미국 연방 형사소송규칙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판 전 증거개시 제도(pretrial discovery)’를 말합니다. 검사와 변호인이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상대방에게 ‘열어서 보여준다'는 제도입니다. 재판의 공개성, 원만한 재판 진행, 불의타 방지, 무기대등 원칙 등을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이는 상호주의가 원칙이어서(프리먼 검사가 말한 '네 걸 보여주면 내 것도 보여줄게'라는 것이 상호주의를 가리킵니다), 상대방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자신의 증거는 안 주는 것은 곤란합니다. 마땅히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도 상대방에게 제공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만약 변호인 입장에서 이미 다른 루트로 검사 쪽의 무기를 모두 알고 있다면 굳이 검사에게 증거개시를 하자고 하지 않습니다. 이럴 땐 공연히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를 검사에게 공개해 보았자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죠.
증거개시 절차가 있다고 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 ‘전부’를 상대방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각자 상대방에게 보여줄 자료의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어떤 자료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지는 어쩌면 각자의 양심이나 전략에 달린 문제라고 합니다. 다만, 원칙적으로는 증거개시 절차에서 공개된 증거만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무작정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숨기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증인의 진술은 증거개시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검사나 변호인이나 자신이 어떤 증인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상대방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상대방에 의한 증인 회유나 협박 등을 방지하여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따라서 검사나 변호인은 앞으로 상대방 측 증인으로 누가 나오고 어떠한 증언을 할지를 미리 알 수 없고 그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야 비로소 이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증인의 진술을 듣는 절차이고 가장 중요한 증거도 증인의 진술임을 감안할 때, 증인의 진술이 증거개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 상대방에게 미리 제공하여야 하는 증거가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증거를 개시하여 달라는 할러 변호사의 요구에 프리먼 검사는 자신의 증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얘기합니다. 자신으로부터 증거를 받아가기만 하고는 입을 싹 씻은 변호사들이 많았던 모양이네요. 물론 나중에 프리먼 검사는 할러 변호사의 요구에 따라 그에게 일부 증거를 제공하기는 합니다.
우리의 경우 모든 사건에서, 첫 재판이 열리기 이전에 검사의 증거 전부가 기록을 사본하는 형태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제공됩니다. 이를 ‘공판기록 열람등사 제도'라고 합니다. 이는 검사가 갖고 있는 증거 전부가 미리 오픈되는 것이기 때문에, 증거개시의 범위를 두고 검사와 변호인간에 실랑이를 벌일 일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첫 재판이 임박한 시점에 증거기록의 열람등사가 허용된다거나 기록의 분량이 너무 많아 단지 사본하는 데만 시간이 오래 걸려 변호인의 재판 준비에 장애가 된다고 하는 문제 제기가 간혹 있고, 또는 검사가 증거로 쓰지 않을 자료라며 공개하지 않은 부분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가 들어있다는 의혹 제기 등으로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또 우리의 경우, 재판 초기에 있게 되는 증거신청 절차를 통해 장차 재판에 상대방 측 증인으로 누가 나올지도 모두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증인의 등장으로 벌어지는 법정에서의 스릴 넘치는 공방이나 극적인 반전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변호인이 선임된 이상 변호인이 의뢰인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고, 의뢰인은 가만히 입을 닫고 있으라는 것이죠. 무심코 남에게 한 말이 재판에서 자신을 옭아매는 결정적인 증거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46-48쪽] 그것은 검찰의 협상 카드였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동정여론이 쏠리기 전에 유죄인정 합의(plea agreement)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거였다. 그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나 사형을 피고인에게 구형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 체포된 다음 날 아침, 즉 체포되고 24시간이 채 되기 전에 리사 트래멀은 LA 고등법원(Superior Court) 법정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식재판은 아니고 first appearance라는 절차 때문에 법정에 나온 것입니다.
체포되어 구금된 피의자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한 때로부터 24시간 내지 48시간이 넘지 않는 시점에 판사에게로 피의자를 데려가야 합니다. 피의자가 처음으로 판사를 대면하게 되는 절차인 first appearance는 비교적 짧게 진행되는데, 피의자의 인적사항 확인, 피의사실의 내용과 피의자의 권리 고지, 보석 여부 결정, 예비신문기일 고지 등이 이루어집니다.
리사 트래멀은 1급 살인 혐의(charges of first-degree murder)를 받고 있습니다. 할러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검사는 피의자가 계획적으로 미리 현장에 잠복하고 있다가 피해자를 공격한 것이라고 보고 이러한 혐의를 적용한 것이며, 이에 따라 그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나 나아가 사형까지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할러 변호사는 검사가 리사 트래멀에게 적용할 수 있는 최대한 무거운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리사 트래멀을 압박하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한 피의자로 하여금 어서 죄를 시인하고 ‘유죄인정 합의’, 흔히 ‘플리바기닝’이라고 부르는 절차를 통해 이 사건을 쉽게 끝내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 first appearance 절차에서 할러 변호사는 보석도 신청했지만, 판사는 2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보석금을 정함으로써 살인 사건 피의자에게 쉽게 보석을 내주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날 리사 트래멀은 뜻밖의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 보석금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20만 달러의 보석보증금을 내고 석방됩니다.
[53-54쪽] "...... 그건 그렇고,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 미키? 재판이 시작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유죄인정 합의(plea)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겠죠?"
---> 이 사건의 담당검사인 안드레아 프리먼은 first appearance 절차가 끝나자마자 바로 자신을 찾아온 할러 변호사에게 혹시 벌써부터 플리바기닝을 제안하려는 것이냐고 묻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리말로 유죄인정 합의, 유죄답변 거래, 유죄답변 협상 등 다양하게 부르는 plea bargaining 절차를 통해 90퍼센트 이상의 형사사건이 정식재판 없이 종결된다고 합니다. 이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보다 가벼운 내용의 혐의를 인정하고 그 가벼운 혐의에 해당하는 처벌만 받기로 하여 더이상의 절차진행 없이 사건을 종결시키는 검사와 피의자 또는 피고인 사이의 공적 계약을 의미합니다.
플리바기닝은 재판이 끝나기 전이라면 기소 전이든 재판 중이든 언제든 가능합니다. 다만, 수사 초기에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경찰이나 검사 입장에선 수사와 재판에 들이는 수고를 대폭 절약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만약 피고인이 끝까지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주장해서 결국 정식재판인 배심재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배심원 선정부터 시작해서 여러 날이 걸리는 이 재판절차를 위해 사법기관은 막대한 노력과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죠.
미국 형사사법절차에서는 이렇게 매우 흔하게 이용되는 플리바기닝 제도이지만, 사농공상 구별 관념에 따라 ‘거래'나 ‘협상'이라는 용어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우리의 정서상 우리에게는 아직 요원한 제도입니다.
[54쪽] "개시된 증거자료(discovery)를 언제부터 볼 수 있을까요?"
프리먼은 ...... 대답했다.
"...... 난 '네 걸 보여주면 내 것도 보여줄게'라는 말 믿지 않아요. 항상 일방통행이니까. 피고인 측은 아무것도 안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나도 잘 모셔두고 안 보여주려고요."
---> 여기서의 discovery는 미국 연방 형사소송규칙 제1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판 전 증거개시 제도(pretrial discovery)’를 말합니다. 검사와 변호인이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상대방에게 ‘열어서 보여준다'는 제도입니다. 재판의 공개성, 원만한 재판 진행, 불의타 방지, 무기대등 원칙 등을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이는 상호주의가 원칙이어서(프리먼 검사가 말한 '네 걸 보여주면 내 것도 보여줄게'라는 것이 상호주의를 가리킵니다), 상대방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자신의 증거는 안 주는 것은 곤란합니다. 마땅히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도 상대방에게 제공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만약 변호인 입장에서 이미 다른 루트로 검사 쪽의 무기를 모두 알고 있다면 굳이 검사에게 증거개시를 하자고 하지 않습니다. 이럴 땐 공연히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를 검사에게 공개해 보았자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죠.
증거개시 절차가 있다고 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 ‘전부’를 상대방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각자 상대방에게 보여줄 자료의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어떤 자료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지는 어쩌면 각자의 양심이나 전략에 달린 문제라고 합니다. 다만, 원칙적으로는 증거개시 절차에서 공개된 증거만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무작정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숨기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증인의 진술은 증거개시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검사나 변호인이나 자신이 어떤 증인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상대방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상대방에 의한 증인 회유나 협박 등을 방지하여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서인데, 따라서 검사나 변호인은 앞으로 상대방 측 증인으로 누가 나오고 어떠한 증언을 할지를 미리 알 수 없고 그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야 비로소 이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증인의 진술을 듣는 절차이고 가장 중요한 증거도 증인의 진술임을 감안할 때, 증인의 진술이 증거개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 상대방에게 미리 제공하여야 하는 증거가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증거를 개시하여 달라는 할러 변호사의 요구에 프리먼 검사는 자신의 증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얘기합니다. 자신으로부터 증거를 받아가기만 하고는 입을 싹 씻은 변호사들이 많았던 모양이네요. 물론 나중에 프리먼 검사는 할러 변호사의 요구에 따라 그에게 일부 증거를 제공하기는 합니다.
우리의 경우 모든 사건에서, 첫 재판이 열리기 이전에 검사의 증거 전부가 기록을 사본하는 형태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제공됩니다. 이를 ‘공판기록 열람등사 제도'라고 합니다. 이는 검사가 갖고 있는 증거 전부가 미리 오픈되는 것이기 때문에, 증거개시의 범위를 두고 검사와 변호인간에 실랑이를 벌일 일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첫 재판이 임박한 시점에 증거기록의 열람등사가 허용된다거나 기록의 분량이 너무 많아 단지 사본하는 데만 시간이 오래 걸려 변호인의 재판 준비에 장애가 된다고 하는 문제 제기가 간혹 있고, 또는 검사가 증거로 쓰지 않을 자료라며 공개하지 않은 부분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가 들어있다는 의혹 제기 등으로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또 우리의 경우, 재판 초기에 있게 되는 증거신청 절차를 통해 장차 재판에 상대방 측 증인으로 누가 나올지도 모두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예상치 못한 증인의 등장으로 벌어지는 법정에서의 스릴 넘치는 공방이나 극적인 반전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할러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search warrant)을 집행한 후에는 압수물 목록을 포함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보고서(search-warrant return)를 작성해서 일정기간 안에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판사는 압수물 목록을 검토하면서 경찰이 영장을 지정된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집행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프리먼 검사가 증거를 내놓지 않자, 할러 변호사는 자신의 수사관인 시스코를 통해 빛의 경로와 어둠의 경로 모두를 동원해 수사자료들을 입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후에 그 압수물 목록과 집행보고서는 수사기록에 첨부만 해둘 뿐 별도로 법원에 보고하지는 않는데, LA에서는 압수수색을 하자마자 압수물 목록과 집행보고서를 통해 법원의 심사와 통제를 받는 모양이군요. 우리는 수사기록에 첨부된 자료를 가지고 한참 후에 재판을 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판사가 그 압수수색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변호인이나 민간인이 초동수사 단계에서 법원을 통해 사건수사와 관련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법원뿐 아니라 다른 루트를 통해서도 수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거의 수사가 다 끝나고 기소가 되기를 기다려 비로소 수사기록에 접근할 수 있을 뿐이지요. 따라서 특히 초동수사 단계에서는 변호인이 아무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속칭 ‘깜깜이 변론’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66쪽] "...... 그 수색 영장 청구서를 찬찬히 읽으면서 갈기갈기 찢고 조각조각 씹어 먹어봐. 빠진 부분, 잘못된 표현 등등 증거물 채택 금지 신청서에 써먹을 수 있는 건 다 찾아보는 거야. 리사 트래멀의 집에서 가져간 증거자료 전부를 재판에서 사용 못 하게 하는 게 우리 목적이야."
---> 할러 변호사가 그가 고용한 신참 변호사 제니퍼 애런슨에게 시스코 수사관이 입수해온 수사자료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들을 찾아보라고 지시합니다. 수사절차의 문제점을 찾아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들을 하나하나씩 공격하려는 의도입니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피고인이 죄를 지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기에 충분한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즉, 이걸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피고인이 무죄라는 사실을 나름의 증거를 찾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유죄의 증거라고 재판에 제출한 것들을 하나하나 공격하여 증거로 쓸 수 없게만 만들어버리면 되는 것입니다.
검사가 재판에 제출한 증거에 대해 그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공격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쉽고 효과적인 공격방법은 형식적인 하자, 특히 수사 과정에서의 규정 위반 등 절차적 위법을 주장하면 된다는 것이죠. 이를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이라고 하는데, 규정을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는 그 내용이 얼마나 중요하냐에 관계없이 곧바로 증거로서의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66-67쪽] “...... 컬렌 형사는 리사가 자발적으로 조사에 응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무지 애를 썼어. 하지만 그가 수갑을 채웠든 안 채웠든 리사를 통제하고 억압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수만 있다면, 그녀가 처음부터 체포된 상태였다고 주장할 수 있을 거야. 그게 받아들여지면 미란다(Miranda) 원칙 고지 이전에 그녀가 한 말은 전부 빠이빠이지."
---> 할러 변호사는 계속해서 애런슨 변호사에게 리사 트래멀의 조사장면 동영상을 주의 깊게 분석해보라고 지시합니다. 컬렌 형사가 이미 리사 트래멀로부터 자백을 받았다고 하였으니, 할러 변호사 입장에서는 이 강력하기 그지없는 증거인 자백진술을 먼저 깨뜨려야 합니다.
컬렌 형사는 이 당시 리사 트래멀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는데, 단지 interview를 하는 상황이었다면 컬렌 형사가 리사 트래멀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백진술을 받아내도 괜찮지만, 만약 interrogation을 하는 상황이었다면 사전에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자백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할러 변호사의 말대로 리사 트래멀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았더라도, 경찰이 리사 트래멀의 자유로운 행동을 통제하고 억압적인 상태에서 진술을 들은 것이라면 이는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그러한 상황에서의 질문과 답변 청취는 그 성격이 interrogation이므로, 미란다 원칙이 사전에 고지되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68쪽] "이 사건을 재판까지 끌고 간다면, 검찰의 주장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거야. 공격적인 변론을 펼칠 필요가 있어. 배심원단이 리사가 아닌 다른 쪽을 바라보게 해야 돼. 그러기 위해서는 대체이론(alternate theory)이 필요하고."
---> 할러 변호사가 자신의 동료들에게 리사 트래멀 사건의 변호전략을 설명합니다.
검사의 증거들을 하나하나 공격하는 한편으로, 피해자를 죽인 것은 리사 트래멀이 아니고 다른 진범이 따로 있다는 대체이론을 들이밀자는 것이죠.
[79-80쪽] "...... 법에서는 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거 알아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그것을 증명하느냐 못하느냐, 라는 것을 알고 있고요."
---> 뜻밖의 후원자를 만나 보석 보증금을 내고 석방된 리사 트래멀이 할러 변호사에게 하는 말입니다. 재판은 진실싸움이 아니라 증거싸움이라는 것이죠.
[86쪽] 나는 리사가 커피숍에서 본듀란트를 보았거나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 분명한 질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는 리사의 변호인으로서 내가 아는 내용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 할러 변호사가 리사 트래멀로부터 사건 당일의 행적에 대해 묻다가, 사건 발생 직전 리사 트래멀이 조스조 커피숍이라는 곳을 들렀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피해자 미첼 본듀란트도 피살되기 직전 역시 이곳에 들른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여기서 마주쳤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지요.
그러나 할러 변호사는 두 사람이 사건 직전 이곳에서 마주쳤다는 것은 자신의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한 정황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리사 트래멀이 진범이 아니더라도, 커피숍에서의 두 사람의 조우 사실은 배심원들에게 리사 트래멀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어쩌면 그 커피숍에서 두 사람 사이에 살짝이라도 말다툼이 있었거나 한다면 그것이 리사 트래멀의 직접적인 살인 동기였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구요.
그래서 할러 변호사는 더 이상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일단 멈춥니다. 변호인이 의뢰인의 깊은 데까지 아는 건 때론 불편한 일입니다. 의뢰인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아야 하지만 당분간은 알고 싶지 않은 진실도 있고, 적당히 모르는 게 있어야 변론을 만들어낼 때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칠 수 있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할러 변호사는 세상물정 모르는 신참 변호사에게 이런 말도 합니다.
[123쪽] "...... 형사사건 변호를 하고 싶으면, 이걸 알아야 돼. 의뢰인에게 범인인지 아닌지 절대로 물어보지 않는다. 그렇다이든 아니다이든 대답을 들으면 정신이 산란해지기만 하거든. 그러니까 알 필요 없다는 거야."
[잠시 후 제2편에서 계속 ...]
[79-80쪽] "...... 법에서는 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거 알아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그것을 증명하느냐 못하느냐, 라는 것을 알고 있고요."
---> 뜻밖의 후원자를 만나 보석 보증금을 내고 석방된 리사 트래멀이 할러 변호사에게 하는 말입니다. 재판은 진실싸움이 아니라 증거싸움이라는 것이죠.
[86쪽] 나는 리사가 커피숍에서 본듀란트를 보았거나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 분명한 질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는 리사의 변호인으로서 내가 아는 내용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 할러 변호사가 리사 트래멀로부터 사건 당일의 행적에 대해 묻다가, 사건 발생 직전 리사 트래멀이 조스조 커피숍이라는 곳을 들렀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피해자 미첼 본듀란트도 피살되기 직전 역시 이곳에 들른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여기서 마주쳤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지요.
그러나 할러 변호사는 두 사람이 사건 직전 이곳에서 마주쳤다는 것은 자신의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한 정황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리사 트래멀이 진범이 아니더라도, 커피숍에서의 두 사람의 조우 사실은 배심원들에게 리사 트래멀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어쩌면 그 커피숍에서 두 사람 사이에 살짝이라도 말다툼이 있었거나 한다면 그것이 리사 트래멀의 직접적인 살인 동기였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구요.
그래서 할러 변호사는 더 이상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일단 멈춥니다. 변호인이 의뢰인의 깊은 데까지 아는 건 때론 불편한 일입니다. 의뢰인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아야 하지만 당분간은 알고 싶지 않은 진실도 있고, 적당히 모르는 게 있어야 변론을 만들어낼 때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칠 수 있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할러 변호사는 세상물정 모르는 신참 변호사에게 이런 말도 합니다.
[123쪽] "...... 형사사건 변호를 하고 싶으면, 이걸 알아야 돼. 의뢰인에게 범인인지 아닌지 절대로 물어보지 않는다. 그렇다이든 아니다이든 대답을 들으면 정신이 산란해지기만 하거든. 그러니까 알 필요 없다는 거야."
[잠시 후 제2편에서 계속 ...]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메시지보다 메신저?
댓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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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Magistrat
시간:
10/27/2019 10:43: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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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흔히 '메시지보다 메신저'라고들 합니다.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어떠한 주장은, 그 내용이 어떠한지보다 그걸 주장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메신저가 매력 있고 호감을 주는 캐릭터여야, 비로소 사람들이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제가 일하는 법조 분야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마이클 코넬리의 법정소설과 형사소설에 빠져 있습니다. 존 그리샴처럼 상황이 박진감 넘치거나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진 않아 오락적인 재미는 덜하지만, 미국의 형사사법제도 자체를 실감나고 잘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있어 소소하면서도 담백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쓴 미키 할러 변호사 시리즈 중 "탄환의 심판(The Brass Verdict)" 470~471쪽에도 이 '메신저'에 관한 비슷한 취지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샤미람 아슬레이니언 박사는 깜짝 증인이었다.
박사가 재판에 나왔다는 점이 놀라운 건 아니었다.
내가 이 사건을 맡기 전부터 증인 명단에 박사의 이름이 있었으니까.
놀라운 건 박사의 외모와 성격이었다. (중략)
그녀는 활발한 성격을 지닌 푸른 눈의 금발 여성이었으며, 미소 짓는 표정이 편안했다.
그저 사진을 잘 받는 미인이 아니라, 텔레비전에 나가도 될 정도였다.
말솜씨가 똑 부러지고 자신감이 넘쳤지만 결코 오만하지 않았다.
박사는 모든 변호사가 증인에게 바라는 단 한 가지 특징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호감이 가는 인상.' (중략)
박사는 검사에게 이중의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성격과 매력으로 배심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전문가로서 내놓는 증언이 사건에 결론을 내려줄 테니까 말이다.
재판에서는 증인이 누군지가 아주 중요했다.
실제 증언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서도 6가지 심리법칙 중 '호감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로버트 치알디니에 의하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외모나 체격이 판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호감을 가진 사람이 한 부탁은 거절하기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호감의 원천은 상대방의 신체적 매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과 공유하고 있는 사소한 공통점일 수도 있고,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이나 나에게 익숙해진 사람 또는 나와 상호협력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호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호감에만 빠져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호감은 없었는지, 그 호감이 없었을 경우에 나의 선택은 어떠할지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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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어떠한 주장은, 그 내용이 어떠한지보다 그걸 주장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메신저가 매력 있고 호감을 주는 캐릭터여야, 비로소 사람들이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제가 일하는 법조 분야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마이클 코넬리의 법정소설과 형사소설에 빠져 있습니다. 존 그리샴처럼 상황이 박진감 넘치거나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진 않아 오락적인 재미는 덜하지만, 미국의 형사사법제도 자체를 실감나고 잘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있어 소소하면서도 담백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쓴 미키 할러 변호사 시리즈 중 "탄환의 심판(The Brass Verdict)" 470~471쪽에도 이 '메신저'에 관한 비슷한 취지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샤미람 아슬레이니언 박사는 깜짝 증인이었다.
박사가 재판에 나왔다는 점이 놀라운 건 아니었다.
내가 이 사건을 맡기 전부터 증인 명단에 박사의 이름이 있었으니까.
놀라운 건 박사의 외모와 성격이었다. (중략)
그녀는 활발한 성격을 지닌 푸른 눈의 금발 여성이었으며, 미소 짓는 표정이 편안했다.
그저 사진을 잘 받는 미인이 아니라, 텔레비전에 나가도 될 정도였다.
말솜씨가 똑 부러지고 자신감이 넘쳤지만 결코 오만하지 않았다.
박사는 모든 변호사가 증인에게 바라는 단 한 가지 특징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호감이 가는 인상.' (중략)
박사는 검사에게 이중의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성격과 매력으로 배심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전문가로서 내놓는 증언이 사건에 결론을 내려줄 테니까 말이다.
재판에서는 증인이 누군지가 아주 중요했다.
실제 증언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서도 6가지 심리법칙 중 '호감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로버트 치알디니에 의하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외모나 체격이 판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호감을 가진 사람이 한 부탁은 거절하기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호감의 원천은 상대방의 신체적 매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상대방과 공유하고 있는 사소한 공통점일 수도 있고,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이나 나에게 익숙해진 사람 또는 나와 상호협력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호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호감에만 빠져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호감은 없었는지, 그 호감이 없었을 경우에 나의 선택은 어떠할지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2019년 10월 7일 월요일
시민참심원이 배제된 재판부, 프랑스 '중죄재판부(cour criminelle)' 제도 시행
이 블로그의 2018년 10월 21일자 글 "프랑스 참심재판 제도의 현재와 미래"의 뒷이야기를 정리합니다.
2019년 9월 5일자 르몽드지의 기사 "Juger des crimes sans jurés : Caen teste la nouvelle cour criminelle"에 의하면, 2019년 3월에 있었던 사법개혁안에 따른 조치로 9월부터 기존의 참심재판 제도를 보완하는 제도가 시행됩니다.
즉, 기존의 '참심재판부(cour d’assises)'가 재판을 담당하던 일부 사건(15년에서 20년까지의 징역형이 법정형인 사건으로서, 주로 강간이나 흉기휴대 강도 사건)을, 시민참심원이 아닌 5명의 직업법관으로 구성된 '중죄재판부(cour criminelle)'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이 중죄재판부 제도는 일단 3년간 7개 지방(Ardennes, Calvados, Cher, Moselle, Reunion, Seine-Maritime 및 Yvelines)에서만 시범적으로 실시됩니다.
이러한 조치는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법제도 운용을 위한 것입니다.
한편, 종전의 참심재판부는 이보다 중한 법정형이 규정된 사건, 재범 사건, 항소된 중죄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게 됩니다.
참고로, 종전에는 대부분의 국내문헌에서 cour d’assises를 '중죄재판부' 또는 '중죄법원'으로 번역하곤 하였는데, 이제는 새로운 cour criminelle를 '중죄재판부'로 부르고 cour d’assises는 '참심재판부'라 하는 것이 보다 적절해 보입니다. 앞으로 제 글에서는 이렇게 번역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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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5일자 르몽드지의 기사 "Juger des crimes sans jurés : Caen teste la nouvelle cour criminelle"에 의하면, 2019년 3월에 있었던 사법개혁안에 따른 조치로 9월부터 기존의 참심재판 제도를 보완하는 제도가 시행됩니다.
즉, 기존의 '참심재판부(cour d’assises)'가 재판을 담당하던 일부 사건(15년에서 20년까지의 징역형이 법정형인 사건으로서, 주로 강간이나 흉기휴대 강도 사건)을, 시민참심원이 아닌 5명의 직업법관으로 구성된 '중죄재판부(cour criminelle)'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이 중죄재판부 제도는 일단 3년간 7개 지방(Ardennes, Calvados, Cher, Moselle, Reunion, Seine-Maritime 및 Yvelines)에서만 시범적으로 실시됩니다.
이러한 조치는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법제도 운용을 위한 것입니다.
한편, 종전의 참심재판부는 이보다 중한 법정형이 규정된 사건, 재범 사건, 항소된 중죄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게 됩니다.
참고로, 종전에는 대부분의 국내문헌에서 cour d’assises를 '중죄재판부' 또는 '중죄법원'으로 번역하곤 하였는데, 이제는 새로운 cour criminelle를 '중죄재판부'로 부르고 cour d’assises는 '참심재판부'라 하는 것이 보다 적절해 보입니다. 앞으로 제 글에서는 이렇게 번역하고자 합니다.
2019년 9월 29일 일요일
[독서일기]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10년 전쯤 사 읽은 책이 눈에 띄길래 최근에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과거의 제 어떤 행동을 반성하기도 하고, 머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있냐 하면서 책을 타박하기도 하며.
그래도 두고두고 새겨두면 좋을 내용이 훨씬 많습니다. 다음에 또 안 읽어도 되도록, 여기에 책 내용을 제 마음대로 요약하고 해석해보겠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친구를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법(How to Win Friends & Influence People)"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자가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인간의 핵심 심리는 바로 이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항상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답이 나오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항상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상대할 때는 당연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대화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즉, '나'를 위주로 생각하면 안 되고 '상대방' 위주로 생각하여야 한다는 것이죠.
일단 이 원칙을 중심에 두고, 여기서 여러 유의사항들이 도출됩니다.
- 상대방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고,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지적하여야 합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감히 그런 사람을 비난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되죠. 그러기 전에, 왜 상대방이 비난받거나 지적받을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려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관용을 보이고 친절을 베풀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된다고 합니다.
같은 이유에서, 누군가와 논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공허한 승리입니다. 사람은 웬만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에, 나와의 논쟁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면 결코 나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득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지거나 양보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상대방이 지적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서 내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 인간 본성에 존재하는 가장 깊은 충동은 '인정받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겠죠. 여기에는 칭찬과 격려가 가장 좋은 방법인데, 다만 칭찬과 격려는 솔직하고 진지한 진심이 담긴 것이어야 하고, 진심이 없는 아첨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은 자신이 받고 있는 평판대로 살려고 하고, 자신이 받는 대우에 걸맞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정직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있는 사람은 정직하게 살려고 하고, 어떤 사람을 중요한 인물로 존중하고 대우하면 그 사람도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고 있는 인정을 계속 받으려는 욕구 때문이겠죠.
-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하려면 단지 지시만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이 스스로 그 일을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약간의 힌트만 주고 상대방이 스스로 결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사람은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어떠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 누가 시킨 일은 오히려 하기 싫어하게 되기 마련이죠.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재미를 갖고 해야만 그 일에 성공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상대방이 스스로 어떤 행동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직접적인 명령보다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 어떤 사람을 친구로 만들려면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됩니다. 그 사람을 좋아해주고 존중해주면 됩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방 자신에 대한 얘기, 예를 들면 외모, 집, 직업, 취미, 사무실 등에 대해 언급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겠네요. 이것 역시 사람이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다만, 이 관심 역시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관심은 상대방도 대번에 눈치채기 마련이겠죠.
- 사람의 호감을 사려면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자신의 얘기를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얘기를 잘 들어주고, 더 나아가 그 얘기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하거나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니까요. 사람은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남의 얘기를 듣는 것보다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상대방의 말을 끌어내려면, 그가 관심을 갖고 있을만한 일을 대화소재로 꺼내는 게 좋겠네요. 경우에 따라 어떤 기술이나 요령에 대해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하면, 상대방은 더 신이 나서 얘기할 수 있으니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얘기 하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이 스스로에 대해 말하도록 유도한다, 꼭 명심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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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두고두고 새겨두면 좋을 내용이 훨씬 많습니다. 다음에 또 안 읽어도 되도록, 여기에 책 내용을 제 마음대로 요약하고 해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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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항상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답이 나오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항상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상대할 때는 당연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대화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즉, '나'를 위주로 생각하면 안 되고 '상대방' 위주로 생각하여야 한다는 것이죠.
일단 이 원칙을 중심에 두고, 여기서 여러 유의사항들이 도출됩니다.
- 상대방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고,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지적하여야 합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감히 그런 사람을 비난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안 되죠. 그러기 전에, 왜 상대방이 비난받거나 지적받을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려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관용을 보이고 친절을 베풀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된다고 합니다.
같은 이유에서, 누군가와 논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공허한 승리입니다. 사람은 웬만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에, 나와의 논쟁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면 결코 나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득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지거나 양보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상대방이 지적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서 내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 인간 본성에 존재하는 가장 깊은 충동은 '인정받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겠죠. 여기에는 칭찬과 격려가 가장 좋은 방법인데, 다만 칭찬과 격려는 솔직하고 진지한 진심이 담긴 것이어야 하고, 진심이 없는 아첨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은 자신이 받고 있는 평판대로 살려고 하고, 자신이 받는 대우에 걸맞게 행동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정직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있는 사람은 정직하게 살려고 하고, 어떤 사람을 중요한 인물로 존중하고 대우하면 그 사람도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고 있는 인정을 계속 받으려는 욕구 때문이겠죠.
-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하려면 단지 지시만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이 스스로 그 일을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약간의 힌트만 주고 상대방이 스스로 결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사람은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어떠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 누가 시킨 일은 오히려 하기 싫어하게 되기 마련이죠.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재미를 갖고 해야만 그 일에 성공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상대방이 스스로 어떤 행동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직접적인 명령보다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 어떤 사람을 친구로 만들려면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됩니다. 그 사람을 좋아해주고 존중해주면 됩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방 자신에 대한 얘기, 예를 들면 외모, 집, 직업, 취미, 사무실 등에 대해 언급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겠네요. 이것 역시 사람이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다만, 이 관심 역시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관심은 상대방도 대번에 눈치채기 마련이겠죠.
- 사람의 호감을 사려면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자신의 얘기를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얘기를 잘 들어주고, 더 나아가 그 얘기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하거나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니까요. 사람은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남의 얘기를 듣는 것보다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상대방의 말을 끌어내려면, 그가 관심을 갖고 있을만한 일을 대화소재로 꺼내는 게 좋겠네요. 경우에 따라 어떤 기술이나 요령에 대해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하면, 상대방은 더 신이 나서 얘기할 수 있으니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얘기 하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이 스스로에 대해 말하도록 유도한다, 꼭 명심할 내용입니다.
2019년 8월 26일 월요일
프랑스 교정시설의 수용자 자살 방지대책
2019년 8월 15일자 프랑스 일간지 Le Parisien지의 기사 "교정시설에서의 자살 : 프랑스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예방하고 있는가?(Suicides en prison : comment sont sécurisées les cellules en France?)"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수용자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인적 대책과 물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통계에 의하면 2018년의 경우 자살자의 81%가 'maisons d'arrêt'나 이와 관련된 구역에서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maison d'arrêt는 우리말로 하면 '구치소'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나 2년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수용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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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호 엡스타인이 교도소에서 자살한 일로, 교정시설에서의 수용자 자살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습니다.
2018년 무려 131명의 수용자들이 자살한 프랑스의 교정시설에서는, 수용자들이 입소하면 처음 8일 동안은 '입소 구역(quartier arrivants)'에 머물면서 정신질환 여부를 체크하기 위한 진료절차를 밟습니다. 입소 초창기에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수용 쇼크(choc carcéral)'를 예방하기 위해 수용자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수용자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인적 대책과 물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먼저 인적 대책으로는, '룸메이트 구조(codétenu de soutien)' 제도가 있습니다. 홀로 수용되어 있는 수용자의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해 룸메이트 지원자가 같은 방에서 함께 수용생활을 하며 정신적 안정을 돕도록 하는 제도라고 합니다. 룸메이트 역시 같은 교정시설의 수용자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야간에는 2시간마다 순찰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물적 대책으로는,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수용자를 'arrondies' 또는 'lisses'라고 불리는 방에 수용하는 방안입니다. 이 방 이름들은 둥글다, 부드럽다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인데요,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부드럽고 둥근 모니터를 가진 TV, 테두리가 둥글고 바닥에 고정된 가구, 목을 매는 도구로 활용될 수 없도록 종이나 쉽게 찢어지는 재질의 수용복과 수건 등이 비치된 방을 말합니다. 다만, 이 방도 최대 24시간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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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leparisien.fr/societe/suicides-en-prison-comment-sont-securisees-les-cellules-en-france-15-08-2019-8133765.php?fbclid=IwAR3UKReTDf6PeExaIZIa9wfbznzqAmInmSUzYAxtLU8YEw3UqPbfVUtzAJY] |
그러나 아무리 대비를 하더라도 수용자들의 자살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수용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이나 매점을 통해 자살에 활용할 수 있는 담요나 옷 등을 구할 수 있고, 그 외에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정시설에서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지속적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살자의 95%는 목을 매는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프랑스 검사의 거짓말과 검찰 독립성 논란
2019년 7월 24일자 피가로 "Affaire Legay: le procureur dit avoir défendu la police pour ne pas contredire Macron", 2019년 8월 5일자 피가로 "Affaire Legay : mutation proposée à Lyon pour le procureur de Nice", 2019년 8월 5일자 리베라시옹 "Le procureur de Nice va être muté", 2019년 8월 5일자 르몽드 "Le procureur de Nice, critiqué pour sa gestion de l’affaire Legay, en passe d’être muté", 2019년 8월 6일자 프랑스인포 "Mutation du procureur de Nice : "Une culture de déférence peut subsister" à l'égard du pouvoir politique" 기사들의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위 사진 속 인물은 프랑스 니스 지방검찰청의 검사장(procureur de Nice) 장-미셸 프레트르(Jean-Michel Prêtre)입니다. 올해 61세인 프레트르 검사장은 8월 5일 법무부장관의 인사명령을 받고 리옹 고등검찰청 검사(avocat général près la cour d'appel de Lyon)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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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liberation.fr/france/2019/08/05/le-procureur-de-nice-va-etre-mute_1743794] |
기사에 의하면, 지방검찰청 검사장에서 고등검찰청 검사로의 인사이동은 좌천(rétrogradation)에 해당하는데, 이는 조직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이제부터는 고등검찰청 검사장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번 인사발령에 대해서는, 9월 초에 소집되는 고등사법위원회(Conseil supérieur de la magistrature)가 심의하여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프레트르 검사장이 좌천에 이르게 된 것은, 몇 달 전에 있었던 그의 어떤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올해 3월 23일 그가 검사장으로 있던 니스에서는, 다른 지역의 토요일과 마찬가지로 '노란 조끼' 집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이 집회는 금지된 불법집회였는데, 경찰이 집회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73세의 여성 시민활동가인 Geneviève Legay가 쓰러져 머리를 크게 다치게 되었고 Legay는 이 사고가 경찰의 폭력에 의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틀 후인 3월 25일 마크롱 대통령은 니스의 지방일간지 'Nice-Matin'과의 인터뷰에서, Legay가 경찰의 폭력으로 인해 쓰러진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가 현명하게 행동하였어야 한다고 말하여 논란이 일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몇시간 후 프레트르 검사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과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합니다. 채증사진을 분석한 결과 Legay와 경찰 사이에 아무런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고 말한 것이죠.
그런데 그로부터 4일 후 언론에서 촬영한 사진을 통해 Legay가 경찰의 팔에 부딪쳐 쓰러지게 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문제가 커지자 4월에 법무부장관이 소집한 청문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출석한 프레트르 검사장은 대통령이 곤경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며 자신의 거짓말을 자백하였습니다.
프레트르 검사장은 이 거짓말로 인해 예심수사의 피의자 신분이 되었고, 7월 10일 대법원은 그에 대해 니스에서의 직무정지를 결정합니다. 이어서 8월 5일 리옹으로 좌천인사를 받게 된 것이죠.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검사가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거짓말까지 한 사태를 보면서, 역시 검찰은 독립성이 없는 조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겠는데, 이에 대해 사법관이자 작가인 Denis Salas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검찰은 오랫동안 정치권력의 메신저 역할을 하여왔습니다. 미셸 푸코는 검사를 가리켜 '권력의 눈(l'œil du pouvoir)'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 특히 2013년 Taubira법 이후 검찰은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독립성을 가진 기관의 형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아직까지 검찰이 정치권력을 깍듯이 대하는 문화가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검찰은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할 권한이 있습니다. 검사는 더이상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의 지시를 받지 않고, 업무에 관한 객관성(중립성) 원칙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검찰이 구조적 측면에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있지만, 검사들의 문화 때문에 그 독립성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프레트르 검사장은 현재 이 사건 말고도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인 것은 드문 일이라고 하네요.
니스의 유명호텔인 Negresco 호텔 오너 일가의 상속문제와 관련해 상사법원을 상대로 직권을 남용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2018년 12월 19일 파리 금융전담검찰청(Parquet national financier)에 의해 자신의 집과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하는 일을 겪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가 2009년 과달루프(Guadeloupe) 검찰청에서 근무할 당시 노조활동가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용의자(나중에 진범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의 인적사항을 누설하고 당시 있었던 압수수색에 관한 잘못된 사실을 발언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고 합니다.
2019년 8월 20일 화요일
프랑스에서 가장 흔한 음식은?
2019년 7월 17일자 Libération지의 체크뉴스 제목은 "프랑스에서 가장 흔한 음식은 케밥인가?(Le kebab est-il le repas le plus courant en France ?)"입니다.
케밥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 던진 질문인 모양입니다. 기사에 의하면, 이 질문의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케밥은 일반적으로 터키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고기 또는 닭고기 또는 양고기를 다져 뭉친 고깃덩어리를 불에 천천히 돌려 구워 기름기를 쫙 뺀 것을 슬라이스하여 부드러운 빵 사이에 넣어 먹고, 거기에 감자튀김이나 야채를 곁들이는 길거리 음식입니다.
유럽에서도 어딜 가나 아주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맛도 그만 양도 그만이어서 저도 매우 좋아합니다. 물론 가격도 착하죠. 저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도네요.
기사가 인용한 프랑스 요식업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가장 흔한 음식은 케밥이 아니라 샌드위치(sandwich, 프랑스 발음으로는 '쌍드위치')입니다. 1년에 약 24억개의 샌드위치가 팔리는데, 샌드위치 중에서도 60%에 해당하는 14억개는 'jambon-beurre', 즉 버터를 바르고 햄을 넣은 기본형 샌드위치이고, 15%는 'jambon-fromage'(햄과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 10%는 'poulet-crudités'(닭고기와 야채를 조합한 샌드위치)라고 합니다.
샌드위치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먹을거리는 1년에 약 14억개가 팔리는 햄버거(burger)가 차지했구요, 피자(10억개), 케밥(3억 6천개), 베이글(3억개)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제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케밥이 피자 정도 수준은 될 것 같은데 의외네요. 프랑스 사람들이 베이글을 이렇게 좋아하나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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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밥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 던진 질문인 모양입니다. 기사에 의하면, 이 질문의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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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liberation.fr/checknews/2019/07/17/le-kebab-est-il-le-repas-le-plus-courant-en-france_1740488] |
케밥은 일반적으로 터키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고기 또는 닭고기 또는 양고기를 다져 뭉친 고깃덩어리를 불에 천천히 돌려 구워 기름기를 쫙 뺀 것을 슬라이스하여 부드러운 빵 사이에 넣어 먹고, 거기에 감자튀김이나 야채를 곁들이는 길거리 음식입니다.
유럽에서도 어딜 가나 아주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맛도 그만 양도 그만이어서 저도 매우 좋아합니다. 물론 가격도 착하죠. 저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도네요.
기사가 인용한 프랑스 요식업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가장 흔한 음식은 케밥이 아니라 샌드위치(sandwich, 프랑스 발음으로는 '쌍드위치')입니다. 1년에 약 24억개의 샌드위치가 팔리는데, 샌드위치 중에서도 60%에 해당하는 14억개는 'jambon-beurre', 즉 버터를 바르고 햄을 넣은 기본형 샌드위치이고, 15%는 'jambon-fromage'(햄과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 10%는 'poulet-crudités'(닭고기와 야채를 조합한 샌드위치)라고 합니다.
샌드위치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먹을거리는 1년에 약 14억개가 팔리는 햄버거(burger)가 차지했구요, 피자(10억개), 케밥(3억 6천개), 베이글(3억개)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제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케밥이 피자 정도 수준은 될 것 같은데 의외네요. 프랑스 사람들이 베이글을 이렇게 좋아하나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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