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파리 까페의 아침식사
어쩌다 호텔에서 숙박을 하게 되면 다음날 아침에 어떤 조식을 먹을 수 있을지 은근히 기대가 되고, 이런 기대가 호텔을 이용하는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얼마 전에 다녀온 파리 출장에서 저는 호텔 조식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이용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고, 호텔 예약을 할 때 조식 불포함 옵션으로 해놓다보니 막상 적지 않은 추가요금을 부담하기도 그렇고 해서 자연스레 이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침은 호텔 근처를 산책하다 눈에 보이는 까페에서 파리지앵처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단골 까페에 들러 바(bar) 자리에 서서 딸랑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거나, 여기에다 크루와쌍 같은 빵 한 조각을 더하기도 합니다. 참 단촐한 아침식사인 거죠. 바로 요렇게 말이죠.
이게 까페에서 때우는 전형적인 아침식사입니다. 크루와쌍이 대표적인 아침용 빵이지요. 보통 까페 바 위에 빵 바구니를 올려놓고 있는데, 여기서 마음에 드는 빵을 집어서 먹으면 됩니다. 아침에는 에스프레소 대신 좀 연한 알롱제(아메리카노)나 까페오레를 마시는 사람도 가끔 보이지만, 그래도 대세는 역시 에스프레소입니다. 저 앙증맞은 잔에 담긴 눈꼽만큼의 커피를 애지중지 입맛을 다시면서 마시는 게 프랑스 사람들이죠.
또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로는 프랑스 사람들이 그 쓰디쓰기만 한 에스프레소를 잘도 마신다 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기보다는 저 작은 커피잔에 설탕을 아낌없이 넣어 거의 커피 반 설탕 반으로 만들어 마신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 얼마 안 되는 커피에 빵을 담가 적셔 먹기도 한답니다.
위 사진처럼 아침식사를 주문하려면, 주인에게 "앙 꺄페 에 앙 크루와쌍, 씨부쁠래(Un café et un croissant, s'il vous plaît)"라고 말하면 됩니다. 여기서 앙(un)은 한 잔, 한 개라는 뜻이므로, 둘 이상을 주문할 땐 드(deux), 트루와(trois), 꺄트르(quatre) 등으로 하셔야겠습니다.
위 사진의 까페에는 크루와쌍만 있는 게 아니라 '뺑오쇼꼴라'라는 이름의 쵸콜릿빵도 있었습니다. 크루와쌍과 같은 패스츄리 안에 쵸코칩 같은 게 여기저기 박혀 있어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빵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이 빵도 아주 많이 먹지요.
이렇게 주문하려면, "앙 꺄페 에 앙 뺑오쇼꼴라, 씨부쁠래(Un café et un pain au chocolat, s'il vous plaît)"라고 하시면 됩니다.
위 사진도 그 위의 사진과 같은 까페에서 찍은 건데, 이 까페에는 저렇게 생긴 빵도 구비해놓고 있었습니다. 저건 '따르띤'이라고 부르는데, 바게뜨를 세로방향으로 길게 반으로 자르고 잘린 면에 버터를 발라놓은 것을 말합니다. 보통 이렇게 버터만 바른 것을 먹곤 하는데, 이 까페에서는 바 위에 딸기잼 통을 준비해 놓고, 사람들이 알아서 잼도 발라먹게 해두었더군요. 그래서 저도 잼을 살짝 발라보았습니다. 바게뜨에 버터를 바른 게 무슨 맛인가 싶겠지만, 바게뜨와 버터의 심심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한데 잘 어울려 꽤 먹을만 합니다.
이건 "앙 꺄페 에 윈 따르띤, 씨부쁠래(Un café et une tartine, s'il vous plaît)"라고 하시면 됩니다. 따르띤이 여성명사여서 그 앞에 여성관사인 윈(une)이 붙은 형태입니다.
이렇게 파리의 아침식사에 대해 글을 쓸 줄 알았으면, 사진을 더 많이 찍어둘 걸 그랬습니다. 아침식사 사진은 이 세 장이 전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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