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프랑스 예심수사판사 제도 폐지와 관련한 오래된 뉴스
프랑스 형사사법제도에는 흔히 예심수사판사, 예심판사, 수사판사 등으로 번역되곤 하는 특이한 제도가 있습니다. 원문으론 juge d'instruction이구요.프랑스 법원에는 두 종류의 판사가 일하고 있습니다. 재판절차를 담당하는 판사와 예심절차를 담당하는 판사, 후자가 바로 예심수사판사입니다. 예심절차란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사건이 재판절차에 보낼 만한 것인지, 유죄를 받을 만한 증거는 갖춰져 있는지 여부를 미리 심사한다는 의미인데, 단지 현재 있는 자료만 갖고 그냥 심사만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 즉 수사를 한다는 게 특이한 점입니다. 예심절차를 담당하기 때문에 예심판사라고 하기도 하고, 수사를 하기 때문에 수사판사라고 하기도 하고, 이도저도 애매하니 한데 합쳐서 예심수사판사라고 하기도 합니다.
예심수사판사는 모든 중죄사건, 그리고 검사가 예심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예심수사를 청구하는 사건을 수사하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판사가 검사같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 예심수사판사 제도는 전직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에 이를 폐지하는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였다가 사법관들의 강력한 반대와 여론 등에 밀려 결국 사르코지 대통령 시대가 마감되면서 유야무야된 일이 있었는데요, 오늘 문득 그때의 상황이 궁금하여 당시 예심수사판사 제도 폐지와 관련된 언론보도들을 검색하다 발견한 글이 있어 간단히 옮겨봅니다.
2009. 1. 16.자 'Alternatives Economiques'지에 실린 "Suppression du juge d'instruction : une réforme inachevée"(예심수사판사의 폐지 : 끝나지 않은 개혁), 파리 시앙스포(SciencePo)의 Dominique BLANC 박사의 글입니다.
[http://www.alternatives-economiques.fr/suppression-du-juge-d-instruction--_fr_art_633_41745.html] |
[ 예심수사판사 제도를 없애자는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논쟁적인 제안은 새로운 주장도 아니고 말이 안 되는 주장도 아니다.
이런 논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프랑스가 1808년 직권주의를 채택한 이후 19세기 내내 전세계에 이 제도를 수출하였으나,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예심수사판사 제도의 정당성과 유용성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찰조직과 수사기법의 발전, 예심수사판사가 더 이상 필요치 않을 정도로 신속하고 다양한 제도의 도입, 수사 및 기소와 관련하여 검사에게 부여된 새로운 권한들, 범죄자의 권리 확대 등이 그 이유였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제도를 수입했던 일부 나라들이 예심수사판사 제도를 포기하기 시작했는데, 독일은 1975년에, 이탈리아는 1989년에 예심수사판사 제도를 각각 폐지하였다.
프랑스에서는 예심수사판사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1950년대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여년 전부터는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로 있어왔는데, 입법자들은 예심수사판사의 권한을 줄이고 검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진행하였다. 즉, 2000. 6. 15.자 법률에서는 예심수사판사로부터 구속 관련 권한을 배제하였고, 2003. 3. 18.자 및 2004. 3. 9.자 법률에서는 예심수사판사의 개입을 무의미하게 할 정도로 수사절차에 관한 검사의 권한이 확대되었고(특히 조직범죄 분야에서), 2007. 3. 5.자 법률에서는 사소당사자가 예심수사판사에게 직접 고소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예심수사판사의 권한이 변화함에 따라 예심수사판사가 형사절차에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축소되고 그가 담당하는 사건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전체 형사사건의 5% 정도만 담당). 이에 낭트 대학교 교수이자 형법 전문가인 Jean DANET는 "검사와 석방구금판사가 수사과정에서 모든 조사를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아직도 예심수사판사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가지 선결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검사가 수사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예심수사판사가 판사로서 갖고 있었던 것과 같은 독립성을 검사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 검사가 형사사법절차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현재 사실상 내무부장관 이하의 위계질서 안에 위치한 사법경찰을 통제할 실질적인 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하고, 검사가 수사담당자에게 직접적으로 밀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범죄자의 권리보다는 절차의 효율성을 강조하여 온 점을 고려하여, 수사단계에서 범죄자의 권리를 보다 보장하여야 한다.
넷째, 수사과정에서 각 당사자에게 상호 변론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
셋째,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범죄자의 권리보다는 절차의 효율성을 강조하여 온 점을 고려하여, 수사단계에서 범죄자의 권리를 보다 보장하여야 한다.
넷째, 수사과정에서 각 당사자에게 상호 변론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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