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3일 목요일
"하이패스는 빠르고 편리합니다"
오늘 지방에 일이 있어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이용했습니다. 멀리 갈 일이 있을 때 고속도로는 참 "빠르고 편리합니다."저는 아직까지 하이패스를 쓰고 있지 않아 톨게이트에 다다를 때면 하이패스 차로를 요리조리 잘 피해서는 미리 두둑히 준비한 현금으로 통행료를 지불하곤 합니다. 간혹 잔돈을 준비하지 못해 5만원권을 내밀게 되면 일하시는 분들께 많이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통행료를 지불하기 위해 차창을 내리면 꼭 들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하이패스는 빠르고 편리합니다."
다른 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귀에 거슬리더군요. 하이패스 안 쓰는 너네들 제발 하이패스 좀 써라, 너네는 느리고 불편하게 살거냐? 이러면서 제게 핀잔을 주는 것만 같습니다. 하이패스를 대대적으로 광고할 때부터, 하이패스가 생기는 것과 동시에 그동안 편리하게 써오던 정액권 카드가 사라지면서, 하이패스 때문에 꼭 현금을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면서, 하이패스를 쓰지 않으면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노골적으로 조성되면서, 왠지 반감이 들어 꿋꿋하게 하이패스를 안 쓰고 버티고 있는데, 참 꾸준하게도 하이패스를 쓰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프랑스에 살 때 편리했던 것 중에 하나가 고속도로 이용이었습니다. 프랑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는 하이패스도 있고, 현금으로 결제할 수도 있고, 그리고 무려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일부 공영주차장에서 주차요금을 신용카드로 지불할 수 있는 기계를 볼 수 있던데, 의외로 아주 금방 계산이 끝납니다. 정말 속도 빠릅니다. 그런 기계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톨게이트에서도 신용카드로 "빠르고 편리하게" 요금을 지불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통행료 정산기. 운전자가 가운데 2번 부분에 신용카드를 넣고 있네요. 출처 : http://www.lyonne.fr/yonne/actualite/2016/09/24/deux-dossiers-bourguignons-dans-le-plan-autoroutier_12085528.html] |
왜 다른 데는 모두 신용카드가 가능한데 고속도로는 안 되는 걸까 의문이 들어, 집에 돌아와 혹시나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려 1년 10개월 전인 2014년 12월 30일부터 우리나라 고속도로(민자 고속도로는 제외)에서도 신용카드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제가 그리 컴맹이나 넷맹이 아님에도 이제서야 이걸 알게 됐다는 게 스스로 신기할 따름인데, 또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에서 보니 고속도로에서 신용카드가 되냐 안 되냐로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분도 일부 있다는 것입니다. 저처럼 모르고 있는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이지요. 하이패스와 비교하면 그다지 홍보도 부족한 것 같구요. 하이패스 인구 증가에 아무래도 신용카드가 장애물이 될 수 있어서일까요.
아무튼 자꾸 우리들을 하이패스로만 내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자꾸 차 안에 이것저것 추가해 설치하고 카드를 여러 장씩 관리하고 싶진 않거든요. 차 안도 심플, 제 소지품도 심플하고 싶거든요. 하이패스만 "빠르고 편리한" 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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