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유럽의 체포피의자가 사법관 면전에 인치되어야 하는 시한
2011년 2월 2일 이 블로그에 "검사의 지위 관련 프랑스의 최근 논의동향"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다음은 그 글 중 일부 내용입니다.
[ 유럽인권법원 판결(CEDH 23/11/2010, Moulin c/ France, n° 37104/06)
유럽인권법원은 2010. 11. 23. 프랑스의 검사는 독립성과 객관성을 인정할 수 없어 인신구속을 통제할 권한이 있는 사법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이 사건의 실제 사실관계는 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2005. 4. 13. France MOULIN이라는 이름의 여성 변호사가 수사기밀누설 혐의로 보호유치되었고(예심수사판사가 사법경찰에 수사지휘), 4. 15. 검사의 면전에 인치되었다가 구치소에 수용되었으며(보호유치 종료, 예심수사판사가 예심수사 개시를 위한 구인영장 발부), 4. 18. 예심수사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어 제1회 피의자신문을 받은 사안입니다.
유럽인권법원의 설치근거인 유럽인권협약(Convention de sauvegarde des droits de l’homme et des libertés fondamentales) 제5조 제3항은, “동조 제1항 c호 규정에 따라 체포 또는 구금된 모든 사람은 법관 또는 법률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다른 사법관에게 신속히 인치되어야 한다.”(Toute personne arrêtée ou détenue, dans les conditions prévues au paragraphe 1.c du présent article, doit être aussitôt traduite devant un juge ou un autre magistrat habilité par la loi à exercer des fonctions judiciaires.)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이 사건에서 MOULIN 변호사는 보호유치된 때로부터 신속하게 사법관 면전에 인치되어야 함에도 보호유치된 지 무려 5일 만에 예심수사판사의 면전에 인치되었고, 비록 보호유치된 지 2일 만에 검사의 면전에 인치되기는 하였으나 검사는 위 인권협약에서 말하는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사법관”이 아니므로, 결국 자신에 대한 보호유치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유럽인권법원에 이 사건을 제소하였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럽인권법원은, “사법관”의 핵심 개념요소는 ‘독립성’(indépendance)과 ‘객관성’(impartialité)인데, 프랑스의 검사는 법무부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립성과 객관성을 인정할 수 없고 기소하는 측의 일방당사자이므로, 결국 위 인권협약 제5조 제3항에서 말하는 사법관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유럽인권법원은 이미 2008년 마약사범에 대한 구속의 적법성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Medvedyev c/ France 사건에서도, 프랑스의 검사에 대해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한편, 체포 또는 구금 후 사법관의 면전에 인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시한인 ‘신속히’의 개념에 대해서는, 유럽인권법원은 과거 체포 또는 구금일로부터 3일째부터 4일째 사이에는 사법관 면전에의 인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고(CEDH Brogan c/ RU, 29/11/1988 ; CEDH Varga c/ Roumanie, 01/04/2008), 이번 MOULIN 사건에서 5일 만의 인치는 지나치게 길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
그런데 오늘 2016년 11월 11일자 프랑스 법률잡지 'Gazette du palais'에는 "예심수사판사 면전에의 인치 시한"이라는 제목으로 저 사건과 비슷한 내용의 유럽인권법원 판결 하나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CEDH, 10 novembre 2016, n° 70474/11 et n° 68038/12, Kiril Zlatkov Nikolov c. France
청구인은 국제성매매조직원인 불가리아인으로, 전화감청에 의해 범행이 드러나 독일에서 체포되었고, 2010년 12월 16일 11시 45분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지방검찰청의 검사 앞에 인치되어 구금되었다가, 12월 20일 10시 56분에 리옹 지방법원의 예심수사판사 앞에 인치되어 구속에 이르렀습니다.
청구인은 국제성매매조직원인 불가리아인으로, 전화감청에 의해 범행이 드러나 독일에서 체포되었고, 2010년 12월 16일 11시 45분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지방검찰청의 검사 앞에 인치되어 구금되었다가, 12월 20일 10시 56분에 리옹 지방법원의 예심수사판사 앞에 인치되어 구속에 이르렀습니다.
청구인은 자신에 대한 수사절차의 위법을 주장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서, 자신이 프랑스 수사기관에 체포된 때로부터 4일에서 불과 49분이 모자란 시간이 경과한 다음에야 비로소 예심수사판사 앞에 인치되었으므로 이는 유럽인권협약 제5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유럽인권법원은 이미 이러한 경우 4일 미만의 기간에 대해서는 적법하다고 한 판례가 있고, 스트라스부르와 리옹 간의 500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와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적법한 인치 시한을 경과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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