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0일 일요일
프랑스 성희롱죄 위헌결정
간만에 프랑스 사람들의 글을 훑어보다, Eolas 변호사가 블로그에 올려놓은 성희롱죄 위헌결정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내용을 보니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약 한 달 전인 2012. 5. 4. 형법 제222-33조에 규정되어 있는 성희롱죄에 대해 위헌결정을 했더군요.
형법 제222-33조에는 '성희롱'(harcelement sexuel)이라는 제목으로 '성적인 급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는 1년의 구금형 및 15,000유로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얼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위 구성요건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결과로 위 결정은 여성단체로부터 많은 반발을 샀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 우리 헌법재판소의 안마사 관련법에 대한 위헌결정 때 결정이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언론사의 선정적인 기사제목 달기로 인해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경우처럼, 모든 일에는 그 구체적인 이유와 내막을 따져보아야 하겠지요.
얼 변호사의 설명을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프랑스 형법의 성희롱죄 규정은 사회당 정부 시절인 1992년에 신설된 것인데, 당초의 규정에는 '지위를 남용하여 명령, 협박, 또는 강요에 의해' 성희롱을 한 경우에 처벌한다고 하여 지금의 규정보다는 보다 구체적으로 구성요건이 규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성희롱죄에 대해 빈발하는 무죄나 무혐의결정에 항의하는 피해자 또는 여성단체 등의 압력에 굴복, 또는 부응한 정부가 2002년에 일부 구성요건요소를 삭제하여 보다 쉽게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 현재의 성희롱죄 규정이라고 하고, 결국 이렇게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라는 정도로 범죄 구성요건이 매우 불명확하게 규정되다 보니 당연히 헌법위원회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우리도 정부나 국회가 당면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특별형법을 제정하여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거나 형량을 가중하는 식으로 너무나 손쉽게, 그리고 단지 보여주기식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시의적절한 통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다만, 프랑스도 이상한 형벌규정이 생긴지 무려 10년만에 그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졌듯이, 법과 절차에 의한 통제나 시정은 그렇게 간단하거나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이래서 법보다는 주먹이 먼저라는 말이 있는 것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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