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7일 일요일
법정에서의 검사석 위치
프랑스 Toulouse 법원의 Michel Huyette 판사가 최근 유럽인권법원에서 선고된 재미있는 사건에 대해 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살인죄로 기소되어 징역 30년의 형을 선고받은 터키인이 유럽인권법원에 터키 정부를 상대로 제소하였는데, 그 내용은 그가 재판을 받을 때 법정에서 검사의 자리가 자신의 자리보다 높은 단에 위치해 있었고 변호사는 방청객들이 출입하는 문으로 법정에 입장하는 데 반해 검사는 판사와 함께 별도의 같은 출입문을 통해 입장하는 등, 무기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재판을 받아 자신이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프랑스의 경우, 판사석과 검사석이 같은 높이의 단에 위치해 있고 피고인석은 그보다 낮은 높이의 단에 위치해 있으며, 검사는 판사와 거의 동시에 판사가 사용하는 출입문을 통해 법정에 출입합니다. 터키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프랑스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유럽인권법원은 2012. 5. 31. 위 터키인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Affaire Dirioz c. Turquie, Requete n. 38560/04). 기각 이유는 법정에서 검사가 자리하고 있는 물리적인 위치 자체가 피고인에 비해 우월하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무기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거나 피고인을 불리한 위치에 두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Huyette 판사의 의견은, 검사가 형사절차의 한 ‘당사자'로서 피해자, 피고인과 함께 3자가 각각 동등한 권한만이 주어져야 한다고 볼 수 있으나, 검사석의 위치나 검사가 사용하는 출입문의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다양한 것이므로 단지 위와 같은 요인들만으로 부당하게 검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법적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법적 결론은 제출된 기록에 가장 많이 의존하게 되는데, 입증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효과적으로 입증취지와 증거를 전달할 수 있는 위치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법정의 경우, 2008년 이후 검사석과 피고인석이 판사석 아래에 같은 높이의 단에 서로 마주보고 위치해 있어 검사가 유리한 자리에 앉아있다고 볼 수 없고, 각 법원의 법정구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검사가 사건 관련인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방청객용 출입문 대신 판사 전용 출입문으로 법정에 출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꼭 검사석의 위치나 출입문 문제가 아니더라도, 재판과정에서 무언가 검사에게 유리한 듯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절차상 관행이 존재한다면, 터키에서와 같은 유사한 논란이 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외국 사례를 공부하는 재미라는 게, 이렇게 땅, 사람, 언어, 문화와 풍속이 전혀 다른 나라끼리 서로 유사한 현상이나 논쟁거리가 있음에 놀라고,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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