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3일 일요일
프랑스 영화 세 편 소개, '미라클 벨리에', '알로 슈티', '로스트 인 파리'
평소 영화는 어쩌다 가끔 보는 편입니다. 프랑스 영화는 더 가끔 보는 편입니다. 가뭄에 콩나듯 보는 프랑스 영화는 재미 때문에 보는 게 아니라, 단지 프랑스 풍경을 보기 위해서 봅니다.그런데 이번 주말에는 프랑스 영화를 두 편이나 몰아서 봤습니다. 영화를 볼 시간이 났는데, 얼마 전에 읽은 어느 분 글에서 이 두 영화가 추천되었기에 주저 없이 선택했습니다. 마침 저희 집에서 이용하는 Btv에서 무료이거나 단돈 1,400원에 볼 수 있는 영화들이어서 전혀 고민도 안 되었습니다.
바로 '미라클 벨리에'와 '알로 슈티'라는 영화인데,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풍경이 볼만한 영화는 전혀 아니고, 훈훈한 스토리와 유머가 돋보이는 가족용 드라마입니다. 情, 감동, 휴머니티, 따뜻함, 머 이런 류의 단어를 질색하는 까칠한 분들에게는 작위적이고 과장스런 스토리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분들에게 중간은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 '미라클 벨리에'
원제는 La famille Bélier, 벨리에 가족이라는 뜻입니다.
시골에서 농장을 하는 벨리에 가족의 이야기인데, 부모님과 남동생을 청각장애인으로 둔 여성 주인공이 음악으로 성공하고 홀로 독립하고 성장하며 감동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출처 http://www.imdb.com/title/tt3547740/mediaviewer/rm4181261824] |
분명히 내용상으로는 가족간의 끈끈한 정과 사랑을 강조하는 가족영화로 사춘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보면 딱일만한 영화인데, 군데군데 19금스러운 대사가 튀어나오기도 해서 어린 자녀와 보시려면 좀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이 영화는 우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큽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예쁘고 우아한 얼굴에 안 어울리게 과장스럽고 우스꽝스런 표정과 제스처를 보여주던 엄마 캐릭터 때문에 많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루안 에므라(Louane Emera)의 비음 섞인 목소리에서 나오는 프랑스어가 아주 듣기 좋았는데, 이 배우는 노래실력도 훌륭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입상하여 이 영화로 배우로까지 데뷔한 것이라고 하네요. 근데 외모가 가수 에일리와 매우 흡사합니다. 통통한 몸매까지. 노래는 에일리가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만.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A3%A8%EC%95%88_%EC%97%90%EB%A9%94%EB%9D%BC] |
2. '알로 슈티'
원제는 Bienvenue chez les Che'tis, '슈티'라는 사투리를 쓰는 동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정도의 뜻이 되겠습니다.
우체국장인 주인공이 프랑스 북쪽 끝에 있는 '베르그'라는 거의 유배지나 다름 없는 지역으로 발령나서 벌어지는 그 동네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입니다.
[출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Popup.nhn?movieCode=47321] |
'슈티'라는 사투리를 강하게 쓰는 우체국 부하직원이 주인공에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두 번 운다. 처음 여기 올 때와 나중에 여기를 떠날 때"라는 말을 하는데, 주인공 역시 처음에 이곳을 올 때는 정말로 오기 싫어 어쩔 줄 몰라했지만 3년 근무 후 마침내 이곳을 떠날 때는 이 동네 사람들과의 찐한 인연을 끊기 힘들어 펑펑 울어댑니다.
저도 그동안 지방근무를 다니면서 이렇게 '두 번 운다'는 식의 말을 들은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지역에 갈 때 울며 가긴 하지만 떠날 때는 사실 너무나 속이 시원하고 후련하기만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울며 갈 때는 정말 울 만한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떠날 때가 되었을 때는 그저 좋을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암튼 정 없기로 유명한 프랑스 사람들이 이렇게 고향도 다른데 서로 정이 쌓여 서운해하고 울고불고 한다는 게 신기한 풍경이기도 한 영화입니다.
3. '로스트 인 파리'
이번 주말에 본 영화는 아니고 본 지 한참 된 영화인데, 프랑스 영화를 소개하는 김에 마저 소개할까 합니다.
원제는 Lost in Paris, '친척을 찾아 파리에 온 중년 여성과 파리 노숙자 간에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기' 정도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출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Popup.nhn?movieCode=156259] |
딱 프랑스 영화 같은, 즉 잘 이해되지 않는 개그, 뭔가 대사는 많은데 공감은 되지 않는 내용, 머 이런 것들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재미없는 영화로 보일 가능성이 많은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재미있게 본 이유가, 주인공 노숙자의 아지트로서 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가 제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센강 위의 인공섬인 백조의 섬(L'île aux Cygnes)입니다.
파리 15구와 16구 사이의 센강 위에 약 1킬로미터 길이로 길게 자리를 잡고있는 섬인데, 여기서 보는 센강의 풍경이 일품이고, 이 섬 남쪽 끝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과 북쪽 끝에 있는 비라깽 다리도 꼭 한번 가볼만한 명소입니다.
이 섬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쓴 'Paris, 파리 여행코스(2)'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세 편의 영화와 함께 즐거운 프랑스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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