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형법의 사기죄

사례 - 대리인의 자격을 허위로 말하는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Crim. 12 juin 1936, DH 1936.389 ; Crim. 18 juilet 1968, Bull. crim. n°233).

③ 진실된 자격 남용
   : 진실된 자격을 남용한다는 것은 거짓말이 진정한 것이라고 가장하기 위해 그가 갖고 있는 실제의 자격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례 - 카톨릭 사제의 자격(Crim. 19 janvier 1901 DP 1901. 1. 342)이나 변호사의 자격(Crim. 6 avril 1993, Gaz. Pal. 1993. 2. Somm)을 사용하는 것.
부동산 매도인이 해당 가격에 부동산을 매도하지 않으리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공증인의 자격을 남용하여 매도계약을 체결하게 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Crim. 11 mars 2009 Dr. Pénal 2009, n°81).

④ 부정한 사술 사용
   : 거짓말은 다른 행위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한 거짓말은 그 자체로는 다른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다(Crim. 20 juillet 1960, Bull. Crim. n°382). 단순한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지불능력이나 신용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는 다른 행위와 결합되면 사기죄를 구성한다(Crim. 18 juillet 1968 Bull. crim n°233).
부정한 사술은 책략일 수도 있고, 가공회사를 만드는 것과 같은 허위연출일 수도 있고, 제3자의 관여나 정보기기의 조작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강한 정도의 사술이 없이 행위자의 말을 보강하는 문서에 의해 뒷받침되는 단순한 거짓말 정도인 경우도 있다. 결국 사술은 적극적인 행위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단순한 은폐나 누락으론 부족하다(Crim. 5 juillet 1956, Bull. Crim. n°520). 거짓말과 부정한 사술 사이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대법원은 2011년 4월 6일자 판결에서, 회계은닉의 방법으로 작성한 월별신고서에 따라 부가가치세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부정한 사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Cass. Crim. 6 avril 2011, n°10-85209).

# 알아두면 좋은 것 : 부정한 사술이나 사기죄를 구성하지 않는 단순한 거짓말과 부정한 사술에 해당하는 기망행위를 잘 구별하여야 한다. 부정한 사술에 대한 법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고, 그 개념에 대해서는 판례가 보여주고 있다.

2. 재산의 처분행위 
피해자는 사기행위의 대상물건을 그 의사에 기하여 행위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재산의 교부행위 전에 기망행위가 있어야 한다. 처분행위는 신뢰를 배신하는 범죄행위의 최종 결과에 해당한다. 따라서 범죄가 종료되는 것은 처분행위가 있는 순간이다.

# 알아두면 좋은 것 : 배임죄에서는 논리적으로 그 반대이다. 즉 처분행위가 범죄행위에 앞서게 되는데, 배임죄에서의 처분행위는 대상물건을 유용하는 행위보다 먼저 있게 되고, 배임죄는 대상물건을 유용하는 시점에 종료되기 시작한다.

처분행위의 대상물건은 재물, 재산상 이익, 서비스, 채무이행 또는 채무면제에 대한 승낙이다. 채무이행 또는 채무면제 행위는 권리를 창설하거나 확인하거나 소멸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매매계약의 종료 또는 영수증의 교부가 그 예이다. 주의할 것은 부동산을 물질적으로 교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기죄의 대상물건에서 부동산은 제외된다는 점이다.
처분행위의 방법은 앞서 본 것처럼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고, 기망행위에 의해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Ⅱ. 손해의 발생

손해 발생 문제는 판례가 변경되어온 쟁점이다. 1992년 이전의 판례는 처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 발생을 인정하였다. 처분행위에 관한 증거만으로 손해 발생이 인정되므로, 손해는 구성요건이긴 하나 형식적인 요건이었다. 그런데 신형법 시행 이후의 판례는 종전의 해석을 변경하였다. 1994년 10월 26일자 대법원 판결은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처분행위 발생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2015년 1월 28일의 판결은 처음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손해는 금전적인 것임을 요하지 않고, 피해자가 자유롭게 동의하지 않은 처분행위나 기망적 방법에 의한 처분행위가 있으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손해는 순수하게 형식적인 구성요건이다. 이는 사기죄의 결과가 거의 중요하지 않게 하였다는 점에서 사기죄를 형식적인 범죄가 되도록 하였다.

1. 주관적 요건
형법 제121-3조는 "실행의 고의가 없는 범죄는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이 다르게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범죄는 항상 고의범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범죄는 고의범이고,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렇지 않다. 따라서 사기죄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이 범죄는 고의범이다. 사기죄는 기망하려는 목적 하에 실행함을 인지하여야 하므로, 전통적으로 일반적인 기망범죄이다.  

2. 처벌 
사기죄는 5년의 구금형과 375,000유로의 벌금(법인의 경우 1,875,000유로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3-2조는 가중된 형을 규정하고 있다.

3. 공소시효
사기죄는 공소시효가 3년으로 정해져 있는 즉시범이다. 이 시효의 개시시점은 처분행위가 있었던 시점이다. 처분행위가 수회 있었다면, 공소시효는 마지막 처분행위시점으로부터 진행한다. 2011년 3월 14일자 법률(loi OPSSI) 이후, 약자를 상대로 사기죄가 행해진 경우의 공소시효는 피해자를 위한 공소권이 실행될 수 있을 시점으로부터 진행한다. 

Ⅲ. 형법 제313-1조 관련 판례

1.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Tribunal correctionnel de Grasse, 1er septembre 1948 : S. 1948.2. 141 :
허위의 성명을 사용하여 7일간 호텔에 숙박한 후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은 사안의 경우, 호텔 입장에서 투숙객의 인적사항은 투숙의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관계없는 사항이므로 허위 성명 사용만으로 사기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Crim. 2 octobre 1978, Gaz. Pal. 1979. 2. Somm. 354 :
100% 시각장애인이 사회보험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그의 상태가 개선되고 있음을 사회보험 측에 알리지 않은 경우. 

2. 사기죄가 성립되는 경우
Crim. 16 octobre 2013, Dalloz Acutalité, 24 octobre 2013, D.2013. AJ 2399 :
과학적 근거도 없는 인성검사를 제안한 후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서비스나 물품 구입을 제안하여 거액을 교부하게 하는 방법으로 부정한 사술을 사용하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된다.

Crim. 26 janvier 1871 : S. 1872. 1. 95 :
허위의 계산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하는 부정한 사술에 해당한다.

Crim. 19 mai 1987 : Gaz. Pal. 1988. 1. Somm. 5 :
훔친 신용카드로 상인에게 비용을 지불하면서 타인의 이름이나 자격을 사용하거나 서명하여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 

Crim. 27 février 1984 : D. 1985. IR 367 (exorcisme) :
순진한 사람들에게 예언능력이 있다고 믿게 하여 돈을 투자하게 한 후, 한 사람이 이를 모두 취득하게 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된다. ]

우리나라 형법에 사기죄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는 이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우리나 프랑스나 사기죄에 관한 조문은 내용이 매우 간단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개별 사건에 따라 판례에 의한 해석이 중요한 범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차용사기'라는 사건이 고소사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었다가 돈을 변제받지 못한 사람이 돈을 빌려간 사람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곤 하는데, 그 혐의사실은 돈을 빌린 사람이 나중에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마치 나중에 이를 갚을 것처럼 속여 돈을 빌려갔다는 식입니다. 

돈을 빌린 사람이 기한 내에 돈을 갚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하지만, 이 사람이 돈을 빌릴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장차 기한 내에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매우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건 외부에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어떤 사실을 입증하는 문제가 아니라, 돈을 빌릴 당시 돈을 빌린 사람의 마음 속이 어떠하였는지를 입증하여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입증이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차용사기로 고소되더라도 무혐의로 끝나는 사건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설령 기소까지 되더라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프랑스 사법관학교에서 연수를 하면서 파리지방법원의 공판부서 사무실에 있는 재산범죄 사건 기록 모두를 들춰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처럼 차용사기 사건이 많은지, 그런 사건은 어떻게 수사하고 처리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결과는, 제가 바라던 전형적인 차용사기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하여 만든 신분증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건,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훔쳐 사용한 사건, 문서를 위조해서 돈을 가로챈 사건, 변호사를 사칭하여 돈을 받은 사건 등 외부로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사실관계를 갖고 있는 사건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사건은 명의를 도용했는지, 위조된 신분증, 신용카드, 문서가 존재하고 이것이 범행에 사용되었는지, 변호사가 아닌데 자격을 사칭한 것인지 여부 등 외부로 드러난 사실관계가 맞는지만 입증하면 되고, 굳이 행위자의 마음 속이 어떠하였는지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는 사안들입니다. 

앞의 글에서도 차용사기와 같은 사안이 사례로 등장하지는 않네요.

사기죄 자체보다는 차용사기라는 사안에 대해 관심이 많아, 프랑스 글을 하나 소개해 보았습니다. 다만, 딱히 결론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