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7일 수요일
와이파이가 있는 까페도 사교의 장소인가?
"미국 : 고객들이 서로 대화를 하게 하기 위해 와이파이를 없애버리다(Etats-Unis : des cafés débranchent le Wi-Fi pour que les clients se parlent)"라는 제목의 2017년 5월 12일자 르몽드 기사를 소개합니다.[http://www.lemonde.fr/big-browser/article/2017/05/12/aux-etats-unis-des-cafes-debranchent-le-wi-fi-pour-que-leurs-clients-se-parlent_5127048_4832693.html] |
기사에 의하면, 유럽에서는 까페라는 곳이 전형적인 사교장소로서 서로 만나 대화하고 선거나 어젯밤 축구경기 결과를 얘기하기도 하고 바에 그냥 턱을 괴고 있기도 하는 곳이므로 와이파이를 제공한다는 게 이상한 일인데, 앵글로색슨 계열의 나라(미국과 영국)에서는 까페에서 와이파이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노트북을 열고 공부를 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라고 지적합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거의 대화가 없구요. 까페가 만남의 장소라기보다는 사무실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거, 딱 요새 우리나라 커피숍 풍경을 말하고 있는 거네요. 우리나라도 전국민에게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로는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노트북을 열어놓고 있는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지요. 열심히 공부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떠들며 대화하는 게 오히려 미안스럽기도 합니다.
저도 2010년부터 퇴근길에 노트북을 들고 커피숍에 들러 사무실에서 하다 만 야근을 마저 하곤 하였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커피숍의 독서실화 내지 사무실화가 더욱 극심하여 아무리 대형 매장이라 하더라도 커피숍 주인장의 눈치가 좀 보이기까지 합니다.
기사에 의하면, 이런 현상에 대해 최근 들어 미국의 뉴욕타임즈와 영국의 BBC가 집중취재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손님들의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와이파이를 없앤 까페를 소개하기도 하고, 손님들이 노트북을 갖고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협소한 테이블을 설치하거나 테이블에 "노트북 금지"라는 라벨을 붙인 까페를 소개하기도 한답니다.
BBC가 소개한 미국의 사회학자 Ray Oldenburg의 1989년 저서 "위대한, 좋은 장소(The Great, Good Place)"에는 "제3의 장소"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까페나 펍, 찻집같이 군중들 속에 홀로 있는 장소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3의 장소는 미국의 경우 교외 빌라단지가 개발되고 사람들이 자동차로 이동을 하게 되면서 쇠퇴하게 되었구요.
여기에다 손 안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까페는 사교나 사회적 교류와는 더욱 거리가 먼 장소가 된 걸까요?
의외로, 기사는 대화가 사라진 지금의 까페를 마냥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뉴욕타임즈가 소개한 도시사회학자 Rose K. Pozos의 말을 인용하면서, "까페에 와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꼭 사회성 없는 풍경만은 아니다", "비록 대화는 없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일을 위해 집이나 사무실에만 머물지 않고 까페에 오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인 행동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의 변화한 시대 관점에서는, 까페에 오는 것만으로도 사교나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는 말인데요. 사실 까페에서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까페에 오는 것뿐이지 뭔가 사교나 사회적 교류를 위해 까페에 오는 것은 아니니, 단지 까페에 오는 행동만을 갖고 그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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