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8일 일요일
라따뚜이 이야기
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미국에서 처음 개봉한 것은 2007. 6.이고, 국내 개봉한 것은 2007. 7. 25.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 얼마 후인 2007. 8. 14. 1년간의 프랑스 연수를 위해 파리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요, 저런 애니메이션이 있는지 여부도 까맣게 모른 채 지내다 2008. 1.에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이 당겨 파리 집 근처에 있던 대형 마트에서 DVD를 바로 구입하여 보게 되었는데, 우연히도 그날이 파리에서 라따뚜이 DVD가 출시된 날이었습니다.
흥행성은 물론 작품성면에서도 매우 호평을 받았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는데,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저한테 기억나는 영화 열편을 꼽으라면 그 중에 하나로 들어갈 정도로 소재와 아이디어가 탁월하고, 무엇보다 제가 살고 있던 파리를 무대로 하고 있으면서 그곳에서 라따뚜이 요리를 실제로 맛보기도 했기 때문에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처럼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는 '시골 쥐 도시 쥐'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파리를 배경으로 한 생쥐 요리사 이야기인데, 화면에 등장하는 파리풍경이 너무 예쁩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파리와 프랑스요리를 소재로 생쥐 요리사를 등장시킨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 생각을 했는지, 미국 영화인들의 발상은 참 기발한 것 같습니다.
라따뚜이라는 요리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 특히 니스 지역의 야채 스튜요리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야채를 삶거나 볶은 다음 토마토소스를 얹어 먹는 요리인데, 사실 저는 토마토소스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라따뚜이도 썩 좋아라하고 먹지는 못했습니다.
일반 식당에서는 메뉴판에서 라따뚜이라는 요리를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라따뚜이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요리가 아니라, 주요리가 담긴 접시 한켠에 놓여 주요리에 곁들여 먹는 요리거든요. 우리로 치면 일종의 반찬인 셈이지요.
이렇게 곁들여 먹는 요리를 프랑스어로는 'garniture'라고 합니다. 형용사로는 'garni(e)'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choucroute garnie라고 하면 소시지나 햄을 곁들인 슈크르트(양배추 절임)를, plat garni라고 하면 야채를 곁들인 고기나 생선요리를 말합니다.
저도 그 당시 연수를 받고 있던 파리의 법원 안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온 라따뚜이를 두 번인가 먹어보았습니다.
위 사진은 건물이 고풍스런 파리지방법원 안에 있는, 역시나 고풍스럽기 짝이 없는 구내식당의 모습입니다. 법원 안에 근무하는 직원들 수에 비해 자리가 부족하여 점심시간에는 항상 길게 줄을 서야 하고 북적스런 분위기에서 식사를 해야 합니다.
위 사진이 위 구내식당에서 먹은 라따뚜이 요리 사진입니다. 사진에 찍혀있는 것처럼 2008. 8. 4. 구내식당을 방문하였는데, 제가 1년간의 연수를 마치고 귀국 비행기에 오른 날이 2008. 8. 10.이니까 귀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러 법원에 간 날, 마침 그날의 주요리인 닭고기 요리에 라따뚜이가 곁들여져 있었던 겁니다.
법원 구내식당 음식의 기본구성은 전채요리, 주요리, 치즈, 디저트 각 한 접시, 그리고 작은 바게뜨(자신이 원하는 양만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두 합하여 7.5유로니까 당시 우리 돈으로 약 1만 원이 조금 넘는 비싼 끼니가 되겠습니다.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고 음료수나 와인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항상 맛있게 먹었기에 지금도 그리운 추억의 식사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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