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8일 수요일
아이폰SE 언락폰 구입, 유심 잘라서 쓰기
2009. 12. 31. 아이폰3GS, 2012. 1. 2. 아이폰4S, 이렇게 두 대의 아이폰을 연이어 구입해 오늘까지 아이폰4S를 무려 4년 6개월이나 사용해 왔습니다. 잡스옹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묻어있는 아이폰이고, 이보다 나은 디자인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세련되고 이쁜 모양새에 그동안 폰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그러나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기계 자체가 느려졌을 것 같진 않은데, 계속해서 판올림되는 OS를 꾸준히 업데이트했더니 이제 도저히 기계가 OS를 따라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리 이쁘고 이쁜 아이폰이지만, 쓸 때마다 그 지독한 버벅거림에 짜증이 맘껏 솟구치는 걸 더이상 참기 힘들어졌습니다.
하여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폰SE를 주문했습니다. 창고에 쌓인 재고부품을 처리하기 위한 애플의 꼼수다, 재고부품으로 만들어서 오줌 액정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문제가 많다, 너무 구닥다리 디자인이다, 이제는 이런 크기의 폰을 쓰는 시대가 아니다 등등 말도 탈도 많은 물건이지만, 저는 전혀 고민 없이 질러버렸습니다. 이제 아이폰4S의 수명이 다한 이유도 있지만, 재고부품이라도 애플이 못 쓸 물건을 만들진 않았을 테고, 아이폰5를 써보지 않았기에 저한텐 구닥다리 디자인도 아니고, 아이폰은 작은 게 아이폰이지 크면 아이폰이 아니라 어른폰일 뿐이다, 뭐 이런 구실들을 갖다붙여 4인치 아이폰 소문이 돌 때부터 이미 지르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12일 인터넷 애플 스토어에서 실버 64GB 모델을 73만원에 주문했고, 무려 25일이 지난 오늘 6월 7일에 물건을 받았습니다. 사실 아이폰5 디자인도 그다지 맘에 들지 않고, 스페이스 그레이니, 로즈 골드니 하는 어정쩡한 색상도 영 제 취향이 아닌데, 그나마 실버가 오리지날 아이폰 화이트에 어느 정도 가까운 느낌이 들어서 이번에 실버로 골라 보았습니다. 제 아이폰 한번 감상해 보시죠.
그동안 두 대의 아이폰은 항상 통신사를 통해 2년 약정으로 구입하다, 이번에는 언락폰을 제값 다 주고 구했습니다.
2년 약정으로 폰을 구입하는 경우, 한 달에 지불해야 할 비용이 할부금과 그 할부금에 대한 이자, 최소한 5만원은 기본으로 넘어가는 기본요금을 다 합하면 무려 10만원 내지 그 이상에도 이르게 되는데, 이게 사실 그동안 아이폰이 열어준 신세상에 콩깍지가 씌어서 그 비용을 기꺼이 감당했지, 이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불합리한 과소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이 2년 약정 지나고 나서 약정 때보다는 훨씬 적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보니 또다시 약정시대로 돌아가기 겁나기도 하고, 괜히 통신사에 순진하게 속아 엄한 돈을 퍼주고 손해 보는 거 아닌가 하는 피해의식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언락폰을 사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할까 하고 알아보기 시작했고 확실히 싼 요금이 가능해 보이기는 했지만, 여러 알뜰폰 업체 중 어디를 선택해야 만족스러울지 자신이 없고, 어디 가서 가입하려니 번거롭기도 해서 선뜻 선택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문득 어차피 지금 쓰고 있는 3G 요금제가 폰 할부금이 안 들어가는 상태여서 비교적 저렴한 편이고 더구나 데이터가 무제한이라 꽤 유용한데, 새 아이폰을 사더라도 LTE 요금제를 쓰지 않고 지금 쓰는 3G 요금제를 그대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려면 아이폰4S에 들어있는 마이크로 유심을 빼서 나노 유심 크기로 잘라 아이폰SE에 넣기만 하면, 아이폰SE를 지금의 3G 요금제 그대로 쓸 수가 있는 것이지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론상의 결론이 이렇더군요. 그런데 실제로도 그게 될까,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3G망이 그리 느리지만 않다면 싼 요금으로 무제한의 데이터를 쓸 수 있으니 저에게는 괜찮은 선택이기도 했구요.
먼저 유심 커터를 택배비 합쳐 3천 몇백원 주고 인터넷으로 구입했습니다. 커터 없이도 종이에 대고 자르는 방법이 있다고는 하나, 저는 하나밖에 없는 유심을 두고 모험을 하긴 싫었습니다.
아이폰4S에 들어있는 마이크로 유심을 커터로 과감하게 잘라 새 아이폰에 넣어보았는데, 다행히 성공입니다.
이제 새 아이폰을 데이터 무제한의 3G 요금제로 그대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튠즈에 백업해 놓은 아이폰4S의 앱과 데이터를 새 아이폰에 복원하기만 하면 끝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백업과 복원이 100% 산뜻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군요. 시간도 꽤 걸리구요.
아무튼 유심 자르는 데 한번에 성공하고 새 아이폰이 멀쩡히 움직이니 더 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다만, LTE가 등장한 이후 요새 3G망 속도가 시원찮다는데, 며칠 테스트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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