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6일 월요일
프랑스의 캠핑장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한 달에 한 번 정도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Laurence de Yelloh! Village, 요런 발신인으로부터 메일이 오곤 합니다.
Yelloh Village는 프랑스 전국에 75개의 캠핑장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포르투갈과 스페인에도 몇 군데 있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은 호텔이나 리조트 외에, 전국 어디에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캠핑장에서 휴가를 보내기도 하는데요, 검색을 해보면 캠핑장이 참 많기도 합니다. 캠핑장이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호텔처럼 5성급 캠핑장, 4성급 캠핑장 등 럭셔리하고 멋진 캠핑장이 있는가 하면, 수영장, 운동시설, 마트 등 별의별 부대시설이 잘 되어 있어 왠만한 호텔이나 리조트 못지않게 훌륭한 휴가를 보낼 수 있습니다.
또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단지 텐트만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빌홈, 방갈로, 카라반, 통나무집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굳이 캠핑용품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구요. 산에 있는 캠핑장도 있고, 바닷가나 강가에 있는 캠핑장도 있고, 위 사진에 써 있는 것처럼 7월의 경우 하룻밤에 33유로를 받는 유목민 천막 형태의 시설이 있는가 하면 125유로를 받는 수상가옥 형태의 시설도 있네요. 나무 위에 올려 만든 집도 있구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달랑 하루 이틀 묵는 것이 아니라 1주일 단위로 캠핑장 한 군데에서 길고 여유롭게 묵곤 하는데, 그래서 간혹 성수기 같은 때는 1주일 단위로만 예약이 되고 그 미만으로는 예약이 안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달랑 하루 이틀 묵는 것이 아니라 1주일 단위로 캠핑장 한 군데에서 길고 여유롭게 묵곤 하는데, 그래서 간혹 성수기 같은 때는 1주일 단위로만 예약이 되고 그 미만으로는 예약이 안 되기도 합니다.
저는 Yelloh Village를 프랑스에서 지내던 2008년 5월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이용해 보았습니다. 평범한 호텔을 예약하려다 우연히 캠핑장이란 곳이 텐트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고, 호텔보다는 자연 속에서 더 멋지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지요.
[Ramatuelle] |
당시 제가 이용한 캠핑장은 마르세이유와 깐느의 중간 정도 지점에 위치한 Ramatuelle이라는 해안 지역의 Yelloh Village ‘Les Tournels’ 캠핑장이었는데요, 당시 5월이 비수기여서 프로모션 가격으로 총 119.64유로(당시 약 20만원 정도)라는 저렴한 값에 3박 4일을 지냈습니다. 등급은 별 4개.
숙소 형태는 모빌홈이라는 것이었는데, 아래와 같이 생긴 조립식 주택 같은 모양입니다.
[제가 묵은 모빌홈] |
[숙소에서 내려다 본 전경] |
생긴 지 얼마 안 된 듯 아주 깨끗한 27제곱미터 넓이의 조립식 주택 형식의 숙소인데, 주방이 딸린 거실과 침실 2개, 화장실, 욕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현관 앞에는 썬탠 의자와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작은 테라스가 딸려 있습니다. 그릇과 냉장고, 전기렌지, 전기스토브 등이 설치되어 있어 취사를 할 수 있고, 더운 물이 나오고 난방이 되기 때문에 전혀 불편한 점이 없었습니다. 또 숙소 바로 앞에는 실외 수영장과 레스토랑, 바 등이 내려다 보이고, 전망도 좋은 편이었지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형태의 숙소를 처음 경험해 보는 저희 가족은 경탄을 금치 못해 다들 신이 났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캠핑장 내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곳에 와 있는 사람들을 보니, 노인 부부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았는데, 거의 모두 전형적인 프랑스 백인들이고 저희 같은 동양인 등 유색 인종들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방갈로, 캠핑카나 텐트 등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인들을 보니,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강한 태양을 쬐고 있거나, 시원한 그늘에서 편한 의자에 앉아 독서를 하고 있거나, 위성 안테나를 설치해 두고 갖고 온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그 모습들이 참 여유있어 보였습니다.
이때의 캠핑장에서의 기억이 하도 좋아 그해 8월까지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캠핑장을 두 번 더 이용하였습니다. 이번에는 Yelloh Village 브랜드가 아니라, 그냥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캠핑장들을 다녀보았습니다.
한 번은 프랑스 동부 Annecy 지역에 있는 별 세 개짜리 캠핑장인 ‘Village Camping Europa’였고, 3박 4일을 머물면서 219.2유로의 모빌홈에 묵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가본 별 네 개짜리 캠핑장보다는 규모나 부대시설이 약간은 딸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모빌홈 자체는 지난번 모빌홈과 같은 제작업체의 것인지 크기나 모양이 거의 동일하여 이용에는 거의 불편이 없었구요.
[모양은 지난번과 거의 비슷하지만, 규모는 약간 더 큰 모빌홈이었습니다] |
[물의 도시로 유명한 Annecy] |
마지막으로 이용한 캠핑장은 보르도의 서쪽, 대서양 연안의 Lège-Cap Ferret라는 동네에 위치한 ‘Airotel Les Viviers’라는 이름의 캠핑장이었습니다. 이때는 프랑스의 바캉스 기간인 7월에 캠핑장을 이용했는데, 저희도 이곳 사람들처럼 7박 8일의 긴 기간을 캠핑장에서 느긋하게 머물기로 했고, 바캉스 기간이어서인지 다른 때보다는 좀 비싼 749.4유로를 지불하였습니다. 역시 비슷한 모양의 모빌홈이었습니다.
[Lège-Cap Ferret] |
이곳은 굉장히 규모가 큰 대형 캠핑장으로, 부대시설이 아주 훌륭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의 부대시설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번 적어보면, 수영장, 헬스장, 댄스 프로그램 및 수영 관련 프로그램, 공연장, 보트, 영화관, 백사장을 갖춘 작은 호수형 바다, 레스토랑, Bar, 시장, 슈퍼마켓, 농구장 겸 미니 축구장, 비치발리볼장, 테니스장, 꼬마기차, 자전거, 놀이터, 당구장, 탁구장, 오락실, 미용실, 어린이 교실, 미니 골프장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장기간 편히 쉬자면 별 부대시설이 없는 곳은 좀 지겨울 것 같은데, 이곳은 마치 괌이나 싸이판의 PIC, 또는 클럽메드처럼 놀 거리가 무궁무진하여 오래 머물러도 심심할 시간이 없습니다. 물론 PIC나 클럽메드에 비하면 그 모양새가 많이 소박하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캠핑장'이니까요.
또 슈퍼마켓이 안에 있어 먹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되었고, 화요일과 토요일마다는 먹을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장이 서는데 사람들도 북적거려 바캉스를 온 기분이 한껏 나기도 하였습니다.
[밤이 되어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 |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매일 밤 9시 정도가 되면 소박하고 작은 공연장에서 이런저런 흥미로운 공연과 댄스타임이 벌어지곤 하였는데, 자정이 넘는 늦은 시간까지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나이 많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두 무대에 한데 모여 즐겁게 춤을 추고 몸을 움직이고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시거나 취객들이 소리높여 떠드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지요. 저도 분위기를 따라 자연스레 아이를 데리고 무대에 올라 흥겹게 막춤을 추었던 기억이 지금까지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 어린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이런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니 커서도 놀기도 잘 노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바캉스 기간인지라 이 캠핑장 안에서 낮이고 밤이고 계속 이런 흥겨운 분위기가 유지되었는데, 이런 캠핑장 문화가 정말로 부럽고, 우리나라에 이런 좋은 시설의, 이런 흥겨운 분위기가 나는 캠핑장 시설과 문화가 없다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언젠가는 또다시 저런 캠핑장에 가서 1주일 푹 쉬고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오는 캠핑장 이메일이 8년 전의 즐거웠던 추억을 아직까지 떠올려주고 있어 고맙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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